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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르네상스: 붕괴와 재건>/사회3

다가오는 여름, 청구서를 주목하라! 편집위원 곽경은 인포그래픽 김가윤 나에겐 아메리칸드림은 없어도 '서울 드림'은 있었다. 스무 살. 무지해서 용감한 나이. 딱 그편이 어울릴 것 이다. 낭만 하나라면 어떤 현실도 무서운 것 없었다. 당시에는 타향살이의 고됨보다 상경의 설렘이 더 컸다. 인산인해 분주한 지하철이나 밤낮없이 훤한 빌딩 숲보다 기대했던 것이 있었으니. 뭐니 뭐니 해도 자유와 독립 의 상징, 자취 생활이었다. 비록 어렵사리 구한 자취방은 내 한 몸 누이면 끝이었지만. 이게 어디냐, 여기만큼 은 나의 세상인걸. 한여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엄마~ 우리 에어컨은 도대체 언제 틀어?”하고 물어볼 필요 없다!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찬 바람을 맞으며 두툼한 솜이불을 덮는 로망 하나쯤 다들 있지 않은가. 더울 땐 에어컨 펑펑! 추울 땐.. 2023. 7. 9.
AI 시대에서 낭만을 외치다 수습위원 이예린 인포그래픽 김가윤 ‘혁명’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 정열적으로 다투는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낭만주의 예술의 거장,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말이다. 그림 속 여성은 위엄있는 표정으로 적군의 시체더미 위에서 프랑스 국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뒤로 무기를 든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혁명은 파괴적이고 전복적이면서도 엄숙하고 장엄하다. 기존의 가치나 체제는 붕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대가 재건된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정말 새로웠는지는 의뭉스럽다. 돌이켜보면 여태 모든 혁명도 그다지 ‘혁명적’이지 않았다. 세상은 돌고 돌며 사람 사는 것도 다 거기서 거기다. 신분제를 붕괴시킬 것처럼 보였던 봉건.. 2023. 7. 9.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수습위원 손수민 꿈틀. 꿈틀. 스르륵. 쉿. 지금 막 알에서 올챙이가 나왔다. 얼핏 보면 투명한 몸통을 가지고 긴 꼬리를 흔들며 물 속을 유영한다. 다리도 없는 작은 올챙이. 아가미로 호흡을 이어간다. 올챙이에게는 곧 뒷다리가 나올 예정이다. 뒷다리가 생기면 앞다리도 나올 거다. 완연한 성체가 될 자신의 모습을 고대하는 올챙이는 누구보다 힘차게 헤엄친다. 개굴- 개굴- 저기서 개구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는 울지도 않는다. 조용히 기다린다. 그때, 개구리의 시야에 올챙이가 들어온다. 일초의 정적이 흐른다. 개구리는 한 번에 뛰어올라 입을 크게 벌린다. 꿀꺽- 그리곤 빠른 속도로 올챙이를 삼킨다. 녹색개구리는 유유히 사라진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 모든 개구리가 올챙이를 먹진 않는다. 오직 .. 202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