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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79호 <비가역: 다시 돌아갈 수 없는>/대학

서울캠퍼스 마스터플랜, 어디까지 왔나

by 중앙문화 2020. 12. 24.

2020 가을겨울, 79호 <비가역: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부편집장 김시원

 

 

학생회관과 자연대 건물이 철거되고, 도서관과 공학관을 연결하는 곳에 건물을 지을 계획

-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 2019 리더스포럼

본관 건물과 전산정보관, 서라벌홀을 헐고 그 자리에 본관 내지는 종합 강의동을 대규모로 지을 계획

- 이산호 행정부총장, 2020 리더스포럼

자연과학대학, 본관, 전산센터, 서라벌홀까지 연계하여 재건축하는 작업을 시행하면 공간부족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

-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 2017 리더스포럼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꽤 있다. 그 건물 앞을 지나가면서, 혹은 그곳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 건물은 언제 없어지나?’ 정확하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그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 이 엄청난 계획들은 학교가 직접 발표한 것이니 말이다.

  공간 문제는 늘 학내 주요 의제였다. 중요하기도 하지만, 고질적이었기 때문이다. 중앙대 서울캠은 많은 건물이 노후했을 뿐 아니라 심각한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수업을 들을 곳도, 자치 활동을 할 곳도, 쉴 곳도 너무나 부족하다. 수치로 표현하자면, 중앙대의 교지확보율은 29.8%이며 사립대 평균 교지확보율[각주:1]195.6%.[각주:2] 학생들의 공간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한 대학본부의 답이 바로 서울캠퍼스 마스터플랜이다. 앞서 언급한, 서너 채의 건물을 허물고 두 채의 신축 건물을 올리겠다는 실로 엄청난 계획 말이다. 고질적인 공간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스터플랜의 첫 시작은 경영경제관(310) 신축이었고, 그를 위해 학생회관과 학생문화관이 철거됐다. 용적률 때문이었다.[각주:3]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비좁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기본적인 시설이 미비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족한 자치 공간도 여전하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사 일정 진행으로 캠퍼스는 텅 비었다. 강의실의 문은 굳게 닫혔고, 많은 자치 공간들의 이용이 금지됐다. 캠퍼스를 즐길 기회가 없었던 올해 신입생들에게 공간 문제는 낯선 의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학교의 공간은 학습, 자치, 휴식 등의 모든 활동을 하기 위한 기반이며,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공간을 얻어내기 위해, 그리고 보다 좋은 공간을 학습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투쟁해왔다.

  올해 923일 열린 리더스포럼에서 마스터플랜 2단계 구상안이 발표됐다. 20167310관이 완공된 후 4년 만이다. 마스터플랜의 남은 단계가 시행된다면, 서울캠의 공간 문제는 정말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까?

 

마스터플랜, 그게 뭔데?

  서울캠의 전반적인 공간 재배치 계획인 마스터플랜은 8년 전인 2012년에 처음 공개됐다. 본부가 2004년 발표했던 ‘Dragon 2018 캠퍼스플랜이 학교의 여건과 상황 변화로 실행이 어려워져 수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Dragon 2018 캠퍼스 플랜'의 자료를 보면, 중앙에 흐르는 물길을 기준으로 좌측에 100주년기념 도서관, 우측 상단에 기념 타워 및 본부, 우측 하단에 학생회관 및 인문관(원형 건물), 인문관 뒤쪽에 사회과학관을 세울 계획이었다. 사회과학관이 지금의 법학관이며, 도서관은 당시의 계획에서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또한 현재 310관이 들어선 대운동장이 남아있고 그를 제2공학관, 신공학관이 감싸고 있다.[각주:4]

▲ 2012년 공개된 서울캠퍼스 마스터플랜 조감도 ⓒ간삼건축 (본 조감도에 의하면 서라벌홀, 본관, 전산정보관, 수림과학관 등이 철거되고 중앙도서관 앞은 평지가 된다.)

