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채효석
대학은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기숙사와 식당, 각종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학이 점점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마을이 되어감에 따라 주변의 마을과는 단절됐다. 지역사회는 주민생존권에 위협된다며 학교가 기숙사를 늘리는 것을 싫어했고, 학교에 상점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다. 대학과 학생은 지역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반목의 대상이 됐다. 대학이 지역에서 고립됨에 따라 각 주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축소됐다. 대학과 학생은 캠퍼스 부지 내의 인적·물적 자원만을 활용할 수 있다. 지역은 대학을 매일 들락날락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엄청난 규모의 청년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 소통의 단절은 주체들의 협력을 막아 지역의 공공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걸림돌이 됐다. 각 주체를 이어줄 협치의 필요성은 지속돼 온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는 2016년 ‘캠퍼스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다. 2017년에는 여러 목표를 복합적으로 추진하는 ‘종합형’ 캠퍼스타운 1 세 곳을 공모하였는데, 여기에 중앙대 서울캠퍼스가 선정되었다. 4년간 1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받게 되었다. 중앙대 공식 SNS에는 중앙대의 사업 제안이 평가 1위를 했다는 ‘자랑글’도 올라왔다.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울캠의 캠퍼스타운 사업은 올해로 중반기에 돌입한다. 캠퍼스타운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이 사업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적 맥락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전환도시를 말하다
현대 도시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 교통 문제, 직주 분리, 고용위기, 고령화, 저성장, 일자리 문제 등 각종 사회경제적 위기가 얽히고설켜 있다.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도시를 근본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전환도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들의 해결책 대부분은 결국 몇 개로 귀결된다. 핵심은 도시의 사이즈를 줄이고 마을 단위의 삶을 복구하는 것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명래 교수(현 환경부 장관)는 “도시가 커지면 도시 밖에서 엄청난 자원을 끌어다 써야하고 이것이 문제의 진원지”이며, “스케일 다운을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고 도시적 삶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2 <The Great Turning>의 저자인 데이빗 코튼 전 하버드대 교수도 “마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시의 구획 배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 가능한 거리 안에서 이루어져야”하며, “이것이 필요한 서비스와 쇼핑, 교육, 영적인 훈련, 일, 오락거리를 충족시키기 쉽고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의 마을이 전(前) 근대의 마을과 다른 점은 “모든 사람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다는 점이다. 3 ‘초연결’의 시대라고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마을 단위의 삶을 영위하면서도 마을 밖과 항상 연결될 수 있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울시는 2018년과 2019년 ‘서울 전환도시 국제컨퍼런스’를 열면서 서울을 전환도시로 표명했다. 서울시 내부에 전환도시 전담부서도 생겼다. 2018년 컨퍼런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전환 의제로 ‘에너지’, ‘재생’, ‘공동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세 의제는 2010년대의 서울시의 정책 실험들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이들을 꿰뚫는 키워드는 ‘마을’이다.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공유도시, 사회적경제, 원전하나줄이기(에너지자립마을), 보행친화, 따릉이의 도입과 자전거 도로 정비 등 서울시의 핵심 정책들은 모두 정책 시행 과정이 마을을 기반으로 하고 있거나 정책 시행 결과가 마을을 겨냥하고 있다.
