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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7 봄여름, 72호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변두리에서 - 중앙으로 - '얼음땡 프로젝트'를 만나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4. 13.

72호, 2017 봄여름

편집위원 강동용

 

“이제 여기서 공연도 못 올리네.”
“휴. 여기 노천극장도 이제 내일이면 터지네, 뽁뽁이처럼.
여기서 연극도 했었는데 아쉽다.”
“공연할 장소가 없다나, 뭐라나. 저기 학생회관 보이지, 아빠. 저기랑 같이
여기도 없애잖아 터진대. 아, 이제 우리 동아리 어떻게 해. 완전 터졌어.”
“그럼 우리 무대에 못질 못해요?” “응. 그렇게 됐어. 무대 망가뜨리지 말래.”
<‘얼음땡: 변두리에서 중앙으로’ 대사 中>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상훈(사회 3) 안녕하세요. 중앙 연극동아리 영죽무대 회장 김상훈입니다.
조윤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 2) 안녕하세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연극학회 또아리에서 학회장을 맡고 있는 조윤경입니다.


Q. 얼음땡 프로젝트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김상훈: 저항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항상 저항에 대해서 일정한 방법을 생각하잖아요. 시위를 하거나 대자보를 붙이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식으로만 저항을 규정 지으면 그 의미가 넓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항은 넓어져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요. 그래서 극장이 없어지고 공연할 공간이 없어졌을 때 어떤 식으로 저항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고민의 끝에 떠오른 방법이 얼음땡 프로젝트였어요. 다시 말해 이번 얼음땡 프로젝트는 저항의 일환인 셈이죠.

Q. 왜 프로젝트의 이름이 얼음땡인가요?
조윤경: 우선 프로젝트 이름을 너무 무겁게 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다양한 놀이의 이름들을 제목 후보로 뽑았어요. 그중에서도 얼음땡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적 의미도 담고 있고, 얼음을 깬다는 상징적 의미도 좋아서 얼음땡으로 선정하게 되었어요.

Q. 얼음땡 프로젝트의 공연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상훈: 극장이 없으니까 극장이 아닌 곳에서 공연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극장이 아닌 공연 공간을 생각했고, 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연극을 생각했어요. 연극의 내용이 우리가 저항하고 싶은 내용과 맞닿아 있었으면 했고, 나아가 대학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었으면 했어요. 그런 바람에서 떠올린 문제들과 관련된 내용들로 공연을 구성했어요.

Q. 누가, 어떤 계기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나요?

김상훈: 중앙대학교의 공간 문제가 고질적이긴 했는데요, 사실 극장이 없어질 거라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그러다가 작년 8월쯤에야 알게 됐죠. 일이 갑자기 닥치니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중앙문화에서 학내 공간 문제와 관련된 기획을 쓴다고 하기에 다짜고짜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당시 동아리 회장 형을 찾아 가서 인터뷰를 하고 왔다고 했더니 그 형이 “왜 그렇게 성급하게 했냐”고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줄 아냐”면서. 그렇게 싸우다가 마지막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그 때 형이 참 외로워 보였죠. 연극 동아리 내부 구성원들이 한 명도 외롭지 않고 즐겁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불현듯 다른 동아리와 연합 공연을 해보겠다고 급조해서 인터뷰했던 게 떠올랐어요. 급조해서 말한 것이긴 했지만 괜찮은 생각이더라고요. 다른 동아리와 이야기해서 합동 공연을 해보자 마음먹었죠. 결국 11월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연극학회인 ‘또아리’에 합동 공연을 제안했고, 영죽무대와 또아리는 함께 얼음땡을 만들고 공연을 하게 됐어요.

Q. 이번에는 배우들에게 질문할게요. 왜 이번 얼음땡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되었나요?
전강채(미디어커뮤니케이션 2) 지난 또아리 정기 공연을 준비하던 중에 영죽무대 공연을 보러 간적이 있어요. 그 공연 뒤풀이 장소에서 상훈 씨를 만나 학내 공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나름의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우리가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을 연극으로 풀어보자는 그때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되어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강서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지난 학기 또아리 공연에서 연출을 맡았어요. 그전까진 배우만 했지 기획은 전혀 몰랐죠. 어떤 과정을 거쳐 공간을 빌리고 현재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공간 조정 회의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전부 몰랐어요. 그런데 연출을 맡고나자 그런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새로 만든 소극장에서 정기 공연을 하는 걸 허가해주겠다고 해서 그에 맞추어 모든 계획을 짜놨는데 이유도 정확히 말해주지 않고 갑자기 일방적으로 안 된다고 하질않나, 소극장에 있는 조명을 떼어서 루이스홀에서 쓰라고 했다가 갑자기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질 않나. 이 문제를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함께하게 됐어요. 공연을 보는 학생들도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참여했어요.

Q. 연극할 공간이 사라져서 앞으로 공연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김상훈: 지형 자체가 달라질 것 같아요. 연극 동아리가 사라질 수도 있고요. 사실 지금 학내에 정말 다양한 단위가 루이스 홀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또 연극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하는 단위들이 루이스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루이스홀이 사라지면 공연할 공간이 사라지니까 그만큼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마련이죠. 또 동아리에서 나간다고 해도 공간이 없으니 잡을 수도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 극장이 없는데 연극할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우스워요. 우리 동아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공포가 들어요.