  마스터플랜의 설계를 담당한 ()간삼건축이 2012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대 서울캠에는 학문 단위별 클러스터와 경사 지형을 활용한 큰 외부 공간이 조성된다. 또한 마스터플랜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크게 5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310관 신축은 그 첫 단계였다. 이후 자연공학관, 인문사회관, 의약학 클러스터 등을 점진적으로 신축하고, 더불어 기존 시설 철거 및 리모델링 등을 통해 교사 확보 및 교육 공간을 점차 넓혀간다는 것이다. 310관은 20139월부터 35개월의 공사 끝에 20162학기부터 정상 운영됐다. 이용구 전 총장은 310관의 설립을 두고 우리 학교의 만성적인 공간 문제가 해결되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말했다.[각주:5]

  그러나 310관이 완공된 이후에도 공간 문제는 계속됐다. 최근 몇 년간 리더스포럼에서 공간은 단골 주제였으며, 마스터플랜도 꾸준히 언급되었다. 2017년엔 동아리연합회가, 2018년엔 약학대학,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이, 2019년엔 인문대와 경영경제대학이 공간 관련 요구를 들고 총장단 앞에 섰다.

  17년 정인준 동아리연합회장은 학생회관을 이전하는 과정[각주:6]에서 소통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을 진행하게 된다면 학교 측에서 마련한 계획을 먼저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에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은 확정은 아니지만 다음 구상은 자연과학대학, 본관, 전산센터, 서라벌홀까지 연계하여 재건축하는 작업이라며 이를 시행하면 공간 부족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상반기에 열린 리더스포럼에서는 인문대 강현구 학생회장이 서라벌홀 재건축 진행 상황을 물었다.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은 서울캠퍼스 공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말씀드리겠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2개의 건물이 더 들어설 겁니다. 학생회관과 자연대 건물이 철거되고, 구 학생회관 건물이 있었던 도서관과 공학관을 연결하는 곳에 건물을 지을 계획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본관, 전산정보관, 서라벌홀을 헐고 그 자리에 본관이나 종합 강의동을 대규모로 하나 더 올리는 계획이 마스터플랜의 결정판입니다. 용적률이 꽉 차서 더 이상 건물을 헐지 않고는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순서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에 덧붙여 신축 건물을 짓기 위해 재단에 200억을 차입했는데 21년에 상환이 끝나서 이후부터는 신축 건물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해 하반기 리더스포럼에서 김창수 전 총장은 대략 오는 2022년부터 새로운 건물 설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201910월 중앙대학교 홈페이지에 산학협력관 및 창업발전소(캠퍼스타운 거점센터) 신축 추진에 대한 공지와 함께 마스터플랜 조감도가 올라왔다. 첨부된 조감도는 12년 공개된 자료와 대체로 비슷하나 중앙도서관 앞 경사 공간 활용, 의학관 신축, 청룡연못의 이동 사항이 삭제됐다.

※ ① 산학협력관 및 캠퍼스타운 거점센터 I 위치 / 캠퍼스타운 거점센터 II 위치

해당 신축 사업은 서울캠의 신규 확보 공간 활용 극대화와 서울시 캠퍼스타운과 연계한 청년 창업지원, 그리고 산학협력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인프라 확대 등 서울캠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그리고 올해, 본부는 리더스포럼에서 2단계 사업인 205관과 201관 개발 구상안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이 공개된 지 8년 만에 2단계 사업의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205관은 현재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앙도서관과 봅스트홀 사이에, 201관은 서라벌홀, 본관, 전산정보관 쪽에 신축될 예정으로 전부터 언급된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시계획 인가를 받은 상황이고,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는 계획 중에 있다는 진행 상황을 밝혔다.

