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신호 86호 <닻; ( )에 닿다>/정치

함께 더 큰 꿈을, 메가시티 프로젝트

by 중앙문화 2024. 8. 4.

함께 더 큰 꿈을, 메가시티 프로젝트

 

부편집장 석기범

 

 

메가시티(Megacity) :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도시[각주:1]

 

메가시티. 인구가 천만 명이 되는 도시. 별다른 설명이 없다. 딱 그뿐이다. ‘천만 명이 되는 도시’. 이게 대체 뭐라고 작년 말에 수면 위로 떠오른 걸까? 본격적으로 ‘메가시티’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정치권에 등장한 김포시 서울편입론을 언급했을 때이다.

  서울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2010년부터 있었고, 김포는 그 편입 대상으로 계속 고려되고 있었다.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23년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약 중 하나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하여 관할구역을 선정할 때 김포시의 위치가 문제가 됐다. 북부와 남부 어디에도 편입하기 애매한 김포시가 붕 뜨게 되었고, 이에 따라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키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의 원대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으나,  여기서 제기된 주요 논점들은 메가 서울에 대한 문제점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김포 ⓒ경기도일보

 

 ‘메가’의 움직임은 정치권과 결합한다는 기본적인 특징을 가진다. 수도권을 하나의 거대한 도시로 만들어, 경쟁력 강화라는 의도 아래 여·야당 누구도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메가시티를 부르짖으면서 도대체 누가 이득을 보길래 이렇게도 열불이 난 것일까.

 

 한국을 ‘서울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거치며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발전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과도한 수도권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문민정부[각주:2] 이래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크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논의가 있다가 2020년대에 들어서서야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할 ‘메가시티’에 마침내 시선이 집중됐다.

 

‘수도권 메가시티’ 이전에도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대전·세종·충청권에서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성공적인 메가시티 도입 방법에는 이견이 존재한다. 나는 결론을 먼저 말하려 한다. 메가시티는 대한민국에서는 성공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렇다고 도시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조금 더 냉철하게 대한민국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포 서울편입론은 지방 불균형의 해결책으로 메가시티에 대한 전사회적 숙의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논의되는 비수도권 메가시티 구상을 톺아본 후, 바람직한 지역상생 및 균형발전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려고 한다. 같이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면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EP 0. 메가시티

 

 메가시티란 일반적으로 ‘행정적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생활·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구 천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말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도시간 경계를 지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을 고려함과 동시에 지역 간 협의와 양보를 요구한다. 따라서 통합 도시가 자립적 경제단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균형발전 및 광역행정 관련 계획이 섬세하게 수립돼야 한다.

 

사실, 메가시티는 정해진 모델이 있지 않으며 매번 다른 모습으로 실현된다. 도시의 특징과 그로부터 구축되는 산업 및 인프라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보고 메가시티라고 하는 것이지, 메가시티라는 개념을 세우고 그에 부합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메가시티’라고 부르는 도시들도 누군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그마저도 메가시티라고 확실히 부를 수 없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각각 달라도 거기서 나타나는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공통적인 개념을 설명하려 한다. 아래의 개념들을 학습하면서 ‘추상적인’ 메가시티의 개념에 조금씩 다가가 보자.

 

(1) 도시와 도시지역권

 

메가시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전에 도시라는 개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정구역의 개념은 땅을 2차원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해도, 서로 다른 행정 구역에 들어가는 순간 변화하는 것은 없다. 단지 “여기서부터 OO시입니다”가 당신을 반겨줄 뿐이다.

도시를 묶는다는 것은, 행정구역을 묶는 것이 아닌 ‘자연 상태로서 생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장혜영 교수는 인터뷰에서 “도시지역권이라는 개념은 2차원적 요소가 아닌 3차원적 요소”라며 기존의 경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다.

즉, 도시지역권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닌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도시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해가 어렵다고?  부울경 메가시티를 한번 생각해 보자.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의 세 가지 행정구역으로 구성되지만, 울산 바로 위에는 경주가 있고, 경상남도 거창군 위에는 김천시가 있다. 이들은 행정구역상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실제로 경계선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구역대로만 도시를 묶는 것이 아닌, 그 지역 주변 있는 도시들을 자연스럽게 묶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경남에서 조금 올라갔다고 해서 “여기는 경북이니까 부울경 메가시티에 포함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서로 인접한 도시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2차원처럼 보이는 도시를 3차원으로 바꾼다는 관점은 우리에게는 굉장히 생소하다.  이는 도시들이 묶일 경우 기존의 행정구역과 다른 방식으로 지역들이 묶일 수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자연 상태로 보면 도시와 도시 간 구역에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를 그 행정구역에 제한해서 바라보지 말고 주변 도시와의 협력관계를 중심으로 보자는 것이다.

