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김서현
주말이다!
일단 눈을 떠도 침대와는 한 몸을 유지한다. 휴대폰으로 밀린 카카오톡 답장하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간밤에 있던 재미난 소식을 접하고, 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몰아본다. 여러 개의 탭을 열어놓고 각기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다가, 문득 이제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티비를 한 번 틀어 본다. 에잇, 요즘은 티비에도 볼 게 없네.
다시 유튜브로 돌아왔다. 숏츠를 넘기다 보니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 시간이 어찌 이렇게 빨리 가는지. 평일에 고대하던 주말이 침대 위에서 숏츠만 보는 모습은 아니었는데. 스마트폰의 화면만 보다가는 정말 시간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어느덧 주말이 지나가고, 나는 주말 동안 줄글을 단 한 문장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허무함만이 가득하다.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 책과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지?" 한때는 책 속의 세계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저 화면 속 짧은 클립들에 빠져 사는 건 아닌가…
책과 거리 두기 중
다양한 온라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책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2023년 4월,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 5,000명과 초-중-고등학생 4학년 이상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전체 독서율은 95.8%, 연간 총 독서량은 36권으로 전년 대비 각각 4.4%포인트, 1.6권 증가했으며, 평일 하루 독서시간은 82.6분으로 10.5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인의 전체 독서율은 43.0%, 총 독서량은3.9권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포인트, 0.6권 감소했으며, 하루 독서 시간은 18.5분으로 역시 1.9분 감소했다. 1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세계는 점점 더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전자 공학과 인체 공학 등 기술의 발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활 양식, 문화, 심지어 문명의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변화 속에서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세대 격차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8년 구글이 설립된 이후 현재 젊은 세대들은 손 안의 백과사전인 스마트폰과 포털 사이트와 함께 자라왔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켜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다. 즉, 우리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흡수, 종합, 생산한다. 2다양한 매체, 특히 영상 매체가 주로 발전하면서 독서율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독서량 감소가 왜 문제가 되는가.
독서는 단순히 읽는 행위가 아니다
독서를 가장 단순하게 정의하면 책을 읽는 행위이다. 책은 일반적으로 줄글로 구성되어 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 국민 독서 실태’에서는 독서의 범위도 파악했다. 설문 조사 결과 3 연령이 낮을수록 독서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범위가 넓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는 ▲종이 책 읽기(98.5%), ▲전자책 읽기(77.2%) ▲웹 소설 읽기(66.5%)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의 결과는 ▲종이 책 읽기(91.2%) ▲전자책 읽기(74.2%) ▲만화책 보기/읽기(57.2%)로 나타났다.
학생이 성인보다 다양한 매체(종이 신문, 잡지, 웹툰, 웹진, 소셜 미디어 등)를 이용한 읽기 활동을 독서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당히 높은 비율에서 성인과 학생 모두 인터넷 신문이나 챗북과 같은 디지털 내용물을 읽는 것도 독서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독서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정보는 상당한 수준에서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며 글로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긴 영상, 숏츠 상관없이)나 SNS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으로만 정보를 얻는 것은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논리에 빈틈이 발생하는 것이다. 영상은 복잡한 시각적 및 청각적 요소들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미지, 텍스트, 소리 등이 모두 통합되어 제시되며, 정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영상을 보는 우리에게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거나 선택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정보를 습득할 때 제공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음성과 이미지로만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은 사고(思考)가 아니라 시청(視聽)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자막이라는 기능을 통해 쓰인 글자를 접하긴 하지만, 음성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빠르게 휘발된다. 여기서 우리는 음성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정보 습득에 있어 시각보다 열등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게 시각 장애인, 글자를 빠른 속도로 읽기 힘든 아동과 노년층에게 음성은 정보 습득의 주된 경로이다. 이들은 시각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없기에 음성 정보를 이용한다. 비장애인과의 차이점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즉, 오감으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습득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입력 후 공백과 공백, 여백과 여백 사이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 구술과 문자
