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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7 가을겨울, 73호 <시차>

당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by 중앙문화 2020. 4. 11.

<73호> 2017년 가을겨울

편집위원 남재연

 

  요즘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을 자주 뒤져본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학교 행정실에서 근로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하나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론 부모님께 빚과 부담만 한가득 지울 거 같아 주말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쉽사리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없었다. 최저시급도 최저시급이지만 대부분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사대보험 등을 보장해주는 사업장은 흔치 않았다. 어찌어찌 연락한 편의점 알바 면접에선 이런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무조건 한 달 월급 41만 원이에요. 6개월 이상 일할 사람만 필요해서 첫 주 시급은 6개월 후에 지급할 거예요. 지각, 결근 절대 안 돼요. 같이 일하는 고등학생 친구도 1년째 성실하게 나와요. 이거 다 못 지키면 우리도 돈 주고 고용하는 건데 좀 곤란해요.”

  참으로 당당히 말했지만 사실 하나하나 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계산해보면 월급 41만 원엔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이 빠졌고, 유급휴가나 생리휴가 등도 배제되었다. ‘첫 주 시급을 6개월 후에 지급하겠다는 말은 엄연히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는지 모르는지 사장님은 떳떳해 보였다.

  면접을 보고 난 후 너무 화가 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걸었다. 대부분 자기 일처럼 분노해줬으나 결론은 하나같이 어쩔 수 없지로 끝났다. 모두 입을 맞춘 듯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 의문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일하는 곳 어떠냐고 물어보자 한 명을 제외하곤 다들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사대보험 등이 전부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거 불법이잖아라고 말했을 땐 다시 똑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어쩔 수 없어. 다들 알면서 말 못 하지.”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정당한 권리를 가졌음에도 우리는 왜 입을 다물고, 사장님은 큰 소리를 내는 걸까.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들 외에도 몇 명에게 더 물어보았지만 다들 아르바이트는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쯤 되니 답답해졌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왜 눈치를 보아야 할까? 무엇이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는가.

 

알바몬 광고 ⓒ알바몬

 

알바생은 약자의 위치에 존재한다

  알바를 구하는 경로는 단순하다. 알바 어플(알바몬이나 알바천국 등)을 이용하거나 지인의 소개 등을 통해 알바를 시작한다.[각주:1] 알바를 선택함에 있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적다. 알바 어플의 경우 게시글에 적힌 정보가 전부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지, 주휴수당을 주는지, 게시글에 적혀있지 않으면 노동환경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세한 내용은 면접에서 다뤄야 하는데, 실상 사장님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근로계약서는 언제 쓰나요? 주휴수당이나 사대보험은요?’라고 물어보기 힘들다. 묻더라도 고용주가 넘겨버리면 그만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할 때 첫 출근을 하자마자 통장 사본과 근로계약서를 사장님께 건넸었다. 사장님은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 지금은 바쁘니 식탁에 올려두면 나중에 읽어보겠다고 답했다. 첫날이었기에 이것저것 배우느라 정신없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일에 겨우 적응될 즈음 몇 번 더 넌지시 물어보았으나 번번이 흐지부지 지나갔다. 그때쯤 되니 시간이 꽤 흘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말하기도 눈치 보였다. 결국, 말하기를 관두었다.

  사장님에게 직접 노동 복지에 관해 묻는 건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갑을관계이며, 나아가 나이에 따른 위계관계, 불안한 생계, 원만한 인간관계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당 대우를 당했을 때 참고 계속 일했다41%, ‘그냥 일을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37%에 달했다.[각주:2] 그 이유로는 해고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39%), ‘사장이나 관리자와의 관계’(18.6%)가 주를 이뤘다.[각주:3] 괜히 말 꺼냈다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게 두려워 참는다는 뜻이다. 사장과 알바생. 면대면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서 있는 알바생이 직접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알바생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정당한 권리가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알바생의 권리는 왜 지켜지지 않는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실시한 2016년 서울지역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주휴수당 미준수가 약 60%, 연장근로 미준수가 약 22%에 달한다.[각주:4] 또한 2015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3%는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고, 27%는 임금을 체불 당한다.[각주:5] 결론적으로 알바생 10명 중 7명은 부당대우를 받는다. 바꿔 말하면 사업장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업주들의 노동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위원장인 이가현 씨는 투데이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바생이 아닌 알바 노동자로 불려야 한다. 알바생은 아르바이트 학생의 줄임말이다. 취업하기 전 잠시 미완전한노동을 한다는 인식이 깔린 단어다. 비정식적 노동으로 취급받기에, 동등한 노동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가치가 폄하 받는다. 사업주들은 알바생이니까 제대로 챙기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무심코 넘기며 알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경시한다.”[각주:6]

  사업주들의 노동인권 의식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알바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리없다.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장 하나하나 세밀히 감독하지 않기에 쉽게 적발되지도 않으며 사법처리로 이어질 확률도 낮다. 결국, 개선되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알바 노동자들의 고통은 지속된다.

