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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344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도시를 점령한 자가용에 대한 단상 객원편집위원 문민기 흑석로는 만원이다 오늘 당신이 이 책을 집어 들기까지 어떤 여정이 있었는지 상상해 보자. 우선 틀림없이 당신은 중앙대학교 캠퍼스에 물리적으로 발을 딛었을 것이고, 서울캠퍼스 재학생이라면 흑석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통학길에 올랐을 테다. 재학생 2만여 명의 대형 종합대학과 맞닿은 길이 왕복 2차로뿐이라 그런 것일까, 오늘도 어김없이 흑석로는 ‘북새통’이다. 이처럼 서울캠퍼스 학생이라면 누구나 매일 아침 흑석로의 교통상황에 저주를 건다. 아침 8시 후문은 마을버스 승하차, 택시 정차, 자가용 통행으로 상습 정체가 펼쳐진다. 잠시 차도에서 눈을 돌리면, 그 좁디좁은 흑석로에 정작 사람이 오갈 도보는 더더욱 협소하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흑석에서는 인파에 치이고, .. 2024. 2. 7.
그 모든 기준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정상가족'이라는 픽션 편집위원 손수민 정상적인 학교생활, 정상적인 인간관계, 정상적인 연애, 정상적인 취업 준비, 정상적인 일자리, 정상적인 출산 시기, 정상적인 은퇴 시기, 정상적인 삶 ··· 평생을 살아가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앞엔 ‘정상적인’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리고 정상적인 게 꼭 ‘좋은 것’이기도 하다. 그럼 ‘정상’에서 벗어나 ‘비정상’으로 분류되면 안 좋은 걸까? 그리고 도대체 ‘정상’은 누가 정하는 걸까? ‘정상적인 가족’ 한국에서 정상적인 가족은 뭘까. 아늑한 집에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그림을 말하는 건가. 그럼, 나머지는 비정상인가. 사회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분류되는 가족은 다양하다. 이혼가족, 사별가족, 미혼모가족, 한부모가족, 동성커플, 트랜스젠더의 가족, 입양가족, .. 2024. 2. 5.
서울에서 시골쥐로 살아남기: 중앙대 학생 주거에 대한 고찰 편집위원 손수민 사진촬영 손수민 인포그래픽 손수민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시골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시골쥐의 오랜 꿈은 '인서울'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었어요.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을 상상하는 시골쥐의 얼굴은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죠. 그렇게 시골쥐는 열심히 공부해 당당히 ‘중앙대학교’ 합격증을 손에 쥐었어요. 신이 난 시골쥐는 친구들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어요. "내가 드디어 서울에 간다니! 대학 생활이 너무 기대돼!" 쥐 친구들은 작은 손을 모아 박수 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어요. 그때 한 쥐가 물었어요. "근데 서울에 살 곳 있어?" “···” 순간 시골쥐의 표정은 어두워졌어요. 한숨만 푸욱 쉬던 시골쥐는 입을 열었어요. "나 어디서 살아야 하지..." 지금부터… 알아서 .. 2024. 2. 5.
放(내쫓을 방)구석: 구석으로 내쫓긴 자들 편집위원 김예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꾸 집으로 도망가게 돼요. 역시 난 안 되는구나 역시, 역시 난 안 돼." "다음 날 눈을 안 떴으면 좋겠어요. 모든 의욕이 없으니까, 희망도 없고‥"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때 떠올릴 수 있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인용 글은 6개월 이상 방 안에서 고립 생활을 한 ‘은둔형 외톨이’의 인터뷰 내용이다. 고립과 은둔. ‘잠깐이겠지’ 했던 슬럼프가 장기화하면 누구나 진단받을 수 있는, 이름 없는 병명이다. 이처럼 고립·은둔 청년과 우울증을 겪는 청년을 나눌 수 있는 경계선은 모호하다.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이다. 하루하루 그저 살아 내고 싶은 존재 ‘은둔형 외톨이’ 그들이 은둔과 고립을 택한 원인은 거창하지 않다. 청년 삶 실태조사에.. 2024. 2. 4.
영화 <브루클린>(2016)으로 보는 ‘동반자’의 의미 -중앙대학교 내 유학생들을 위한 시네마 레터- 수습위원 김연희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결심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 당신이 몸담고 있던 익숙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들, 능숙한 말과 쌓아온 추억들을 모두 남겨두고 생경한 어딘가에 떨어져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2016)은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 에일리스가 뉴욕 브루클린으로 떠나며 겪는 향수와 적응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에일리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그녀가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방황, 부적응의 정서를 담백하게 담아낸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가 고향인 아일랜드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에일리스는 마을에 딱 하나 있는 식료품점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마을이 워낙 폐쇄적이고 좁은 탓일까. 사장.. 2024. 2. 4.