  본부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산호 행정부총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상컨대 대략 학교의 손실이 390억 정도지만 본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캠퍼스 마스터플랜에 따른 건물 신축·철거 계획>

 

정말 마스터플랜만 믿고 기다려도 되는 걸까

  “공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준다는 마스터플랜은 말 그대로 계획이다. 삽을 뜨기 전까지 어떤 변경 사항이 있을지 알 수 없고, 다 지어지기 전까진 언제부터 건물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마스터플랜의 세부 내용은 계속해서 수정되고 있고, 일정에도 변동이 있어 왔다. 마스터플랜의 시작이었던 310관은 공사 전 서류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반년 넘게 지연됐다.[각주:7] 2016년에는 신공학관, 즉 올해 발표된 205[각주:8]의 신축은 영구적으로 연기됐다고 발표된 바 있으나[각주:9] 올해 다시 우선순위로 올랐다. 이렇듯, 본부의 계획은 지속적으로 연기되고, 변경됐다.

  본부는 특히 올해 리더스포럼에서 건물의 용도와 완공 시기를 현재는 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산호 행정부총장은 초기 마스터플랜 내 201·205관 건물명으로 건물 용도를 예단하지 말아달라신축 후 건물 용도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완공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서류를 준비해서 통과하는데 3년 정도가 소요되고, 그 이후에 건물을 짓는데도 최소한 3년이 소요된다며 “(내년에) 시작은 하지만 변수가 많아 몇 년도에 끝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본부는 초기 2023년까지 5단계 걸친 마스터플랜을 실행하겠다고 목표했으나, 현재 진행 상황으로 보아 2023년까지는 2단계의 실현도 어려워 보인다.

  아직 시작도 안한 공사의 끝을 단언하기가 어려운 건 당연하다. 이후 변동이 생길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본부는 지속적으로 공간 문제 해결을 마스터플랜에 미뤄왔다. 중앙대의 지긋지긋한 공간 문제를 해결할 마스터 키같은 존재인 마스터플랜이 이토록 불투명하다면 학생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철거될 건물은 정해져 있는데, 신축 건물의 용도는 알 수 없으니 우린 어디로 갈 수 있는 건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더욱이 본부는 철거될 예정인 건물의 시설 개보수를 위한 투자를 아끼고 있다. 2019년 리더스포럼에서 조성일 전 행정부총장은 “203관이 낙후된 것을 대학본부도 잘 알고 있는데 철거가 계획된 건물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이 쌓여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분적인 개선은 하더라도 큰 틀의 리모델링은 낭비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마스터플랜이 실현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건물이 지어지려면 최소 6년은 걸린다는데, 졸업이 다가온다면 그저 체념해야 하는 걸까. 허물어질 건물이라 큰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게 본부의 입장이라면, 곧 허물어질 건물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어떤지, 중앙문화는 듣고 싶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철거 계획 건물인 서라벌홀, 수림과학관을 사용하는 인문대와 자연과학대, 심각한 노후 문제를 겪고 있는 공과대학의 대표자들을 만나보았다.

 

기본도 못 갖춘 건물들

  본부가 곧 허물 것이라는 건물들은 이미 무너져가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낙후됐다. 각 대표자들은 학생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 개선 요청을 지속적으로 학교에 전달했다. 인문대 전유진 학생회장(역사학과 3)“(단위요구안에) 60여 가지 정도의 요구를 써서 제출했고, 대부분이 공간이나 시설 관련 문제였다고 밝혔다. 작년 10서라벌홀 교육환경 보장을 주제로 열린 인문대 학생총회에 이어 올해에도 공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 것이다.[각주:10] 그 결과 올해 창호 교체, 내년엔 화장실 리모델링, 내후년엔 냉난방기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전유진 학생회장은 현재의 서라벌홀이 뭐 하나만 바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태라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변화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출한 단위요구안에 대해서도 반 정도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학생 대표자뿐 아니라 인문대학 학장 손정희 교수(영어영문학과) 또한 서라벌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보수를 통한 시설 유지가 어느 정도 되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 환경을 생각했을 때 개선이 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통일공대 공승환 학생회장(건축공학전공 4) 역시 시설 개보수를 꾸준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건축 설계실이 리모델링됐고, 전산실 장비나 환경 개선이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 있는 시설에 대한 개선은 건물이 너무 오래돼서 아무리 해도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자연과학대 이재유 학생회장(생명과학과 3)은 코로나 사태에서 학사의 안정이 우선이라 판단하여 공간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지 않았으나 수림과학관의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고, 지난 몇 년간 수림과학관의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공승환 학생회장은 개보수에 돈을 더 쏟지 않겠다는 학교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학생 대표자로서 학교가 좀 더 투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유진 학생회장은 건물을 허물 거니까 투자를 안 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본부의 현재 태도가 사실상 방임에 가깝다고 말했다.

