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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7 봄여름, 72호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학생총회를 말하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4. 13.

72호, 2017 봄여름

편집위원 최찬욱

  올해 3월 13, 15일, 융합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는 긴급 학부 학생총회를 개의하여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학칙 개정안 공고에 저항했다. 동년 4월 6일 개의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도 학생 대표자들은 전공개방모집제도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본부의 소통방식을 규탄하고 해당 제도의 전면 재검토, 이에 대한 전학 대회 명의의 성명서 작성과 협의체 구성을 의결했다. 전학대회와 학생총회는 총학생회 의결기구로 그 지위가 총학생회칙에 의해 보장 받으며 학생들의 의견을 가장 명확히, 공식적으로 본부에 건의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학생자치와 의결기구


  총학생회 회칙을 살펴보면 학생 관련 활동에 관해 의결권을 가지는 기구로는 전체학생총회의(학생총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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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총회(또는 총회)는‘전체학생총회의’의 줄임말로 학생 활동에 대해 최고 의결권을 가지는 회의체다. 학생총회는 재학생 1/8 이상의 참석으로 개의하고, 모든 학생이 동등하게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다. 지난 역사를 되짚어볼 때, 학생총회는 학내외의 굵직한 사안 -주로 본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규탄–에 대해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투쟁을 결의하는 기구로서 존재해왔다. 가장 최근 학생총회는 2013년도에 대운동장(현 310관 자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국가장학금 대책 마련[각주:3] 및 등록금 인하, 교육여건 개선, 학문 단위 구조조정 및 서울캠퍼스 마스터 플랜, 신캠퍼스 관련 정보 공개 및 학생참여 보장 등이 의결되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는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로 구성되며, 총학생회장부터 각 학과의 학년 대표까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가진다. 결정권을 가지는 기구 중 정기적으로 개의되도록 정해져 있는 유일한 기구이며, 학생총회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전학대회가 실질적으로 최고 의결기구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학생총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라는 단서조항에서 볼 수 있듯이, 전학대회 그 자체가 최고 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총학생회 활동 예산에 대한 전체적인 심의, 시행세칙 개정이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이외에도 학생총회의 역할까지 대신하기에 다루는 사안이 많은 경우에는 새벽 1시를 넘겨 진행된다. 전학대회는 또한 본부에 정식적으로 학칙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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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학대회가 무산되는 경우 중앙운영위원회의 발의나 총학생회장의 소집으로 열리는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가 최고 결정권을 위임 받게 된다. 확운위는 전학대회 구성원 중, 학년 대표가 제외된다.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전학대회도 개의되기 어려운 학교의 경우, 정기적으로 확대운영위원회를 개회해 사실상의 최고의결 기구로 운영한다. 중앙대학교에서는 전학대회가 개회될 경우에 확운위는 열리지 않으나, 2006~2011년에는 서울캠퍼스의 전학대회가 개회되지 못하거나 중도 무산됨에 따라 대부분의 논의 안건은 확운위에서 의결됐다.

  또 다른 기구로는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가 있다. 중운위는 총·부총학생회장과 단과대 학생회장, 동아리 연합회장으로 구성된 최고 운영 기구다. 회칙에서 의결 기구라고 칭하지 않고 운영 기구라고 칭하는 이유는 중운위가‘전학대회의 의결을 요하지 않는 제반 사항들에 대해 의결’하기 때문이다. 매주 열리는 회의체인 만큼 가장 신속하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구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단과대 학생회장 11명을 포함해 총 14명의 학생대표자들이 의결권을 지닌다. 학생자치가 축소된 학교에도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기구이고, 총학생회 사업에 대한 세세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학생총회의 과거


  총학생회가 서울·안성 캠퍼스로 분리되기 이전의 학생총회는 학생들의 입장을 본부에 전달하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대운동장에 학생들이 모여 정치·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자리였다. 군사독재 시기인 1965년 8월엔 한·일 협정 무효화를 위한 성토대회 격으로 학생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총회는 학내 중대 사안에 대해 학우들의 의견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본부에 대응하고 학생들의 총의를 보여주는 방안으로 기능해 왔다.

  총학생회가 양 캠퍼스로 분리된 이후 첫 학생총회는 1988년 4월 1일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날 학생총회에서는 학칙개정, 교과과정개정 등의 행정에 교수와 학생이 의견을 내는 ‘교수-학생협의회’와 대학본부와 재단을 조사하는‘재단문제조사특별위원회’[각주:6]를 구성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중간고사 일정을 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학생자치가 지금처럼 정기적인 의결 기구를 통해 단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히 관계되어 기능해 왔음을 보이는 대목이다.

  처음의 전학대회는 총학생회 산하에 있는 각 부서의 임원을 소개하거나 한 해의 활동 방향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예산 심의 기능과 학생회 감시 기능은 학문 단위 대표자와 단과대 학생회장이 참여했던 ‘총대의원회’라는 기구에 있었는데, 이것이 폐지된 1990년대부터 전학대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학생운동이 시들해진 90년대 이후 2005년이 되어서야 서울캠퍼스 학생총회는 13년 만에, 전학대회는 9년 만에 성사된다. 그 후 또다시 잠잠하던 서울캠퍼스의 학생총회와 전학대회는 구조조정과 국가장학금 2유형 탈락 등이 문제가 된 2013년도에 각 7년, 6년 만에 성사되었다.

