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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8 봄여름, 74호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학생, 연구자, 노동자 그 사이 어딘가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나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4. 11.

<74호> 2018년 봄여름

인터뷰 진행 및 편집 : 편집위원 홍용택
인터뷰 정리 : 수습위원 임시동, 편집위원 신동우

 

▲출처: 한겨레

  학내에도 일하는 학생들이 있다. 근로장학생, 조교, 연구원들이 일한다. 대가는 장학금으로 돌아온다. 노동하지만 노동하지 않는다. 장학이라는 말이 언제나 걸림돌이 된다.

  동국대학교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학내 청소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고 그 자리에 근로장학생을 모집했다. 동국대학교는 근로장학생에게좋은 아르바이트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 말했다. 성균관대학교는 행정조교 대량 해고 사태에서 조교들이 받는 돈은 장학금이기에 해고가 아닌 장학금기간만료라고 일축했다.

  “좋은 아르바이트라는 말에서 대학은 학생을 노동력으로 다룬다. 해고가 아니라는 말에는 대학이 학생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대학에서 노동은 모순적이다. 학생도 그것을 익숙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시급을 받는 일이긴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근로장학이니까.

  2017 12 23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출범했다. 학생과 노동 서로 낯선 단어가 합쳐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런 물음을 던져볼 수도 있다. 학생은 장학생이 아니라 노동자가 될 수 없을까?중앙문화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나보았다.

 

중앙문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정욱 안녕하세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사무국장 신정욱입니다.

 

중앙문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시작된 계기와 설립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신정욱 <전국대학원생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2016 12월에 있었던 동국대학교 대학원 사건이었어요.[각주:1] 동국대학교 대학원생 조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한 사건이었죠. 당시에 제가 동국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장이었고, 사건 전반을 맡아서 진행했어요. 수사 과정에서 시간이 꽤 소모되었어요. 일차적인 결과가 나오는데도 1년 정도가 걸렸죠. 수사가 오래 진행되면서 동국대학교 본부가 대학원생 조교들을 회유하거나 협박을 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다음 총학생회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었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결집한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그 전까지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에 공감했었던 내/외부 단위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출범을 하게 되었어요. 현재는 25개 대학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중앙문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에는 어떤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나요?

신정욱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가입대상과 조건을 굉장히 넓게 두고 있어요. 노동하고 있는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노동하지 않는 대학원생도 가입할 수 있어요. 심지어 수료생이나 졸업생, 그리고 대학원에 입학예정을 둔 학부생도 가입할 수 있어요.

 

중앙문화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생과 노동조합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총학생회와 다르게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신정욱 노동조합은 총학생회와 분명히 다르죠. 총학생회는 일단 법적으로는 임의단체의 속성을 가져요. 법이 아니라, 학칙에 의해서 인정을 받게 돼요. 그리고 총학생회는 본부와의 관계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학교에서 예산을 받아서 쓰면서 학교에 많은 의존을 하게 돼요. 노동조합은 일단 헌법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삼권[각주:2]을 수행할 수 있어요. 노동의 형태로 대학에 재직 중인 분들, 조교나 연구 노동자분들을 모아서 교섭단위를 꾸리고, 학교에 통보해서 교섭할 수 있죠. 현재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공공운수노조에 소속되어 있어요. 공공운수노조가 합법 노조이니까 당연히 현재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도 교섭권을 가지고 있죠.

 

중앙문화 대학원생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는 것에 대해 대학원 내부 분위기는 호의적인가요?

신정욱 일단 대학원생들은 호의적이죠. 교수들은 호의적이신 분들도 계시지만, 일부 교수들은 노동자성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하기도 해요. 인권이 잘 보장되는 구조를 만들면 되지, 왜 노동이라는 의제를 끌고 오냐는 말이죠.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노동에 대한 한국의 뿌리 깊은 혐오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대학원생과 노동자성을 연결하는 이유는, 노동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노동의 문제들이기 때문이에요. 노동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말로 희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노동권의 보장과 노동조합의 조직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앙문화 학부생들이 익숙한 대학원생의 노동형태는 학과 사무실 혹은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오는 조교라고 생각해요. 이외에 대학원생의 노동형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신정욱 조교가 대표적이죠. 대다수의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이 일반행정 조교의 형태로 노동하고 있어요. 일반행정 조교의 형태로 노동을 하는 대학원생은 주로 인문사회 그리고 예체능계열의 대학원생들이에요. 특히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들은 학술단체나 학회에서 간사로 들어가 행정업무를 맡기도 해요. 이공계열 대학원생은 주로 실험실에서 실질적인 연구원으로 노동해요. 실험뿐만 아니라 실험실 내부의 일반적인 행정업무나 잡무까지 도맡아서 진행하죠. 일종의 실험 노동자라고 보시면 돼요. 이 세 가지 직군들이 대표적인 대학원생의 노동형태이자 현행법으로 이해되는 노동형태죠.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노동에 대한 권리 보장뿐만 아니라, 노동하지 않는 대학원생일지라도 일종의 연구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담론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중앙문화 연구노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신정욱