과거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필사가라는 직업이 중요했다. 종교 지도자의 말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을 최대한 멀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세상을 구원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사고와 표현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청각은 곧 시각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즉 인쇄술의 발달로 기록의 보존이 용이해지자, 시각이 정보 습득의 우위를 점했다. 기록은 휘발이 아니라 눈에 보이게 적고 그것을 인쇄함으로써 문자를 종이에 못 박아버린다. 이는 정확히 반복할 수 있는 시각 정보의 확보로 이어진다. 활자로 인쇄된 책은 여백이 존재한다. 여백은 그저 빈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여백은 작품, 논문, 보고서 등으로 드러나는 과학적, 문학적 상상력뿐만 아니라 철학적 상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4
모든 말과 글에는 나름의 논리(論理)가 있다. 논리는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 혹은 사물 속에 있는 이치 또는 사물끼리의 법칙적인 연관 5을 말한다. 구술로 정보를 전할 때에는 원인과 결과의 연결고리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어렵고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손으로 수식을 적어 가며 차근차근 풀 때와 머릿속으로 암산을 통해 풀어야 할 때 둘 중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 후자의 방법으로. 이전에 생각했던 과정이 기억나지 않아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만다. 다시 말해 복잡한 인과관계나 논리 체계의 문제는 가시성이 중요하다. 문자를 사용해야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고, 세상을 보는 틀을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활자로 적힌 책이 가진 역할이며 독서의 중요성이다.
결국 낮은 성인 종합 독서량은 문해력과 어휘력이 하락하는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 책과 문자를 통하지 않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른 오감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구술로만, 청각으로만 정보를 접한다면 논리가 사라진 채 적극적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와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닐지 말이다.
내가 게을러서 책을 안 읽는 걸까?
분명 어릴 때는 하루에 온종일 책을 끼고 살았는데 언제부터 한 해에 책을 읽은 게 손에 꼽을 정도로 멀어진 걸까. 우리는 계속 낮아져만 가는 독서율을 보고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개인의 게으름만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서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게으름'이라는 주장은 독서할 환경을 앗아간 사회의 책임을 몽땅 개인에게 전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동영상, 팟캐스트, 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와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반드시 책을 읽는 것보다 가치가 낮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발전의 산물인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는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끊임없는 알림과 즉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다만 동시에 주의 집중 시간이 짧아지고 책 읽기와 같이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활동에 참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타인과 상호작용을 한다. 얼굴을 마주해야만 소통이 되던 시대는 이미 십수년 전에 지났다. 전화기의 발명에서 시작된 원거리 소통은 스티브 잡스가 선물한 손바닥 위의 세계에서 꽃을 피웠다. SNS가 주 소통 창구가 된 요즘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다.. 상대와 내가 동시에 접속해 있을 필요도 없다. 그저 댓글 하나면 충분하다. 우리는 매일 게시글 혹은 댓글을 통해 긴, 혹은 짧은 문장으로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한다. 이때 자신이 쓴 글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숙고하지 않고 서로를 헐뜯는 공격적 댓글만이 남는다면 우리는 건강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온⋅오프라인에서 하나 둘 쓴 글은 모여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책으로 담론을 이끌어나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오늘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결국 동시다발적인 타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인터넷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독서를 하는 행위는 개인이지만, 독서를 하는 원인은 개인에게서만 찾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 이유는 바쁜 일정, 다른 우선순위 또는 개인적인 즐거움의 변화 등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나의 독서 욕구와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이유 1. 과로 사회: 우리는 책 읽을 ‘시간’이 없다.
