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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4 가을겨울, 67호 <모범대학>20

전주, 북촌, 그리고 베니스 전 지구적 관광 열풍 속 주민들은 어디에 편집위원 노치원 반찬거리를 사러 집 밖으로 나섰다. 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흥정하는 언성으로 가득했다. 아무리 인파를 헤집고 두리번거려 도 식료품 기세는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 다만 구찌와 프라다의 매 장만이 오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할 뿐이다. 최근 환경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베니스. 내 사랑I Love Venice〉이 보여준 베니스 거주민들의 현실 이디-. 베니스 인 구는 14만 명에서 현재 6만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었지만 베니스의 하루 방문객은 10만 명이 넘는다. 남아있는 시민들은 ■이 도시는 밤이면 꺼져버리는 테마공원이 아니며 시민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연기자가 아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 비단 해 외토 픽에 불과한 이야깃거리.. 2021. 2. 1.
세월호 사건과 주권의 정치 수유너머 R 연구원 박정수 이제 그만 하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 농성이 76일 만에 청운동에 서 철수했다. 그들이 지키고 있던 것은 장소만이 아니라 특정한 시 간,즉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시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기억의 시공간(chronotope)을 지키려는 사람과 없애버리려는 사람으로 양분되고 있다. 기억을 둘러싼 이 정치 적 갈등에는 거의 무의식적이라 할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어서 이념이나 논리로는 좀처럼 풀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를 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나도, 슬퍼. 하지만 이제 그만 하자. 제발” 쯤으로 요약된다. 언론에서는 ‘세월호 피로감’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유가족을 향한 은밀한 '증오심’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의 심리상태는 .. 2021. 2. 1.
거리로 나온 극우, 부재하는 시민 유행하는 극우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편집위원 노치원 지난 9월 28일, 세월호 추모 리본을 철거하러 가위를 든 사람들이 광장에 모 였다. 해방 전후 악명 높았던 ‘서북 청년 단’의 재건을 꿈꾸며 그들은 거리로 나 섰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수복 일에 맞춰 계획한 그들의 모의는 결국 실패로 끝났 지만 이들의 행보가 단발성 퍼포먼스로 끝나진 않을 둣싶다.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회원들의 이른바 ‘폭식 투쟁’이 불과 몇 주 전 사건임을 떠올린다면, 이 들의 거리 투쟁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많은 보도에서 거리에 나온 이들을 '극우’라는 이름하에 묶어 내었다. 하지 만 극우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 어 보인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을 대개 극우라고 하지만, 민족주의와는 반대 노선인 .. 2021. 2. 1.
선거운동원 에세이, 길 위의 정치학 편집위원 제민수 대학 로망 누구나 대학생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해외 배낭여행, 내일로 기차 여행, 동아리 활동,캠퍼스 커플, 대외 활동, 자격증 취득, 악 기 연주, 다이어트 등. 거창한 것부터 소소한 것까지 사람마다 다 양한 대학 로망이 있다. 나 또한 많은 대학 로망이 있다. 특별한 것으로는 전국 명산 등반하기, TV 토론 프로그램 방청객 출연하기, 야구팀 원정 응원가기, 합창단 활동하기, 전공 관련 세미나 개최 하기 등이 있다. 능력이 부족해서든 의지가 부족해서든 아직은 이 루지 못한 대학 로망이 더 많다. 이런 나의 특별한 대학 로망 중 하나가 ‘선거운동원 아르바이트’ 였다. 선거운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 길 위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두꺼운 정치학 전공 교재가 가르쳐주지 못하는 살아있는 정치 .. 2021. 2. 1.
대학, 오늘 수습위원 이누리 2021. 2. 1.
