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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85호 <모자이크: 잊고 있던 조각들>/사회4

그 모든 기준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정상가족'이라는 픽션 편집위원 손수민 정상적인 학교생활, 정상적인 인간관계, 정상적인 연애, 정상적인 취업 준비, 정상적인 일자리, 정상적인 출산 시기, 정상적인 은퇴 시기, 정상적인 삶 ··· 평생을 살아가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앞엔 ‘정상적인’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리고 정상적인 게 꼭 ‘좋은 것’이기도 하다. 그럼 ‘정상’에서 벗어나 ‘비정상’으로 분류되면 안 좋은 걸까? 그리고 도대체 ‘정상’은 누가 정하는 걸까? ‘정상적인 가족’ 한국에서 정상적인 가족은 뭘까. 아늑한 집에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그림을 말하는 건가. 그럼, 나머지는 비정상인가. 사회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분류되는 가족은 다양하다. 이혼가족, 사별가족, 미혼모가족, 한부모가족, 동성커플, 트랜스젠더의 가족, 입양가족, .. 2024. 2. 5.
放(내쫓을 방)구석: 구석으로 내쫓긴 자들 편집위원 김예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꾸 집으로 도망가게 돼요. 역시 난 안 되는구나 역시, 역시 난 안 돼." "다음 날 눈을 안 떴으면 좋겠어요. 모든 의욕이 없으니까, 희망도 없고‥"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때 떠올릴 수 있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인용 글은 6개월 이상 방 안에서 고립 생활을 한 ‘은둔형 외톨이’의 인터뷰 내용이다. 고립과 은둔. ‘잠깐이겠지’ 했던 슬럼프가 장기화하면 누구나 진단받을 수 있는, 이름 없는 병명이다. 이처럼 고립·은둔 청년과 우울증을 겪는 청년을 나눌 수 있는 경계선은 모호하다.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이다. 하루하루 그저 살아 내고 싶은 존재 ‘은둔형 외톨이’ 그들이 은둔과 고립을 택한 원인은 거창하지 않다. 청년 삶 실태조사에.. 2024. 2. 4.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편집위원 정다빈 을 보고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막막함과 공포였다. 단순히 영화가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 모습이 수진의 삶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이 사회가 종국에는 영화의 결말처럼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 수진의 남편인 현수의 몽유병에서 시작된다. 평화로운 삶에 닥쳐온 위험과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공간인 ‘집’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대상인 ‘가족’에게 닥친 위험. 그 무엇보다 위협적이고 두려운 상황이다. 은 현실을 기반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귀신이나 퇴마와 같은 소재를 강조하며 판타지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2024. 2. 3.
속 보이는 커뮤니티 세상 부편집장 곽경은 편집위원 김세원 2023년 7월 서울 신림동에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평화로웠던 오후 2시의 신림역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내가 불행하게 사는 만큼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조씨는 그렇게 1명의 생을 앗아가고,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잡혔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사건 이후 약 한 달 만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440건이 넘는 ‘살인 예고글’이 집계됐다. 그야말로 삶을 뺏는 살인이 ‘유행’처럼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살인 예고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8월 3일 서현역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최씨는 범행 전 ‘디시인사이드’에 살인을 예고했다. 21일 블라인드에는 경찰을 사칭한 A씨가 강남역에서의 범행을 예고했다. 대학생 .. 2024.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