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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세월호 1주년 – 다시 잔인한 봄, 지겨워진 개나리색 리본 편집위원 장재원 버스 안 창문으로 보이는 한강과 휴대폰 잠금 화면으로 비친 벚꽃이 놓인 앨범 커버는 나를 묘한 설레임 안으로 밀어 넣는다. 두꺼운 겨울 잠바를 꽁꽁 싸매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과 비로소 나는 따듯한 핫팩 대신 손을 맞잡으며 거리에 피어나는 봄을 찾기 시작했다. 이처럼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봄은 매년,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어느새 다가온 봄을 정신없이 맞이하는 동안, 맞닿은 손 위로 묶여 있던 노란 리본의 의미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시선을 내려 까맣게 때가 탄 노란 리본의 끝머리를 본 순간, 잠깐이나마 손목을 두른 팔찌가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작년 이맘때 쯤, 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이었던 나는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지는 대학생활에 서툴게나마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 2023. 3. 17.
[사회] 세월호의 사실 1 세월호의 출항부터 침몰 불법 출항 4월 15일. 해사안전법상 출항이 불가능한 날씨에, 그 날 출항한 배는 세월호 단 한 척뿐이었다. 무리한 개조를 통해 불법 증축된 노후 선박이었던 선체는 심지어 당시 규정에 2배나 되 는 과적을 싣고 있었다. 예상된 침몰 검찰은 “조타 미숙으로 선체가 크게 기울어져, 과적 및 고정 불량과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에 사용된 항적도를 보면 선체가 1초에 14도 나 기울어져 있었고 전문가의 소견에 따르면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정부가 밝힌 항적조사 기록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세월호는 해역 근처의 섬 병풍도를 ‘바라보고’ 있었 다고 발표했지만, CNN에서 보도된 영상에 따르면 실제로 세월호는 병풍도를 ‘등지고’ 있었다.. 2023. 3. 17.
[사과문] 절차와 제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언론윤리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 중앙문화 편집위원회 지난해 11월 중앙문화 편집위원 두 명이 제 6회 시사인 대학 기자상 공모에 기획을 제출했습니다. 해당 편집위원이 응모 한 것은 67호에 ‘화려한 캠퍼스의 어두운 단면’ 이라는 항목으로 묶여 실린 세 기획입니다. ‘신캠퍼스 연대기’,‘우리도 중앙대 학생입니다’, ‘안성학생 잔혹사’ 세 기획 중 앞의 두 개는 이찬민, 표석 편집위원이 쓴 것이지만 맨 마지 막 기획은 ‘내리인’이라는 필명의 안성캠퍼스 학생에게 기고 받은 글입니다. 는 관습적으로 매체 차원이 아닌 원하는 편집위원이 직접 대학기자상에 응모해왔습니다. ‘화려한 캠퍼스의 어 두운 단면’ 전체 기획을 응모하겠다는 편집위원에게 내부에 서 ‘기고자에게 사전에 이야기 하라’고 말했으나 해당 편집.. 2023. 3. 17.
휘진의 취재노트: 축제 라인업, 내가 물어봤다 편집위원 문휘진  대학가의 축제가 한창이었던 9월, 앞서 행사를 진행한 다른 학교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을 섭외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언제부터인가 초청 아티스트 명단이 대학의 위신을 대변하곤 했다. 그다지 공신력 있는 지표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무대에 세울 것이냐"를 두고 추측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라인업이 공개되자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만큼 학생들의 기대가 컸다는 뜻일 테다. "싸이를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우리 학교 라인업 이것밖에 안 되냐"며 한껏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눈에 띄었다. 반면 "이 정도면 잘 섭외했다", "라인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콘서트를 가라"는 등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통적.. 2022. 12. 27.
퀴어커플 CC대작전 수습위원 윤성빈 부편집장 김가윤  한국대학교를 아시나요? 웹툰과 웹소설을 즐겨 보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창작물의 단골 소재이기 때문만은 아닌데요. 오픈리로 살아남기 험난한 대한민국에서 한국대만큼은 퀴어들의 성역으로 등장하고는 합니다. 최근에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정리한 ‘한국대 출신 게이 명단’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소설 원작 드라마 ‘시멘틱 에러’의 두 주인공도 한국대 재학생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중앙대학교는 어떨까요? 지난 중앙문화>는 성평등위원회 폐지 이후 퀴어 중앙인들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83호에서는 ‘중앙대에서 퀴어 캠퍼스 .. 2022. 12. 27.