노동 시간이 너무나 길다. OECD 국가 중 연중 가장 긴 노동 시간 통계 자료를 보인다. OECD 평균 노동 시간은 검은색 막대로, 연평균1,752시간이다. 한국은 이보다 약 150시간 정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공식적으로 9시부터 18시까지 일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는 야근이 너무나 익숙하다. 출퇴근 시간이 평균 1시간에서 1시간30분이 걸리는 직장인의 삶을 머릿속에서 그려보자. 집에서 출발한 8시부터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인 8시까지는 크게 다른 것을 할 수 없다. 퇴근 후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밥도 먹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며,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는 등 사교 활동도 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 직장인에게 주중 약속은 사치이다.) 필요한 일을 마치고 나면 이미 밤은 깊어져 다음날 다시 이른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이 된다. 다음 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했을 때, 적정 수면 시간인 7-8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늦어도 11시에는 잠에 들어야 한다.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실제로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내외이다. 그 시간 안에 우리는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근로 시간을 계산해 보자 7. 하루 8시간 근무, 1주일 40시간, 한 달에 160시간, 1년에1,920시간 근무이다. 다만 이는 최단 근무 시간일 때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12시간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있어서 사실상 52시간 근무를 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미 OECD 국가 중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한편 2024년 윤 정부는 유연한 근로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주69 시간 노동 정책을 제시했다. 주당 12시간 연장근무 상한선을 없앰으로써 사실상 노동 약자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이는 장시간 근무는 신체적 에너지 뿐만 아니라 그리고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유발하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으로 비판 받았다.
신체적으로 지친 상태에서는 정신적 활동이 원활히 일어나기 어렵다. 이미 피로가 쌓인 몸에는 주의력과 집중력이 자리잡지 못한다. 이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하기에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가 줄어든다. 또한 하루 중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이 충분치 않을 때 개인은 여가 시간을 회복과 휴식에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연장선으로 수면 부족의 상태에 처한 뇌는 늘 상 피곤하다. 독서 시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논리적 사고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시급한 육체의 스트레스 완화에 집중하다 보면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은 자연스레 뒷전이 된다.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사람들이 더 적은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활동을 선호한다. 정신적 노력을 최소화하면서 더 이상의 에너지 고갈을 방지하는 것이다.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재미와 만족감을 모두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자연스럽게 찾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텔레비전 시청, 온라인 게임, SNS처럼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활동은 그렇게 독서보다 우선시되곤 한다.
이유 2. SNS: 단발성 유행이 장악한다.
우리 뇌는 자극에 취약하다. 촉각이든 시각이든 어떠한 자극에 처하면 즉각적인 보상을 원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차고 넘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곳이 바로 SNS이다. 이곳에선 매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만족할 수 있는 순간이 계속된다. 이러한 즉각적인 보상을 통해 사람들의 만족감과 보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독서와 같이 즉각적인 보상이 덜한 활동에 대한 동기가 감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짧고 간결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SNS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자극을 바로 끊임없이 제공한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말이다. 사용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를 스크롤 하며 소비하는 데 길들여진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면 긴 글이나 복잡한 내용을 요구하는 독서에 대한 집중력이 저하한다. 앞 영상과 다음 영상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않아도 바로 새로운 자극이 물 밀듯 들어오니, 시간을 들여 사고하는 과정은 지루해진다. 같은 영상 중에서도 길이가 긴 영상을 찾는 사람이 적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니 많은 문화의 시작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매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이 빠르게 바뀌면 사용자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SNS의 바다를 헤엄친다. 특히 인기와 소멸의 속도가 매우 빠른 한국에서는 해당 시기에 유행하는 패션, 취미, 음악, 여행 트렌드가 쉴새없이 변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고 많이 접하기 위해서는 그 시초지인 SNS를 떠날 수 없다. 30초 남짓의 짧은 콘텐츠에 발목이 잡힌 우리는 어느 순간 깊이 있는 독서로 발을 내딛지 않는다. 즉, 숏폼 콘텐츠가 독서와 같은 깊이 있는 사고 혹은 학습 활동에 몰두하길 방해한다.
이유 3. 도서관이 축소됐다.
도서관은 누군가의 놀이터이고 학교이다. 책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방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세상의 모습과 사람에 대한 학습은 직접적인 경험을 넘어 책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책이 가득한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모든 시민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이자 시민의 권리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회의 장이 줄고 있다.
