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이대엽
어디에 꽂아야 하나
2013년 9월 27일,학내 비정규직 청소.시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곧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부족한 휴식시 간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용역업체와 교섭을 진행 했다. 하지만 교섭은 번번이 결렬되었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겨울 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총학생회 선거가 치러졌다. 12월 4일, 62.96%의 득표율을 기록한 기호 1번 마스터키 총학(강동한 정후보, 정원재 부후보)이 당선되었다. 이후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12월 16일, 중앙대분회 청소노동자들이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 마 스터키 총학은 임시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3를 소집했다. 상 황이 그만큼 급박했다. 학내에 쓰레기가 급증하는 기말고사 기간 과 파업이 겹치는 바람에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었다. 숨 돌 릴 틈 없이 시험대에 오른 마스터키 총학은 다음날 중운위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용역 업체 〈T&S 개발〉에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대학 본부 에는 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임해줄 것을주문하고 있었다. 당시 대 학 본부가 ‘청소 노동자가아닌 용역 업체(하청)와만 계약하고 있는 원청이기에 개입이 불가하다’며 교섭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4년 1월 15일,마스터키 총학은 중운위 명의의 두 번 째 성명서에서 돌연 입장을 바꿨다. ‘교섭의 쟁점이 되고 있는 사 안7은 대학 본부가 승낙해도 용역업체〈T&S 개발〉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에 청소 노동자 고용과 대학 본 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이로 인하여 중앙 대학교의 브랜드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 성 명서에 반대한 많은 학생들은 대학 본부의 책임을 인정하다가 갑 자기 태도를 바꾼 까닭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스 터키 총학의 논리는 우리 대학은 나설 수도 없고 나서서도 안되는 입장'이라는 대학 본부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학생들은 ‘브랜드가치’를 언급한 마스터키 총학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대응의 진정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역대 총학생회 장단 11명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서 중운위의 성명서 를 규탄하는 자보를 발표하기도했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파업이 해소되었고 새로운 용역업체 가 들어왔다. “중앙대가 조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9는 마스터키 총학의 바람처럼 연말연시의 중앙대학교는 시끌벅적했다. 그 속에 서 마스터키 총학이 보여준 모습은 ‘방호원 • 미화원 대표와 학교, 용역업체간의 대화의 중심에 학생대표자가 구심점 역할을 하겠 다’10는 공약처럼 소통하는 총학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부족하진 않았다. 그러나 진지한 고민 없이 너무 급하게 출발했던 것은 아닐 까 스스로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소통엔 미숙한 모습이었다. 문제 상황에 대한 명확한논리 없이 일방의 주장에 쉽게 흔들리는 듯한 태도가 아쉬운 ‘잡음'을 남겼다.
반만 열린 학칙, 말라버린 풀뿌리 학생회
마스터키 총학은 중앙대의 학생 자치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행동하지 않는 '비운동권’ 총학생회 를 비판하며 나선 이상 자연스럽게 대학 본부와 부딪힐 수밖에 없 었다. 학기 초부터 갈등이 빚어졌다. ‘학생들에겐 가장 낮고 작은 총학생회가 되겠지만,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가장 크고 강한 총학생회가 되겠다’는 약속대로 마스터키 총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할 말’만 했을 뿐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않았다.
3월 27일,대학본부가 학생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한 채 학칙개 정안을 일방적으로 공고했다. 학칙개정안은 ▲총장은 학생회의 조 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따로 정할 수 있다, ▲게시물이 학교의 명예를 침해하거나학내질서를문란케 하는 경우주무부서 는 승인을 거절할 수 있다, ▲학칙을 위반하거나 학생의 본분에 어 긋난 행위를 한 학생에게는 총장이 정한 징계 원칙에 따른다는 내 용을 핵심으로 했다. 마스터키 총학생회는 안성, 대학원 총학생회 와 함께 학칙개정안에 반대하는 대표자 성명서11를 발표했다. 학생 회운영에 총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남긴 것과표현의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할 수 있는 게시물 허가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학칙에 최소한의 학생 징계 절차를 명시할 것도요구했다.
