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김현경
수습위원 장비단
3월 22일,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처사였다. 다중 이용 시설은 폐쇄됐고, 타인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많은 일정들이 무산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람들이 외부로 나올 구실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대학교에서는 사이버 강의가 진행됐고,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학사일정이 미뤄졌으며, 봄을 환영하는 축제들은 모두 취소됐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국가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해 안으로 숨어든다. 시야가 좁아져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외면하게 된다. 이때, 누군가 외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집 바깥 공간은 잠재적 바이러스 발생지로 규정되지만 이들은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내쫓겼고, 누구는 생계를 위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평소 소외와 배제 속에서 존재조차 고려 받지 못하던 약자들은 재난 상황에서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반대로 외부로 나가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숨어살아야 했던 이들은, 외부의 도움이 간절했지만 나가지 못했다.
내쫓긴 사람들, 홈리스
“철도 역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노숙인 퇴거조치’가 광범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더 이상 쫓겨날 곳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홈리스들은 다시 쫓겨났다. 코로나 19 확산 기간에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피해 몸을 숨겼지만 홈리스는 겨우 유지하던 주거지를 뺏겼다. 많은 홈리스들의 거처였던 서울역이 언제부턴가 한산하다. 서울역에서 의자 사용을 금하며 홈리스들이 머물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 예방 정책으로 홈리스는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뺏겼다.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빌미로 홈리스는 쫓겨났지만, 정작 내쫓긴 홈리스는 바이러스 예방을 할 수 없다. 홈리스에겐 ‘자가’가 없다.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숨길 데는 없고, 불안정한 주거 생활로 면역력은 크게 떨어져 있다. 홈리스 퇴거 조치는 특정 공간의 안전을 위해 대책없이 홈리스를 공간 밖으로 내쫓은 데 불과했다. 가장 안전한 해결책은 자가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일시보호시설 입주다. 그러나 홈리스를 보호한다는 시설조차 이들을 거부하고 있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내쫓았지만, 홈리스가 또다른 거리로 흩어졌기 때문에 위험은 여전하다.
홈리스행동 1은 “신규 노숙인이 (코로나 예방을 빌미로) 일시보호시설 2 입소를 거부당한 사례, 미열(37.5도)이 있다는 이유로 노숙인 자활시설 입소를 거부당한 사례를 확인한 바 있다”고 전했다. 홈리스라는 이유로 직장과 거주지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원에 위치한 노숙인 자활 시설은 코로나 감염을 막는다며 직장인 홈리스를 퇴소시켰다. 출근을 하는 홈리스는 외부와의 접촉이 있기 때문에 공동 시설에서 생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퇴소를 통보받은 A씨는 당장 수입이 없으면 생활에 지장이 생겨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시설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했다. 3시설은 외부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장소로 정하면서도 홈리스를 다시 외부로 쫓아냈다.
홈리스는 ‘자가’가 없어 자가격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시 자활지원과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거리 홈리스는 일시보호시설에 머문다고 한다. 많은 홈리스들이 거주하는 시설에서 자가격리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자가격리는 시설 내 상담실 등 생활 공간이 아닌 별도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거주 공간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홈리스 자가격리자는 편히 격리를 할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다.
보호 없는 일시’보호’시설
내쫓긴 홈리스들을 수용해야 할 일시보호시설은 얼마나 확보됐을까. 서울시 자활지원과 이진산 주무관은 중앙문화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새로 설치한 홈리스 일시보호시설은 없다”고 밝혔다. 시설 충원율이 70%에 불과해 추가 설치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설 충원율은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 대비 입주한 홈리스 수를 의미한다. 충원율이 높을수록 홈리스 한 명당 이용할 수 있는 면적은 줄어든다. 홈리스의 ‘최소한’의 삶의 조건과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수용 인원을 낮출 필요가 있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충원율 70%의 시설은 적합한 거주지라고 부르기 힘들다. 많은 홈리스가 한 공간에 거주하여 타인과 간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집단 감염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설은 바깥보다 위험할 수 있다. 전염병 발병 이전에도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탓에 시설을 꺼리는 홈리스들이 많았다.
“일시보호시설이라는 게 서울시나 법인에서 신청할 수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추가 설치하기 어렵습니다. 복지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데 재원도 문제지만, 사실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제일 어렵습니다. 예산을 확보해 복지시설을 설치한다고 해도 반발이 심한데 노숙인 시설이라고 하면 더 심하죠.” 서울특별시 자활지원과 이진산 주무관 |
일시보호시설은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람들이 홈리스 시설을 혐오시설로 분류해 애초에 일시보호시설을 설립하기 힘들다. 평소에도 홈리스 시설을 향한 시선이 따가운데, 코로나19 기간에 거리에 살던 홈리스가 온다면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 사람들에게 거리는 바이러스가 도사리는 공포의 공간이다. 거리 홈리스는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다. 홈리스는 재난 이전에도 이후에도 쫓겨나는 신세다.
