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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4 가을겨울, 67호 <모범대학>

우리들의 운동장, 그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중앙문화 2021. 1. 27.

수습위원 이경주

  "교수님에게 운동장은 어떤 의미였나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수시로 죽구 경기를 히키도 하고 그랬죠. 만 명 정도의 학생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담론의 장이기도 했어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신 교수님과 얘기 나누던 중, 운동장의 의 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14학번인 나에게 운동장이란 그저 선배들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사라진 S 곳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선배들에게 운동장은 단지 학생들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친목을 다졌 던 추억이 담긴 공간이었다.

  누군가에겐 추억 속의 한 컷이었고 누군가에겐 학창시절의 낭만 이었던 운동 공간, 이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 그런 공간은 없 다 경영경제관(310관)을 짓기 위해 대운동장과자이언츠 구장(이하 운동 공간)이 있던 부지를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운동 공간이 있던그곳은 깊숙이 철심 벅는 소리만들려오는 공간이 되었다. 운동 공간이 없어지면서 그 속에서 함께 뛰놀며 땀 흘리던 학생들도 자취를 감췄다. 그 학생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잡히지 않는 운동 공간

  대학본부에서도 운동 공간이 없어지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대 학본부 측은 체육관을 개방하고 중앙대 부속 중학교의 운동장(이 하 중대부중 운동장)을 학생들을 위해 빌렸다. 그리고 총학생회에 서도 새로 이촌 한강 구장을 대관해준다. 하지만 학교에는 수많은 운동 동아리와 소모임(이하 운동 단체)이 있어 대학본부와 총학생 회의 대안은 운동 단체의 필요를 충족시키지못한다.

(1) 체육관

  "이번 달에는 체육관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느라 한번 밖에 대관을 못했어요. 외부 구장 이용은 아시다시피 학교에서 체육관 말고 빌려주는 데가 없어서 안 합니다. 대관 못 하면 운 동 못 하는 거죠." (농구 소모임과의 인터뷰 중에서)

  체육관 대관 회의는 매월 말 열리며 대관을 원하는 운동 단체가 참여하여 논의한다. 하지만 막상 체육관 대관 회의에 참여해도 자 신이 원하는 날짜에 대관하기란 쉽지 않다. 원하는 날짜에 ROTC 체육대회. 교직원 배드민턴 등 이미 많은 행사나 일정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대학본부는 운동 공간이 없어지면서 체육관 개방 으로 학생들의 불편을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대학본부의 행사나 일정이 먼저였고 나머지 빈칸을학생이 채우는 식이었다 학 생은항상 뒤로 밀려버리는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육관 대관 회의에 참석한 운동 단체들은 고 민할수밖에 없다. 매번 달라지는 행사 일정은운동 단체의 발목을 잡는다. 그나마 남아 있는 날짜 중에서 어떤 날짜를 선택힐지 차선 책을 포함한 전략을 짜놓는다. 하지만 체육관 대관 회의는 제비뽑 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비뽑기에서 뒷 번호가 나오는 순간 짜놓 은 전략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어떤 사람은 원하던 날짜를 얻지 못해 한숨을 내쉬고 또 어떤 사람은 공간을 아예 얻지 못해 절망한다. 공간을 얻지 못하면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나 다름 없기에 공간을 얻지 못한 운동 단체는 공간을 찾기 위해 계속돌아 다녀야 한다. 운동할 공간을 찾지 못하면 그 다음 달 대관 회의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2) 중앙대 부속 중학교 운동장

  "중대부중 운동장을 예전에 이용해 봤지만’ 주말에 굉장히 짧 은 시간에 많은 팀이몰리다보니 축구 경기를 하기가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아예 공간조정회의에도 가지 않게 되었습니디-. fltl경우에는 1시간 45분에 5〜6덤이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부운동장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축구소모임과의 인터뷰중에서)

  농구 같이 실내에서운동할 수 있는 운동과 달리 넓은 공간이 있어야하는 외부 운동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대학본부에서는 학 교 체육관뿐 아니라 중대부중 운동장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 지만 운동 단체가 중대부중 운동장을 이용가능한 시간이 평일을 제외한 주말에 한정되어 있다. 또 중대부중 운동장을 사용한다 해 도 심할 때는 5〜 6개 팀이 함께 사용한다.

  운동 단체들은 공간 부족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도 제기 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중대부중 운동장을 이용했는데 저녁에 불을 안 켜줘서 어두 워서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미식축구 중앙 동아리와의 인터 뷰 중에시) 분명 대학본부에서는 중대부중 운동장 사용에 대해 중대부중 측과 계약을 맺고 대관을 해준다. 히씨만 대학본부는 중대부중 운동장을 빌리는 것만 논의했기에 운동장 관리는 하지 못한다. 중앙대 부속 중학교 측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관해서는 “전혀 생 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사고 발생 시의 책임에 대해 학생처 와 의논해 보겠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본부의 겉핥기식 대책에 학생들의 안전은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

  이 같은 척박한 상황에 대운동장에서 중대부중 운동장으로 이 동했던 운동 단체들은 또다시 중대부중 운동장에서 외부 구장으 로 이동할수밖에 없었다.