노동은 실제적인 것의 생산이잖아요. 생산은 물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식생산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지식생산물은 형태는 없을지라도, 공공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지식생산물을 만들어가는 학계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노동자로 대우해서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를 장기적으로 만들어갈 필요를 느낀 거예요. 학부생과도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 학부생이더라도, 어떤 형태로든지 지식을 생산해 내죠. 지식생산자로서 학부생의 노동자성이 가능해지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중앙문화 실제로 대학원생과 학부생은 교내에서 연구노동자/근로장학생으로서 노동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학생의 노동자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학생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신정욱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나는 학생과 노동자를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문제에요. 학습과 노동이 독립되어 진행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학생은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노동현장에 나가요. 학생의 지식은 노동현장으로 이어지죠. 노동자도 일하면서 배워나가요. 업무의 흐름과 숙련을 위해서 학습이 필요해요. 노동자도 노동을 하지만 배움이 병행되는 존재인 거죠. 이 지점에서 학생과 노동자는 분리된 것이 아닌, 학생이면서 노동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확립하자는 의미에요. 또 하나는 왜 학내에서는 노동에 대한 고민이 생략되어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해요. 학교를 떠나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잖아요. 학교 밖에서는최저시급을 받아야 하고,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면 안 된다.’ 등의 생각을 하면서 노동을 해요. 하지만 학내에서는 노동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요. 특히 근로장학이라는 제도가 문제죠. 실질적으로 노동에 대한 임금임에도 장학금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호의성을 내재한 장학이라는 말은 학내 노동에 대한 질문을 흐려버려요. 그래서 대학원생을 노동자로 인식한다는 것은 노동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를 가지죠. 장학이라는 시혜/호의로 보이는 것들은 실질적인 노동이며 그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 나가자는 의미예요.

 

중앙문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대학원을인신이 예속된 봉건주의적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에 남았어요. 대학원생만이 가지는 노동자로서의 특수성은 무엇일까요?

신정욱 대학원생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은 교수와의 관계에 있어요. 교수에게 지나친 권력이 몰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에요. 학위과정뿐만 아니라 학위를 졸업하고 난 이후에도 지도교수에게 예속되어 있어요. 대학원을 졸업하면 전공범위 안에서 연구를 하거나 살아가게 돼요. 학회를 가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죠. 교수임용을 받아도, 내가 속한 범위의 권위자는 지도교수이고요. 지도교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에요. 교수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목소리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전공영역에서 개인이 교수의 권위에 대항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노동자성, 노동권에 집중하게 된 거예요. 노동자의 권리는 어느 정도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집단저항권을 보장받아요. 개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공동체를 통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출처 : 네이버웹툰 ‘공대생 너무만화’ , ▲뉴스 출처 : sbs

 

 

중앙문화 대학원생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기 이전에도 대학원생의 노동/인권문제는 제기되어왔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극단적인 개인의 일탈[각주:3] 혹은 폭력성이 제거된 모습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대학원생의 노동착취는 어떤 형태로 드러나나요?

신정욱 대표적인 형태로는 두 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노동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요. 퇴직금이나 연차수당 4대 보험을 보장받을 권리,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을 권리 같은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를 않아요. 동국대의 경우는 특이하게 이런 권리들을 보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접근을 하고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은 장학금 명목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장학생이란 이름으로 노동해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장학이라는 시혜/호의성으로 노동의 문제를 흐리게 되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돼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연대하고 있는 성균관대의 경우[각주:4] 70명의 조교가 대량해고를 당했지만, 노동자성을 인식하기 전에는 이를 해고라고 생각을 못 했었던 거죠. 그리고 착취의 또 다른 형태는 주로 이공계열에서 많이 자행되는 방식인데, 대학원생의 인건비를 횡령하는 거예요. 교수가 프로젝트를 따오면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돈이 들어와요. 연구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은 인건비를 받아야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교수가 인건비를 실험실 운영비로 사용하자는 말을 하면 실험실 운영비로 사용하거나 심하면 교수의 사비로 쓰기도 해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이 다 하고 있는관행이에요. 형사사건으로 가면 처벌을 받지만, 대학원생들이 임금을 착취당한 것보다는 횡령에만 집중되어 보도되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이죠. 이공계열은 인문사회계열보다 훨씬 교수에게 종속되어 있어요. LAB 생활이라고 하는데, 퇴근도 못 하고 잠도 못 자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만큼 일상 대부분이 대학원에 매여 있어요. 연구실에서도 자기 의견을 펼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아무래도 노동조합 활동에서 이공계열 학생들이 조금 더 부담을 느끼죠.