홈리스에게 거의 유일한 보호 공간인 일시보호시설도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 미래에 또다른 감염병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대로면 바이러스 이름만 바뀔 뿐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머물던 곳에서 쫓겨나고, 겨우 들어간 시설에서도 바이러스에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홈리스에게 제대로 된 공간과 자활을 제공해야 한다. 최저 주거 기준을 준수하는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피해 집으로 들어갈 때, 홈리스도 독립 공간에서 안전을 보장받은 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나오고 싶은 사람들, 여성홈리스
모순적이게도 여성홈리스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한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거리 홈리스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거리 아웃리치팀을 통해 이뤄진다 4.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열을 체크하고,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배부한다. 홈리스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홈리스 밀집 지역이나 눈에 띄는 장소에 머물지만, 여성홈리스는 오히려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산다.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곧 범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홈리스는 거리나 쪽방이 아닌 찜질방, pc방 등에서 전전한다. 외부로 나가지를 못하니 외부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여성홈리스의 주 거주지는 방역 수칙이 지켜지기 힘든 밀폐 시설로 바이러스 전파가 쉽다.
“여성홈리스에 대한 연속적이고 공식적인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성홈리스의 특성을 고려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기에, 서울시나 복지부의 여성홈리스 관련 실태조사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홈리스행동 |
재난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타인을 지워버린다. 여성홈리스는 재난 이전에도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를 이유로 항상 소외되어 왔다. 자활 지원의 기초가 될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홈리스의 비율은 노숙인 중에선 25.8%, 쪽방 주민에서는 19.2% 5에 불과하지만, 신뢰가 가는 결과는 아니다. 대부분 여성홈리스의 거주지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거리, 보호시설, 쪽방 거주 홈리스만 집계될 뿐 만화방, 찜질방, 여관같은 시설에서 주로 거주하는 여성홈리스는 제외됐다. 보이지 않아 통계에 고려되지 않고, 이들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는 다시 여성홈리스를 소외시킨다.
2019년 서울시의 여성 홈리스 일시보호시설은 1개, 여성 홈리스가 입소 가능한 여타의 시설 역시 총 7개로 매우 부족하다. 몇 명이 있는지조차 모르니, 여성홈리스를 위한 주거시설이나 일시보호시설이 충분히 제공될 수가 없다. 몇 없는 여성홈리스 시설마저도 신규 입소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서울특별시립여성보호센터와 여성자활시설 화엄동산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신규 입소자를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에 위험을 피해 숨어살던 여성홈리스들이다. 그들이 밖으로 나와 지원을 받기 위해선 안전한 곳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재난 시대 여성에겐 바깥보다 집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여성홈리스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다. 여성홈리스가 집 밖으로 내몰린 원인은 정신질환, 가정폭력, 성폭력이 크다. 그중 가정폭력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위험성이 증가한다. 사람들이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정폭력 피해자에겐 악몽같은 시간이 지속된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가정폭력 상담 비율은 40%까지 증가했다. 6사회적 거리가 늘어나며 가정폭력의 발견은 더욱 어려워졌다. 재난 속 홈리스가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는 집 안이 바이러스보다 위험할 수 있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려는 이유다.
나가야 하는 사람들, 노동자
외부로 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자가격리를 선택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자가격리를 위해 콜센터와 물류센터는 더욱 활발해졌다. 역설적으로 자가격리와 시설폐쇄로 많은 노동자가 위험과 더 가까워진다.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유급휴가는커녕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쉬기도 어렵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 7에서는 3월 한 달간 연차강요, 무급휴직, 권고사직, 해고 등 1,200건이 넘는 코로나 갑질을 상담했다고 밝혔다. 무급휴직, 권고사직, 해고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찾아 나선다. 8
코로나 시대엔 역시 배달, 그 뒤에 방치된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를 위해 물건을 배송 시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쿠팡은 물류센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단기 노동자를 수시로 채용했다. 9부천의 한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코로나 19 확진자 A씨는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근무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대표적인 대규모·대인 거리 협소 업장 두 곳에서 근무한 것이다. 그는 ‘아프면 쉬기’라는 간단한 원칙조차 지킬 수 없는 사람들 중 하나다.
비단 A 씨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6월 4일 쿠팡 물류센터에 근무 중 20대 청년 B씨는 생활비와 학원 수강료 등을 위해 알바를 하고 있었다. B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은커녕 알바 자리도 거의 없고 그 중에서도 시급 만원을 넘기는 곳은 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와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 중 물류센터 이외에도 택배 배달, 아파트 청소 등 일용직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사람들이 다수였다. A 10씨와 B 씨 그리고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에도 일하러 나온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지침은 공허해 보인다.
지난 6월 10일엔 ‘쿠팡의 코로나 확진자 은폐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쿠팡 신선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모두’ 방한복과 안전화를 돌려 사용합니다.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동안 소독, 방역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쿠팡은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도 내리 3일을 근무자들에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관리자들은 무조건 모른다고 하며 그대로 일을 시켰”다고 쿠팡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집으로 피신해 필요한 물건을 배달시키는 동안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려 있었다. 과연 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안전’이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안내는 전화로, 전화 속엔 사람이 없나요?