  시설 노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절대적인 공간 부족이었다. 강의실, 팀플룸, 자치 공간, 심지어는 교수의 연구실까지 너무나 부족하다. 전유진 학생회장은 강의실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공간이 부족해 한 강의당 수강 인원이 많아진 콩나물 강의실의 불편을 토로했다. 각자 가방을 놓을 공간도 없이 어깨가 맞닿은 채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팀플룸은 한 개가 전부고, 그마저도 작년까지 사과대, 사범대와 나눠 사용했다. 자치 공간의 현황에 대해서는 세 개의 인문대 동아리 중 동아리실을 가지고 있는 동아리는 밴드 동아리뿐이라고 답했다. 이재유 학생회장은 현재 교수님들의 연구실이 부족해 다른 건물의 빈자리를 찾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공승환 학생회장은 현재 공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학생자치 공간이 사실 학생의 공간이 아닌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행정적으로 보면 교수님의 연구실로 배정이 되어있는데 교수님이 배려를 해주셔서 그냥 써오다 보니까 관례적으로 쓰고 있는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방을 빼야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대표자들이 시설 개선보다 우선하여 요구한 것은 추가적인 공간이었지만, 이는 거의 거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승환 학생회장은 학교에 310관의 공간을 배정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했으나, 신설과에 배정해야 할 공간이 있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고 밝혔다.

 

신뢰할 수 없는 본부

  이런 공간 문제들을 마스터플랜이 모두 해결해줄 것이라는 게 본부의 입장이지만, 대표자들은 마스터플랜을 포함하여 본부가 공간 문제를 대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올해 리더스포럼에서 신축 예정이라 발표된 201, 205관의 용도가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여럿 제기되었다.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에서 전유진 학생회장은 건물 용도를 예단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서라벌홀을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이 신축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질의했고, 이산호 행정부총장은 지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불안함은 말 한마디로 해결될 수 없다. 이재유 학생회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방학 행정실에 마스터플랜에 대해 문의를 했을 때 의학관 쪽에 새로운 이공계 건물을 신축해 자연과학대의 연구실 및 강의실을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의 용도는 차후 정할 것이라는 본부의 입장과 대비된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내가 받은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반영되기 위해서는 건물의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공승환 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제일 중요한 건 그 건물을 누가 쓰게 되는 지고, 사용하는 당사자들한테 의견을 구하고 건물을 짓는 게 맞다지금 학교는 새로 건물을 지을 때 사용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마스터플랜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이재유 학생회장은 현재 본부는 공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개선할 강한 의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정적 타격과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지만 학교 본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이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공간에 대한 약속이나 발언들이 대부분 구두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학생회는 일 년마다 교체되고, 본부 담당자도 바뀌어버리곤 한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약속들은 흐지부지돼버리기 쉽다. 310관 신축 당시 공간 배정에서 경영학부는 약속된 반실을 배정받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해당 약속이 구두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학생회 간부 A씨는 학교 측의 약속을 받아낸 것은 작년 학생회인데, 기록으로 남아있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각주:11] 공승환 학생회장은 교학지원팀이나 학장님이 기록을 남기는 걸 되게 꺼려하시고, 저희가 하려고 해도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말한 것이 못 지켜질 수도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또한 기록으로 남지 않는 약속들이 공수표처럼 남용되다 보니 다른 단과대와 이야기가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전유진 학생회장 역시 공간 개선에 관한 정보는 구두로 전달받는 경우가 더 많고, 공유받는 자료 자체가 별로 많지 않다고 밝혔다. 공간 문제의 해결에 걸리는 시간 단위가 장기간임을 고려할 때 전승되지 않는 논의는 지속적 문제 해결 노력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당사자가 배제된 공간 결정 구조