하얀 원피스, 그녀의 담배연기 수습위원 장재원 누가 그랬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 자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 서 그날 저녁에 바로 그 사람이 좋아하던 하얀 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폈다. 그때 나를 발견하고 지었던 그 표정이 아직도 웃겨서. 그리고 통쾌해서 웃음이 나왔다. 미-치 배신당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 었던 그 사람은 이후로 내 손이 옷에 닿기만 해도 담배냄새가 배는 게 아니냐며 나를 비웃었고, 특히 하얀색 원피스를 입 고 온 날이면 더 심하게 나를 놀려댔다. 한 번은 이유를 물으며 화를 낸 적이 있는 데,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 다. •‘그야 너는 여잔데, 담배 피우잖아.” 이 럴 수가. 내가 여자인 것이 도대체 어떻게 그 비겁한 조롱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마침 이유를.. 2021. 2. 1.
군의 50가지 그림자 군인권센터 사무국 대한민국 군대는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매스컴의 이목을 끈 대형 사건들만 요약해보더라도 올해는 그 면면이 몹시 화려하다. ►연초에는 성추행을 당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 오 대위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군들의 인 권과 군대 내 성범죄가 군의 중대한 개선과제로 대두되었다. ► 5월 말에는 공군 복무 중 목숨을 끊 은 故 김지훈 일병의 유가족들이 헌병에 대한 의혹을 공론화시켰다.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한 모 중위가 유명 연예인의 친동생으로 밝혀지면서 일 파 만파로 퍼져나갔고, 결국 공군본부 로부터 철저한 재수사 약속을 받아내 는 일이 있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22일, 이 번에는 22사단에서 소위 ‘임 병장 사 건’으로 잘 알려진 총기난.. 2021. 2. 1.
탈핵으로 가는 길 편집위원 한동혁 2011년 3월, 세계 역사상 가장 커다란 핵발전소 사고가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에 이은 세 번째 대형 핵발전소 사고였다. 사고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규 모 9.0의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1〜 3호기의 전원 이 멈추면서 발생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체 르노빌 사고에 이어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7등급을 받았다. 1 이제는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던 대 형 원전 시고가 또 일어났다는 것에, 그 장 소가 세계에서 가장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일본이라는 것에 세계는 크게 놀랐 다. 후쿠시마 사고는 결국 인류가 핵발전소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쿠시마.. 2021. 2. 1.
의료민영화, 정부를 오해하지 마세요!...? 수습위원 신지영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된 환자가 병원에 갔다. 그에게 병원에서 한 진료는,‘약지 하나에 만 이천 달러,중지 하나에는 육만 달러’라 는 어마어마한 가격 소개였다. 결국 환자는 더 비싼 손가락 하나를 포기했다.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포기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식코〉에 나온 미국의 현실이다. 미 국은 현재 영리병원이 허가되어있고 민간보험이 활성화되어있는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국가이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자신의 손가 락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 의료민영화 이야기로 요즘 한국도 소란스럽다. 정부의 의료민영화를 규탄한다는 주장 아래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있었다. 또한 의 료 민영화 반대 국민서명이 200만 명을 돌파.. 2021. 2. 1.
집 없는 대학생, 떠도는 청춘 수습위원 권현지 올해 초 대학에 합격한 A씨는 기뻐할 새도 없었다. 지방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게 됐지만 살 곳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 믿었던 기숙사는 허무하게 떨어졌다. 서울에 계신 삼촌 댁에서 신세를 질까 생각도 했지만, 주위의 경험을 들 어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결국, 집을 알 아보기 위해 입학을 몇 주 앞두고 서울로 향 했다. 학교 앞 부동산을 여러 곳 돌아다녀 봤 지만 가격대비 괜찮은 방은 계약이 이미 다 끝났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원룸이 있었지만, 월세에 공고ᅡ금까지 더하면 감당하기 힘들 정 도로 비쌌다. 좀 더 알아보고 오겠다고 하고 부동산 문을 닫고 나 왔다. 대학생활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A씨의 눈앞은 캄캄해 졌다. “어디서 살아야 하지……” 주거비 부담, 누구도 피할 수 없.. 2021.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