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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24 봄여름, 86호 <닻; ( )에 닿다>

찰나의 순간을 담아 - 비주얼 시사 저널 <진담>을 만나다

by 중앙문화 2024. 8. 2.

2024 봄여름 86호 <닻; ( )에 닿다>

 

편집장 곽경은

 

 

 중앙대학교에는 다양한 형태의 언론이 있습니다. 중앙문화뿐만 아니라 학내 신문과 방송국, 교지를 통해 우리는 학내외의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86호를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도 <중앙문화>라는 언론의 독자겠네요. [각주:1]

 

 우리에게 익숙한 학내 언론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모두 서울캠퍼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서울캠퍼스의 반쪽 다빈치캠퍼스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이 등장했습니다. 5월의 어느 날, 비주얼 시사 저널 <진담>을 만나봤습니다.

 

▲ 5월 27일, <진담>을 만나다. 왼쪽부터 선임기자 변준언, 편집국장 임은재.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은재  안녕하세요. 사진학과 임은재입니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준언  사진학과 변준언이고,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 학내에 새로운 언론이 생겼다는 소식에 놀라기도 하고, 기쁜 마음도 들었는데요.

<진담>을 창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은재  원래는 학보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사진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 문화 아이템을 찾고,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학보사에서 일하면서 한계가 느껴졌어요. 1년 이내에 다뤘던 사안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든가, 시의성을 위해 다른 사안은 뒤로 미루게 되는 일도 있었고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노동권처럼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 이 겹친다는 이유로 밀려나게 되니 아쉬움이 남았죠. 또 어떤 기사에 대해서는 학생지원팀이 기사 발행을 달가워하지 않기도 했어요. 이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이 맞는 건지 고민이 생겼어요. 이런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진담>을 만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기사를 엮어 책을 판매하고자 했어요. 독자를 확보해서 얼마 정도의 후원을 받고 지면을 통해 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홍보 인력도 부족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매체랑 별개라고 해야 할까요. 저널리즘 동아리로 등록을 한 상황입니다. 동아리로 등록하긴 했지만, 편집국에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체계를 잡아가는 시점이라 시작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학보사는 대학에서 학보를 발행하는 기관으로 학내의 창구로 기능합니다. 중앙대학교에도 중대신문사, 대 학원신문사, 중앙헤럴드 등 다양한 학보사가 있습니다. 중앙대의 학보사는 교내 언론기관을 담당하는 ‘미디어센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의 여론을 수렴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미디어센터지만 항상 학생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 소속된 기관인 만큼 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여론에 민감 합니다. 학내언론 기관과 미디어센터 간의 갈등은 중앙대학교의 역사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5년, 당시 중앙대 재단 이사장 박용성은 “총장이 발행인인 중대신문의 기본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며 “원칙에 반하는 편집 방향으로 1회라도 발행하면 그날로 중대신문은 폐간하는 날”[각주:2] 이라는 메일을 재단 임원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중앙문화> 또한 2009년 본부를 비판한 원고 를 실은 58호가 전량 회수되고, 2010년 언론매체부[각주:3]에서 독립했습니다. 학생과 학우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야 하는 언론은 학교의 압박에 펜을 들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2024년이 됐지만, 학내언론의 자유를 묻는다면 쉬이 그렇다고 답하기는 힘듭니다. <진담>도 학교를 향해 자유로운 논제를 던지고, 틀을 벗어난 언론을 위해 추운 겨울날부터 차근차근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출판물을 계속해서 발행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까요?

은재  공간과 시스템, 재정 모든 것이 부족했어요. 조판[각주:4]  자체가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줄을 맞추고 판을 짜는 과정에서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사진의 수도 한계가 생기고 마감 기한에 따라 시의성이 있는 기사가 미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사에는 신속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준언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학교에서 지원을 받거나 안정적인 재정 상태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사비를 들여 활 동하고 있어요. 지면 발행은 정해진 마감 기한을 놓치게 되면 발행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니까. 다들 열정만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그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판물만큼이나 시의성 있게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비주얼시사저널>이라, 학내 언론으로는 더욱 생소한 형식인 것 같아요.