  이런 불만의 본질적인 원인은 공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과 후에 공간을 배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되었다는 데 있다. 전유진 학생회장은 지금 있는 공간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은데 무조건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드 동아리 연습실의 바로 위층에 고시반이 있어 소음 문제로 마찰이 잦은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예비 교수실은 남겨 놓으면서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자치 공간을 전혀 내주지를 않는학교의 공간 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 리더스포럼에서 경영경제대 박건희 학생회장은 “310관의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위한 열람실 및 휴게공간은 매우 부족하다며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예비 공간의 용도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본부는 예비 공간은 추후로 계속 들어오는 교수님의 연구실, 외부에서 돈을 따오기 위한 제안서를 마련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내줄 공간은 없다고 답했다.

  이렇듯 본부는 공간 문제에 있어서 학생들을 배제해왔고, 미래 공간 재배치에 대해서 학생 사회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리더스포럼에서 전유진 학생회장은 인문사회계열 교육 인프라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주시고, 추후 이 사안에 대해서 학생들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실 의향이 있으신지행정부총장에게 질의했다. 이산호 행정부총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서 깊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나 의도는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백준기 교학부총장은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에서 “(공간 배정은) 당연히 합리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믿어도 되는 걸까.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인 310관의 공간 배정에서도 학생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캠퍼스 내 공간 배정을 결정하는 공간배정심의위원회(이하 공배위)에 학생 대표자들은 언제나 포함되지 못했다. 공배위는 본부 및 법인 측 인사들로 구성되며,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용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교수도 마찬가지다. 창의ICT공과대학 학장 송상헌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차후 이루어질 공간 배정에 있어서 단과대가 본부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있냐는 중앙문화의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답했다. 사회과학대학 학장 김경희 교수(사회학과) 또한 교수들은 사실 잘 모른다. 자세한 사정은 행정부처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이 지어져도 해결되지 않는 공간 문제


  결국 공간 문제는 건물이 생긴다고 해서 모두 해결될 수 없다
. 공간 배정을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그 구조 안에 학생이 들어가야 한다. 13년 전, 법학관 신축 당시 공간 배정과 학생자치 공간 부족에 대한 문제는 학교를 들썩거리게 했다. 법학관이 지어질 당시, 원래 3개의 단과대(사회과학대학, 정경대학, 경영대학)가 건물을 사용하기로 했고 이름도 법학관이 아닌 의혈관이었다. 하지만 로스쿨 유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게 되자, 본부는 법학관 의 공간 배정을 학생과의 상의 없이 결정해버렸다. 그 결과 학생들이 원하던 학회실과 동아리실과 같은 자치공간은 얻어낼 수 없었다. 당시 경영대 자체 내에서 결정했던 자치공간은 1개의 총학생회실과 5개의 각반 학생회실, 그리고 12개의 동아리방이었다. 그러나 본부는 겨우 5개의 공간만을 배정했다. 당시 경영대 학생회장은 학생들은 몇 평의 공간을 더 가지고자 하는 이기심에서 싸움을 벌인 것이 아니라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각주:12]

