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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8 봄여름, 74호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13

여성을 위한 병원은 없다 편집위원 타서 꽉 끼는 바지를 입을 때, 허리를 펴고 꼿꼿이 앉을 때, 생리가 끝나갈 즈음엔 항상 음부가 아팠다. 아픈 게 정상인지, 왜 아픈 건지 몰랐다. 물론 소음순을 잘라 통증과 불편함을 없애주는 수술이 있는 지도 몰랐다. 문제인지 모르는데 해결책을 찾는 건 불가능하니까. 한 외국인 유튜버를 통해 소음순절제수술이라는 걸 처음 접했다. 흔히 말하는 ‘소중이’에 칼을 대는 게 무서웠지만 수술을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구석으로 몰아넣기 소음순절제수술에 관한 정보를 찾을수록 수술을 해야겠다는 의지는 꺾여갔다. 정보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모순적으로 ‘해야겠다’는 강박도 생겨났다. 사람들의 평가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여성의 성기를 평가하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여성의 성기를 직접적인 조롱의 .. 2020. 4. 15.
무고죄가 무고(無告)를 낳는다 편집위원 김지수 2018년 대한민국에는 미투(me too) 운동의 물결이 거대하게 일렁이고 있다.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을 기점으로 한국사회 내에 공공연하게 존재하고 있던 성폭력의 실태가 드러났다. 지금도 사회적 억압과 가해자의 지위에 억눌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공론화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성폭력 무고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여성을 배제하는 펜스룰이 등장했다.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펜스룰로부터 성폭력 무고죄를 강화해야 하는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폭력 무고죄에 대한 논의는 미투 운동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최근까지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몇몇 연예인들이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이 화두.. 2020. 4. 15.
올림픽재해는 끝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현대올림픽은 1896년 이래로 100여 년에 걸쳐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가장 유명한 메가 스포츠이벤트인 올림픽이 2018년 2월 강원도에서 막을 올렸다. 13조 원의 예산과 전 국민의 관심을 쏟아부은 화려한 축제는 29일 만에 막을 내렸고, 이제 남겨진 것들을 떠안을 차례가 되었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미디어는 올림픽이 “인류가 스포츠를 통해 평화로운 경쟁을 하고 화합과 번영을 이룩하는 만남의 장”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이 전 인류의 공공재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 전제는 틀렸다. 올림픽에는 명백한 소유권자가 있다.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다. .. 2020. 4. 11.
채식릴레이 수기 이번 학기 중앙문화는 동물권을 지키기 위해 채식 릴레이를 실천했다. 비건의 삶은 어떤지 거만하게 체험하는 일회적 이벤트는 아니다. 중앙문화에 채식 문화가 자리 잡는 계기였으며 몇 구성원에겐 지속적인 채식주의자가 되는 첫 걸음이 되기도 했다. 이에 중앙문화는 일주일에 두 명씩 채식주의자가 되어 겪은 경험들을 공유한다. 독자 여러분도 중앙문화의 도전에 힘입어 조금씩 육식 습관을 덜어낼 수 있길 응원한다. 그래 한 번 해보지 뭐! 편집위원 김윤진 16살 즈음 때까지만 해도 삼겹살을 먹지 않았다. 징그러워서였다. 다른 고기들까지 모두 먹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고기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 막연한 거부감은 거대한 구조에서 기인했던 것 같다. 불판 위에 서 타고 있는 살덩어리가 어떻게 살아있는 돼지에서 .. 2020. 4. 11.
채식'주의'는 선호가 아니다 편집위원 김윤진 “나 채식해” “왜, 다이어트해?” 채식주의는 개인적인 선호가 아니다. 비윤리적인 축산산업,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 내린 육식 습관을 부정하는 실천이다. 일상은 제도권 못지않게 정치의 영역이다. 불공정한 계약관계에 대한 거부의 일환으로 ‘공정거래 커피’를 마신다. 여성과 아동 노동착취에 반대하기 위해 ‘H&M 불매운동’을 하기도 한다. 채식도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가치관을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이다. 채식주의는 살을 빼기 위한 혹은 편식에 의한 단순 선호가 아니다.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건 우리가 무엇에 반대하는지 또 어떤 지향점을 가지는지 보여준다. 육식에 대한 거부는 배려해야 할 개인의 가치관 그 이상으로 보편적인 ‘옳음’을 실천하는 행위이다. 당신은 종차별주의자인가요? 동물을 떠올렸.. 2020. 4. 11.