비주얼 시사 저널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은재  아직 제가 알기로는 대학 언론에서 사진이나 비주얼을 전문적으로 다룬 언론이 없어요. 사진학과로 재학 하는 만큼 주변에 사진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언론 활동과 더불어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데 학내에는 이를 할 수 있는 매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같은 뜻을 가진 학우들과 사진에 조금 더 특화된 매체를 만들고자 ‘비주얼 시사 저널’의 형식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진담>은 학내 언론에 비주얼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비주얼 저널리즘은 글이 중심이 되는 기존의 뉴스를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디지털 요소를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활용 합니다.[각주:5] 평면적인 활자에서 벗어나 사진, 영상, 그림, 더 나아가 3D와 애니메이션까지 적용합니다. 기존 뉴스에서 부족했던 시각적 효과를 키우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인 셈입니다.


 

-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준언  모든 인원이 다빈치 캠퍼스에 재적하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들어오고 나가는 인원이 있지만 10명 정도로 유지되는 것 같아요.

 

- 비주얼 시사저널이라는 이름처럼 함께하는 모든 분이 사진기자로 활동하는 건가요?

은재  모두가 사진 기자로 활동할 필요는 없지만, ‘비주얼 시사 저널’이라는 이름을 다니 사진 촬영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두 사진을 찍고 있네요. 사실 원래는 인터랙티브 기사 를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어요. (웃음)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새로운 저널리즘을 만드는 게 목표였죠. 지금은 상황이 여의찮아 진행이 쉽지는 않지만요.

 


 

잠깐!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사란 무엇인가요?

 

포털 1면에 자리한 인터넷 뉴스와 가장 빨리 하루의 소식을 전하는 신문은 우리가 만나는 대표적인 기사입니다. 빽빽한 글, 몇 없는 사진, 기사는 재미없는 글이라고 생각했다면 아직 이릅니다. 발달하는 영상 매체 에 글이 갈 곳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 뉴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독자에게 다가갑니다.

 

[각주:6]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인터랙티브 뉴스 <스노우폴> [각주:7] ⓒThe New York Times.

 

 2012년 뉴욕타임스에서 공개한 인터랙티브 뉴스 은 전 세계 언론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텍스트 사이에 삽입된 사진이 움직이는, 다시 말해 사진의 자리에 영상이 들어간 글은 긴 글을 읽는 독자 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했습니다. 마치 영상 매체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뉴욕타임스가 시작을 끊은 인터랙티브 뉴스는 기사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텍스트는 물론이고 사진과 그래픽을 통해 정보 전달에 그쳤던 뉴스의 한계를 탈피했습니다. 독자의 클릭과 스크롤에 따라 웹페이지가 반응하면서 기사를 읽는 독자의 체험을 끌어 냅니다.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이 대중에게 다가온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인터랙티브 뉴스는 독자에게 하나의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 학내 언론을 만들고 직접 일궈나가는 과정에서 좋은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준언  좋은 부분부터 이야기해야겠는데요? 그래야 힘든 점을 마음껏 이야기하지. (웃음) 사실 학내 언론을 만들면서 이전에는 개인적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면 충분히 발제해서 기사를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심층 취재를 하는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도요.

은재  취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무엇을 찍고 있는 건지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냥 “기자예요.”라고 말했는데, 저희 홈페이지를 보여드리면서 매체를 소개해 드리면 신뢰가 확보된다는 점이 실감이 나요.

준언  모두가 처음 시작하는 일이다 보니 직접 부딪혀가며 배우는 과정에 있어요. 어떻게 하면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어떻게 보면 구성원 전체가 훈련하는 기간 같기도 합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와 사진 촬영 방법도 있지만, 데스킹[각주:8]이라는 과정은 <진담>에서 처음 하는 경험 중 하나예요. 매체를 만든 것이 처음이고 선례가 없어서 매번이 새로운 도전이에요.

 

-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이 인상 깊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준언  기본을 지키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매체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만큼 색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을 갖춰나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는 말되, 그 과정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기본이지만 팩트체크가 중요합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지만 사진에서도 사실 확인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은재  사진도 결국 독자들이 끝까지 볼 수 있게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니 자 기가 찍은 사진에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진에 따라 어떤 부분이 좋고 나쁜지, 혹은 사진 속에서도 루즈해지는 부분이 없는지 검수하는 것도 편집국장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진 자체에서 차별성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고 느껴요. 매번 찍으면서도 아쉽고 다시 찍어야 할 것 같고. 그렇다 보니 수중 사진처럼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구도나, 시선을 담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취재하는데 기간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기사마다 취재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로 설정하시나요?