읽을 수 없는 사람들 편집위원 장은진 수습위원 윤성빈 읽을 수 없는 사람들 이런 단일 토지세론보다 현대사회에 더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것은 그의 정치경제학 밑바탕에 흐르는 자연정의론적 세계관이다. 그가 정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경제학에 있는 자유방임론적 요소를 상당부분 포기했을 것이다.···  경향신문 노동 멸시 ‘탐욕 사회’ 미래는 없다> 기사 내용  다음 문장의 뜻을 유추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썼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혹은, 문장 자체를 정확하게 해석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혹시 이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본인의 문해력을 의심하게 되는가? 부디 그러지 말길. 이 문장은 전문 용어가 몇 개씩 들어가 있어, 신문 기사라기보단 전공책에 등장하는 내용에 가깝다. 응.. 2022. 12. 27.
부지(不知)가 부재(不在)가 되지 않게. 수습위원 곽경은   “우리 학교는 왜 이렇게 경사진 곳에 있어?”                                                                                                 “에스컬레이터 타면 되니까 괜찮아.”  “진짜 에스컬레이터 없었으면 학교 어떻게 다니나 몰라.”                                    “공강이라 시간도 남는데 빼광 갈래?”                                                                                               “청룡연못 벤치에 앉아 있는 것도 좋고.”    캠퍼스 내 건물 간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에스컬레이터. 캠퍼.. 2022. 12. 27.
가난한 시간, 가만한 빈곤 [편집자 주] 가만하다.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빈곤’을 떠올릴 때 허물어져 가는 집 혹은 거리에 나앉은 빈자의 상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빈곤은 가장 보통의 모습을 하고 당신의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의심하라. 당신의 시간까지도.수습위원 정상원, 부편집장 김가윤, 수습위원 김혜림, 인포그래픽 김가윤 2022년 11월 22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심현근(25) 씨의 하루는 ‘더 자고 싶은 욕구’와의 사투로 시작된다. 6시간 남짓 그나마도 ‘자다 깨다’를 반복한 몸을 애써 일으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출퇴근 인구가 밀집해 그의 지각을 부추긴다. 대충 모자를 눌러쓴 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그에게.. 2022. 12. 26.
이 글이 전보가 된다면, 당신의 안녕을 묻고 싶다 허태준의도적으로 분리되는 가치  최근 ‘MZ 세대의 직장 생활’이라는 제목의 영상 콘텐츠에서 출근 시간에 딱 맞춰 회사에 오는 신입사원 이야기를 봤다. 출근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는 신입사원에게 대리급 직원이 핀잔을 주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대리급 직원이 ‘일찍 와서 일할 준비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는 게 어떠냐?’고 하면 신입사원이 능글맞게 ‘일찍 출근하면 일찍 가도 되냐?’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의도적으로 우습게 상황을 묘사한 영상과는 달리, 댓글에는 제법 진지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찍 출근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아무 문제없다”는 의견부터 “그래도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꿋꿋하게 맞춰서 출근할 이유가 있느냐”는 중립적인 의견도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대부분.. 2022. 12. 26.
망한 세상에서 SF로 싸우는 법 작가 이경희혹시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장르에 대해 아시는지? 모르신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설명할 예정이니까. 이래 봬도 나는 사이버펑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다.TRPG 의 제작자 마이크 폰드스미스에 따르면 사이버펑크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분위기’ 그 자체다. 음습하고 어두운 거리, 오염된 대기와 폐기물의 산,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기모노 홀로그램과 망가진 히라가나 네온사인, 빽빽하다 못해 미어터지는 초고층 빌딩, 첨단 기술와 자본에 지배당하는 하류층 사람들, 기계에 잠식된 인간성, 디지털 카우보이와 사이버 스페이스, 로큰롤과 반항 정신, 전자 마약과 불법 향정신성 의약품, 뉴웨이브 신비주의… 대충 이런 것들이 등장하는 미래가 사이버펑크인 셈이다.2022년을 살아가.. 2022.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