▲ 2023년 12월 31일 폐관을 앞두고 있던 서울 노원구 서울점자도서관의 모습, ⓒ 박수림, 오마이뉴스 8
햇빛 내리 쬐던 뜨거운 여름 날, 시원한 도서관으로 달려가 방학 숙제를 했던 적이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집 앞 도서관을 애용했다. 집에 없는 책을 읽으러 가기도 했고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자주 방문했다. 언니, 동생과 함께 각종 도서관 프로그램을 체험하러(별자리 체험, 북 아트, 독서 토론 등) 가기도 했고, 친구들과는 노는 장소 중 하나로 도서관을 찾기도 했다. 도서관에는 연중 영유아,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대상으로 한 청소년, 성인(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학창 시절 매 여름방학이 되면 글쓰기, 독서 토론, 북 아트 만들기 등과 같은 집중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수강했다.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고민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발표하며 어린 시절에도 내 세상을 넓히는 귀한 경험을 했다.
얼마 전 성인이 되어 다시 방문한 도서관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개최되는 프로그램의 수가 대략 절반 가량 감소했다. 또한 계절마다, 방학마다 진행했던 야간 개방 행사 및 야외 행사도 코로나19의 여파인지, 여파로 인한 것인지 절대적인 숫자가 줄었다. 좋아하던 행사들이 사라지니 마음 한 구석에도 아쉽고 헛헛한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즐겼던 도서관의 공공 프로그램을 더 이상 즐길 수 없다는 문구를 보았을 때 느낀 그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곽경은(영어영문학과, 22) 학우도 도서관 서비스의 축소로 불편했던 저의 경험을 공유했다. 구립 도서관에서 신청 가능한 책의 권 수가 줄었다는 것, 그리고 학생 때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에서 도서관 문화 제공의 축소를 경험해 아쉬움을 전했다. 문화의 날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되었던 영화 상영과 어린이 대상 도서 낭독의 규모를 축소한다는 공지를 접한 후 슬픔을 느낀 경험을 공유했다.
도서관 서비스의 축소는 단순히 책 한 권 덜 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도서관 서비스가 축소되면 나비효과처럼 다양한 파급 효과가 일어난다. 도서관 직원이 감소하여 개방 시간이 단축되기도 하고, 자료 구입 예산 등 운영 규모 전반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기존 이용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까망돌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한 사서에 따르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지리적인 가까움도 있지만, 이용했을 시 만족감이 높아야 지속적인 방문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결국 도서관 예산 삭감으로 인한 도서관 축소는 도서관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고 독서 활동 감소로 연결된다. 이는 독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 독서하는 이가 줄어드니 예산을 채정하는 기관에서는 다시금 도서관에 배정하는 예산을 삭감한다.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연속이 시작됐다.
공공 도서관 예산 삭감으로 인해 분명한 피해자가 발생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복지의 한 종류인 공공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박탈 당한다. 더욱이 점자 도서관(혹은 서비스)과 같이 특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의 예산 삭감은 피해 대상이 더욱 명확하다. 시민이 읽을 기회와 권리를 더욱 보장 받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여 수익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정보와 문화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수단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손을 놓고만 있을 것인가?
잠시 도서관에서 나와 보자.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접하기 위해 어딘가를 들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당장 내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를 켜서 포털 사이트,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구 트위터), 틱톡 등)에 접속한다. 수많은 정보는 즉각적으로 눈과 귀를 통해 들이 닥친다. 수많은 정보는 자동으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짧은 영상(숏폼 영상)을 통해 수동적으로 수용된다.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SNS, 뉴스 등)를 통해서 정보를 얻을 방법은 수천만 가지로 많다. 그럼에도 책이 갖는 의미가 여전히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가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손과 눈이 오랜 시간 책을 붙잡고 있기 어렵다. 성인이 된 지금, 다시금 독서율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대학교 내 도서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책을 접할까? 설문 조사를 통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여 소장한다는 답변(110명 중 55명 응답)이 가장 높았고, E-book(교보문고 전자도서관, 밀리의 서재, 리디 등)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 뒤를 이었다. 