 

(2) Rent(지대)

 

 두 번째는 지대다. 지대는 ‘토지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에 대하여 지급하던 사용료’를 말한다. 그렇다면 지대와 도시의 발전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대한민국이 경제 발전 단계를 거칠 때만 해도, 고층 건물들은 없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당시 토지의 사용은 주로 농업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 토지를 새롭게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장을 지어 제조업을 진행해도 되고, 문화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제공받아도 된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바로 ‘지대’다. 결국 모든 건물들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들은 그 아래 땅의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서울과 저 멀리 있는 지방 도시들의 땅값이 다른 이유도 그 땅에서 나오는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자본이 유입된다는 말은 그 지대의 가치를 높게 추구한다는 것이고, 그 지역에 인프라가 도입되어 새로운 이익 창출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 창출은 그 토지로부터 나오는 이익뿐만 아니라, 계속된 토지의 사용으로 그 지역이 발전해 나갔을 때 발생하는 추가 이익까지 포함한다.

 

 메가시티도 똑같다.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영역에 있는 지대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만약 지대의 가치가 다르거나 메가시티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일부 토지들이 있다면 그 도시의 발전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도시들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있는 ‘토지’의 가치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3) 정부의 관계

 

 우리는 메가시티를 바라볼 때 두 가지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도시 소멸을 막기 위한 해결책”이요, 다른 하나는 “도시가 스스로 성장하는 발판”이다. 전자가 수동적으로 느껴지는 한편, 후자는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각 주 정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에 종속되어 있다. 지방 정부의 많은 현안들이 중앙 정부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는 중앙정부의 감시 하에서 각자의 공약을 이행한다. 메가시티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중앙 정부의 법률과 명령 범위 내에서 도시 발전을 할 수 있다. 만약 지방 정부가 도시 발전을 위해 투자와 인프라를 받고 싶어도,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선뜻 이를 해결해 주기 어렵다. 왜 그럴까?

 

 바로 재정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사용하는 재정을 각각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이라고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하는 일들을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중앙재정은 중앙정부의 주 역할인 소득분배, 경제안정화, 그리고 공공재 중 국방·외교·고속도로·국도 건설 등 전국적 영향을 가지는 공공재를 공급할 때 사용된다. 반면 지방재정은 지방도로·상하수도·공원·교육·주민편의시설 등의 지역 공공재를 공급할 때 사용된다.  [각주:3]

 

 모든 지방도시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지급될 달콤한 자본을 기다리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모든 도시들을 성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가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중앙정부가 지나치게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구 외에도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은 그 자체로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 어디에 투입되어야 할지가 중요한 문제로 작용한다. 하지만 지방재정은 중앙재정과 다르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다양성을 가진다. 각 지역별로 위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적절한 곳에 자본이 투입될 수 있게 해야 한다.

 

 

EP.1 메가시티의 역사

‘메가시티’와 초광역권

사실, ‘메가시티’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대중화된 것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초광역권’이라는 단어가 메가시티의 개념을 대체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메가시티는 정확히 정해져 있는 개념이 아니다.)

초광역권이란 ‘행정구역은 구분되어 있으나 일상생활 또는 경제활동이 기능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공간집적체’[각주:4]를 의미한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세계적으로 다양한 도시지역들이 (1)인구성장과 (2) 도시 확산을 통해 인근 지역과 병합을 시작하면서 거대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초광역권’과 ‘메가시티’는 어떻게 다른 개념인가? 둘 다 제시한 개념들 모두 단일 행정구역을 넘어서 지역 간의 연계와 협력을 의미하고 있지만, 목적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각주:5]에서는 ‘초광역’의 개념과 메가시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개념 내용
초광역권 지역의 경제·생활권역의 발전에 필요한 연계·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의하거나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설정한 권역으로,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및 도·특별자치도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권역 
메가시티 인접지역 간 협력의 한 형태로서 경쟁력이 있는 대도시권(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매우 큰 도시(a very large city)로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도시(Cambridge Dictionary)
초광역협력