대학 본부는 성명서가 발표된 4월 7일 당일, 마스터키 총학과 학칙개정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수정안을 발표했다. 마스터키 총학은 “협의를 하지 않을 경우 원안대로 올리겠다는 말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차선책으로 협의하게 됐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대학 평의원회를 거쳐 4월 27일학칙개정안이 최종으로 결정됐다. 최종안에는 ‘관련 규정, 면 학분위기, 각종 법령’ 등의 애매한 조항이 추가됨에 따라 원안에 비해 학생자치권을 축소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 는 마스터키 총학을 비롯한 학생대표자와 대학평의원회의 노력으 로 초안보다는 상당히 수정된 것이다. 초안의 심각한 자치권 침해 를 생각한다면 재빠르게 성명서를 내고 협의과정을 거쳐 수정안 을 이끈 총학의 행동은 주목할 만했다.
이상한 점은, 학생자치권 수호에 이렇듯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마스터키 총학이 학생자치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던 상황에서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 본부에서 구성한 인문계열 선 거지도위원회(이하 지도위)는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를 근거로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로 등록한 김창인씨의 후보 자격 취 소를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요청했다. 김창인씨가 학내 구조조정 투쟁 당시 받았던 징계와 학점 미달을 문제 삼 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인문대 선관위는 학생회 선거 시행세칙 을 들어 내규와 무관하게 선관위가 후보자격을 인정하면 후보 등 록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도위에서 제시한 내규는 1997년도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사문화된 학칙임 을 강조했다. 인문대 선관위가 26일과 27일로 예정된 선거를 위해 일정을 강행하자, 22일 인문계열 지도위는 인문대 선관위에 “계속 해서 선거를 진행할 경우 선관위 전체 구성원에게 학칙에 의거 징 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인문대 선관위는 선거를 연기하고 기자회견17을 진행하는 한편, 12월에는 대학 본부를 상 대로 ‘선거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해를 넘기면서 갈등 은 더욱 불거졌다. 2014년 3월 10일, 소송이 기각되었지만 이미 소 송 결과와 관계없이 보궐선게■ 진행하기로 결정했던 인문대 선관 위는 김창인씨를 다시 후보로 승인하며 선거 일정을 진행했다. 이 에 인문계열 지도위가 다시금 징계를 경고했지만 인문대 선관위 위원들은 4월 7일 예정대로 투표를 시행했다. 그러나 인문계열 지 도위가 공고문까지 붙이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다음날, 결국 인 문대 선관위는 선거 무산을 결정했다.
학칙개정안 인문대 선거 파행
마스터키 총학의 침묵을 이해함 수 없는 까닭은 학칙개정안과 대학 본부의 인문대 선거 개입이 같은 맥락에 놓인 사안이었기 때 문이다. 공고된 학칙 개정안의 학생자치활동 관련 조항 개정 사유 는 바로 “학칙과 각 학생회 회칙 간의 불일치 조항 발생에 따른 학 칙 보완”이었다.18 여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학생회 구성과 징계에 대한 총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소급 적용’한다 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문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무시할 수 없는 정황들이 있었다 인문계열 지 도위와 인문대 선관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3월말에 갑자기 학 칙개정안이 대두되었고, 4월 7일 인문대 선관위가 투표를 강행하 던 중에 대학 본부는 마스터키 총학과 학칙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다급하게 진행했다 학칙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인문대 선거는 대학 본부의 통제를 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마스터키 총학 이 ‘학생회를 학교 기관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학칙 개정안에 반대했다면 마찬가지로 인문대 선거에 개입한 대학 본부 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마스터키 총학은 조용했다. 청 소 노동자 파업 사태에서 보여줬던 이유 없는 입장 변화가 오버랩 되는 양상이었다.
인문대 선거 파행 사태와 관련된 마스터키 총학의 대응이 더욱 아쉬웠던 까닭은 그들이 스스로 '풀뿌리 학생회’라는 이름으로 학 내 학생 자치 기구들의 중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인문대 선거가 무산되고 이틀 뒤인 4월 9일에 열렸던 1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이하 ‘전학대회’)에서 마스터키 총학생회는 보고안건으로 현재 학생회의 실태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활동노선을 제시했다.
