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보기/2020 봄여름, 78호 <재난의 지평선>13 캠퍼스타운에 살어리랏다 편집장 채효석 대학은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기숙사와 식당, 각종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학이 점점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마을이 되어감에 따라 주변의 마을과는 단절됐다. 지역사회는 주민생존권에 위협된다며 학교가 기숙사를 늘리는 것을 싫어했고, 학교에 상점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다. 대학과 학생은 지역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반목의 대상이 됐다. 대학이 지역에서 고립됨에 따라 각 주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축소됐다. 대학과 학생은 캠퍼스 부지 내의 인적·물적 자원만을 활용할 수 있다. 지역은 대학을 매일 들락날락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엄청난 규모의 청년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 소통의 단절은 주체들의 협력을 막아 지.. 2020. 7. 23. 재난은 어디로 향하나: 숨을 곳도 없는 사람들 편집위원 김현경 수습위원 장비단 3월 22일,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처사였다. 다중 이용 시설은 폐쇄됐고, 타인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많은 일정들이 무산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람들이 외부로 나올 구실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사이버 강의가 진행됐고,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학사일정이 미뤄졌으며, 봄을 환영하는 축제들은 모두 취소됐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해 안으로 숨어든다. 시야가 좁아져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외면하게 된다. 이때, 누군가 외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집 바깥 공간은 잠재적 바이러스 발생지로 규정되지만 이들은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누구.. 2020. 7. 23. '선' 넘은 평화 ― 코로나 시대, 싸우기 싫은 사람들에게 ‘선’ 넘은 평화 ― 코로나 시대, 싸우기 싫은 사람들에게 편집위원 김지우 시간은 흐른다. 하지만 모든 시계가 똑같이 흐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초침은 더 느리게 움직인다. 2019년에는 자정 2분 전이었던 ‘지구 종말 시계[1]’의 시간은 올해 20초나 줄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초침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지구 멸망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0초뿐이다. 핵무기를 둘러싼 문제는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을 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처음 고안된 계기도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을 경고하기 위함이었고, 오늘날도 기후 변화와 파괴적 기술들을 포함해 핵 실험이나 핵무기 보유국 간의 핵 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된다. 전쟁의 위험.. 2020. 7. 2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