서점을 답으로 채택한 이들에게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표본은 모두 20대 수도권 대학생으로 11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무작위로 세 명을 선정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세 명은 모두 각기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는데, 박씨(건축학부, 21)는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글로만 이루어진 정보가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그림이나 영상 등 시각적인 자료가 있어야 다양한 자극이 이루어져 지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숏폼 시장의 확대가 개인의 독서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문씨(AI⋅빅데이터학과, 21)는 가끔 책이 생각날 때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 읽는다고 했다. 재미 목적으로 방문한 서점에서 구경할 때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구매하고 독서로 이어진다고 한다. 원했던 책이기에 구매 후 집과 같은 공간에서 바로 독서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남씨(독어독문학과, 21)는 학교 내, 동네 도서관, 서점, e-book을 모두 활용하여 책을 접하고 읽는다고 했다. 관심사가 다양하고, 외동이라 어릴 때는 다른 친구들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많이 보낸 환경이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마다 책을 읽는 동기와 의지는 모두 다르다. 어떤 유형이 본인과 가장 비슷한가? 정보를 도서관에서 혹은 그 밖에서 정보를 얻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서관과 서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양한 계층에게 정보 접근을 보장한다는 것에 있다. 도서관은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한다. 어린이, 노인 그리고 경제적 격차에 상관없이 일인당 일정 권 수의 책을 마음껏 빌릴 수 있고, 비치된 자료, 열람실 등 자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곁에는 모두에게 독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도서관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성인들의 독서율이 나날이 감소하는 이 상황에서 서울시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깊은 숙고 없는 서울시의 독서율 증진 사업
서울시 야외 도서관: 책읽는 서울광장
서울 광장에 위치한 서울 야외도서관 10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공식 명칭은 ‘책 읽는 서울광장’이다. 사람들에게 도시 생활 속에서 즐거움, 여유로움과 편안함으로 생동감을 느끼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 광장을 찾는 시민들 누구나 잔디광장에서 서울도서관이 큐레이션 한 다양한 테마의 책을 자유롭게 빌려 읽을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운영” 11하고 있다고 안내한다. 도시 한복판으로 나온 도서관은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에게 도심 속 힐링 공간을, 주말에는 엄마ㆍ아빠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독서문화의 공간을 마련” 12했다. 서울 광장에서 성인들에게 자연 속 여유 공간을, 아이들에게는 자연 속 놀이 공간을, 그리고 자연 속 밤 독서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홍보한다. 더 나아가 ‘여유’라는 키워드로 공연 존을 만들었고, ‘쉼’에 리딩 존을, ‘놀이’에 놀이 존을, 마지막으로‘소통’에 팝업 존을 운영한다. 서울시가 삭막했던 일상의 공간을 시민들이 함께 읽고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다.
야외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비치된 빈백에 누워 나만의 힐링 되는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른바‘힐링 독서’를 도심 속에서도 할 수 있다니.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 아래 소개된 글을 읽다 보면 “‘#책문화향유’가 흐르는 자연 속 여유 공간” 13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호기심을 자극하는 행사다. 2022년 기준 서울시에 약 950만 명이 사는 대도시, 즉 1㎢당 15,550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 14에서 수많은 사람과 건물에 치인 사람들에게 공간적, 심리적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서울의 중심, 그것도 탁 트인 공개된 곳에서 진행된 행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또한 실내 생활의 비중이 높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야외 활동으로 자리하면서 어딘가에 인증하고, 공유할만한 가치를 지닌다. 책을 한 권 챙겨 빈백에 누워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나와 같은 자세로 순간을 즐기고 있다. 목적과 수단이 어떻든 이 공간에 함께 한 이들은 소속감을 느낀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장 편한 자세로 읽는 책은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 서울시 야외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이렇듯 일상 속 특별한 경험으로 개인은 천천히 독서를 시작해 나가기도 한다. 특히 따뜻하거나 선선한 날씨에는 독서의 즐거움을 재발견할 좋은 기회이다.
