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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르네상스: 붕괴와 재건>14

쓰레기와의 분리불(茀, 우거질 불)안 편집위원 김세원 사진 촬영 김세원 205X년 XX월 XX일 일기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 아침 여덟 시에 9호선을 타는 업보를 안고 태어난다. ‘흑석역’ 이름 옆자리를 차지한 ‘(중앙대입구역)’이 의문스럽다 이 동네만 ‘입구’라는 단어의 정의가 다른 건가? 머릿속으로는 열심히 투덜거리면서도 학교는 가야 하니 기계적으로 동작 01에 콩나물시루처럼 몸을 맡긴다. 전기버스 특유의 웅웅거리는 소리는 이젠 감미로울 지경이다. 전공 수업을 듣는데 갑자기 수업 자료를 띄워 둔 스크린이 꺼진다. 수업에 심취하신 교수님은 스크린이 꺼진 줄도 모르고 진도를 나간다. 때마침 전기도 모조리 나간다. 삼진아웃.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이다. 내 학습상태도 여기서 끝이다. 아마 또 태양열 에너지 판이 말썽을 부린 모양이다. .. 2023. 7. 9.
끊임없는 추락 속 살아야 하는 이유는 - 영화 <더 웨일>을 보고 편집위원 김민지 *본문에 나오는 모든 번역은 각본집을 토대로 작자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나는 뉴비 영화광이다. 이 말은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뉴비 영화광의 앳된 고민일 수 있지만, 내겐 영화 평론을 읽을 때마다 들었던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어떻게 저 평가에 ‘나’가 등장하지 않을 수 있지?”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영화가 무엇인지 다르게 정의 내리고, 영화가 응당 갖춰야 할 구성 요소를 다르게 인식하고, 영화가 좋은 다채로운 이유를 지닌다. 이 여러 가지가 모여 어떤 작품이 좋고 싫은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사람이 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야, 그 평가 기준을 이해할 때야 비로소 그가 .. 2023. 7. 9.
총장의 발자취, 무엇을 남겼나 편집위원 정상원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어 중앙대학교의 변화를 이끌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제16대 총장으로 선임된 중앙대학교 박상규 총장이 취임사 말미에 한 발언이다. 이날 취임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영상 송출로 대체된 전례 없는 자리였다. 박 총장은 취임식에서 “학령인구의 감소, 등록금 동결로 악화된 재정, 학문의 융합화 등 수 없이 많은 난제들이 놓여있다” 말했다. 박 총장은 중앙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2020년 3월 2일 취임했다. 기본 임기 2년을 마친 2021년 12월에는 중임이 결정됐다. 이제 남은 임기는 약 8개월이다. 박 총장의 발언대로 지난 3년간 국내 대학은 대학경영에 산적한 과제에 직면했다. 교육개혁은 시급한 국정과제로 지목됐고 최근 비수.. 2023. 7. 9.
다가오는 여름, 청구서를 주목하라! 편집위원 곽경은 인포그래픽 김가윤 나에겐 아메리칸드림은 없어도 '서울 드림'은 있었다. 스무 살. 무지해서 용감한 나이. 딱 그편이 어울릴 것 이다. 낭만 하나라면 어떤 현실도 무서운 것 없었다. 당시에는 타향살이의 고됨보다 상경의 설렘이 더 컸다. 인산인해 분주한 지하철이나 밤낮없이 훤한 빌딩 숲보다 기대했던 것이 있었으니. 뭐니 뭐니 해도 자유와 독립 의 상징, 자취 생활이었다. 비록 어렵사리 구한 자취방은 내 한 몸 누이면 끝이었지만. 이게 어디냐, 여기만큼 은 나의 세상인걸. 한여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엄마~ 우리 에어컨은 도대체 언제 틀어?”하고 물어볼 필요 없다!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찬 바람을 맞으며 두툼한 솜이불을 덮는 로망 하나쯤 다들 있지 않은가. 더울 땐 에어컨 펑펑! 추울 땐.. 2023. 7. 9.
전화 너머 사람, 사람 너머 시스템 부편집장 문휘진 수습위원 김예진 다음과 같은 채용공고가 올라온다면, 지원할 사람 누가 있을까. 사실 이는 학교 홈페이지 행정 인턴 채용공고를 참고해 제작했다. 행정 인턴은 누구일까? 행정 인턴은 중앙대학교 각 학과(부) 사무실이나 행정 부서에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다. 조교와 혼동하기 쉽지만, 엄연히 다르다. 대학원 신입생 및 재학생 신분인 조교와 달리, 행정 인턴은 졸업생 또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급여와 근무 형태도 다르다. 조교는 장학금 형태로 등록금을 고지 감면 받지만, 행정 인턴은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다. 행정 인턴은 9시부터 6시까지 풀타임 근무를 하지만 조교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주 25시간 반일제 근무를 한다. 학교에서 경력직이 졸업생 신분을 대상으로 직원을 뽑는 이유는 .. 2023. 7. 9.