왜 우리는 캠퍼스‘타운’, ‘마을’에 주목하는가
캠퍼스‘타운’의 맥락도 다르지 않다. ‘2025 서울시 도시재생전략계획’은 청년취업문제, 청년주거문제, 청년문화부족 등 청년 문제와 지역 침체 문제를 대학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해결하는 새로운 재생 모델을 캠퍼스타운이라고 말한다. 특히 중앙대 서울캠이 선정된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의 경우 “대학과 주변지역의 연계가 강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문제를 마을, 대학, 공공영역의 거버넌스 4를 기반으로 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도 마을의 일부이므로, 결국엔 마을과 공공영역 사이의 거버넌스다. 마을 단위의 삶을 영위한다는 건 그럭저럭 직관적인 장점이 떠오르고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공공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마을이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은 상향식 문제 해결에서 오는 장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하향식 문제 해결을 기본으로 하는 관료제는 주민들에게 완벽히 대응할 수 없으며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도시행정의 가장 작은 단위인 마을까지 가면 더 심해진다.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피가 잘 돌지 않듯이, 많은 마을들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소외 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역으로,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생각해보자. 마을 주민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 마을의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또한 각박한 서울 생활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낄 만한 유일한 단위다. 그들을 공동체로 조직하고 역량을 기른다면 어떤 공공조직보다도 효과성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바뀌는 게 없다는 무력감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으로 바뀌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마을의 공동체에 기반한 거버넌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신뢰와 유대감 회복은 사회적 자본 5의 축적으로 이어지고, 이는 상호이익을 위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킨다. 정책의 순응을 넘어 문제 해결의 자발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지역문제 해결은 공공영역의 정책 시행에 의존했다. 정책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중앙·지방 정부의 장은 교체되므로 그에 따라 정책도 쉽게 바뀐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 끝나거나 바뀌면서 흐지부지 되는 단발적인 사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공동체와의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다면 공공영역이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지역 현안의 발굴과 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서울캠은 흑석동이란 마을의 일원이다. 과연 캠퍼스타운 정책이 대학, 학생, 주민을 아우르는 공동체 복원과 거버넌스 구축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중앙대 캠퍼스타운이 가는 길은
중앙대 캠퍼스타운은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서남권 청년창업의 메카를 지향하는 ‘뉴타운을 청년창업 캠퍼스타운으로’, 대학과 서울 둘레길을 통합하는 ‘단절된 지역과 한강을 대학문화 속으로’,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도모하는 ‘색깔 없던 흑석동을 특색 있는 대학촌으로’다. 핵심은 대학과 학생의 활동 영역을 캠퍼스 밖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사업 계획에서는 ‘창업육성’을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세부 사업계획은 ‘지역협력’, ‘대학문화’로 구분했다. 6
※이 면에선 각 사업의 간략한 소개만 하려고 합니다. 자세한 사업 설명은 기사의 맨 뒤쪽을 참고해주세요.
중앙대 캠퍼스타운의 핵심 목표인 ‘창업육성’에서는 청년들의 창업과정을 [SEED – INCUBATING – 창업고도화 – 사업검증 – 창업실현] 이라는 5단계로 보고, 이 단계에 맞는 창업지원시설과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조성 및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 목표인 ‘지역 협력’에서는 지역상생을 추구하기 위한 사업들을 진행한다. 지역연계수업과 주민공모사업이 핵심이 된다. 지역연계수업에서는 학생이나 주민, 기관들이 지역 상생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수업으로 옮기거나, 대학 정규 수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주민공모사업에서는 학생이나 지역주민이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공동체 강화 등을 위한 사업을 제안하여 직접 실행까지 옮긴다. 다른 목표인 ‘대학문화’에서는 ‘흑석로 수변창업문화거리조성’이 주목된다. 가로(街路)를 정비하여 안전하고 사람이 머물 수 있으며, 학생과 지역 주민이 융합될 수 있는 통학로를 만들 예정이다.
‘창업육성’의 캠퍼스타운... 지속 가능한가요?