지역 주도의 연계·협력을 통해 단일 행정구역을 넘어 초광역적 정책·행정수요에 대응하여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

 안 그래도 처음 듣는 개념이라 생소한데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초광역권은 지역 경제·생활권역의 발전’을, ‘메가시티는 공간적 협력을 강조’함”을 설명한다. 도시 간 연계가 될 수 되는 범위 내에서 대도시권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유사한 전략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메가시티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변 지역을 엮어 교통권을 활성화하는 ‘그랑파리’ 계획을 추진했으며, 독일 역시 1994년 슈투트가르트와 인근 도시의 기반 시설에 대해 교통망을 확충하는 ‘슈투트가르트 21’ 계획을 통해 광역 연합을 신설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인접 지역으로 정하여 발전시키고 협력할지는 고민해 볼 문제이다.

 

정부 정책들

 

 그동안 균형발전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초광역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2000년대이다.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각 정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각 정부에서 실행되었던 광역권 형성을 위한 정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각주:6]

 

노무현 정부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각주:7]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출범(공무원·민간인 조화)
  •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통한 법과 제도적 기반 구축
  •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의 수립·추진(광역 차원의 계획과 사업이 포함)
이명박 정부 5+2 광역경제권 사업[각주:8]
  • 행정구역 중심의 지역 발전 정책을 지양 / 행정구역을 초월한 자치단체들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경쟁의 단위를 광역화
  • 광역경제권 육성을 통해 지역들 간의 균형발전과 상생적 국가 발전을 도모
박근혜 정부 HOPE 프로젝트[각주:9]
  • 주민행복체감·균등한 기회·자율적 참여와 협업·삶의 질을 통해 지역 활력 증진 및 일자리 창출
  • 지역행복생활권을 통해 ‘지자체 간 자율적 합의’를 위해 노력
문재인 정부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각주:10]

  •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균형발전에서 지역 주도의 상향식 균형발전을 주도
  • 지역이 먼저 주도하여 지자체 간 경계를 뛰어넘는 ‘초광역협력’ 추진
  • 지역균형 재정투자 확대 및 지역우수산업 정부예산 반영
윤석열 정부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각주:11]
  • 4대 초광역권(부울경, 광주전남, 대구경북, 충청)과 3개 특별자치권(강원, 전북, 제주) 특화
  • 지역별 특화 산업을 통한 비수도권 메가시티 건설
  • 지방의 균형 발전 및 지방 경쟁력 향상 추구

 

 정부에서 균형발전을 위해 계속 분투하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정말 간단하게 말해서, 안 하면 소멸하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 도시들이 소멸하는 2단 콤보를 얻어맞는다면, 국가의 산업이나 경제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도권에서는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감사원[각주:12]은 2047년부터 모든 시·군·구가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하고, 2117년에는 전국에서 8개 시·군·구를 제외하고 모두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모든 정부가 균형발전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광역발전위원회를 통해 지역균형을 해결하려 하였으나, 독자적으로 사업을 집행할 수 있는 재정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경우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하였으나, 수도권 집중 현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정부의 프로젝트를 살펴보자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말이 있다. ‘광역단위’와 ‘상향식’이다. 우리는 여기서 ‘상향식’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균형발전에서 지방 중심의 상향식 균형발전으로 넘어가자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지방이 스스로 힘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재정적 측면에서 상당히 자립의 정도가 약하다. 따라서 상향식 지역발전정책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이 충분한 내구도와 자원을 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그 내부의 문제가 가속화되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재정이 준비될 때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전히 ‘국가적 차원에서의 적절한 자원배분’일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다시 한 번 신중해져야 한다. 각 지방에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을 높이는 산업에만 집중하면 사업이 중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역별 특화 산업을 통한 초광역권 건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초광역권 메가시티가 건설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EP 2. 메가시티의 특징

 메가시티가 추진되면 개별 지자체에서 광역단체 중심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이른바 광역 거버넌스로 초점이 옮겨진다.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역 거버넌스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있음을 설명했다.