  학생총회의 성사는 곧 학생자치의 실현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지 최고 의결기구의 개의라는 건조한 선언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주체가 되어 학교본부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구현해 낸다는 경험이다. 그러나 310관의 공사로 대운동장이 철거되며, 중앙대학교 학생총회는 개의되던 장소를 잃었다. 후보 시절 학생총회에 대한 의지를 보이던 58대 총학생회는 당선 이후 이를 이유로 학생총회의 개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총회가 열릴만한 공간이 없다”는 총학생회의 답변이 사실인지를 논하기에 앞서, 그들의 답변은 학생총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총학생회와 학생총회

  타 학교의 경우, 이화여대는 학생총회를 개의해 총장과 처장단의 책임 이행 및 사퇴,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 수립을 요구하였고 공동행동을 의결하였다. 이어 서울대학교 또한 학생총회에서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와 본부점거 투쟁을 의결하였다. 동국대학교의 경우에도 전 부총학생회장에 대한 징계[각주:7] 철회, 학과 구조조정 등 주요한 학교 운영에 관해 학생들이 논의에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사례로 제시된 학교의 경우 학생총회가 높은 관심도 속에 성사되었고 그 후속 조치도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총회의 성공에는 해당 사안의 중차대함도 기여했겠지만 총학생회가 의견수렴과 학우들의 참여를 주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최근 13년도에 열린 마지막 학생총회를 제외하면 프라임 사업이나 전공개방모집제도처럼 학생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학본부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총학생회는 수동적인 모습만 보일 뿐 주도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본부에 전달하지 않았다. 심지어 13년도 성사된 학생총회조차 총학생회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의결되었던 안건들이 대다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전학대회나 학생총회에서 학우들의 총의가 드러난들, 이를 이행해야 할 대표자들이 침묵한다면 의결기구는 사문화되고 총학생회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만다. 학생회장 선거에 대한낮은 참여율과 무관심,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학생총회가 이를 방증한다.

  학생자치기구로서 ‘총학생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총학생회는 중앙대학교 전 학우의 대의 기구로서 언제나 학우들의 의지에 근거해 행동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단순한 여론조사 기구가 아니다. 총학생회는 학생 개개인의 파편화된 요구와 생각을 단순히 정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이 학생사회 전체의 방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토의를 거쳐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전학대회에 비추어볼 때 총학생회는 학생 사회의 여론을 빠르게 읽어 자신들의 노선에 반영하지도 않거니와, 의결 기구에서 터져 나오는 학생 대표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에도 급급하다. 일례로 올해 1학기에 열린 전학대회에서, “다음 날 열릴 교무위원회 회의 전에 성명서를 작성하여 전달하자”는 긴급안건이 발의되었으나 총학생회장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발의된 긴급안건들에 대해 총학생회장이 “학생대표자나 개개인이 전학대회 이전에 의견을 전달하지 않아 안건 상정이 어렵다”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가 먼저 학생 사회의 분위기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파악했어야 한다.

  학생 사회의 여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본부와 학생사회의 조율자로서만 기능하는 총학의 태도는 총학생회의 존재의의에서 벗어나 있다. 학생사회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총학생회가 그 당위를 망각한 채 기계적 중립을 고수한다면, 학생들의 요구가 수렴될 지점은 박탈당하고 이는 총체적인 학생자치의 약화로 이어진다. 제대로 된 총학생회라면 반드시 치열한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 학우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총학생회의 이러한 면모가 극대화되는 자리가 바로 학생총회이며, 총회에서는 총학이 제출한 방향성을 직접민주주의라는 형태로 평가하게 된다.

  학생총회에 대한 전제가 결여된 전학대회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우 대다수를 수동화하기 쉽다. 학생대표자만이 주체로 기능하는 전학대회와 달리, 총회에 참석하는 학생 개개인은 모두 동등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으며 총회 현장에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표결하고 실천하는 정치적 주체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이 한데 모여 토의하고, 직접 의결했다는 선언에서 학생총회의 권위가 나오며, 이러한 맥락을 탈각시킨다면 남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여는 여론조사에 불과하다.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통해 학생사회의 가장 민주적이고도 실천적인 장을 구축해야 한다. 과거처럼 중간고사 일정이나 복지사업을 논하는, 거창하지 않은 자리여도 좋다. 요는 전 학우의 실질적인 학생자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학내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고, 건전한 비판의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한 번도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적이 없는 구조조정과 재정 지원 사업, 이제는 최고 의결기구인 학생총회에 모여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결정할 때다.

 

참고문헌 

중대신문. (2014). “전학대회와 학생대표기구를 한 눈에”, 10월 12일.
중앙문화. (2016). “[58대 총학생회 재선거 D-1] 기호 1번 ‘응답하는’
선 본 인터뷰”, 69호
대학신문. (2016). “기로에 선 총회, 그 끝은 어디에?”, 9월 25일.

  1. 전학대회는 대표자가 아닌 학생들의 참가는 가능하나, 의결권과 발언권이 없다. [본문으로]
  2. 전학대회는 대표자가 아닌 학생들의 참가는 가능하나, 의결권과 발언권이 없다. [본문으로]
  3. 2013학년 1학기 중앙대학교는 국가장학금 유형2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본문으로]
  4. 전학대회나 학생총회에서 학칙 개정을 이사회에 건의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전학대회나 학생총회에서 학칙 개정을 이사회에 건의할 수 있다. [본문으로]
  6. 당시 임철순 이사장(1980~1987년 역임)이 대주상호신용금고 횡령 사건과 연루되어 물의를 빚었다. [본문으로]
  7. 교비 회계 전용 혐의로 고발된 한태식 총장(보광 스님)에 대한 징계와 총장 퇴진을 요구하다 무기정학을 당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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