 

근로감독관의 권리 침해 규탄 시위 ⓒ뉴스민

 

  부당한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자 알바 노동자가 직접 나선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알바노조 설문조사 결과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사람 중 99%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각주:7]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근로감독관이 절반만 받아도 많이 받는 거다라며 오히려 알바 노동자를 회유하는 등 사업주의 편을 들었다. 사업주에게 침해당한 권리를 되찾고자 정부의 도움을 구했으나, 정부마저 권리를 침해하니 알바 노동자의 입장에선 막막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입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사업장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으나, 정부는 미흡하게 대응할뿐더러 알바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권리가 보호될 수 있다는 확신이없으니 그저 참고 일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알바노조가 열악한 근로환경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알바 노동자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알바 노동자의 권리는 어쩔 수 없다며 타협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현 상황의 문제점을 꼬집고 노동 인권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도, 사업장도 변화할 수 있다.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알바 노동자들이 원하는 근로환경 개선 정책은 다음과 같다. ‘부당행위를 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 강화’, ‘부당행위를 쉽게 신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강화’, ‘최저임금 인상’, ‘착한 알바와 나쁜 알바 기업에 대한 실명 공개’, ‘고용주 대상 노동법 교육 의무화’.[각주:8] 전반적으로 사업주의 노동인권 의식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불시점검 및 반복점검방식으로 사업장을 감독하고, 근로기준법 위반 업체에 대한 사후조치를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 고용주 대상 노동법 교육 의무화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120 다산 콜센터, 서울노동관리센터,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 아르바이트 권리 지킴이)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의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알바 노동자 스스로 자신이 권리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근로감독과 처벌이 진행될 수 있으나 노동에 대한 권리 주장은 여전히 알바 노동자의 몫이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바 노동자의 83%가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각주:9] 다시 말해, 대다수가 노동을 한다고 자각하지 못하며,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있어 소극적이란 소리다. 그러나 알바노조 위원장 이가현 씨의 말처럼 알바생도 엄연한 노동자다. 알바 노동자는 스스로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건 괜한 분란 일으키기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필수 교양이었던 회계 수업에서 교수님이 체불된 임금 받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신 적이 있다. 각종 법적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은 이렇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임금이 떼이거나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부당대우를 받은 경우 절대 참거나 그냥 관두지 마세요. 내가 권리를 포기하면, 내 뒷사람도 부조리한 환경에서 일하게 됩니다. 내가 바꾸면, 내 뒷사람의 환경도 바뀌어요. 권리를 지키세요.”

  우리가 마주한 현재 아르바이트 노동환경은 부조리하다. 때문에 알바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데 있어 무력감이나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현 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해야하며, 나아가 노동 복지 향상을 위해 당당히 나서야 한다. 우리의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쌓여 다른 노동자들의 발판이 되고, 그 발판으로 인해 우리의 권리는 다시 지켜진다. 그렇게 발판이 차곡차곡 쌓여나갈 때 정당한 권리가 보장받는 사회로 닿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알바 노동자로서 어쩔 수 없다며 권리를 포기당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1. 인터넷 사이트(53.0%), 친구나 지인의 소개(22.7%), 가족 또는 친척 소개 (7.5%), 학교 또는 교수님 소개 (6.7%) 순으로 파악.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II”, 2016.07.3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본문으로]
  2.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II”, 2016.07.3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본문으로]
  3. “서울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정책 방향 제언보고서”, 2015.10.25 서울연구원 ⋅ 청년유니온 [본문으로]
  4. “서울지역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와 정책과제”, 2017.03.30.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본문으로]
  5. “청소년 10명중 6명 '알바 근로계약서 작성안해’”, 2016.03.23. 뉴시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5 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 [본문으로]
  6. “알바노조 이가현 “최저임금 1만원 반드시 실현돼야”, 2017.01.26 투데이신문 [본문으로]
  7. “알바노조 이가현 “최저임금 1만원 반드시 실현돼야”, 2017.01.26.투데이신문 [본문으로]
  8.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II”, 2016.07.3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본문으로]
  9.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II”, 2016.07.3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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