 

포괄성 광범위한 행정 및 경제적 협력과, 시민사회를 포함한 관계적 특성과 상생 및 통합을 제안
상이성 지역별 특징과 영향으로 인해 권역마다 새로운 거버넌스 양식을 취하며 이로 인해 정책이 다름
지속성 기 도시 지역의 경쟁수요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인해 광역도시의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추구

 

앞에서 설명했던 도시지역권과 초광역권이 포괄성에 대한 내용이므로, 이제 상이성과 지속성을 알아보자. 상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산 요소를 들여다봐야 한다. 각 도시는 가지고 있는 생산 요소들이 서로 다르다. 노동과 자본은 수도권과 그에 인접한 광역단체에 집중되고 있으며, 지방의 경우 노동·자본 대비 토지 비율이 많다. 생산 요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다르므로, 도시들은 이를 고려하여 서로 다른 정책을 취하게 된다.

지속성은 계속된 경제 발전을 통해 나타나는 경쟁 수요와 정부 능력 간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2024년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경쟁률이 16대 1이지만[각주:13], 지방직 9급 공무원은 경쟁률이 10.4대 1[각주:14]이다. 특히 대도시 지역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경쟁수요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광역 차원에서 행정체제의 개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희망적인 대안들과 달리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외치며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3기 신도시 건설은 당초 기대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낳았다. 수도권에 건설된 신도시로 인해 ‘수도권 주민의 신도시 이동’보다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이동’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울경에 건설 예정이었던 GTX는 감감무소식인 반면, 서울의 GTX-A 노선은 추진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시범운행이 시작됐다. 지방에 사용될 돈이 수도권에 사용되는 것이 당장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 보면 자본의 흐름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측 모두 미래전략으로 메가시티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물론 그냥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진행되어야 한다. 메가시티는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정책을 바탕으로 지방 소멸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속 빈 껍데기로 끝날 수도 있다. 지역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지방정부에서 지역 정책을 주도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서울과 지방의 운명

 

 위의 개념들은 사실 메가시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도시를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급될 때도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메가시티는 도시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우리나라에서 메가시티와 가장 부합하는 도시는 ‘605㎢의 작은 면적 안에 1000만의 인구가 모인 도시’밖에 없다. 바로 서울이다. 서울은 정의상으로는 메가시티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이 메가시티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의 관점에서는 ‘미완성’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각주:15] 위에서 제시한 특징 중 ‘지역의 협력과 양보’가 기억나는가? 서울은 수도권 및 인천광역시와 같은 생활권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자체는 서로 분리되어 있다.

 

 서울이 메가시티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활발한 연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제 공항과 항구가 발달한 인천은 서울의 인적·물적 자원의 흐름을 분산시킬 수 있다. 어쩌면 행정 구역을 통해 문제를 조금은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수도권을 과포화시키는 것보다, 이 인원들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 행정구역 개편을 위해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행정 체제를 개편하여 새로운 발전 방향을 생각해 보자는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은 서로 다른 문제에 맞서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문제가 행정적 비효율성에 있다면, 비수도권의 문제는 소멸과 이해관계의 조정에 있다. 서울이 추구하는 ‘성장’과 달리 지방은 ‘소멸의 방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체제 개편만으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현상을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지방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네 가지의 움직임이 보인다. (1)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2)충청권, (3)광주·전남. (4)대구·경북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메가시티 추진 계획과 동향을 살펴보자.

 

▲ 비수도권 메가시티의 움직임 ⓒ조선일보

 

(1)부울경 [각주:16]

 

▲ 부울경 메가시티 시나리오 ⓒ시사기획 창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하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어 초광역 경제권을 구축하고자 한 특별지자체 계획이다. 행정공동체를 바탕으로 생활, 경제, 문화 면에서 모두 ‘같이’ 진행하는 기반을 마련하여 동남권의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또한 메가시티 구상의 일환으로 동남권 광역관광벨트를 조성해 관광사업을 촉진하고, 지역별 특화 브랜드를 연계해 세계적인 문화 허브를 구축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러나 부울경 메가시티는 2022년 지방선거 이후 부울경 시도지사 전원이 교체되며 난항을 겪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기존에 추진되던 메가시티가 아닌 행정통합 추진을 주장하며 부울경 메가시티는 사실상 파기수순을 밟았다. 이후 2023년 10월 부산시의 주도로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이 새롭게 출범되면서, 종전의 메가시티 구상보다는 한 단계 낮은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충청권 [각주:17]

 

▲ 충청권 메가시티 시나리오 ⓒ시사기획 창

 