학생, 연구자, 노동자 그 사이 어딘가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나다 인터뷰 진행 및 편집 : 편집위원 홍용택 인터뷰 정리 : 수습위원 임시동, 편집위원 신동우 학내에도 일하는 학생들이 있다. 근로장학생, 조교, 연구원들이 일한다. 대가는 장학금으로 돌아온다. 노동하지만 노동하지 않는다. 장학이라는 말이 언제나 걸림돌이 된다. 동국대학교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학내 청소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고 그 자리에 근로장학생을 모집했다. 동국대학교는 근로장학생에게 “좋은 아르바이트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 말했다. 성균관대학교는 행정조교 대량 해고 사태에서 조교들이 받는 돈은 장학금이기에 해고가 아닌 장학금기간만료라고 일축했다. “좋은 아르바이트”라는 말에서 대학은 학생을 노동력으로 다룬다. 해고가 아니라는 말에는 대학이 학생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대학에서 노.. 2020. 4. 11.
전공개방모집제도,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편집위원 조용주 편집위원 박기현 대학본부는 지금껏 수차례 기존의 학과제에 변화를 시도했다. 한 해 걸러 한 번꼴이었고 대부분 대학본부의 의지가 관철됐다. 그것을 구조조정, 광역화라 불렀다. 이번에 본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전공개방모집제도는 구조조정, 광역화로 불리지 않는다. 통·폐합을 하지도, 학과의 틀을 넘어서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개방모집제도를 구조조정, 광역화와 동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전공개방모집제도는 구조조정과 광역화에서 교묘하게 두어 발 물러난 결과다. 방식은 구조조정부터 전공개방모집제도까지 변했지만 큰 틀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전공개방모집제도는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제도다. 위의 그림 A는 기존의 학과제다. 정시와 수시를 모두 학과 단위로 뽑는다. 그림 B는 전공개방모집제.. 2020. 4. 11.
무관심 속의 학생 자치, 그 탈정치화에 관하여 수습위원 최근우 “투표하고 가세요!” 매 학기 초, 광활한 경영경제관 1층 로비를 가득 채우는 목소리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후보자, 선거 운동본부원들의 구호이다. 교정을 울리는 이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이 될 때가 많다. 60대 총학생회 ‘온’은 연장투표 끝에 55.82% 투표율을 기록하며 힘겹게 당선되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57, 58, 59대 총학생회 역시 연장투표 과정 끝에 당선되었으며, 작년 11월 경영경제대학 단과대 학생회 선거 또한 연장되어 54.72%의 투표율로 겨우 마감되었다. 학생을 대표하기 위해 존재하는 학생기구가 학생의 관심 밖에 있다.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 혐오 ‘정치적 무관심’은 요즘 활발히 진행되는 청와대 청원이나 지난 촛불 대선 등으로 볼 수 있는 일련의 시대 상.. 2020. 4. 11.
현실적 합리성이라는 익숙함 편집위원 신동우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학생들과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수업이 시작된다. 교실에 들어와 빈자리에 앉는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몇 명쯤 들으려나. 내심 많지 않기를 바란다. 학칙 상 한 수업의 재적인원이 20명 이하일 때 절대평가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40명, 60명, 70명... 운이 없으면 20명을 살짝 넘긴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50명의 수강생이 있는 강의를 듣는다고 해보자. 머리가 빠르게 굴러간다. 50명의 35%면 17.5명, 17등 안에 들어야 A를 받는다.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의미에서 둘러본다. 내 위로는 몇 명 쯤 있으려나? 부끄럽지만 내 얘기다. 학점관리의 필요성이 피부로 와 닿진 않지만 현재의 취업난을 보면 .. 2020. 4. 11.
바꾸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편집위원 김지수 편집위원 조용주 미투운동 이후에도 학내 성차별 문화는 여전하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 타임이다. “가까이 보이는 여자분이 필기하실 때마다 책상에 가슴 눌리거나 얹어놓고 하시는데 집중 안된다”, “남자들아 우리는 위 디든트(We Didn’t), 유 투(You Too) 운동하자” 등의 성희롱 발언부터 미투 조롱 발언까지 다양한 성차별적 발언이 난무한다. 이러한 성차별 문화는 여전히 일상 속 성폭력을 문제로 인식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성폭력회칙 제정을 비롯한 제도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반성폭력 회칙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준수하고 따르려는 학생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반성폭력 회칙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진다. 즉, 제도와 인식 개선.. 2020.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