 

중앙문화 학내 노동착취는 대학운영의 기업화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해요. 교직원의 업무를 대학원생이, 학내노동을 학생이 맡으면서[각주:5] 노동비용의 부담을 학생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드러나요. 대학원생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요?

신정욱 지긋지긋하죠. 학부와 대학원을 본교에서 마치면 십몇 년을 대학에서 보내요. 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면 학교의 생리가 너무 잘 느껴져요. 학교가 얼마나 지긋지긋한 공간인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순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조리한 공간이지만 나의 생계가 걸려있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저급 노동력으로 착취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서 강사 자리라도 하나 얻어야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도, 강사 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조차 의심하게 되는 모순적인 공간이죠.

 

 

 

▲출처 :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중앙문화 대학원생의 노동/인권문제는 대학구조와 이를 방치해온 국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는 대학에 자율권을 보장하고, 대학은 기업처럼 학교를 운영해요. 학생은 소비자고 대학은 공급자라는 생각을 하죠. 학생이 학내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흐름에서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정욱 저는 항상 대학은 학생의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어요. 그러면서도 학생의 것이라는 말이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이라는 구성원은 자꾸 바뀌고 학교는 학생들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요. ‘잠깐만 떠들썩하다가 잠잠해지겠지라는 생각인 거죠. 그래서 지속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또 다르게 생각한 것은 대학은 공공기관이라는 것이에요. 사립대라 할지라도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죠. 공공기관이라는 정의에는 본부와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에 종사하는 노동자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도 관계가 생겨요. 학생의 것을 넘어 공공기관으로 확장을 함으로써 내부구성원의 참여 보장을 넘어,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공익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출처 : SBS

중앙문화 학내노동자분들은 노동을 통해서, 그리고 학부생들과 대학원생은 근로장학생/조교/연구노동자라는 노동형태를 통해서 대학을 구성해나가는 학내 구성원들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운영방식의 기업화는 대학원생의 문제를 넘어, 학내 구성원들이 공유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정욱 연대의 중요성을 느낀 건 서울대 H교수 사건[각주:6]이었어요. H교수 사건은 학부생과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 그리고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연대하여 대응했어요. H교수는 대학원뿐만 아니라, 학부생 대상으로도 수업을 진행했어요. 학부생과의 연대는 대학원생이 학과 조교였다는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또 올해 초에 학내 청소노동자분들의 투쟁이 여러 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잖아요. 그분들의 노동은 잘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분들이 파업을 했을 때 문제들이 드러나죠. 학교가 운영이 안 돼요. 그분들이 파업했을 때 그분들의 존재가 학교의 운영에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고 연결고리가 생기는 거죠. 이러한 연결고리들을 바탕으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대응할 수 있고, 공동체가 되었을 때 본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투쟁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최근 기업 관련 뉴스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삼성의 노동조합파괴, 한진그룹의 갑질 문제들이요. 삼성이 재단인 성균관대학교에 가면 그 안에는 삼성과 관련된 노동의 문제들이 있어요. 한진그룹이 재단으로 있는 인하대도 마찬가지예요. 기업이 재단인 학교에는 학교와 기업의 문제가 혼재해 있어요. 기업이 재단으로 들어와 있는 학교에 기업의 간부가 이사장으로 들어온다던가, 학교가 기업문화의 영향을 받아요. 하지만 투쟁의 토대가 생기는 지점들도 있어요. 이번 대한항공 투쟁에서 대한항공 직원들과 인하대 학생들이 연대해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어요.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조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앙문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대학이 어떤 공간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정욱 조금 전 대답에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교육기관이면서 공공기관이에요. 대학을 이렇게 정의하면, 운영방식의 기업화라는 현재 흐름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정의와 반대되는 것이죠. 대학 운영방식의 기업화를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당사자 조직들이 만들어져야 해요. 대학은 스스로 변하지는 않아요. 대학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운영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 정부도 이 권한을 함부로 견제하기는 어려워요. 그렇기에, 학내 당사자 조직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수회, 직원노동조합, 우리 같은 학생노동조합 등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잘 낼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앙문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현재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나요?

신정욱 일단 3월부터 미투운동 관련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에 위계형 성폭력과 관련된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은 아주 일부라고 생각해요. 또한, 대학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성폭력에 더해 노동착취와 임금착취 등의 문제들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피해자분들과 연대해서 사건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또 대학원생 노동조합이라는 형태가 기존 노동계에서도 생소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출범 이후에 국회나 교육부에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토론회에 초청을 받아서 참가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스토리 펀딩을 계획하고 있어요. 대학원생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출판까지 계획에 있습니다.