Q. 루이스홀이 철거되면 연극을 할 수 있는 대체 공간이 없나요?
김상훈: 루이스홀은 올해 7월에 철거돼요. 학교는 대체 공간으로 310관에 소극장을 만들긴 했어요. 하지만 대체공간이 생겼다 해도 같은 조건은 아니에요. 루이스홀은 항상 빌릴 수 있었지만, 새로 생긴 소극장은 한 달에 15일밖에 빌리지 못하거든요. 공연을 진행하는 학내 동아리는 많은데 공연을 위한 공간은 그곳 하나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Q. 루이스홀이 철거되기 전이라 그 공간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굳이 야외 공연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윤경: 지금 루이스홀이 완전히 철거되지 않았다고 해서 계속 살아있을 공간도 아니잖아요. 극장보단 거리에서 우리의 메시지가 더 강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상훈: 오히려 루이스홀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빌리는 동아리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거의 열흘까지도 루이스홀 대여가 가능한 상황이죠. 하지만 그러지 않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이전에 루이스홀을 대여하면 제공받았던 혜택이 현재는 대부분 철회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일례로 조명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연극에서 조명이 공간을 꼼꼼하게 채워주지 못하면 표현하려는 공간 자체가 완성되지 못하거든요. 사실상 공간만 그대로 남아있는 거지 없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실제로 또아리의 직전 공연이 루이스홀에서 진행됐는데, 그전까지 해왔던 공연들과 달리 제공된 조명의 개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Q. 공연 장소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나요?
조윤경: 쉽지만은 않았어요. 처음에는 학생지원처에서 소음을 문제 삼아서 캠퍼스 공연을 허가해줄 수 없다고 했어요. 작은 앰프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다시 요구했더니 학생지원처에서 기획안을 요구하더라고요. 캠퍼스 투어 형식의 공연이라고 설명한 뒤에 겨우 허가 받을 수 있었어요.
김상훈: 기획안을 요구했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우리 취지를 그대로 보여줘서 허가받을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100 중에 5만 보여줬죠. 이외에도 마이크를 안 쓰기로 하고 앰프도 작은 걸 사용하기로 하기도 했어요. 통행로도 막지 않기 위해 동선도 재정비했어요 .

Q. 준비한 연극을 모두 마쳤는데 감회가 어떤가요?
이성길(기계공학 4) 야외극 자체가 발성적인 면, 극적인 면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엄청난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꽤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극을 만들면 만족도가 높아질까, 사람들이 흥미롭게 느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그냥 학생들이 재밌게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겪고 있는 공간 문제를 다른 학내 구성원들이 인지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성공일 테니까요.
장세림(미디어커뮤니케이션 2) 야외극이라서 우리 학교에서 대표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선정해서 그곳에서 공연을 올렸어요. 그리고 우리의 메시지를 각 공간에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죠.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학내 구성원들이 공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어요.
김선형(미디어커뮤니케이션 3) 저는 특히 우리가 준비한 메시지가 잘 전달될지 걱정이 많았어요. 공연을 본 주변 사람들이 감동받았다는 말과 함께 뭔가를 얻어 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저희가 원래 원하던 바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조윤경: 공연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마지막 공연이고 끝났다는 생각에 시원하다는 감정이 앞섰어요. 막상 무대를 지켜보면서 이 공연 다시 못하고 이 공연장도 다시 사용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함이 더 크더라고요. 프로젝트 얼음땡 시즌 1이라고 할 때마다 무슨 시즌 1이냐고 그럼 시즌 2가 있는 거냐고 묻곤 했는데, 사실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개인적으로 연극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뜻깊은 공연이었어요.

Q. 기존에 해왔던 연극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연극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나요?
김상훈: 이번 공연은 기존에 영죽무대가 해왔던 공연들과는 크게 3가지가 달라요. 연합 공연, 창작극, 이동하는 야외극이었다는 점이죠. 각각의 어려운 점들이 있었어요. 야외극과 창작극이라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은 진행하다 보니 다 해소되었어요. 연합공연이라는 점이 다소 어려웠어요. 하지만 연극의 본질은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조윤경: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생각이 다른 점이 꽤 많았는데, 그 부분이 조금 어렵긴 했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마다 이번 프로젝트에 부여하는 무게감이 달라서 태도에서 차이를 보였어요. 각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성길: 공동 연출, 공동 극작을 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굉장히 흥미롭게 느꼈고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연극이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지금은 이번 연극 자체에 더욱 흥미를 느꼈어요. 그전의 공연에서는 대본이 정해져 있고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공연을 하면 됐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제가 연출도 생각해야 하고 극작도 생각해야 했죠.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무엇을 비판하겠다는 일종의 컨셉을 잡은 셈이라,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 했죠. 덕분에 이전 공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또아리와 영죽무대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영죽무대 전원: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연극을 올릴 것입니다.
김상훈: 저는 얼음땡 시즌 2를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연극 동아리 말고 밴드 동아리 같은 다른 분야의 동아리와 함께 할 것 같아요.
김선형: 저희가 공간 문제 때문에 이번 얼음땡 프로젝트를 한 거잖아요. 정말 극장이 사라지고 있고 우리가 언젠가는 극장을 사용하지 못해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제가 언젠가는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 우리 스스로도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강서진: 관객으로 오셨던 분들이 중앙대의 구성원으로서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학교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공간 문제뿐만 아니라 학과 구조조정 등 학내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문제의식을 얻어 가는 자리였으면 좋겠어요.
조윤경: 이 이야기가 공연하는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인식들이 모여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부끄럽지 않은 공연이었기를 바랍니다.
최다현(정치국제 2) 공간 문제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중앙대의 고질적인 문제잖아요? 중앙대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공연을 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총장의 귀에, 학교 측의 귀에 들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만의 방식인 공연으로 그 문제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고, 우리는 연극을 하는 사람들로서 그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을 한다. 그러니 이 공연을 본 당신들도 공연을 보고 나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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