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위원 김재기
광역화와 다른 전공개방모집제도
광역화와 다른 전공개방모집제도본부는 2017년 4월 4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
다 “α%...β%...”, “전공개방모집제도는 광역화와 다른 제도다.” 광역화와 다르다는 전공개방모집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들었지만 당최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데 왜 학생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전공개방모집제도가 뭔데?
전공개방모집제도는 학과를 ‘개방적’으로 운영해 일정 인원이 유동화 되는 제도다. 전공개방모집제도는 단과대별 정시전형에 한정되어 시행된다. 여기서 인원이 몰리는 인기학과의 경우 그 과 정원의 α%의 인원을 더 수용할 수 있다.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성적과 지망에 따라 ‘예비진입’학과를 받는다. 광역화의 경우 가진입한 학생이 희망하더라도 가진입 학과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으면 해당 학과에 진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예비진입 학과에 잔류하고 싶으면 잔류가 가능하다. 만일 전과를 원할 때 원하는 과의 개론 과목을 수강하고 희망학과의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전공개방모집제도는 광역화와 비슷하게 2학년으로 진급하며 전공을 정하게 된다. 이때도 인기학과의 경우 정원의 β%의 인원을 더 수용할 수 더 수용할 수 있다. 즉 인기학과의 경우 기존 정원보다 α+β%의 정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과 대학의 에너지시스템공학부의 경우 정원이 100명이다. 만일 신입생이 입학할 때와 2학년으로 진급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정원을 받는 경우 인원이 1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전공개방모집제도는 18년 경영경제대, 공대, 창의ICT대, 생명공학대를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4월 4일 설명회에서 강태중 교학부총장은 4개 대학이 전공개방모집제도를 먼저 시행하는 이유는 사회적 수요와 취업, 응용과 관련된 대학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월 11일 교무위원회(이하 교무위)에서 본부는 경경대의 경우 학생과 교수 그리고 본부 간의 협의가 덜 진행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경경대는 협의가 완료되면 18년도에 시행하고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나머지 단과대들과 같이 19년에 시행하기로 했다. 4월 11일 본부는 3개 단과대의 2018년도 전공개방 모집제도 안을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했다. 교무위에서 의결된 후 대교협에 제출되면 일정 기간 심의를 거치고 2018년 입시제도에 반영되게 된다.
구체적인 계획도 소통의 의지도 없었던 설명회
4월 4일 전체 학생 대상 설명회에서 본부가 설명한 전공개방모집제도는 구체적인 내용이 부재했다. 강석남 학생은 설명회에서 “신입생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커리큘럼이 정말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본부의 설명에는 모집단위 별 구체적인 비율, 1학년 교과과정에 관한 내용과 서로 다른 교과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을 어떻게 일괄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본부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문제제기에 여전히 조율 중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전공개방모집제도로 인해 정원이 유동화 되면 인기학과로의 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 정치국제학과 학생은 수강인원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기존의 강의실 부족 문제와 전임교원의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본부의 답변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강태중 교학부총장은 ‘기존의 교육과정에서는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공개방모집제도에서는 예비진입을 통해 진로 탐색에 대해 심층적으로 경험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국어국문학 수업과 진로’라는 수업을 개설해 예비진입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시일 뿐 2017년 5월 24일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제시된 바가 없다.
강의실 부족 문제와 전임교원의 부족에 대해 본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전공개방모집제도라고 설명했다. 4월 4일 전체 학생 대상설명회에서 강 교학부총장은 “지금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교원 같은 요소를 바꿀 수 없는 한 여러분의 수요를 줄여야 합니다. 이런 수요를 줄이는 것이 전공개방모집제도 시행의 중요한 이유입니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학생들의 복수전공과 전과의 수요를 없애겠다는 말이다. 또 강 교학부총장은 특정 학과 쏠림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계절학기를 수강하라고 했다. 그런데 전임교원의 부족과 강의실 부족 문제가 과연 복수전공과 전과 학생들의 수요
때문에 심화되는 것일까? 그리고 강의실 부족 문제를 계절학기를 통해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강의실 부족과 전임교원의 부족 문제의 원인은 본부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다. 당시 설명회에서 한 학생이 주장했듯 전공 개방모집제도에는 학생들의 유동화만 있을 뿐 이에 대응하는 교원의 충원과 강의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계절학기를 통해 강의실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명도 현재 계절학기의 운영 방식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모순적인 설명이다. 계절학기는 본 학기와 달리 모든 수업이 열리지 않는다. 계절학기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면에서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또 취업 경쟁으로 인해 방학 때도 스펙을 쌓아야 하는 압박을 받는 학생들에게 본부의 답변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설명회에서 본부의 답변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수요를 줄여나가겠다는 근시안적 태도를 보여준다. 만일 단기적인 수요 개선에만 집중하는 본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중앙대의 교육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본부의 소통방식은 여전히 일방적이었다. 본부는 전공개방모집 제도의 초안을 2월 리더스 포럼1)에서 제시했다. 그리고 이후 3월 27일 중앙운영위원회 대상설명회, 4월 3일 교수 대상 설명회, 4월 4일 전체 학생 대상 설명회를 실시했다. 하지만 본부는 학생과 교수들에 본부의 소통방식은 여전히 일방적이었다. 본부는 전공개방모집 제도의 초안을 2월 리더스 포럼1)에서 제시했다. 그리고 이후 3월 27 일 중앙운영위원회 대상설명회, 4월 3일 교수 대상 설명회, 4월 4일