도서관의 위기
도서관이 위기에 처했다. 2023년 여름에 시작하여, 2024년 초에 발행된 기사들을 통해 도서관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소식이 줄줄이 나왔다. 서울시가 작은 도서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전국의 도서관과 사서 연합,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거센 반발에 대응해 도서관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겠다고 재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구광역시는 추경 예산안에도 작은 도서관 지원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더불어 본예산에서는 작은도서관 지원금을 전액 삭감했다. 이와 관련된 뉴스 기사는 글을 작성하는 6월까지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야외 도서관 행사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존재하는 도서관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하는 시점에 보란 듯이 야외에서 장기간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야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 중 일부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야외 도서관이 기존에 있던 도서관을 대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많은 공공 도서관은 지역사회를 위한 지식의 보고이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배움과 성장의 장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예산을 삭감한다면, 단기적인 이벤트의 성공은 장기적인 지식 접근성을 확보할 수 없다.
▲ © 서울 야외도서관이 공지한 프로그램 중 일부 “독서 인생샷" 15
이 행사가 결국 보여주기 식 행사에 그치는 한계점을 살펴보자. 이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그저 전시용 독서를 부추기는 행사로서 작용하는 것은 아닐지 고찰해 봐야 한다.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참고해 보아도 “인생샷 찍어드립니다”, 인증샷 이벤트 등 SNS 인증과 관련된 행사 뿐이다. 독서의 본질을 다루어 사람들이 독서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변화, 즉 지속적인 독서를 끌어내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읽기(책)보다는 찍기(사진)가 주가 된 행사로 시 자체에서 그저 겉으로만 독서의 활성화를 이야기한다. 현재의 독서 활성화 프로그램이 겉으로만 독서 증진을 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이 책과 깊이 소통하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책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장려하는 교육이 기본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공교육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더욱이 투표처럼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정치 참여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욱이 이 과정은 스스로 정보를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핵심이다.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2023년 8월 8일 이래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도서관법 16 중 1장의 3조와 7조를 살펴보자.
<도서관 법>
제3조: 정의
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자료를 수집ᆞ정리ᆞ보존ᆞ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ᆞ교양습득ᆞ학습활동ᆞ조사연구ᆞ평생학습ᆞ독서문화진흥 등에 기여하는 시설을 말한다. |
제7조: 도서관의 책무
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 자료를 수집ᆞ정리ᆞ보존ᆞ제공하고 성취도 격차 감소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
도서관은 세금과 같은 공공 자금 지원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국가, 일반적으로 지자체에 의해 관리된다. 따라서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며, 모든 지역 사회 구성원이 소통하는 장으로서 역할 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힘쓰는 곳이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떠올릴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무료 공간이며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기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즉, 도서관은 평생학습 및 문화 프로그램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며 이로써 시민에게 열린 장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다른 도서관 및 관련된 단체와도 협력하며 연결 고리로서 핵심적인 지역 협력체로 역할하기도 한다. 이로써 시민들에게 지식정보 접근권 보장 및 지식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힘쓴다.
따라서 도서관은 사회, 경제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역 사회의 열린 공간 중 하나로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보금자리가 된다. 더 나아가 학습권과 관련하여 무료 공간, 디지털 기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요인에 따른 성취도 격차 감소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2024년, 도서관은 우리 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많은 도서관의 예산이 삭감되었고, 심지어 문을 닫는 도서관도 줄줄이 생겼다.
우리 곁에 도서관은 늘 있었다
공공 도서관이 예산 삭감이라는 위기를 직면했음에도 도서관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다시금 많은 관심을 받아 회복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도서관은 다양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이는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지리적 접근성과 이용 만족도를 향상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당장의 이용률이 낮아진다고 예산을 삭감하기보다는 이를 유지하거나 증액하여 도서관을 활성화 해야 한다.