다른 세부 목표들이 존재하지만, 캠퍼스타운의 초점은 창업육성에 가있다. 서울시에서 공개한 예산서에도 2020년 중앙대 캠퍼스타운의 창업 관련 사업에 대한 공적 예산 투입은 올해 전체 지원 예산의 약 70%를 차지한다. 7 이는 비단 중앙대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정책 방향 자체가 그렇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종합형 사업에서 추진 목표를 1(창업육성)+4(주거안정화, 문화특성화, 상권활성화, 지역협력)으로 잡아 핵심을 창업육성으로 두고 다른 보조 목표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의 유관 부서인 ‘캠퍼스타운활성화과’ 역시 도시재생실이 아닌 경제정책실 소속이다. 서울시 캠퍼스타운활성화과의 관계자는 “종합형 사업에서 대부분의 사업은 창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창업이 지역에 미칠 긍정적 영향은 예상 가능하다. 일자리가 생기고 상권 활성화도 될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이 대학과 학생을 활용하는 상생 플랫폼 구축에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창업육성의 핵심은 지역의 공간에 창업팀을 입주시킨다는 것인데, 이것은 대다수의 주민과 창업에 관심 없는 학생들을 사업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주민은 상권 활성화를 ‘당하는’ 객체가 될 뿐이며 학생들은 객체조차 되지 못 한다. 이는 “대학과 지역의 갈등을 풀어보자” 8고 시작한 캠퍼스타운 취지나, 사람과 공동체를 재생하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도시재생의 이념에 반한다. 윤삼자 흑석동 주민자치회 간사는 “주민자치회나 이웃지인들의 경우 무엇을 함께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 캠퍼스타운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박용진(컴퓨터공학 4) 씨도 “(학우들이) 대부분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캠퍼스타운의 사업 기간은 4년으로 주체 간 신뢰를 쌓고 플랫폼을 구축하기엔 짧다. 창업육성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 주요 플레이어들이 객체화된다면, 4년 이후 중앙대 캠퍼스타운추진단이 사라지고 서울시의 예산이 끊긴 이후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캠퍼스타운 정책이 그 성과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과 장기적인 플랫폼 형성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기범 교수에 의하면 북미와 일본 등에서 캠퍼스타운이 캠퍼스와 지역사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상당한 성과를 보였지만, “서울의 캠퍼스타운 정책은 여전히 하드웨어 기반의 센터빌딩 건축을 통한 창업육성과 청년주택공급에 너무 치중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캠퍼스타운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9
서울시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시에서 캠퍼스타운활성화과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승복 과장은 “창업을 통한 경제 인구의 유입이 지역 활성화와 사업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며, “이를 위해선 지역민으로부터 사업들이 응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연계수업 등을 플러스 알파로 추진 중이다”라고 말한다. “창업을 빼고 지역연계수업이나 광장 사업만 한다면 지원 기간 끝나면 이 사업은 접을 것”이기 때문에 창업육성이 지속가능성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창업을 제외한 지역협력 등 부수 목표들의 지속가능성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이승복 과장은 지역협력·상생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대학이 지역융합에 의지를 가지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공적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 차원에서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은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공동체를 포기할 순 없기에
창업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앞서 우려했던 것처럼 장기적인 지역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다. 창업이 대학·학생과 지역의 연결고리이자 상생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창업으로 마을 기반의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다면 지역과의 융합·상생을 꾀할 수 있다. 중앙대 캠퍼스타운의 경우엔 마을 기반의 창업팀들로 ‘월간흑석’과 ‘쓰임:새’를 꼽을 수 있다. ‘월간흑석’의 경우 흑석시장의 반찬 가게들과 연계하여 1인 가구들에게 맞춤형 반찬세트를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쓰임:새’의 경우 폐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하여 특별한 포장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마을에 있는 수선집들과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은정 캠퍼스타운추진단 사무국장은 “지역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기 위해 창업팀들에게 여러 시도들을 우리 지역에서 해보라고 제안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한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창업팀들이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경희대 캠퍼스타운의 ‘Change Walk’ 팀의 경우, 도시에서 보행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들을 조사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경희대가 위치한 회기동의 오염된 공터를 임시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인 ‘안녕마을 임시공원’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마을에 대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창업팀들이 사회적 기업 10이나 마을기업 11으로도 탄생할 수 있다. 