전체 학생 대상 설명회를 실시했다. 하지만 본부는 학생과 교수들에 물리적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본부가 제시한 교무위 의결일과 대교협 제출일의 간격은 3일이었다. 3일 동안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사회가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명회에서 박민형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학교가 단기간에 제도 시행을 추진하면서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성실히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 교학부총장은 “충분히 민주적이
지 않았다”라며 본부의 비민주적인 태도를 인정했다. 그러나 설명회에서 본부는 제도의 보류는 불가능하며 세부사항에 관한 논의는 3일 후인 4월 7일 교무위 의결까지만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본부는 구성원들과 논의를 통해서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사항은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요구를 모두 반영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3일이라는 짧은 소통 기간으로 볼 때 본부는 애초에 소통의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2015년 3월 24일 교무위원회에서 본부는 학생-본부-교수 3주체 간 협의체를 구성해 학사 구조 개편을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본부는 제도 구상이 이뤄지던 2016년에도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고 이제 와서 소통 없이 급하게 제도를 추진했다. 구성원과의 합의도 이행하지 않는 본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폐과와 학과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
김병기 기획처장은 설명회에서 “학생들의 수요와 2016년 광역화의 반성2) 취지로서 전공개방모집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공개방모집제도의 핵심은 “정원을 유동화”하는 데 있으며 학생들도 유동화로 인한 폐과나 학과 경쟁력 약화,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물론 본부는 폐과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그러나 본부는 과거에 정원의 유동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선례가 있다. 2010년 본부의 구조조정 초안에서 가족·아동·청소년복지학과는 사회복지학부 아래 ‘인간발달·가족학’으로 재편되고 비교민속학과는 역사학과로 통폐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부제 개편, 즉 정원의 유동화로 인해 과가 폐지되거나 학과 경쟁력 이 약화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본부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족·아동·청소년복지학과를 사회복지학부로 통합하고 비교민속학과를 아시아문화학부로 통합했다.
학생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2013년 구조조정에서 본부는 가족·아동·청소년복지학과의 폐지와 비교민속학과의 폐과를 결정했다. 2010년의 구조조정 이후 2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본부는 선택률이 낮은 학과에 대해 폐과를 단행했다.
학생들은 전공개방모집제도가 학과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공개방모집제도로 인해 특정 학과의 인원이 쏠리고 특정 학과는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 학과의 인원이 줄어들면 전임교원과 강의 시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학과의 인원이 늘어나면 전임교원이 부족해지거나 강의실이 부족해질 수 있다. 하지만 4월 4일 설명회에서 본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전혀 없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설명회가 있던 4월 4일 전공개방모집제도가 16년 광역화의 연장이라며 일부 학생들은 설명회 전에 플랜카드를 붙이며 반발했다. 사회과학대 소속 학생들은 본부가 구성원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설명회장에서 단체 퇴장하기도 했다. 4월 6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학생 대표자들은 학생-본부-교수 3주체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의결했다. 이어서 중앙운영위원들이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해 4월 11일 교무위 회의장에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발로 올해 전공개방모집제도는 3개 단과대 시행으로 일단락되었다. 이번에 협의가 되지 않은 경경대의 경우 나머지 단과대와 함께 2019년도에 전공개방모집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본부는 내년까지 단과대별로 전공개방모집제도의 세부사항을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사회과학대는 5월 17일 협의체 구성을 마치고 논의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단과대의 경우 각 단과대 학장과 학생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캠 총학생회의 경우 각 단과대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성캠 총학생회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다.
현재 사회과학대는 5월 17일 협의체 구성을 마치고 논의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단과대의 경우 각 단과대 학장과 학생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캠 총학생회의 경우 각 단과대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성캠 총학생회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전학대회에서 요구한 학생-본부-교수 3주체 협의체는 여전히 구성되지 않아 본부와의 소통은 요원한 상황이다. 19년도 전면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남은 기간 본부는 과거 약속한 협의체를 구성해 구성원과 합의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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