충청권 메가시티 계획은 2000년에 구성된 대전‧충청권협의회가 효시이며, 2023년에도 공동 협력사업을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핵심과제는 크게 (1)충청권 복수의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시도 간 연계사업인 광역협력사업과 (2)충청권 광역시도가 아니더라도 상호간 상생을 위해 추진하는 광역연대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충청권의 교통·경제구조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아산 등 북부권과 대전·세종·청주의 중심성이 높은 반면, 서해안권·남부권의 비중이 적어 이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이를 고려하여 서해안권에 충남혁신도시를 구현하는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교통 발전을 위해서는 도시 간 협력체계를 구체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른 지방의 고질적인 상황처럼, 충남 역시 웹처럼 교통망을 연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청권 4개 시·도는 초광역 협력계획을 기반으로 메가시티 구축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자체간 협업을 통해 숙의가 충분히 이뤄진다면, 충청권은 과연 성공적인 메가시티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3) 광주·전남(호남권)[각주:18]

 

▲ 광주전남 메가시티 시나리오 ⓒ시사기획 창

광주전남의 통합추진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구체적인 토의가 시작된 것은 2020년의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이다. 두 자치단체장은 광주전남연구원이 통합의 내용과 제반사항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이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발전사항을 검토하는 행정통합 계획에 합의하며 계획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광주전남 메가시티의 핵심은 지역중소기업 육성으로, 적극적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기업의 기술혁신 및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정착을 목표로 했다. 또한 지역중소기업 생산품의 지역내 구매 증진을 유도하여 광주전남 소재 기업의 발전을 유도했다.

 

 2023년 11월 광주시장은 호남 광역단체 간 협업을 이야기하며 광주연구원, 전남연구원, 전북연구원의 메가시티 추진 논의에 대한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광주·전남 메가시티가 광주권을 넘어 전라 지역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 대구·경북

 

▲ 대구·경북 메가시티 시나리오 ⓒ시사기획 창

 

대구·경북 메가시티 구상은 2019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협력으로 시작되었다. 지방정부의 한계로 인해 중장기 과제로 전환되며 지연되는 듯 보였으나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적극적인 ‘대구경북’의 통합 의지 아래 2022년 3월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이 설립되었다.

 

 각 시·도는 행정 통합을 위해 광역전철을 신설하고 중장기 발전전략 기획을 준비했다. 또한 ▲ 지역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지역대학 혁신 및 지역인재 양성 ▲ 반도체 생태계 조성사업 등 지방 중소·중견기업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구축했다.[각주:19]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섣부른 통합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민의 여론을 통합하지 못하였고, 2022년 7월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에 당선되며 통합의 불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홍준표 시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 표현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어 행정통합을 담당하던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 사무국이 폐지 수순을 밟으며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각주:20]

 

 하지만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구·경북 통합’ 지지의견과 함께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회담을 추진했다.[각주:21] 이들은 2026년 통합자치단체의 출범을 목표로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 개의 메가시티 구상과, 광역협력을 위한 움직임을 살펴봤지만, 아직까지 성공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니, 오히려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최근 승인을 받은 충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지역 간 협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초광역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비수도권 메가시티의 추진 과정에서는 연계와 협력이 핵심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균형발전의 도시화가 촉진되면서 생활권과 경제권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점차 확장되어 생활권과 경제권이 겹치게 되고, 각종 행정사무에 대한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EP 3. 문제

  국내에서 메가시티에 대해 많은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활발한 논의와 다르게 갈 길이 아직은 멀다. 하지만 누군가 ‘메가시티를 대한민국에서도 일궈낼 수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우리가 긍정적인 답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문제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문제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그 해결책을 찾아가다 보면 메가시티 플랜이 결코 허울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 인구

 

앞서 말했듯이, 메가시티에서 이야기하는 인구는 기본적으로 ‘천만’ 단위를 말한다. 하지만 천만 단위의 인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도시는 오직 서울과 수도권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서울의 인구도 이제 천만이 안 되기 때문에 메가시티의 인구에 부합하는 도시는 지금으로서는 없다.