성균관대, 성공회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다양한 캠퍼스타운에서 사회적 기업 창업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성균관대의 경우 ‘사회적경제 EPT’라는 창업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 캠퍼스타운도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창업팀의 노력 이외에도, 지역과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중앙대 캠퍼스타운추진단의 고민과 노력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역협력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중심이 되지만 ‘지역과 학생, 지역과 학교, 지역과 청년창업가를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별도의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배웅규 캠퍼스타운추진단장(도시시스템공학전공 교수)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필요들이 결국에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이고, 그 필요에 대응해서 우리가 연결·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논의 중”이라고 말한다. 차은정 사무국장은 “캠퍼스타운 사업이 없더라도 자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며, 주민들과 학생들의 협력·상생 시스템과 공식적인 접촉 채널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이 흑석동 주민들과의 접촉점을 늘려가는 것이다. 주민 조직인 흑석동 주민자치회와 협력을 위한 MOU(업무협약) 체결도 추진 중이다. 흑석동 주민자치회는 흑석동이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시범동으로 선정되며 구성되었다. 주민이 마을의 정책과 예산 결정 등에 참여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 조직으로,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거버넌스 주체다. 윤삼자 흑석동 주민자치회 간사는 “대학과 지역사회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논의하고 협력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중요”하다며,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주민과의 밀접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차은정 사무국장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이라 자주 찾아 뵙고 얘기하는 것에 품을 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캠퍼스타운 서포터즈와 ‘멩멩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캠퍼스타운 서포터즈는 매 학기 20명의 학생들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5개의 분야로 나뉘어 캠퍼스타운 사업 추진을 돕는다. 지역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기도 한다. 캠퍼스타운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이윤지(광고홍보 2) 씨는 지역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흑석의 상권 지도를 제작 중이다. 이윤지 씨는 “활동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뿌듯하다”고 말한다. 또한 “캠퍼스타운추진단 직원들이 서포터즈의 의견을 많이 구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추진할 기회를 많이 주셔서 지역의 일원으로,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가는 주체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멩멩이’는 검은 돌을 뜻하는 ‘흑석’을 형상화한 중앙대 캠퍼스타운의 대표 캐릭터다. 멩멩이와 캠퍼스타운 서포터즈는 인터넷 기반의 홍보와 함께 흑석동 지역축제에 참여하여 주민들과의 협력을 촉진하고, 캠퍼스타운 정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캠퍼스타운에 살어리랏다
서로의 자원을 이용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쉽지 않다. 그동안 대학과 지역이 물리적·심리적 빗장을 걸어 잠근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장벽을 허물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항상 공간 부족에 시달렸던 서울캠 학생들과 학교는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어느 한 주체가 해결하기 어려웠던 공동의 문제도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가 지속되면 협의를 통한 ‘Win-Win’의 가능성은 커진다. 경제학의 게임 이론에서도 사회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제시되는 해결책이다.
결국 캠퍼스타운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된다.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캠퍼스타운은 꿈을 펼칠 기회가 된다. 창업에 뜻이 있다는 박용진 씨는 “캠퍼스타운으로 창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창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주변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윤지 씨는 “창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말한다. “(캠퍼스타운을 통해) 경험해보지 못 했던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며, “단순히 스펙이 된다기보다 제가 주체가 되어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낸다는 과정이 정말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배웅규 단장은 “지역에 어떤 의제가 있고 학생들이 이것을 같이 해보고 싶다면 캠퍼스타운추진단에서 연결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캠퍼스타운은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서울시나 중앙대나 한 것보단 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 한번에 많은 것이 바뀌길 기대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정책은 촉진제에 불과하다. 캠퍼스타운 사업으로 대학과 학생이 지역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면 가치는 생명력을 가지고 이어질 것이다. 배웅규 단장은 “무미건조한 아파트촌이 아니라, 청년들하고 지역사회하고 대학이 어우러지는 대학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동네, 말 그대로 캠퍼스타운이 되어서 중앙대 앞 하면은 ‘아, 거기는 캠퍼스타운이지.’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흑석동이 천편일률적인 뉴타운을 넘어 모두가 어우러지는, ‘캠퍼스타운’이 되길 바란다.