“현재 학생회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마스터키 총학생회 는 올 한해 학생자치의 근본인 학과 학생회로부터의 참여와 소통 을 높여 풀뿌리 학생회를 확고히 하고 발전시키려 합니다:’
마스터키 총학이 말한 활동노선에 비추어보면 인문대 선거 파 행에 대한 침묵은 매우 모순적이다. 대학 본부의 개입으로 학생 회 선거라는 기본적인 자치권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무런 역함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단과대 선거가 원활하게 이 루어질 수 있도록돕고, 학생자치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개입을 막 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치권을 수호함과 동시에 풀뿌리 학생회 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학생자치기구의 조직과 운영을 학생회칙에 확실하게 위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통과시키는 방안을 생각 중이고, 이를 위해 타 대학과 연계한 공동성명서도 생각 중"이라는 마스터키 총학 의 야심찬 계획이 공허해 보이는 이유다. 풀뿌리 학생회를 찾는 마 스터키 총학의 외침을 뒤로 한 채, 5월 7일 인문대 선거 파행의 피 해자 김창인씨는 학교를 떠났다.
너무 빨리 빼버린 마스터키
큰 그림에 집중하려던 것이었는지 마스터키 총학은 인문대 선거 에 침묵한 대신 ‘교육환경개선운동’을 열심히 홍보했다 학생 자치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단초로서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는 게시판을 가득 메운 포스터와 참여를 독려하는 노란 현수막에서 드러났다. 마스터키 총학은 교육환경개선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연 초부터 각 단과대학생회를 통해 취합한 단위요구안을 토대로 공 통 7대 요구안을 구성하고, 단과대별 요구안을 취합하기 위해 중 간고사 직후부터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취합된 의견들을 마지막으로 8대 요구안을 구성한 이후에는 학생 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명운동은 교육환경개선운 동 예정일 전날인 5월 20일까지 진행되어 총 4,334명에 이르는 학 생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8대 요구안 중에서 민주적 등심위 구성 은 대학본부 측이 선임하는 외부 전문가의 존재를 고려해 등심위 의 대학 본부 측 위원과 학생 측 위원을 동수로 구성할 것을 골자 로 했다. 구조조정 협의체 마련은 학생.교수 ,대학 본부 3개 단위 의 유기적인 논의를 통해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폐해를 해결하는 기구를 발족시카자는 요구였다.
그런데 서명운동이 마무리 된 5월 20일 당일 저녁에 마스터키 총학은 돌연 교육환경개선운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공지를 페 이스북에 게시했다. 8대 요구안에 대한 대학 본부의 답변을 서면 으로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제는 대학 본부로부터 실천을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할 민주적 등심위 구성과 구조조정 협의체 마련의 경우에는 추진 계획이 상 당히 애매모호했다는 점이다.
