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봄여름, 88호 <난기류>/사회3 공화를 꿈꾸며 수습위원 고지훈 서문: 계엄을 지나오며2024년 12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은 한밤중 기습적인 계엄을 선포하여 국회를 봉쇄하고 모든 정치 행위를 금지했다. 명백한 내란 행위다. 국회의 신속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불법적인 계엄 아래 국가공동체가 민주화 이전의 암흑기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엄이 다시 발생하기까지의 45년이라는 시간이다. 그 시간의 의미는 말 그대로 이번 계엄이 우리 사회를 1979년으로 퇴행시켰다는 데 있다. 마치 권위주의 정권의 끝자락처럼, 모든 의지와 자원은 위기를 해결하는 데 투여되었고 그렇게 치른 사회적 비용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부터 무너뜨렸다. 상황을 수습하는 데 헌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하면서,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밑바.. 2025. 7. 27. 사람이라는 로켓 사람이라는 이름의 로켓 편집위원 강시현 물과 맞바꾼 것 지난 3월 학교 앞으로 자취방을 옮겼다. 학교에서 한 시간 거리인 8평 가량 오피스텔에서 학교 중문의 다세대주택으로 이사오니 많은 게 달라졌다. 일단 비슷한 값에 집이 절반으로 줄어 4평이 되었고, 연달아 언덕과 언덕을 오르고서도 계단을 타야했고, 당연했던 엘레베이터와 경비실도 사라졌다. 내 생에 접하지 못했던 온갖 벌레가 방에 드나들었고, 심지어는 말벌이 환기시키는 찰나에 들어와서 경악했던 적도 있었다. 그 말벌이 내 현관문 위에 집을 짓고 있었으니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픈 그런 집이 내 집이 된 것이다. 그래도 언덕과 계단은 운동 삼아 오를 만했고, 줄어든 집도 억지로 적응하니 괜찮았고, 엘리베이터와 경비실도 그립긴 했지만 나름대로 적응됐다. .. 2025. 7. 26. 프리즘: 흩어진 빛의 조각들 편집위원 장희수 들어가며“당신이 우리를 대포 앞이나 칼날 앞에 두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 앞에 두었는데,어떻게 당신의 협박이나 생사의 위협이 나를 움직이겠는가?”-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 참정대신 한규설- 이번 겨울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던 그 순간부터 따뜻한 봄이 오길 무척이나 기다렸는데, 그 기다림을 비웃기라도 하듯 꽃샘추위는 물러날 생각을 않았다. 오히려 더 매서운 강풍과 함께 4월에는 강한 눈보라도 몰고 왔다. 덕분에 다시 움츠러든 꽃봉오리는 강한 생명력으로 그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만 했다. 4월의 눈을 밟으며 정동길을 걸었던 그때로 잠시 되돌아가 본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소리가 담벼락을 타고 넘어와 마음 한 켠에 얹힌 응어리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를 피하고자 발.. 2025. 7.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