Affirmative Action : 능력과 평등 너머 '우리'의 이야기 편집위원 석기범 Chap 1. 시작(start) 공정 : 공평하고 올바름. 사회적 다양성 : 사회 일반 서로 다른 유형의 사회 구성원들의 혼합. 또는 한 사회의 특수성과 개성. 질문(Question) “어 맞아. 나 사회배려자 전형 맞다고. 그래서 뭐 어떡할 건데? 이제 나도 쫓겨나는 거야?” 2013년 드라마〈상속자들〉. 주인공 김탄(이민호)과 최영도(김우빈), 그리고 차은상(박신혜) 배우 사이에서 일명 ‘사회통합 전형’ 이야기가 화두가 된다. 입학생들 간 전형 경쟁의 소재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회통합 전형(기회균형, 지역균형) 이외의 전형으로 본교에 입학한 독자들에게 묻는다. 입시 때 사회통합 전형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혹은 그 전형.. 2024. 2. 3.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편집위원 정다빈 을 보고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막막함과 공포였다. 단순히 영화가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 모습이 수진의 삶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이 사회가 종국에는 영화의 결말처럼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 수진의 남편인 현수의 몽유병에서 시작된다. 평화로운 삶에 닥쳐온 위험과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공간인 ‘집’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대상인 ‘가족’에게 닥친 위험. 그 무엇보다 위협적이고 두려운 상황이다. 은 현실을 기반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귀신이나 퇴마와 같은 소재를 강조하며 판타지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2024. 2. 3.
대학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보이나요 수습위원 김서현 당신은 대학을 왜 다니는가? 당신은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가? 필자가 스스로 이 질문을 처음 던진 건 작년 가을,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코로나 학번이었기에 첫 대면 대학 생활을 독일에서 맞이했다. 기존에 하지 못했고 또 안 했던 새로운 경험들과 다양한 나이, 성별, 전공, 출신의 친구들을 만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갔다. 나의 목소리를 내는 곳 ‘멘자(Mensa)’라고 불리는 독일의 학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소책자 하나를 받았다. 당시 국제 이슈였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토론회에 오라는 홍보 책자였다. 그날 이후로도 강연회, 토론회, 심지어는 ‘시위합니다’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거의 매일 받았다. 그 당시 쟁점이 되는 키워드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듣고.. 2024. 2. 3.
우리가 함께한 10년, 함께 할 내일 부편집장 곽경은 편집위원 윤성빈 2013년 12월 5일 목요일 살이 에는 12월의 날씨. 우리더러 야외 청소를 하란다. 며칠 전에 근로조건 개선 교섭 때문에 학교와 면담을 했다. 용역회사에 우리 명단을 넘겼다고 하던데 설마.. 이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용역회사는 이 날씨에 우리를 밖으로 내모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구나. 손이 다 튼다. 교섭 좀 하자고 장소를 요청했더니 우리에게 시설이용권한이 없단다. 우리는 무슨 기계인가? 청소만 하는? 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파업하는 중이다. 모두 밖으로 나왔다. 남편은 파업하고 시위하면 나더러 경찰서에 가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다. 사실 나도 걱정되고, 무섭다. 하지만 혼자는 아니니까. 우리 권리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올 겨울이 너무 춥.. 2024. 2. 3.
당신 곁의 퀴어, <레인보우 피쉬>를 만나다 편집위원 윤성빈 "우리 대학에 무지개 물고기가 산다?" 어릴 적 읽던 동화 . 주인공 무지개 물고기는 예쁜 비늘을 반짝이며 당당하게 바다를 헤엄칩니다. 바다는 무지개 물고기가 비늘을 반짝이며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안전한 곳이죠. 그럼 시선을 옮겨, 중앙대학교가 바다라 가정해봅시다. 무지개 물고기에게 이곳은 안전할까요? 여기 우리 학교에 사는 무지개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봄과는 또다른 설렘을 가진, 겨울의 캠퍼스에서 청룡탕으로 다시 돌아온 레인보우 피쉬의 이남기 씨와 권미강 씨를 소개합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남기: 안녕하세요. 이남기입니다. 오픈리게이이고, 레인보우피쉬의 대표입니다. 미강: 저는 권미강입니다. 레인보우피쉬의 운영진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 레인보우피쉬는 어떤 곳인가요.. 2024.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