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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80

하얀 원피스, 그녀의 담배연기 수습위원 장재원 누가 그랬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 자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 서 그날 저녁에 바로 그 사람이 좋아하던 하얀 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폈다. 그때 나를 발견하고 지었던 그 표정이 아직도 웃겨서. 그리고 통쾌해서 웃음이 나왔다. 미-치 배신당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 었던 그 사람은 이후로 내 손이 옷에 닿기만 해도 담배냄새가 배는 게 아니냐며 나를 비웃었고, 특히 하얀색 원피스를 입 고 온 날이면 더 심하게 나를 놀려댔다. 한 번은 이유를 물으며 화를 낸 적이 있는 데,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 다. •‘그야 너는 여잔데, 담배 피우잖아.” 이 럴 수가. 내가 여자인 것이 도대체 어떻게 그 비겁한 조롱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마침 이유를.. 2021. 2. 1.
오랫동안 쓰였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② 중앙대분회장 윤화자 씨 대학원 지하 2층은 미술 실기 용품에서 나는 쾌쾌한 냄새로 가득했다. 주의를 기울여 찾지 않으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만한 곳. 계단 밑 조그만 문에 적힌 ‘휴게실’이란 글자만이 청소노동자들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휴게실 안은 외풍이 심해 외풍차단 비닐을 붙여놨지만 냉냉함은 여전했다. 이따금씩 바람이 창문을 치고 달아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 (중앙대분회) 분회장 윤화자 씨를 만났다. 그녀는 2008년 5월 중앙대학교에서 청소일을 시작했다. 2009년부터 1년 동안 학교 일을 그만두고 개인장사를 하다 2010년 11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젊었을 때는 그냥 주부였어요. 그러다 IMF가 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렵기 시작해 .. 2021. 2. 1.
알파고를 맞이하며 - 기술발전과 실업 혹은 경제의 규정성과 정치적 자율성 스츠(자유기고가) 1. 알파고라는 오래된 미래? 2016년 3월 15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끝났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 일본에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지능이라는 오래된 (하지만 언제나 미래형이었던) 개념은 이제, 알파고라는 구체적인 실체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도 있었다. 일을 인공지능이 하고, 인간은 누리기만 하는 세상, 혹은 정반대로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라는 종말론적인 미래를 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은 정말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알파고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가면 어쩌지?’ 이미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워진 상황, 실업.. 2021. 2. 1.
군의 50가지 그림자 군인권센터 사무국 대한민국 군대는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매스컴의 이목을 끈 대형 사건들만 요약해보더라도 올해는 그 면면이 몹시 화려하다. ►연초에는 성추행을 당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 오 대위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군들의 인 권과 군대 내 성범죄가 군의 중대한 개선과제로 대두되었다. ► 5월 말에는 공군 복무 중 목숨을 끊 은 故 김지훈 일병의 유가족들이 헌병에 대한 의혹을 공론화시켰다.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한 모 중위가 유명 연예인의 친동생으로 밝혀지면서 일 파 만파로 퍼져나갔고, 결국 공군본부 로부터 철저한 재수사 약속을 받아내 는 일이 있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6월 22일, 이 번에는 22사단에서 소위 ‘임 병장 사 건’으로 잘 알려진 총기난.. 2021. 2. 1.
탈핵으로 가는 길 편집위원 한동혁 2011년 3월, 세계 역사상 가장 커다란 핵발전소 사고가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에 이은 세 번째 대형 핵발전소 사고였다. 사고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규 모 9.0의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1〜 3호기의 전원 이 멈추면서 발생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체 르노빌 사고에 이어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7등급을 받았다. 1 이제는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던 대 형 원전 시고가 또 일어났다는 것에, 그 장 소가 세계에서 가장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일본이라는 것에 세계는 크게 놀랐 다. 후쿠시마 사고는 결국 인류가 핵발전소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쿠시마.. 2021. 2. 1.
