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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349

맘상모가 없어도 되는 세상 수습위원 김서윤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시를 휩쓸고 있다. 임대료 인상으로 문을 닫는 가게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법대로 하는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임차인이 을의 횡포를 부린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너무 자주 벌어지는 바람에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제 일상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권리와 법익을 대변하여 상가보존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이다. 맘상모는 2013년 ‘우장창창 분쟁’ 당시 결성됐다. 이 사건에서 임대차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상인들이 가게 주인이었던 서윤수 씨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이후 그들은 부당하게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상인들을 위해 힘써왔다. 그리고 상가임대차보호(이하 상임법)의 맹점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지.. 2021. 2. 1.
전주, 북촌, 그리고 베니스 전 지구적 관광 열풍 속 주민들은 어디에 편집위원 노치원 반찬거리를 사러 집 밖으로 나섰다. 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흥정하는 언성으로 가득했다. 아무리 인파를 헤집고 두리번거려 도 식료품 기세는 끝끝내 나오지 않는다 다만 구찌와 프라다의 매 장만이 오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할 뿐이다. 최근 환경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베니스. 내 사랑I Love Venice〉이 보여준 베니스 거주민들의 현실 이디-. 베니스 인 구는 14만 명에서 현재 6만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었지만 베니스의 하루 방문객은 10만 명이 넘는다. 남아있는 시민들은 ■이 도시는 밤이면 꺼져버리는 테마공원이 아니며 시민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연기자가 아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 비단 해 외토 픽에 불과한 이야깃거리.. 2021. 2. 1.
세월호 사건과 주권의 정치 수유너머 R 연구원 박정수 이제 그만 하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 농성이 76일 만에 청운동에 서 철수했다. 그들이 지키고 있던 것은 장소만이 아니라 특정한 시 간,즉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시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기억의 시공간(chronotope)을 지키려는 사람과 없애버리려는 사람으로 양분되고 있다. 기억을 둘러싼 이 정치 적 갈등에는 거의 무의식적이라 할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어서 이념이나 논리로는 좀처럼 풀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를 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나도, 슬퍼. 하지만 이제 그만 하자. 제발” 쯤으로 요약된다. 언론에서는 ‘세월호 피로감’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유가족을 향한 은밀한 '증오심’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의 심리상태는 .. 2021. 2. 1.
거리로 나온 극우, 부재하는 시민 유행하는 극우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편집위원 노치원 지난 9월 28일, 세월호 추모 리본을 철거하러 가위를 든 사람들이 광장에 모 였다. 해방 전후 악명 높았던 ‘서북 청년 단’의 재건을 꿈꾸며 그들은 거리로 나 섰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수복 일에 맞춰 계획한 그들의 모의는 결국 실패로 끝났 지만 이들의 행보가 단발성 퍼포먼스로 끝나진 않을 둣싶다.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회원들의 이른바 ‘폭식 투쟁’이 불과 몇 주 전 사건임을 떠올린다면, 이 들의 거리 투쟁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많은 보도에서 거리에 나온 이들을 '극우’라는 이름하에 묶어 내었다. 하지 만 극우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 어 보인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을 대개 극우라고 하지만, 민족주의와는 반대 노선인 .. 2021. 2. 1.
소통 '좋아요', 갈등 '싫어요', 행동 '안 해요!' 중앙문화 편집부 4월 11일, 서울캠퍼스 대운동장에 2,000명의 의혈 학우가 모였다. 다들 열띤 마음으로 모였지만, 총회가 성사될 거라고 굳게 믿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란 듯이 총회가 성사되자 대운동장에 모인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윽고 교육여건 개선, 국가장학금 2유형 미지급 사태에 대한 해결 촉구, 구조조정 마스터플랜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학우들의 목소리가 대운동장을 가득 매웠다. 안건 발제 후 투표가 진행되었고, 개표 결과 4개의 안건 모두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총학생회는 가결된 안건과 요구안을 본부에 전달했다. 7년 만에 성사된 학생총회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달라진 것은 없다. 회칙상 학생총회는 ‘총학생회의 활동에 관한 최고 의결권’을.. 2021. 2. 1.
선거운동원 에세이, 길 위의 정치학 편집위원 제민수 대학 로망 누구나 대학생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해외 배낭여행, 내일로 기차 여행, 동아리 활동,캠퍼스 커플, 대외 활동, 자격증 취득, 악 기 연주, 다이어트 등. 거창한 것부터 소소한 것까지 사람마다 다 양한 대학 로망이 있다. 나 또한 많은 대학 로망이 있다. 특별한 것으로는 전국 명산 등반하기, TV 토론 프로그램 방청객 출연하기, 야구팀 원정 응원가기, 합창단 활동하기, 전공 관련 세미나 개최 하기 등이 있다. 능력이 부족해서든 의지가 부족해서든 아직은 이 루지 못한 대학 로망이 더 많다. 이런 나의 특별한 대학 로망 중 하나가 ‘선거운동원 아르바이트’ 였다. 선거운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 길 위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두꺼운 정치학 전공 교재가 가르쳐주지 못하는 살아있는 정치 .. 2021. 2. 1.
대학, 오늘 수습위원 이누리 2021. 2. 1.
하얀 원피스, 그녀의 담배연기 수습위원 장재원 누가 그랬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 자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 서 그날 저녁에 바로 그 사람이 좋아하던 하얀 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폈다. 그때 나를 발견하고 지었던 그 표정이 아직도 웃겨서. 그리고 통쾌해서 웃음이 나왔다. 미-치 배신당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 었던 그 사람은 이후로 내 손이 옷에 닿기만 해도 담배냄새가 배는 게 아니냐며 나를 비웃었고, 특히 하얀색 원피스를 입 고 온 날이면 더 심하게 나를 놀려댔다. 한 번은 이유를 물으며 화를 낸 적이 있는 데,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 다. •‘그야 너는 여잔데, 담배 피우잖아.” 이 럴 수가. 내가 여자인 것이 도대체 어떻게 그 비겁한 조롱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마침 이유를.. 2021. 2. 1.
오랫동안 쓰였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② 중앙대분회장 윤화자 씨 대학원 지하 2층은 미술 실기 용품에서 나는 쾌쾌한 냄새로 가득했다. 주의를 기울여 찾지 않으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만한 곳. 계단 밑 조그만 문에 적힌 ‘휴게실’이란 글자만이 청소노동자들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휴게실 안은 외풍이 심해 외풍차단 비닐을 붙여놨지만 냉냉함은 여전했다. 이따금씩 바람이 창문을 치고 달아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 (중앙대분회) 분회장 윤화자 씨를 만났다. 그녀는 2008년 5월 중앙대학교에서 청소일을 시작했다. 2009년부터 1년 동안 학교 일을 그만두고 개인장사를 하다 2010년 11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젊었을 때는 그냥 주부였어요. 그러다 IMF가 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렵기 시작해 .. 2021. 2. 1.
알파고를 맞이하며 - 기술발전과 실업 혹은 경제의 규정성과 정치적 자율성 스츠(자유기고가) 1. 알파고라는 오래된 미래? 2016년 3월 15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끝났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 일본에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지능이라는 오래된 (하지만 언제나 미래형이었던) 개념은 이제, 알파고라는 구체적인 실체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도 있었다. 일을 인공지능이 하고, 인간은 누리기만 하는 세상, 혹은 정반대로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라는 종말론적인 미래를 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은 정말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알파고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가면 어쩌지?’ 이미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워진 상황, 실업.. 2021.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