여전히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는
도서관의 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사적인 독서가 가능하려면 개인이 혼자 조용히 집중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책을 소유하고자 한다면 그 책들을 둘 수 있는 넓은 집이 필요하다. 책만 있다고 독서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책을 담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오늘날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교사의 이야기이다. 그 지역 아이들에게 평균적인 높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지배적인 이유는 다수의 가족이 좁은 공간에서 비좁게 살기 때문이다. 능률적으로 공부할 만한 장소가 확보되지 않았고, 아니 그런 공간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임을 통렬히 느낀다. 책을
어떻게 글을 읽고 이해할 것인가. 독서를 통해 어떤 생각을 가질 것인가? 독서는 내 삶을, 그리고 사회를 바라볼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사회를 향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정보와 경험, 사유가 필요하다. 각자에게 필요한, 의미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 다양한 책을 접하는 데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곳, 책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바로 도서관이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이 좋은 환경인 이유가 여기 있다. 도서관이 ‘독서’를 위한 기관으로서 존속해야 함을 인지하는 것이다. 특히 공공도서관을 바라보는 개인, 지자체, 국가는 도서관 사업으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리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도서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로의 (책, 문화 프로그램 등)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주변의 가장 가까운 기관이다. 개인적인 독서 활동을 넘어 세상과 상호작용의 기회도 제공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이 드나드는 공간이 아니다. 도서관에는 지역 사회 내에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어린이들도, 노인도, 대학생도, 그리고 정보 습득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별이 아닌 모두 공용/공공의 공간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경제적 부분에서도, 지식 접근의 양 차원에서도. 도서관에서 만큼은 모두가 평등할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 서비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동작구의 까망돌 도서관에서도 이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까망돌 도서관의 사서에 따르면 그림책에 투명으로 덧붙여서 다양한 대상들의 접근을 유도하는 도서 제공 서비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서 최근에는 전체 도서의 약 20% ‘큰 글자 도서’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저시력자 계층도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용하는 것은 노인 계층에서 ‘큰 글자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무료로 책을 받아볼 수 있는 택배 서비스인 ‘책 나래 서비스’는 장애인 이용률이 가장 높은 서비스이다.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도서관은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분명 우리 주변에 공립/작은/사립/대학 도서관은 많이 존재한다. 주 사용자와 서비스 대상자가 시민인 도서관이다. 이 글을 읽으며 예산 삭감 이슈가 떠 오른 이때 도서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당신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이용률은 어떠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과의 근거리 유지
이쯤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이 있다. 당신은 어떠한 이유로 책을 읽는가? 책을 읽을 때 다른 매체보다 얻는 정보(가치)의 차이가 있는가? 다시 말해, 당신은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찾는 데에는 다양한 경우와 이유 그리고 목적이 존재한다. 정보, 혹은 전문 지식의 습득을 위해 책을 찾을 때도 있고, 작가와 소통하고, 인간에 대해 이해하는 등 사회를 경험 하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한다. 또한 책을 통해 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장될 것을 기대하는 자들도 있다. 다듬어진 긴 호흡의 글을 통해 문해력, 어휘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독서도 존재한다. 소설을 찾는 이들은 독서를 통해 재미를 느낀다. 모두가 접근 가능한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보다 신뢰도가 높아서 책을 찾는 경우도 있다. 오랜 시간을 들이고, 많은 이들을 거쳐 문체와 정보가 걸러지고 정돈이 되기 때문에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즉, 결국 독서의 목적은 삶이다. 다양한 경우가 있을 터이다. 오늘 내가 기분이 좋기 위해,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해 등 개인의 일상을 채우기 위함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삶을 풍족하게 살기 위해서이다. 많은 부분이 사회성, 사교성과 연결된다. 결국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독서량의 감소와 함께 긴 호흡의 글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게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진지하게 본인의 생각을 공유하면 오글거린다는 말로 압축하며 그 생각의 가치보다 행위를 낮잡아 보고 조롱하는 일이 빈번하다. 더 나아가 개인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된 여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독서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사회에서는 경험 많은 사람이 존경받고, 이타적인 사람이 사랑받는다. 20대 대학생들도 ‘경험을 많이 해보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3차원의 세계 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서도 시대, 나이, 성별, 국가 등을 초월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독서 자체가 고독한 과정이다. 만약 읽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공동체에서 소외되면 그때는 고독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낀다. 이 때 추방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독서를 통해 고독해질 수 있고 고독을 견디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상호 간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체에 너무 길들여져 공백을 견디기 힘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어쩌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행위나 이해에 대해 타인의 반응(혹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즉각적으로 되지 않는 것에 인내가 없는 것은 아닐지. 글 뿐만 아니라 상황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독서를 통한 깊은 사유와 다양한 경험으로 나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내 삶에 진지할 수 있다. 이 태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 얻은 나만의 생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삶을 대하는 사소한 태도에서 차이가 난다. 내 삶은 누가 뭐라 하여도 소중하니까.