의료민영화, 정부를 오해하지 마세요!...? 수습위원 신지영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된 환자가 병원에 갔다. 그에게 병원에서 한 진료는,‘약지 하나에 만 이천 달러,중지 하나에는 육만 달러’라 는 어마어마한 가격 소개였다. 결국 환자는 더 비싼 손가락 하나를 포기했다.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포기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식코〉에 나온 미국의 현실이다. 미 국은 현재 영리병원이 허가되어있고 민간보험이 활성화되어있는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국가이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자신의 손가 락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 의료민영화 이야기로 요즘 한국도 소란스럽다. 정부의 의료민영화를 규탄한다는 주장 아래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있었다. 또한 의 료 민영화 반대 국민서명이 200만 명을 돌파.. 2021. 2. 1.
두 선거 이야기 - 포데모스 현상, 한국에서도 가능한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의원 장석준 4월 총선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새누리당 압승을 점치던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새누리당은 유권자의 호된 심판을 받았다. 또한 신생 제3당인 국민의당(26.74%)이 정당투표 득표율에서 더불어민주당(25.54%)을 제치며 바람을 일으켰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정의당은 6석을 획득해 현상 유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박근혜 정권 심판 민심이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면서도 이런 정권 심판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가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흥미롭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마뜩찮아 하는, 기존 양당 구도에 대한 불만이 제3당 지지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그런데 한국에서 총선이 있기 네 달 전인 .. 2021. 2. 1.
사고 팔고 헐고 세우고, 재개발이 뭐길래 편집위원 박기현 “경축! 정밀 안전진단 통과” 안전진단에서 높은 점수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플래카드가 위풍당당하게 걸려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수군거리며 지나가고 몇몇은 새로 건 플래카드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마을 주민인 B 씨는 곧 재개발되리라는 기대에 뿌듯하기만 하다. 몇 년 후, 플래카드가 나부끼던 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같은 지역이라기엔 도저히 믿기 힘든 풍경이다. 도처엔 아파트들이 의기양양하게 솟아 있다. 거리의 골목길은 널따란 4차선 도로로 탈바꿈했고,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에는 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가진 채 떨어져 있다. 잔디는 “밟지 마시오” 표지판 아래에서 공허하게 푸르기만 하고, 대리석 위에서 폭포수가 생.. 2021. 2. 1.
오랫동안 쓰였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① 시설노동자 김정갑 씨 편집위원 이슬샘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하늘은 곧 비가 올 듯 흐렸지만 거리에는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학교는 제법 근사한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영신관에는 ‘응답하라 2014’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붙었고, 캠퍼스는 중앙대학교 14학번이 되기 위해 논술고사를 보러온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볐다. 나는 인터뷰를 위해 법학관으로 향했고 지하 3층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지하 3층 버튼은 없었다. 그랬다. 엘리베이터조차 닿지 않는 그곳, 지하 3층에 시설노동자들은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7월의 절정에 오른 캠퍼스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회색 기계들로 가득 채워진 기계실은 칙칙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햇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곳. 그 적막한 공간을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간간히 배관.. 2021. 1. 31.
개발되는 흑석동, 사라지는 주거권 편집위원 박기현 흑석동 일대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군데군데 보이는 현수막엔 ‘재개발’, ‘뉴타운’이 눈에 띈다. 유심히 살펴보면 ‘주택재정비사업촉진조합’, ‘주택재정비사업조합추진위원회’라는 낯선 간판을 내건 사무실도 보인다. 흑석역 바로 앞 흑석 7구역과, 중앙대 병원 옆 8구역은 이미 이주가 진행됐다. 이주가 완료된 건물 출입문엔 라카로 그린 빨간색 ‘X’가 있고, 곳곳에 이사 때문에 생긴 쓰레기들이 골목길을 채우고 있다. 사람이 다닌 지 오래되어 거대한 거미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고, 근방엔 참기 힘든 냄새가 요동친다. 흑석동 재개발 현황 흑석이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고시된 해는 2005년이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 때 잠잠해졌다가 2008년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인 계획안이 고시됐다. 처음 .. 2021.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