  하지만 이는 앞에서 말한 ‘소멸의 해결책’으로 보는 개념이고, 우리가 ‘자생적 질서를 이야기한다면, 경제 활동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부가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경제 활동 인구는 “노동가능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계속해서 생산적인 일을 함으로써 가치가 창출되고, 도시가 그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지역에 자본이 투입되더라도 그 지역에 인구가 없으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계속되는 인구 불균형으로 지방의 인구는 도통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2019년 절반을 넘어 작년 50.7%까지 올라왔다. 통계청[각주:22]은 “대한민국의 전체 사업체의 49%가 수도권에 있으며, 수도권 취업자 수가 전체의 51.6%” 라고 발표했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참으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도시를 발전할 계획을 마련해도 그에 상응하는 인구가 마련되지 못하면 처음부터 추진 자체가 어렵다.

 

(2) 교통 문제 해결

 

 메가시티를 구축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사업을 뽑으라고 한다면, 교통권을 빼놓을 수 없다. 주변의 도시들을 묶기 위해서는 각 도시별로 교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메가시티의 선두주자인 프랑스 파리의 경우 도시 발전을 위해 대중교통을 확장하고 근교 지역을 연계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기도 했다. 

 

 도시를 자생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각 도시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경우 외곽 도시와 주 도시 간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새로운 노선과 도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도로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할까? 대한민국의 도로는 한국도로공사, 지방청,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이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지자체는 도로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늘어나는 도로시설물을 감당하기에는 예산에 무리가 있다. 또한 국도와 연결된 지방도로의 관리 수준이 일반도로와 차이가 있어 리스크도 존재한다.[각주:23]

 

 이렇게 각 지자체마다 도로 관리 역량이 다르므로 편차가 존재하게 되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세에는 교통부문 재원이 없어 지방 도로관리를 진행하기 위한 재정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관리가 어려운 부분을 도로공사와 중앙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건데, 정부는 또 모든 지자체에 재정을 조달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관리의 수준을 최대한 각 지자체가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그 해결책을 찾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힘들지도 모른다.

 

(3) 입장 차이

 

 지금까지의 동향을 살펴볼 때, 메가시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간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광역 단체들이 메가시티를 건설하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예로 들어보자.

 

2018년 6월 공동협력기구 설립
2020년 부울경 발전계획 수립 위한 연구용역 
2021년 4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설치
2022년 4월 특별연합 규약안 부산·울산시의·경남도의회 통과
행정안전부 승인 거쳐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출범
2022년 6월 부울경 단체장 국민의힘 소속 당선 
2022년 12월 울산시의회·경남도의회 특별연합 규약 폐지
2023년 2월 부산시의회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지 의결 

▲부울경 메가시티 연혁 ⓒ매일경제

 

 

 부울경 메가시티의 경우, 부산의 주도적인 계획 하에 두 개의 광역시와 하나의 광역자치단체가 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정당이 바뀌며 메가시티 플랜은 점점 삐걱대기 시작했다. 울산과 경남에서 ‘부산 쏠림 현상 강화’를 이야기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각주:24]

 

이처럼 각 광역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경우 힘을 합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역 간 상생이 있어야 메가시티가 추진될 수 있지만, 의견 차를 좁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 정치

 

 메가시티와 정치는 강력하게 결부되어 있다. 김포 서울 편입론처럼, 선거를 위한 ‘행정 구역 개편’의 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실제로 행정구역이 개편되며 선거구가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의 주도적인 개편 아래 2010년 마산, 창원, 진해시가 창원특례시로 통합되었고, 이후 2014년 청주시, 청원군이 청주시로 통합되기도 했다.

메가시티로 인해 행정구역이 새롭게 개편될 경우, 다시 선거구제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획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다. 특히 창원시의 경우 통합 이후 2016년 총선에서 1석 축소 여부를 두고 많은 반발이 일어났다.

 우리는 도시가 통합되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행정구역이 통합된 도시들은 점점 소멸 현상을 겪게 된다.[각주:25] 여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위에서 서술했던 인구다. 전체적인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도시의 통합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현재 창원특례시는 올해 인구가 100만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특례시’ 지위가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각주:26]

 

(5) 재정의 문제

 

 앞에서 정부 간의 문제를 이야기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재정지출[각주:27]을 통해 그 내용을 살펴보자.

 

  2023년 당초예산 기준 전체 통합재정지출 중 지방자치단체의 비중은 38.4%이지만, 총 조세 중 지방세의 비중은 22.4%이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2023년 당초예산 기준 지출 비중이 수입 비중에 비해 16.0%p 정도를 초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과분을 어떻게 충원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러한 재정갭을 “중앙정부의 이전재원 (지방교부세 및 국고보조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초과분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중앙정부의 재원을 사용한다면, 지방재정은 점점 중앙재정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중앙-지방 간 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재정력 격차를 좁힐 수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재정을 충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각주:28]

 

 

EP 4. 메가시티의 조건

 

메가시티, 참 쉽지 않다. 마음만은 간절한데, 실행하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지자체의 고군분투 속에 몇몇 어려움은 조금씩 해결된다. 이들의 노력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살펴보자.