경북 교육청과 동구청에서는 코로나 상황을 안내하기 위한 콜센터를 개설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가 심각해지던 시점인 2월 17일 1399 콜센터에 커피 지원을 시작했다. SPC그룹도 2월과 6월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 상담원에게 파리바게뜨 빵과 삼립 생수를 지원했다. 팬데믹 시대의 사람들은 콜센터를 정보의 주요 전달 수단으로 보며 이를 위해 사적 보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3월 8일 구로 보험 콜센터 밀집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날 때까지 다른 콜센터들을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주로 하청업체 노동자로 이루어진 콜센터는 기본급이 적고 성과에 따라 수당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날의 목표 실적도 정해져 있어 이를 채우기 위해선 잠깐 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니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책상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도, 몸이 아픈 기색이 있어도 출근할 수밖에 없다. 3월 8일 이후 코로나로 인해 폐쇄되는 콜센터가 늘면서 이상이 느껴지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잦아졌지만, 개인 연차나 반차를 써야 해서 노동자들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가가 콜센터 노동자들의 재택근무를 장려하고는 있지만 모든 회사가 실시한 것은 아니다. 따로 임시 센터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재택근무가 능사는 아니다. 재택근무를 위한 전화기, 헤드셋 등을 상담원의 자비로 구입해야 했고 월급과 함께 들어오던 식비나 교통비가 빠져서 월급봉투는 얇아졌다. 결국 재난의 비용은 노동자가,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가 가장 많이 떠안고 있다.
K-방역, K-노동으로 망한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훌륭하게 방역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빠르게 방역에 성공하는 듯했다. 5월 6일 정부가 ‘일상 속 거리두기’로 지침을 완화했고 당일엔 확진자 0명을 기록했다. 이렇게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이유는 의료진의 과중한 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동으로 막아낸 재난은 노동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 개인적 경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코로나 집단 감염이 콜센터와 물류센터 같이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일어났다. K-노동이라고 불리는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은 이중 노동 시장 구조의 양극화와과 수직적 원하청 관계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눠진 노동 시장에서 회사는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고자 다시 한번 원청과 하청으로 노동자들을 나눈다. 물류센터와 콜센터는 위험의 외주화를 불러일으키는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들이 노동을 그만둘 경우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던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은 안전지대에 있다고 느끼고,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다른 이들의 안전이 확보된다. 집 안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노동자들의 환경을 보지 못한다. 이윤 창출을 위해 2M 거리 확보, 손제정제와 마스크 지급 같은 간단한 안전수칙조차 무시하는 회사들의 횡포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바라봐야 할 때다.
재난은 아래로 흐른다
결국 재난은 아래로 흐른다. 재난은 약자들에게 먼저, 더 크게 찾아왔다. 사람들은 장소를 철저히 개인화 시켰지만, 약자들은 애초에 개인 공간이 없거나 그 공간에 머무를 틈이 없었다. 재난 이전부터 약자들이 갖던 가혹한 환경은 그들을 전염병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재난 시대에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보장받으려 한다. 이 때 재난 약자들은 자신의 몫을 챙기는 데서도 뒤로 밀려난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우선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은 곳은 노동자가 아닌 기업이었고,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홈리스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사람들이 재난으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혈안일 때 재난 약자들은 지키려 해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몫이 없다.
언제나 그랬듯 재난은 약자부터 찾았고 재난 보호책은 약자들에게 가장 늦게 도달했다. 재난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바뀌었다며 ‘뉴노멀’을 얘기하지만 재난 약자에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또다른 재난은 다시 약자부터 찾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많은 것들이 변한 지금, 재난 대응의 구조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재난 약자에게야말로 ‘뉴노멀’, 새 일상이 필요하다.
- 홈리스행동은 홈리스가 가진 문제를 공유하며 홈리스 상태를 철폐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한다. [본문으로]
- 일시보호시설은 홈리스에 일시적인 숙식 제공, 의료지원, 샤워ㆍ이미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본문으로]
- 김한주, 노숙인자활시설, 코로나 빌미로 홈리스 사실상 강제 퇴거, 민중언론 참세상, 2020.03.09 [본문으로]
- 아웃리치란 대상자가 있을 법한 장소를 물색하고, 긴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는 홈리스를 찾아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문으로]
-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본문으로]
- 손지민, 가정폭력 4.9% 줄었다고?… “일상도 통제, 신고조차 어렵다”, 서울신문, 2020.04.27 [본문으로]
- 오대성, “월급 페이백 요구, 해고 불안”…직장갑질119 코로나 제보 분석해보니, KBS, 2020.04.06 [본문으로]
- 오대성, “월급 페이백 요구, 해고 불안”…직장갑질119 코로나 제보 분석해보니, KBS, 2020.04.06 [본문으로]
- 전영선, 코로나로 뜨고 코로나에 당했다…'한국 아마존' 쿠팡의 최대 위기, 중앙일보, 2020.05.28 [본문으로]
- 한전진, [기자수첩] “난 죄인이다”…코로나에 멍든 청춘, 쿠키뉴스, 2020.06.1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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