2014년 1월 28일, 4차 등심위에서 최종적으로 학부 등록금이 동결된 이후 마스터키 강동한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동결에 맞춰 작성한 예산안을 가지고 어떤 의결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의 결이 진행되어도 학생 측은 3명이고 대학본부 측은 4명이라 결국 지는 싸움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등심위 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데 민주적 등심위 구성 요구에 대한 대학본부의 답변은 '등심위 개 회 전 학생지원에 관한 예산을 학생대표자와 협의하여 예산안에 반영한다’는 한 줄 뿐이었다 대학본부의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총궐기는 그 행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의 교육 환경개선을 위한 수단 중에 하나였을 뿐입니다. 총학생회 중앙운 영위원회는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학본부의 모습을 보았기에 총궐기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구조조정 협의체 마련에 대한 답변도 간단했다. 본부가 구조조 정에 대해 학생들과의 논의가 필요함을 인지하였다. 이안건에 대해 서 추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한다.’ 2010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구조조정의 비민주성을 인지한 것치고는 다소 무책임한 반 응이다. 무엇보다 이는 이전 총학들이 대학 본부로부터 받았던 답 변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대학 본부로부터 받은 A4 용 지 한 장짜리 공식 답변서에서 ‘적극적으로’,‘지속적으로’와 같은 부 사를 통해서만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읽어낸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 은 제쳐두고서라도,운동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마스터키 총학의 판단은운동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운동은 그 자체로 ‘요구’이다 대학 본부에 학생 사회가 아직 건 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 많은 학생들이 언제라도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 로도 대학 본부에겐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이 된다 또한 운동은 동 시에 ‘모임’이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 질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자리인 것이다. 구성원들 사이의 친밀감은 요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이 운동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처음의 교육환경개선운동 계획에서 마스터키 총학은 이런 사실 을 이미 간파한 것처럼 보였다. 사전에 학생들의 서명부를 대학 본 부에 전달하면서 면담을 진행한 이후 총궐기대회를 진행하는 것 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본부와의 면담이 어 떻게 진행되더라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마련하겠다 는 약속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 본부의 '우호적인’ 연출 앞 에서 마스터키 총학은 운동의 의미를 망각했다. 낮은 자세로 임하 면서 학생들 위에 올라서지 않겠다는 마스터키 총학의 다짐이 이 런 ‘겸손함’으로는 나타나지 않아야 했다.
이 문 좀 열어주세요
한편, 마스터키 총학은 ‘전체학생총회의(학생총회)’를 열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교육환경개선운동이 무기한 연기된 이상 이 책임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2013년 당시 55대 ‘좋아요’ 총학은 적극적으로 학생총회 소식을 홍보한 덕분에 무려 7년 만에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고사할 뻔했던 학생총회가 성사 된 만큼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마스 터키 총학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학생총회는 ‘총학생회 회칙’ 2장에 따라 그 권한을 보장받고 있 는 최고 의결 기구로서. 전학대회보다도 상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3장 15조에서 학생총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에 한해 전학대 회의 권한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학생총회 개 최 이전에 전학대회를 열어 안건을 정하고 있지만, 회칙에 명시 된 이상 총학생회는 당위적인 차원에서라도 학생총회의 개최를 위 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총회가 중요한 까닭은 총학생회 회칙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 실뿐만이 아니다. 바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총학생회 활동에 실질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스터키 총학이 강조했던 풀뿌리 학생회도 학생총회와 같이 전체 학생 단 위에서 이루어지는 든든한 자치 문화가 있어야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마스터키’조차 외면한 이상 앞으로 학생총회의 문이 다시 열릴 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마스터키 총학의 뒤를 이을 57대 ■온에어’ 선본은 11월 20일 열렸던 합동공청회에서 ‘학생총회를 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굳이 학생총회를 열 필요 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7년 만에 열렸던 학생총회가 다 시 성사될 가능성은 2015년에도 요원해 보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스터키가 꼽혀있습니다
2학기의 시작은 또다시 구조조정이었다. 8월 28일, 개강을 앞두 고 중앙인 청룡광장을 통해 ‘학부 학문 단위 구조조정 추진 일정 알림’이 발표되었다. 대학 본부는 지난 구조조정이 비민주적인 방 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둣 의견 수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10월 14일, 학부구조개편 TFT(Task-ForceTeam )을 통해 공개된 ‘학문 단위 구조개편 추진 계획’은 이전의 약속이 무색하게 문제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었다. 1주일 남짓 되는 2학기 중간고사를 학생 의견 수렴 기간으로 정한 것이나, 그 동안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었던 취업률 중심의 정량평가 시스템 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였다.
이에 마스터키 총학은 10월 19일부터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21일에는 중운위를 열어 대학본 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 담긴 주요 요구는 의견 수 렴 기간 연장, 정성적 지표 포함,행정부총장의 전학대회 참석,쌍 방향의 소통 창구 마련이었다. 이는 교육환경개선운동의 구조조정 협의체 마련 요구를 계속 이어가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었 다 중운위를 필두로 한 학생들의 요구가수렴되었던 것인지, 10월 22일 대학본부는 이례적으로 의견 수렴 기간을 2주일 연장하고 청룡광장에서 학생의견 수렴 채널 확대를 약속했다.