 

 (1) 지속적으로 정책을 이끄는 선도자의 존재가 중요하다. 광주전남의 경우 자치단체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은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협력 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야 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이 결정권자일 경우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

 

(2) 정책의 지속성 역시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중요한 지표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통합의 움직임이 계속되었으나 지방 정부의 성향이 발목을 잡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메가시티 계획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도록 장기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3) 지역 간 포괄성과 유사성이 드러나야 한다. 메가시티는 지리적 구조에 큰 영향을 받으며, 교통·생활권 등이 밀접하게 연관된 구역 내에서 효과적인 건설이 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거점도시 설정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주변도시의 공공서비스 사각지대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지역 내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광주전남의 경우 GIST, 전남대 등 지역 대학에서도 우수인재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지난해에만 청년 1만 2천명이 광주를 떠났다. 청년 인구가 학업을 마친 후에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의 도입과, 메가시티가 수립될 경우 청년층 유도를 위한 고부가가치 업종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과 지방의 협업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지방분권에 사활을 걸지만, 정작 분권의 주체는 중앙정부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30년이 다 되감에도 지역 현안에 있어 중앙의 입김은 결코 약하지 않다. 중앙이 지방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정책 방향성이 수도권으로 현저히 쏠릴 경우 부정적인 후과를 낳을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기대받았던 마산-부전 광역전철이 그 예시로, 운영비 지원에 있어 국토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예산 불용으로 광역전철 사업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앙정부가 GTX에 연간 수 조원의 예산을 지출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중앙정부가 수도권 인프라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지역 예산 확보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EP 5. 결론

국가 발전을 위한 운명

 

 메가시티가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업이 지속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 역시 작지 않다. 한편, 메가시티가 건설되면 비(非)메가시티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의 산업 인프라는 메가시티로 흡수되어, 지역 불균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비수도권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생겨날 메가시티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서울공화국 체제를 종식하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제4공화국 당시 급속한 이촌향도, 안보 위협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은 비밀리에 천도 계획을 꾸렸다. 동서화합과 균형발전을 내세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의 공공기능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 정책을 고안했다. 망국적인 서울공화국 체제를 종식하고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산업화·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들의 관심사였다.

 

 앞으로 들어설 모든 정권은 이러한 정치적 합의와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 있어 메가시티는 오랫동안 케케묵은 서울공화국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물론 성공적인 메가시티 건설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메가시티의 득실와 파급력를 면밀히 분석함은 물론, 중앙-지방 간의 협의와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이끌어내야 한다.

 

새로운 희망?

 

  메가시티에 대한 불씨는 작지만 꺼지지는 않았다. 대구·경북이 2026년을 목표로 한 통합자치단체 출범에 합의했고,[각주:29] 부산·울산·경남도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법을 필두로 통합 논의에 나서기 시작했다.[각주:30]

충청권과 호남권은 더 발빠르게 움직였다. 2024년 5월 24일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 ‘충청지방정부연합’이 출범했다. 전국 최초로 공식적인 정부 승인을 받은 충청 메가시티는 연합 체계를 구축하여 560만 초광역권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로 및 교통을 활성화하며, 예상되는 문제인 행정효율의 향상 및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정책의 지속성을 해결할 방안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충청 메가시티가 출범하더라도 4개 광역자치단체는 기존처럼 존속하면서 고유의 광역행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각주:31] 이외에도 본청과 의회를 세종에 두며, 관련 예산을 균일하게 구성하는 등 새로운 광역권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호남권 메가시티도 막 스타트를 끊었다. 민선 6기에 중단되었던 호남권 정책협의회가 재가동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7년 만에 진행된 정책협의회에서는 ▲ 재생에너지·바이오·모빌리티 등 지역별 특화 미래산업 육성 ▲초광역 협력체계 구축 ▲서해안 철도 건설 등이 논의되었으며, 교통정체가 심각한 고속도로에 대한 고도화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초광역권 경제동맹을 만들기 위한 예산은 구성하는 광역자치단체의 분담금과 사용료, 사업수입, 국가보조금 등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우리가 톺아봤던 문제들을 고려하여 협력한다면, 충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소멸의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양보와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우리 헌법에 아로새겨진 사회적 합의다. 이제는 이러한 ‘합의’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할 때다. 한국 사회의 한 맺힌 숙원을 풀 기회, 무너져가는 비수도권을 살릴 기회는 어쩌면 지금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느 지역에 살던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어쩌면 메가시티는 이 중요한 도약의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