 

은재  비주얼 저널리즘을 하고자 선언한 이상, 현장 취재는 원칙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활동비를 지원 받거나, 언론으로써 취재비가 확보된 상황은 아니기에 지금은 구성원이 힘쓰고 있어요. 대신 현장에 다녀오면 그만큼 취재의 질은 보장되니까. (현장 취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준언  취재 아이템에 따라 기간이 크게 차이 나는 것 같아요. 인터뷰 기사의 경우에는 취재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에요. 그런데 저번에 저희가 발행한 ‘죽당천’ 관련 기사 같은 경우에는 취재 기간이 정말 길었던 것 같아요.

은재  죽당천의 수온 상승 문제에 대한 기사를 실었어요. 생태에 관련된 기사이다 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엄청 많았죠. 자주 가서 생물 상태도 확인한 기억이 나요.

준언 사진도 매우 많은 고민 끝에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어요. 실제로 물에도 들어가고 카메라를 방수팩에 넣어서 물에 넣고도 찍어봤는데 결과물이 좋지 않았어요. 수조를 들고 가서 그 뒤로 죽당천 배경이 보이게 사진을 찍는 아이디어를 사용했어요.

 

[각주:9]">
▲ 죽당천의 모습을 담은 진담. ⓒ진담 [각주:10]


 사진에 대한 <진담>의 고민은 기사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한겨울에 몇 시간을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현장 취재를 위해서라면 먼 곳까지 여러 차례 이동하기도 합니다.

 

 물 밑에서 찍은 사진, 위성 사진 등 다양한 사진 구도에 신기해하는 필자에게 실제로 취재에 자주 사용하는 액션 카메라를 소개해 줬습니다. 취재에 사용되는 카메라는 모두 구성원들이 소지한 카메라라고 합니다. 사진학과에 재 학하는 국원이 많은 만큼 사진 촬영에 열정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취재에 사용하는 액션 카메라를 설명하는 모습.


- 대학 언론으로써 <진담>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은재  언론이자 예술대학 동아리로 등록된 만큼 학생들의 다양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글에 대해 비평하고 서로 의견을 나눌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느껴요. 물론 취재를 하고 편집을 하는 일은 또 다른 부분이지만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활동이 아니더라도 함께 저널리즘을 공부하거나,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준언  기성 방송사에 시청자 위원회가 있고, 독자 간담회를 여는 것처럼 저희도 매체에 대해 좋고 나쁜 점을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을 기대하고자 회원이라는 역할을 만들고 있기도 하고요. 지금으로서는 다빈치캠퍼스를 중점으로 다루는 학내 언론이 없어요. 다빈치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조차도 안성이라는 지역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좀 황량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단점으로 생각했던 것이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도 있고, 저희의 기사를 통해 몰랐던 점을 알리자는 마음이 있어요.

 


 

 서울캠퍼스에 재학하는 학생 중 다빈치캠퍼스가 익숙한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더욱 다빈치캠퍼스가 있는 안성을 잘 아는 학생들도 드물 거라 생각됩니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학교에 입학하고 3년 간 안성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진담>은 다빈치캠퍼스를 품은 안성에 연대의 손을 내밉니다. 경기 안성 대덕면 내리. 중앙대 다빈치캠퍼스가 위치한 안성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다문화 지역입니다. 고려인을 포함해 5천 명이 넘는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각주:11]. <진담>은 현장에서 러시아·중앙아시아 이주민과 함께하는 안성 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 <진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담백하면서도 인상이 깊은데 이름의 유래가 있을까요?

은재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뭐든 이름 짓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진담>은 사진으로 이야기한다 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진담의 ‘진’은 사진(眞)을 따왔어요.[각주:12]

준언  저는 제호가 확정되고 들어와서 어떤 이름들이 있었을지 궁금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은재 처음에 다들 작명 센스가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외래어도 넣어보고 여러 이름이 나왔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기억이 났다면 참 재밌는 소재였을 텐데. (웃음)

 

- 그렇다면 지금은 <진담>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준언  사실 처음 이름을 지었을 때보다 하면 할수록 더욱 ‘진담’스럽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진담이라는 말 자체에서도 진심으로 이야기한다는 뜻이 담겨 있잖아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최선을 다하면서도 무언가를 꾸며내기 위해 일부러 힘주며 애쓰지는 않겠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어요.

