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가을겨울 <모범대학>
편집위원 서준상
재정 지원사업 4관왕 달성의 이면
올해 중앙대는 4개의 정부 재정 지원사업 1에 모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총 43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올해는 127억 원의 지원금을 교육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학기 취업(창업) 특강이나 멘토 특강, 클리닉 프로그램, 독서체험발표대회 등 대학에서 제공하는 많은 행사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열렸다. 또한 LINC사업을 통해 중앙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산학협력을 맺었고,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구글학(Google學)', '마이크로소프트학(Microsoft學)' 강의가 개설될 예정이다. 2
이러한 성과는 앞으로 대학 본부가 인원을 4% 감축하겠다는 계획안을 교육부에 제출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넘어서서 2023년에는16만 명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모든 대학은 스스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교육부는 재정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중앙대는 2016년 148명(3.2%), 2017년 37명(0.8%)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모든 대학은 스스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하였고, 이에 따라 앞으로 중앙대는 2016년 148명(3.2%), 2017년 37명(0.8%)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
대학구조개혁은 무엇인가
정부의 이번 대학구조개혁 목표는 급감하는 학령인구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대학 정원을 대폭 줄이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교육부의 평가지표에 따라 대학은 5등급으로 구분되고, 최우수 등급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일정 비율에 따라 인원을 강제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평가지표가 확정된 이후 등급에 의한 강제 감축은 2015년부터 실행될 예정이다.
강제 감축 이전의 방법으로 정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도구 삼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자율적인 인원 감축이 이루어지면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사업'과 '정부 재정 지원제한 대학' 평가 시 가산점을 받게 된다. 정부는 재정 지원사업을 통한 ‘자율 감축’과 평가지표를 통한 ‘강제 감축’을 통해 2017년까지 4만 명의 정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정원 감축을 시장에 맡기게 되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자연스레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도태된다. 그러면 현재와 같이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도권 대학보다는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시장성이 없는 학과가 먼저 폐과 위기에 놓일 것이다. 지방 대학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 지역의 유능한 인재가 유출되고 지방대 공동화 현상이 계속되어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 저해된다. 이외에도 대학의 문제를 시장 논리에 의해 해결하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말 '개혁'이라고 볼 수 있을까 3
그렇지만 현재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시장에 맡겼을 때와 별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평가지표를 통해 대학의 등급을 나누게 되면, 정원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 정량지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방 대학들은 낮은 평가를 받게 되어 수도권 대학보다 인원을 더 감축해야 한다. 시장실패를 막기 위해 추진돼야하는 정부개입이 그와 다를 바 없는 논리로 진행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평가지표에서 취업률 지표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비율을 대폭 축소하고 인문·예체능 계열의 경우 취업률 지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 지표는 그대로 남아있다. 취업률의 경우 개별 대학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정책과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지표임에도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또한 정부의 정책에 맞춰 대학이 구조개혁을 할 때 전체 평가지표에 취업률 기준이 존재한다면 대학은 모든 학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취업률을 중요시 할 수밖에 없다. 상이한 학문 단위에 취업률이라는 동일한 지표를 적용하면 인문·예술대와 같이 해당 지표에서 불리한 과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재정 지원사업 중 하나인 수도권 및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에서는 정원감축뿐 아니라 사회적 변화 요구를 수용한 학과 통폐합 등 구조개혁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한다. 교육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대학에 떠넘김으로써 학문의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다. 학문 단위 구조조정의 피해는 곧바로 학생의 수업권에 직결되지만, 정부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방관하고 있다.
구조개혁의 원인은 정부에 있다
구조개혁 정책의 원인인 학령인구의 감소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대학의 비대한 양적 팽창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1965년 151개였던 대학의 수는 2012년 363개로 증가하여 40년 사이에 200개 이상의 대학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과거 엘리트 교육의 장이었던 대학은 1980년대 졸업정원제의 도입 4으로 대학생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며 대중적인 교육의 장이 되었다. 이후 잠시 조정기에 접어들다가 95년 5.31 교육개혁 이후로 대학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진다.
5.31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교육 내 시장요소의 도입’이다. 정부는 당시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대학 정원의 자율화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의 숫자를 증가시켜 대학 사이의 완전경쟁을 유도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수많은 사립대학이 개교하면서 부실대학이 양산됐고 대학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또한, 사립대 비율이 증가하여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전보다 더 커졌고 대학의 공교육 기능이 마비되었다.
Again 1995?