대학생에게
학기 중에,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 중에 다루는 교재, 논문 말고 다른 책을 읽기 쉽지 않다. 수업만 들으면 얼마나 편하겠느냐. 수업에서 진행하는 팀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하고, 경험을 위해 다양한 대외 활동도 하고,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에 들어오면 바로 누워 자고 싶은 생각이 내 뇌와 몸을 지배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재밌는 영상을 보고 싶고, 친구들과 재밌는 대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대학생으로서, 현대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기 위해서 다양한 책을 접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통해 깊은 사고를 해야 하는 이유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책을 내 손에 넣기까지 가야 하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대중교통을 타고 밖으로 나가 서점을 들르기까지 가야 하는 물리적,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진다. E-book을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을 켜면 너무나 많은 유혹이 나를 불러 세운다. 책에 접근하는 길이 너무나 멀 때 주위를 찬찬히 다시 돌이켜보자. 우리 주위에는 도서관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교 중앙에 204관 도서관이 있으며, 학교 정문 근처에도 가까운 동작구 내 공공도서관인 ‘까망돌 도서관’이, 후문 근처에는 ‘김영삼 구립 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동작구에 총10개의 구립 도서관이 있으며, 모든 동에 ‘동 작은 도서관’, ‘사립 작은 도서관’ 17이 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도서관에 방문해 책을 빌리고, 다양한 휴게 공간에서 심신의 안정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작가와의 만남, 강연회, 대회 등도 열리니 관심 있는 분야 혹은 주제가 있으면 어서 방문해 보자.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도서관은 지식과 문화의 보고이자 모든 시민이 무료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평등의 장소이다. 도서관은 우리 각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와도 같다. 도서관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사회로 향하는 힘 찬 걸음이다.
책과 나 사이의 연결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책을 읽다가 잠을 자고 꿈속에서 그 책의 내용과 살고 또 눈을 뜨며 살아가고 싶다.
뇌가 죽은 상태가 아니라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로 느끼는 활기. 행간을 읽고 생각의 샘이 마르지 않을 수 있는 삶.
책, 그리고 책이 가득한 도서관이 해갈의 통로이다.
책을 통해 세상을 더욱 만끽하고 싶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성인 10명 중 6명, 1년에 책 한권도 안읽어…종합 독서율 4.5%p ↓” 2024.04.18 문화체육관광부. [본문으로]
- 오늘의 도서관, “도서관+큐레이션 | '좋은 질문', 디지털 큐레이션의 시작”. 라이브러리 투데이 [본문으로]
- 국립중앙도서관,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발표”, 2024.06.01. [본문으로]
- 윌터 J.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2019. [본문으로]
- 네이버 백과사전. "논리 검색 결과", 2024.06.04. [본문으로]
- OECD DATA, “Hours worked”, 2024.05.28. [본문으로]
- 하루 8시간씩 5일, 52주를 기준으로, 편의상 공휴일을 제외하고 계산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 오마이뉴스, "충격적" 반응 쏟아진 서울점자도서관 폐관... "살아남기 힘들겠구나", 2023.12.29, 박수림. [본문으로]
- 서울 야외 도서관, “공간소개, 책 읽는 서울 광장이란”, 2024.05.24. [본문으로]
- 2024년 야외 도서관 행사는 4월 18일부터 11월 10일 중 매주 목·금·토·일 방문 가능하다. [본문으로]
- 9번과 동일 [본문으로]
- 9번과 동일 [본문으로]
- 9번과 동일 [본문으로]
- e 나라지표. “지역별 인구 및 인구 밀도”, 2024.06.05. [본문으로]
- 서울 야외 도서관, “공간소개, 책 읽는 서울 광장이란”, 2024.05.24. [본문으로]
- 도서관법정령정보센터, “도서관법”, 2024.03.27. [본문으로]
- 서울 도서관, “도서관 찾기”, 2024.06.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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