 


 

  1. 서울과기대신문, “‘메가 서울’, 도시 문제의 해결책인가”, 2023.11.20, 김서진. [본문으로]
  2. 김영삼 정부 [본문으로]
  3. KDI 경제정보센터, “아는 만큼 보이는 지방재정”, 2012.05.31. 서정섭 [본문으로]
  4.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협력 현황과 향후 과제」(국회입법조사처, 2022) [본문으로]
  5. 4와 동 [본문으로]
  6. 「균형발전을 위한 광역 협력사업 추진방안」(국토연구원, 2020) [본문으로]
  7.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2008) [본문으로]
  8.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광역경제권 구축 방안”, 2023.07.20, 원희연. [본문으로]
  9. 「역대정부 균형발전정책의 성과 평가: 박정희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차재권, 2017) [본문으로]
  10.  「문재인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기획재정부, 2021) [본문으로]
  11. 서울경제, “'4대 특구+3개 특별자치권' 메가시티 조성…수도권·지방 격차 줄인다”, 2023.11.01, 김창영. [본문으로]
  12. 「감사보고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Ⅰ(지역)」 (감사원, 2021). [본문으로]
  13. 법률저널, “올 서울시 8·9급 공무원시험 합격하려면 16.1대 1 뚫어야”, 2024.04.02, 안혜성. [본문으로]
  14. 머니투데이, “지방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 '10대1' 간신히 유지”, 2024.06.18, 이창명. [본문으로]
  15. 조선일보, “"이젠 국가 아닌 도시 경쟁"… 세계 33곳이 메가시티 프로젝트”, 2023.11.09. 정순우 외. [본문으로]
  16. 「동남권(부울경) 메가시티 기본구상 및 전략」 (하경준, 2021) [본문으로]
  17. 「충청권 메가시티 형성방향 및 정책과제」 (오용준 외, 2021) [본문으로]
  18. 「수도권도 살고, 지방도 사는 메가시티 전략」 (이상대, 2020) [본문으로]
  19. 동양뉴스,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 2022년 초광역협력 기획발굴·컨설팅 지원사업 공모 선정”, 2022.06.09, 조인경 [본문으로]
  20. 매일신문, “TK 행정통합 사실상 무산…조직개편으로 특별지자체 출범 올스톱”, 202207.04, 김윤기 외. [본문으로]
  21. 뉴시스,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재도약' 길을 찾다[메가시티 본격화①」”, 2024.06.22, 정창오. [본문으로]
  22. TBS뉴스, “수도권에 인구·일자리 다 집중ㅣ학령인구 급감ㅣ수도권 쏠림 잡아야”, 2024.02.16, 양아람. [본문으로]
  23. 「국가전략도로망 지정 및 관리방안」(이상건, 2018), 국토연구원. [본문으로]
  24. 매일경제, “5년 공들인 ‘부울경 메가시티’…“우리가 더 손해” 이기주의에 와르르”, 2024.02.14, 이승훈 외. [본문으로]
  25. 창원특례시, “100만 위기 창원시, 새로운 인구 종합대책 마련 나선다”, 2024.01.15. [본문으로]
  26. 25와 동일 [본문으로]
  27. 2023 대한민국 지방재정(국회예산정책처, 2023) [본문으로]
  28.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현황 및 향후 과제 : 지방교부세를 중심으로」(국회입법조사처, 2023) [본문으로]
  29. 경향신문, “대구·경북 통합 첫 ‘4자 회동’···“2026년 7월 1일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 출범””, 2024.06.04, 주영재. [본문으로]
  30. 머니투데이, “부울경 메가시티, 꺼지지 않는 불씨…특별법 발의”, 2024.07.02, 홍세미. [본문으로]
  31. 충청 메가시티 장은 4개 시·도지사 중 1명을 선출하며, 1년 동안의 임기를 가진다.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