정부는 1995년 대학설립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 정원을 확대했다면, 지금은 재정 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고자 한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상황이지만, 정부가 대학에 대해서 ‘대학경쟁력’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20년 전에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했던 시장주의적 접근이 대학의 양적 팽창을 불러와 현재 대학구조개혁의 원인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같은 시장주의적인 접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입학정원까지 줄이게 되면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사립대학 운영비 중 등록금 의존율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대학은 제한된 수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사업에 필수적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그 결과 대학의 운영은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면서 대학 교육의 흐름을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한국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여전히 시장주의적 접근을 답습하고 있는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우려스럽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공공성이 아닌 경쟁성으로 인식하는 정부의 교육철학은 기존의 대학 구조에 많은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대학 사이의 격차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한편,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과 통폐합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여전히 이번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대학, 안녕하지 못한 정부
정부의 교육 정책이 효율성 및 시장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대학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반면 사학재단의 족벌경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사립대학의 설립자, 전·현직 이사장, 총장 등이 부정·비리에 연루된 건수는 53건에 달하는데, 통계상으로 사립대학 6곳 중 1곳 이상에서 부정·비리가 발생한 셈이다. 5 상지대의 경우 과거 비리 혐의로 쫓겨난 김문기 전 이사장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비호 아래 ‘대한민국의 법질서및 합법적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6 올해 다시 총장으로 돌아왔다. 이에 총장을 비판한 교수는 직위가 해제되었고 학생들은 수업거부와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상지대 내부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분위는 설립 취지 상 분규사학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여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는 정부 기구다. 그렇지만 사분위는 상지대뿐만 아니라 조선대, 경기대 등 과거 비리가 있던 사학재단을 다시 대학운영에 복귀시킴으로써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사학비리가 한국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것은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2005년 참여정부는 사학을 규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한 바 있다. 당시의 사학법개정은 개방형 이사회와 대학평의원회 도입 등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려 했다. 그러나 과거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국회를 보이콧하고 6개월 동안이나 장외투쟁을 벌이며 사학법 개정을 무효화하고자 했다. 결국 2007년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에 의해 사학법이 재개정됨으로써 정부는 사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 대학의 높은 등록금 문제 또한 정부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의 등록금자율화 조치로 인해 1989년 평균 144만원이었던 사립대 등록금은 2010년 평균 753만원으로 20년 사이에 5배 이상 급증했다. 7 한편 사립대학의 재단적립금은 2014년 기준 5년간 총 2조가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학생 등록금을 통해 적립된 것이다. 8 중앙대의 경우 등록금 총액의 4122억 원 중 446억 원을 적립금으로 전환했다. 이는 주요 대학 중 2위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9 학생들의 높은 등록금 부담을 뒤로하고 사립대학이 적립금을 쌓는 것에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구조개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대학이 산다
현재 한국 대학은 지나치게 높은 사립대학 의존율 10과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불균형, 대학의 양적인 팽창에 비해 부실한 교육여건, 높은 등록금 의존율 등 여러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가 인원감축을 하면서 대학구조를 정말로 ‘개혁’하고자 한다면, 사립대의 재정 거품을 제거하고 합리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한, 국공립 대 사립 비율 ‘13 대 87’의 기형적인 대학구조에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11과 같은 모델을 도입해 장기적으로 국공립대 비율을 늘려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사학을 규제하는 방안으로 법안을 재조정하여 비리 사학들이 대학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봉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1995년 5.31 대학개혁부터 계속 관철되어온 경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존의 경쟁 패러다임이 현재 대학 구조의 부작용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을 고수하는 것은 이후 수많은 폐단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진정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는 대학이 학문과 교육에 치중할 수 있도록 시장 영역에 종속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 이번 구조개혁을 통해 교육의 본질 12로 돌아가는 한편 한국 대학의 왜곡된 구조를 진정으로 ‘개혁’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정부가 경쟁 패러다임에 빠지지 않고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그리고 학생들의 실질적인 교육 혜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였을 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 이번에 선정된 4개의 정부 재정 지원사업은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고교교육 정상화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사업),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CK-II사업)이다. [본문으로]
- <조선일보>, 「대학에 구글학, 마이크로소프트학 생긴다」, 2014.11.26. [본문으로]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문화 66호 <구조개혁 추진계획, 정말 ‘개혁’입니까> 기사를 참고하라. [본문으로]
- 졸업정원제는 입학 시 졸업정원보다 대학은 30%, 전문대학은 15%를 더 선발하되 재학기간 중 정원 외의 학생을 강제 탈락시키는 제도다. 이에 따라 7만여 명의 입학정원이 확대되었다. 아울러 졸업정원제와 별도로 대학입학정원을 확대했고, 1980년 61만1천여 명에 불과하던 대학생 수는 1985년 136만6천여 명까지 늘어났다. [본문으로]
- <한국대학신문>, 「사립대학 부정비리의 근본 척결, 의지에 달렸다」, 2012.10.28. [본문으로]
- <한국일보>, 「‘알박기’ 총장과 사학의 자율성」, 2014.08.18. [본문으로]
- 한국의 등록금은 2011년 OECD 기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 <KBS>, 「‘대학 적립금, 5년간 2조 증가... 대부분 등록금’」, 2014.09.15. [본문으로]
- 각 대학 2010 회계연도 결산 공고. [본문으로]
- 한국의 국공립대 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공립대 비율은 90%를 넘으며 프랑스는 86%에 달한다. 미국 또한 70%이며, 호주도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여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의 비율까지 포함하면 국공립대의 비율이 90%를 넘는다. [본문으로]
-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은 대학재정의 절반 이상을 정부에서 책임지면서 공인 이사의 비율이 과반수 이상인 사립대학을 말한다. [본문으로]
- 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이다. 교육이 경쟁성에 치우치면 인격을 도야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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