학생 자치 심폐소생하기 편집위원 윤성빈 학생 자치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말은 새롭지 않다. 그래도 코로나19 동안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는 학생 자치가 진짜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한 번 비대위로 전환된 자치 단위체가 다시 본래 체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말이다. 다행히도 기우였던 것 같다. 2022-2학기 대면 학사가 확정된 후로 축제를 비롯한 대형 행사를 전면 재개하면서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듯하다. 비대위 이후 등장한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그린’은 재선거 없이 당선됐다. 마찬가지로 비대위 체제에서의 한 해를 보낸 인문대학과 출마자가 없어 11월 선거가 무산됐던 경영경제대학도 재선거에 성공해 각각 ‘더하다’와 ‘ON’이란 이름을 내걸었다. 단과대학마다 체.. 2023. 7. 9.
AI 시대에서 낭만을 외치다 수습위원 이예린 인포그래픽 김가윤 ‘혁명’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 정열적으로 다투는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낭만주의 예술의 거장,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말이다. 그림 속 여성은 위엄있는 표정으로 적군의 시체더미 위에서 프랑스 국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뒤로 무기를 든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혁명은 파괴적이고 전복적이면서도 엄숙하고 장엄하다. 기존의 가치나 체제는 붕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대가 재건된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정말 새로웠는지는 의뭉스럽다. 돌이켜보면 여태 모든 혁명도 그다지 ‘혁명적’이지 않았다. 세상은 돌고 돌며 사람 사는 것도 다 거기서 거기다. 신분제를 붕괴시킬 것처럼 보였던 봉건.. 2023. 7. 9.
도망이 아닌 ‘희망’ : 대학 학교폭력의 민낯 부편집장 문휘진 인포그래픽 김가윤 “이건 실수일까, 잘못일까?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어렸을 때 당한 학교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주인공 ‘동은’이 가해자 ‘연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아가는 삶을 그린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다. 최근 정순신 아들 사건과 함께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중앙대를 포함한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학폭 이력을 반영하는 전형을 정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럼 이미 대학에 입학한 우리는 안전한 건가? 학교폭력에서 ‘학교’는 대학교도 포함되지만, 많은 이들이 잊고 있다. 이는 언론에서 주로 초, 중, 고등학교 사건들만 다루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피해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각자.. 2023. 7. 9.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수습위원 손수민 꿈틀. 꿈틀. 스르륵. 쉿. 지금 막 알에서 올챙이가 나왔다. 얼핏 보면 투명한 몸통을 가지고 긴 꼬리를 흔들며 물 속을 유영한다. 다리도 없는 작은 올챙이. 아가미로 호흡을 이어간다. 올챙이에게는 곧 뒷다리가 나올 예정이다. 뒷다리가 생기면 앞다리도 나올 거다. 완연한 성체가 될 자신의 모습을 고대하는 올챙이는 누구보다 힘차게 헤엄친다. 개굴- 개굴- 저기서 개구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는 울지도 않는다. 조용히 기다린다. 그때, 개구리의 시야에 올챙이가 들어온다. 일초의 정적이 흐른다. 개구리는 한 번에 뛰어올라 입을 크게 벌린다. 꿀꺽- 그리곤 빠른 속도로 올챙이를 삼킨다. 녹색개구리는 유유히 사라진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 모든 개구리가 올챙이를 먹진 않는다. 오직 .. 2023. 7. 9.
돈 아니고 대학입니다만 - 대학과 등록금, 그 공론장을 열다 편집위원 김민지 사진 촬영 김민지 바나나 우유 1,500원, 한 달 전기요금 4만 원, 월세 65만 원, 등록금 395만 원… 아니 아니지, 바나나 우유는 200원이 올랐고, 공공요금은 평균 4천 원씩, 월세는 5만원이, 그리고.. 그리고 등록금도? 어라, 잠깐만 이러면 안되는데. 반대로 생각해 보자. 봉사장학금 한 학기 30만 원, 2023년 최저시급 9,620원… 이건 오를 가망이 안보이네..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점점 줄어드는데 내야 할 비용만 많아지면 대체 어쩌란 거야!?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등록금 인상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대두됐다. 실제로 교대를 중심으로 전국 4년제 대학 17곳이 2023년 학부생 등록금을 법정 상한선인 4%가량 인상했다. 등록금 인상 논의가 이뤄진 .. 202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