  그 후 9년 뒤 지어진 310관 역시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당시 경영학부 학생회는 310관 이전 시 반 한 개당 반실 하나를 배정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여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본부는 공간 부족을 이유로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공간 배정안을 통보했다. 학생회는 교학지원팀을 수차례 찾았고 페이스북과 학교 커뮤니티 중앙인을 통해 부당함을 알렸다. 이후 겨우 학생 대표들과 시설팀, 교학지원팀, 경영경제대 학장이 참여한 논의 테이블이 구성되어 각 반에 6.5평 반실 하나씩이 주어졌다. 학생회관의 철거에 따라 자치 공간을 교양학관으로 이전하기로 한 동아리연합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각주:13] 본부는 동아리연합회의 요구사항이었던 각 동아리의 기존 공간의 크기와 같거나 그보다 큰 공간 보장과 교양학관 내 루이스 홀 설치 등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협의가 계속 지연되었으나, 총학생회의 요구로 공배위 위원장인 박해철 전 행정부총장이 직접 학생회관을 방문했다. 행정부총장은 동아리들의 생활 환경과 동아리방 사용 실태 등을 확인하곤 동아리방의 평수와 배치를 모두 동아리연합회의 요구안대로 배정할 것을 약속했다. 장장 9개월의 합의 과정이 행정부총장 방문 한 번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렇듯 공간 배정은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각주:14]

  이렇듯 학생이 배제된 공간 배정으로 인해 중앙대는 신축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공간 문제는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못했다. 마스터플랜이 진정한 공간 문제 해결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오를 되짚으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스터플랜이 마스터해야 할 것들

"마스터플랜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한 약속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중앙대학교의 공간 부족 현실을 생각해보았을 때 마스터플랜으로 발표한 모든 것은 지켜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교는 마스터플랜을 이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학대 이재유 학생회장)

  학생사회를 존중하지 않는 공간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공간은 모든 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중앙대의 공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위해선 마스터플랜의 충실한 이행, 이행 과정에서 학생 피해 최소화, 학생이 배제되지 않은 공간 배정 과정이 필요하다. ‘없어질 건물을 사용하며, 신축을 기다리며 시설 낙후와 공간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것을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콩나물 강의실속에서 드높은 타워 크레인을 바라보다 대학 생활을 마칠 수도 있다. 누구도 미래를 위한 희생양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철거와 신축으로 인한 공간 재배치가 실감 나지 않는 먼 미래일 수 있다. 그럼에도 훗날 학생들이 적어도 공간으로 인해 권리가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중앙문화>는 중앙대의 약속들을 기록한다.

  1. 대학이 교육용 및 연구용으로 확보해야 하는 교지를 기준으로 대학이 교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비율 (보유면적/입학정원x100) [본문으로]
  2. 2019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교육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본문으로]
  3. 310관이 건축되면서 서울캠은 생태면적률 34% 이상을 확보해야 했다. 이에 중앙대는 학생회관과 학생문화관 철거 후 조경부지(현 중앙도서관 뒤의 주차장 부지) 조성 등을 진행해 생태면적률을 확보했다. [본문으로]
  4. 중앙대학교 메신저 블루미르 페이스북 [본문으로]
  5. <중대신문>, “310관 첫 삽 떴다”, 13.09.09. [본문으로]
  6. 2016년 생태면적률 확보를 위해 학생회관이 철거된 후 모든 학생자치시설이 당시 교양학관이었던 107관으로 이동하게 됐다. [본문으로]
  7. 310관이 건립될 부지인 서울시 소유의 토지를 중앙대 토지로 유입하는 데 난항을 겪어 예정된 일정보다 수개월 늦춰졌고, 이후 서울시의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동작구청의 허가를 받는 절차에서도 반년 정도 지연됐다. [본문으로]
  8. 초기 마스터플랜에 의하면 201관은 인문사범관과 본관, 205관은 공학관인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9. 중앙대학교 메신저 블루미르 페이스북 [본문으로]
  10. <중대신문>, “인문대 학생총회, “교육환경 보장하라””, 19.10.07. [본문으로]
  11. <중앙문화> 71, “건물은 세워지는데, 왜 우리의 공간은 부족할까요?”, 2016.12. [본문으로]
  12. <중앙문화> 53, “누구를 위한 법학관인가?”, 2007.06. [본문으로]
  13. 앞서 말했듯, 310관 신축을 위해 학생회관과 학생문화관이 철거되었다. [본문으로]
  14. <중앙문화> 71, “건물은 세워지는데, 왜 우리의 공간은 부족할까요?”, 2016.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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