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호보기/2020 가을겨울, 79호 <비가역: 다시 돌아갈 수 없는>16

민달팽이에게는 집 주소가 없다 편집위원 김지우 집이 주는 안락하고 편안한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유효할까. 오늘날 청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는 일이 다소 '꼰대'스러운 질문이라면,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묻는 일은 이제 목표와 포부를 가늠하는 질문과 다를 바 없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다는 대답은 곧 어떤 사회 계급에 속하고 싶다는 선언에 가깝고, 실제로 우리의 대답도 부촌의 지명을 넘어 아파트 이름으로까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은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정의내리는 일도, 어떻게 하면 그곳에서 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일도 어려울 뿐이다. 때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에덴 동산을 올려다보는 아담과 하와처럼 막막하기까지 하다. 우리에게 '좋은 집'은 아득하게 멀리 있는 것처럼 느.. 2020. 12. 25.
우리가 사는 법 ― 중앙대학교 주거 실태 조사 편집위원 김지우 수습위원 김아영 취재 지원 편집위원 권혜인 대학생들에게 '어디서' 사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화제다. 하물며 처음 친해질 때에도 '너 통학(자취)해?' 혹은 '너 기숙사 살아?'하고 묻지 않는가. 으레 통학생에게는 걱정과 위로가, 자취생이나 기숙사생에게는 부러움이 뒤따른다. 물론 통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닐 테다. 특히 자취 라이프를 향한 로망은 로망일 뿐 나가 사는 일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사실도 실감한다. 우리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앙대학교 학생 중 무작위 표본 55명을 대상으로 현재 주거 생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니 우선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실태를 파악해 볼 목적이었다. .. 2020. 12. 25.
계속되는 대싸강 시대, 과연 등록금을 찾았을까요? 편집위원 권혜인 하나, 학교본부는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한 의무 불이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라. 하나, 학교본부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명확한 입장을 표하고,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시급히 착수하라. - 중앙대 다수 학생 대표자 성명문 ‘실종된 등록금을 찾습니다’ 중앙대 학생 대표자들은 등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본부에 대해 위와 같은 성명문을 발표했다. 는 지난 호의 ‘대싸강 시대, 등록금을 찾습니다’라는 기사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 과정 속 대학본부와 학생 간 비대칭적 소통구조를 짚었다. 지난 학기 내내 등록금 반환은 안된다는 태도를 취하던 본부가 1학기가 끝난 후 6%의 등록금을 반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2학기에도 학생사회에서 .. 2020. 12. 24.
서울캠퍼스 마스터플랜, 어디까지 왔나 부편집장 김시원 “학생회관과 자연대 건물이 철거되고, 도서관과 공학관을 연결하는 곳에 건물을 지을 계획” -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 2019 리더스포럼 “본관 건물과 전산정보관, 서라벌홀을 헐고 그 자리에 본관 내지는 종합 강의동을 대규모로 지을 계획” - 이산호 행정부총장, 2020 리더스포럼 “자연과학대학, 본관, 전산센터, 서라벌홀까지 연계하여 재건축하는 작업을 시행하면 공간부족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 -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 2017 리더스포럼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꽤 있다. 그 건물 앞을 지나가면서, 혹은 그곳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 건물은 언제 없어지나?’ 정확하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그 건물은 사라질 것.. 2020. 12. 24.
우리가 없는 학교 2020. 12. 24.
윤리적 상상력이 필요한 21세기 SF 박상준 (서울 SF 아카이브 대표) 코로나19에 SF적 상상력이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극단화되면서 모두들 대면 접촉을 꺼리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죄다 혼자 산다. AI로봇들이 극진하게 시중을 드는 덕분에 일상생활은 불편이 없다. 타인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일을 죽음만큼 두려워해서 부부관계도 사라지지만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인류의 대는 이어진다. 사실 이건 이미 60년도 더 전에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낸 소설 (1957)에 나오는 설정이다. 과연 이런 세상이 정말 올까? SF가 제시하는 다양한 미래 전망들의 출발점은 개연성이 아니라 성찰이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과학적 상상력보다는 윤리적 상상력의 빈곤인 것이다. 종말을 꿈꾸는 은밀한 .. 2020. 12. 24.
기억하고 낙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읽는 이야기, <소녀 연예인 이보나> 황가현 (한양대학교 학부생) 가끔, 거리 위의 모든 사람이 각자분(分)의 이야기를 갖고 산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곤 합니다. 우리는 나만의 이야기를 친구와, 가족과, 남과 나눕니다. 그 속에서 서로의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하나의 무늬를 만들기도 하지요. 이야기는 이렇게 기억되고, 살찌워지고, 또 보존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철저히 수납되고 배제되어온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존재도 모른 채 숨겨져 있던 이야기 중 몇몇은 풍화되어 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오래 회자되고 사랑받는 이야기는 주류가 되고, 제도를 형성하며 더욱 견고해질 테고요. 어떤 이야기들에 시간은 서로 다르게 작용합니다. 즉, 우리는 ‘기억됨’의 기회조차 불공평한 세상에서 이야기를 듣고,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토록 혐오와 배제가 .. 2020. 12. 24.
채식 한끼, 괜찮을지도? 수습위원 김아영, 황혜현 2020. 12. 24.
‘공짜 밥’ 기본소득을 논하다 2020 가을겨울 편집위원 문민기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민생경제 역시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었다. 병들어가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은 앞다퉈 다양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그중 전주시 지역경제 지원정책이 촉발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타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이를 본떠 지역 화폐와 현금을 비롯한 재난 소득의 도입을 고민하고 나섰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재난지원금’이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무조건적 소득을 보장하는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경제 정책이었다. 한 차례의 재난지원금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라 경기는 되살아나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은 ‘n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돌파구를 모색했다. 진보와 보.. 2020. 12. 24.
청년 정치, 찰나에 그치지 않으려면 편집위원 문민기 올해 선출된 21대 국회의 평균 연령은 54.9세. 55.5세를 기록한 직전 20대 국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늙은’ 국회가 되었다. 선거법 개정과 시민의식 고취에 따라 새롭게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유권자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반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정치권의 나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청년 유권자와 정치 사이의 시차는 청년 유권자의 목소리가 정치라는 공론장에 제대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성 정치가 이야기하는 ‘청년’은 그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팬데믹 상황에서 청년 세대를 둘러싼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이전부터 접해왔던 등록금 문제와 주거난, 취업난은 전염병과 함께 더욱 기.. 2020.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