- 캠퍼스타운 사업은 1(창업육성)+4(주거안정화, 문화특성화, 상권활성화, 지역협력)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종합형’ 사업과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단위형’ 사업으로 나뉜다. [본문으로]
- 2018 서울 전환도시 국제 컨퍼런스 [본문으로]
- 2018 동북4구 생태적 도시재생 국제포럼, 데이빗 코튼의 기조 연설 [본문으로]
- 거버넌스는 시민들과 여러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밝히고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며,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고, 그들 간의 견해 차이를 조정할 수 있는 복잡한 기구와 과정 등의 제도로서 구성된다(UNDP, 1997). [본문으로]
- 사회적 자본은 종전의 인적·물적 자본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이는 ‘사회구성원의 공동문제해결위한 참여조건 또는 특성’ 혹은 ‘공동이익을 위한 상호 조정과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적 조직의 특성‘으로 정의 할 수 있다.(한국행정학회) [본문으로]
- <중앙대학교 흑석 캠퍼스타운 -대학, 담장을 넘어 창업육성과 지역혁신의 주체로->, 교육개발 2019 가을호, 배웅규 중앙대 캠퍼스타운추진단장 [본문으로]
- <중앙대 캠퍼스타운(종합형) 추진>, 서울시 제공. 전체 지원 예산에서 캠퍼스타운 공정회의 운영, 중앙대 캠퍼스타운 지원센터 운영, 캠퍼스타운 추진단 운영 및 관리, 모니터링 및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제외한 채 사업 예산에 대한 시비 지원만으로 분모를 구성했고(2,150,720천 원), 창업과 관련이 없거나 다소 창업과 관련이 있더라도 다른 목표와 함께 추구가 가능한 사업을 제외한 채 분자를 구성했다.(지역연계수업 및 연계사업, 까망돌 청년마차 및 지역골목축제, 청년상인 육성 및 재래시장 서포터즈, 중앙문화마당 조성 사업을 제외한 채 분자 계산. 분자는 1,568,720천 원) [본문으로]
- 서울시 캠퍼스활성화과 이승복 과장과의 인터뷰 내용 [본문으로]
- <캠퍼스타운과 지역사회 공동체>, 남기범, 고대신문 2018.04.09. [본문으로]
- 사회적기업은 소외계층의 경제 활동 참여 등 일자리 창출, 사회적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출처: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본문으로]
- 마을기업은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의 필요와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마을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적 관계망에 기초해 주민 욕구와 지역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출처: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본문으로]
- 아이디어 구현에 필요한 3D프린터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춘 창작·창업지원 공간으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본문으로]
- 테스트베드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또는 정책 등의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을 의미한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거나, 신기술 및 시제품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환경과 시설 등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로서 일종의 ‘시험무대’라 할 수 있다.(<신기술 시험 무대, ‘테스트 베드’>, 사이언스타임스 2017.08.08.) [본문으로]
- 중앙대학교 흑석 캠퍼스타운 블로그 [본문으로]
- 이수진 국회의원은 캠퍼스타운 확대와 창업특구 지정 등 캠퍼스타운 관련 공약을 많이 제시했다. 이 중 ‘중앙대·숭실대 부근 창업문화거리 조성’과 ‘중앙대 병원 인근 복잡 도로 구조 개선’과 같은 공약은 흑석로수변창업문화거리과 관련되어 있다. [본문으로]
- 고원식 횡단보도는 ‘넓은 방지턱’ 역할을 하도록 횡단보도 길을 볼록하게 튀어나오도록 한 것인데, 이 구간을 마주한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게 된다.(<[못말리는 무법질주]"고원식 횡단보도 도입해 운전자 스스로 속도 낮추게">, 아시아경제 2017.08.0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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