 

부담이 되는 운동 공간

  체육관 대관도, 중대부중 운동장 대관도 여의치 않은운동 단체 들은 결국 짐을 싸매들고 밖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외부구 장을 이용하면 자신들만의 공간을 가지고 정해진 일정대로 그 누 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증앙 커다란 벽, 바로 돈이라는 문제가 그들의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자체적으로 구성원들한테 회비를 걷어서 외부 구장을 빌리고 있습니다. 개인당 한 학기에 6만 원을 내야하니까 부담은 되죠." (축구 소모임과의 인터뷰 중에서)

"비용 자체가 굉장히 부담이에요. 외부 구장 한 번 빌리는데 15만원 정도 하는데 그게 또 온종일 빌리는 게 아니라 2시간 반 정도 쓰는 거니까 학생 입장에서는 굉잫이 부담되죠. 학교 중앙 동아리니까 하교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해주지만 비싸서 많이 못 빌려요. 옛날 운동 공간이 있었을 때는 정기적으로 운동했는데 이제는 그러질 못하죠." (야구 중앙 동아리와의 인터뷰 중에서)

  운동 단체들은 외부 구장을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야한다. 이들 은 외부 구장 이용료를구성원들의 회비로충당하고 있기에 구성원 들은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했던 야구 중앙 동아리와 축구 소모임은 대학본부와 학생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운 036 동 단체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관료가 비싸 지원금을 받아도 많은 금액을 동아리에서 부담해야 한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가동아리와 비공식 소모임의 경우, 사정이 더 나쁘다.

운동 단체들은 철새처럼 어디에도 둥지를 트지 못하고 있 다 결국 누군가는 이번 달에 공간을 얻었다고 환호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공간을 얻지 못해 운동할 기회를 박탈당하 고 비싼 외부 구장을 전전한다. 공간을 운 좋게 대관한 운 동 단체도 공간을 잃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즐겁지만 편치 않은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이 거리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연출)

접근할 수조차 없는 운동 공간

  운동 공간이 없어졌을 때부터 체육관과 중대부중 운동장 대관 회의 등 대학본부와 총학생회는 ‘운동 단체’들의 공간 문제에만 조 명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동아리에 속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의 권리는 지켜지고 있을까?

  "저는 동아리 그런 게 없어요. 그냥 혼자 취미로 운동하고 싶어서 한 건데 지금 학교에 운동장이 없어서 엄청 불편하고요. 저 같은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 너무 부족해요." (중앙대 대학원생과의 인터뷰 중에서)

  대운동장과 자이언츠 구장이 있었을 때 운동 단체에 속한 이들만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취미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혼자, 혹은 삼삼 오오 모여서 운동을 하는 일반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동아리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자유롭 게운동을 하곤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운동 공간 에 대한 해결책은 운동 동아리나 소모임에 맞춰 져 있다 일반 학생들은 체육관과 중대부중 운동 장 대관회의에 참관할 수 있지만 학교의 체육 시 설은 동아리와 소모임에게만 대관해 주기 때문에 대관이 불가능하다.

  일반 학생들은 그저 시간이 흘러 다시 운동하 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학생들은 여전히 위험 한 건물 옥상과 건물 구석의 공간에서 농구를 하 고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운동장, 그 앞에서

  학교에 운동 공간이 없어지면서 학생들은 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그저 경영경제관이 완공되면 학생들 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H 말하고 있다. 총학생회의 대안 도 미흡하다. 총학생회가 추진했던 서라벌 홀 옥상 풋살장은 무산 되었고 이촌한강축구장에서 가능한운동 종목은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 하고 있다. 운동 공간 대관은 힘들고 외부구장은 많은 비용에 부 담된다. 운동 단체에 소속이 없는 학생들은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의 대체 공간을 이용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본부와 총학 생회는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금을늘리고 추가적으로 학교 근처의 대체 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야한다.

  2018년 중앙대학교는 100주년을맞는다 중앙대학교에는 다시 운 동 공간이 생길 것이다. 시설팀 관계자는 학교의 운동 공간 계획에 대해 “경영경제관건물 위에 축구장, 건물 아래는 농구장, 족구장이 지어지지만 예전 운동 공간보다는 크기가 작다”고 말했다. 경영경제 관의 운동 공간은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점 점같이 운동하고땀흘릴 수 있는낭만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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