그런데 2학기 전학대회에서 마스터키 총학이 보여준 태도는 의 견서의 강한 어조와는 배치되는 모습이었다. 10월 28일, 2학기 전 학대회가 성사되었다. 이날 전학대회 ‘논의안건’ 순서에서는 구조 조정 대응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에 사회학과 회장 박휘준 학생은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학생들이 모호한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밝히며 세 가지 추 가안건을 상정할 것을 제안했다. 추가안건은 ▲‘구조조정 계획’과 ‘평가지표’에 대해 논의할 학생.교수.대학본부가 참여하는 학생 주도의 공청회 개최, ▲선거관리위원회로 체제 변환 이후 구조조 정에 대응할 대표성 있는 대안적 학생자치기구 구성, ▲민주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전체학생대표자 성명서 발표였다. 하지만 학생대 표자들의 토론을 거쳐 투표를 진행한 결과 통과된 것은 성명서29 발표안뿐이었다.
세 가지 추가 안건은 지난 1학기, 교육환경개선운동 8대 요구안 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마스터키 총학은 ‘학생-교 수-본부 3개 단위의 협의체를 의무적으로 구성하고 협의를 통하 여 중앙인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고자 한 다’며 구조조정 협의체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학본부에 교육환경개선운동 8대 요구안과 의견서를 전달한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였을까. 막상 구조조정이 예견되자 마스터키 총학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치고 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마스터키 총학이 진심으로 전학대회를 구조조정 대응책을 마련 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안건들이 구체성과 실 효성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부결되기 전에 힘을 보탰어야 했다. 전 학대회는 안건을 심사받는 자리가 아니라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이 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안건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안건을 구체화 시키는 것은 학생대표자들이 다함께 힘을 모아서 해야 하는 일이 다.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몇몇 학생대표자들이 반박했던 까닭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발언자에게 모든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이야기해 나가야하는 문제’이며 ‘우리의 일 이라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구체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 서였다. 따라서 마스터키 총학은 안건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했다 면 찬반을 따지는논쟁으로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좀 더 생산적 인 방향으로 논의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했다. 결국 학생들이 전학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은 전체학생대표자 명의의 성명서 한 장 뿐이 었다. 그렇게 구조조정이 대학 본부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 황에서 아무 대응 없이 다음 선거가 치러졌다.
열쇠는 끝까지 돌려야 한다
57대 온에어 선본이 당선되면서 마스터키 총학의 임기가 끝났 다. 비민주적인 등심위는 여전히 표류중이고,구조조정은 계속되 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칭찬할 만한 부분이 없진 않다. 마스터키 총학은 1년 동안 피자와 치킨 쿠폰을 학생들에게 쏘고, 연극과 공 연 할인을 조용히 홍보하는 등 각종 문화 • 복지사업을 충실하게 해냈다. 경영경제관 공사로 인해 대운동장이 없어 공간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큰 문제없이 ‘LUCAUS’ 축제를 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마스터키 총학 스스로 ‘복지와 행사에 치중한 채 학내 사안 및문제가 적은 기존의 학생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 이상, 이 부분은 그들의 발자취를 되짚는데 필요 없어 보인다.
마스터키 총학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문에 열쇠를 꼽기만 한 채 기다린 것이다. 설령 그것이 모든 문을 열수 있는 ‘마스터키’ 라고 하더라도, 모든 열쇠는 소리가 날 때까지 끝까지 돌려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만 문을 열 수 있다. 작고 낮은 총학이라는 그들의 원대한 꿈이 열쇠 구멍에 꼽힌 마스터키를 바라보는 것으로 그쳤 을 때, 마스터키 총학은 스스로 총학생회의 가능성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칙개정안과 교육환경개선운동,그리고 구조조정 등 학내의 굵직굵직한 사안 앞에서 마스터키 총학은 발을 너무 빨 리 빼버렸다. 마스터키 총학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야 했다 그 렇지 않다면 최소한 적극적인 의지라도 보였어야 한다. 그것은 당 선되기 전 학생들에게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2014년 중앙대 학생사회는 마스터키를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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