 

중앙문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출범은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대외적으로 명시하고 이에 대한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출범 이후, 바뀌고 있는 지점들이 있나요?

신정욱 제도적인 면에서 변하게 된 지점은 교육부가 대학원생 조교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해요. 가이드라인이기에 강제력은 없지만, 대학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또 행정조교를 대학원생을 쓰기보다 정식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성균관대의 경우처럼 대학원생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 역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출범은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이라는 사회적 쟁점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국대학교 사건의 경우는 대학원생이 노동자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일종의 선례가 되었죠. 이전에는 선례가 없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행정해석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투쟁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중앙문화 학생의 노동자성은 좀 더 확장해나갈 수 있는 논의라고 생각해요. 독일의 대학원은 대학원생에게 생활비를 지급한다고 해요.[각주:7] 국가가 노동자성을 구체적인 노동활동보다도, 미래에 사회/국가에 기여할 가능성 자체를 노동자성으로 인정하는 지점이죠. 하지만, 국내는 구체적 노동활동에서 노동자성을 찾고, 학내 노동은 그마저도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본질을 흐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의 보편적인 노동자성의 투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신정욱 68혁명에서 이탈리아 학생 운동권은 대학을 사회적 공장으로 정의했어요. 대학은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한 곳이며 학습은 노동자로 이행하는 예비과정이라는 맥락이죠. 따라서 기업이 교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대학도 학생에게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죠. 여기서 사회적 공장이라는 말은 대학을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취업사관학교에 국한시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독일의 경우도 전제가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여잖아요. 우리의 공부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어딘가에 기여하고 공헌할 토대를 전제하고 있어요. 이 지점에서, 보편적인 노동자성을 고민해볼 수 있죠.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 교육비의 부담도 교육의 공공성의 측면에서 사회가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죠.

 

중앙문화 앞으로의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출범과 발족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마지막으로 전국의 대학원생/학부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신정욱 대학원생과 노동조합의 연결이 생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노동조합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지를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대학원생 분들도 노동조합에 들어오셔서 대학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함께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아까 말씀드렸던 연대의 접점들을 학부생들 그리고 학내 구성원들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1.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동국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이다.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학교가 조교의 4대보험, 퇴직금, 연차수당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며 동국대학교 이사장과 총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었다. 해당 사건에서 고용노동부는 조교를 노동자로 볼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 연합뉴스, 2017.11.12 [본문으로]
  2. 노동삼권은 근로조건 등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단결할 수 있는 단결권과 노동조합이 기본적 노동권의 문제를 사용자 측과 교섭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 그리고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파업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총칭한다. [본문으로]
  3. 인분교수사건, 서울대학교 스캔노예 사건, 동국대 총장의 대학원생 조교 퇴직금 착취 등. [본문으로]
  4. 성균관대학교가 기존에 교육과 행정업무를 담당한 조교 제도를 교육 조교로 개편하면서 행정업무에 해당하는 인력만큼 조교를 줄인 사건이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정부가 조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우자 문제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조교들을 해고한 것이라 반발했다. 성균관대학교는 조교들이 받는 돈은 ‘장학금’이기에 해고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며 ‘장학금기간만료’일 뿐이라고 반박했. - EBS, 2018.02.09 [본문으로]
  5. “2018년 2월 동국대학교는 졸업식을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학내청소노동자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청소노동자를 근로장학생으로 전환하는 것은 좋은 아르바이트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동국대학교는 ‘미화원들을 고용한 것은 청소용역회사인데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학교를 상대로 직접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며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도 부정했다.” - 한겨레, 2018.02.20 [본문으로]
  6. 서울대 H교수 사건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H교수가 2017년 3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언행과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학내 인권센터에 조사의뢰 된 사건이다. 신체접촉 이외에도, 대학원생에게 냉장고 청소, 세탁물 맡기기 등 잡일을 시키거나,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는 진술이 올라왔다. 학교의 처벌은 학과장 면직과, 서울대학교 학내 인권센터의 정직 3개월 권고였다. - SBS, 2017.06.22
    H교수는 2018년 5월 연구비와 인건비를 횡령한 혐의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되었고 형사고발이 이루어졌다. - SBS, 2018.05.05 [본문으로]
  7. Bundesausbildungsförderungsgesetz (독일 연방교육진흥법) : 각 연방이 학업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들에게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좋은 교육은 개인의 미래 성공의 기초가 된다. 양질의 교육을 받는 것이 자금부족으로 인해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독일 연방 교육국의 입장이다. 바푁은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맞게끔 자신의 능력과 관심이 도달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연방 장학금으로써 경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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