 

- <진담>을 표현하는 한마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은재  구성원들과 예전에 이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어요. 우리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진담>이 표현하는 바를 키워드로 나타내자면 지역사회다양성이에요. 사회의 많은 부분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기보다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요. 저희가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것 중 하나인 지역 소멸 문제처럼, 소외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진담>을 통해서 매체의 다양성을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당장은 매체의 다양성을 실현했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매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매체로 성장하고 싶어요.

준언  관심사가 다들 독특해요. 서브컬쳐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고, 이 나이대에 흔히들 안 좋아하는 걸 좋아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요즈음 말하는 MZ[각주:13] 같지 않은 것들을 직접 찾고 경험하고 다루는 점이 오히려 더 MZ다운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가 가진 개성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그런 점도 중요하다고 느껴요. 이미 모두가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 보니 일반적으로 언론 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진담’스러워진다는 말은 인터뷰가 끝난 지금까지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성, 각자의 개성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학내 언론이 지닌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담> 홈페이지를 탐방하다 보니 이름을 활용한 재치 있는 목록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취중진담]에서 는 청년이 느낀 ‘뽕짝’의 매력을 보여줍니다.[각주:14] 20대에게 외면받았던 트로트에 주목한 글은 신선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지역사회와 다양성을 두루 담은 항목에는 안성을 바라보는 진담의 관심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 드러납니다.


 

- 안타깝게 지면 발행을 중단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책이나 잡지의 형식으로도 발간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은재  지금도 한 해에 두 번 정도는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기사들을 엮어 발행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상황이 안 된다면 PDF 형식으로라도 하면 되니까요. 포기하긴 이르죠.

준언  재정적 상황 때문에 지면 발행을 중단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현실의 벽이 이런 걸까 느끼기도 했고요. 하나의 매체를 만들고, 또 언론을 이야기할 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언론 독립을 말하지만, 이전까지는 체감하지 못했어요. 언론의 독립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담>을 만들어 가면서 이런 말의 의미를 체감하는 순간이 참 많았어요.

 

-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언론을 창설하고 활동하는 어쩌면 큰 첫걸음을 내딛으셨는데요,

앞으로 <진담> 의 목표를 듣고 싶어요.

은재  주변에 저희를 지지하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많았어요. 덕분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더욱 이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고자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체계가 잡히고 지속 가능한 매체로 자리 잡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어요. 지금의 구성원이 있을 때만 유지가 되고, 이후로는 지속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준언  간절하게 알려져야 되는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치가 있는 일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가치를 누가 꼭 알아봐 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요. 저희의 매체를 꾸준하게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의지를 담고 있어요.

 


 인터뷰에서 <중앙문화>와 <진담>이 모두 공감한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와 다빈치캠퍼스의 교류입니다. 지역사회와 학교에 신선한 이야기를 전하는 <진담>을 만나고, 안성과 다빈치 캠퍼스에 한 발짝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가까운 듯 먼 두 캠퍼스의 이야기를 두루 전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진담>과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1. <중앙문화>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으로]
  2. 동아일보, "박용성 ‘교수에 막말’ 논란… 모든 직책 사퇴", 강홍구, 최혜령, 2015.04.22. [본문으로]
  3. 현재 미디어센터의 전신 [본문으로]
  4. 원고에 따라 골라 뽑은 활자를 원고의 지시대로 순서, 행수, 자간, 위치를 맞추어 짜는 일을 의미한다. 흔히 보는 조간 신문, 석간 신문 모두 조판의 과정을 거친다. [본문으로]
  5.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복잡한 뉴스를 어떻게 다루는가", 2023.03.22. [본문으로]
  6. &lt;스노우폴&gt;은 201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본문으로]
  7. <스노우폴>은 201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본문으로]
  8. 취재기자가 쓴 기사의 초고를 고참 기사나 편집 담당 기자가 검토하고 다듬는 과정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9. 진담, "한겨울에도 수온 21.8℃... '한국의 아마존'된 이천 죽당천", 변준언, 2024.03.13. [본문으로]
  10. 진담, "한겨울에도 수온 21.8℃... '한국의 아마존'된 이천 죽당천", 변준언, 2024.03.13. [본문으로]
  11. 진담, "안성 내리에서 떠나는 러시아·중앙아시아 여행", 이종수, 2024.04.12. [본문으로]
  12. 사진의 한자는 寫眞 (베낄 사 / 참 진)이다. [본문으로]
  13.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 일반적으로 1981년부터 2010 출생 세대를 가리킨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접 해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14. 진담, “[취중진담] 뽕짝의 붐은 오는가”, 이종수, 2024.03.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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