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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7 가을겨울, 73호 <시차>

310관, 위험 위에 아크로폴리스는 없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4. 11.

<73호> 2017년 가을겨울

수습위원 조용주

 

  지난해 2학기 개방된 이후, 310관은 중앙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물이 되었다. 수많은 강의실은 물론, 생활편의시설, 학생자치기구, 연구소 등이 입주한 탓이다. 310관은 중앙인에게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생활 필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발생한 엘리베이터 사고는 이러한 310관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듯 보인다.

  이 사건들은 학내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외에 310관 종합상황실과 시설팀이 파악하지 못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10관에서만 이렇게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설팀은 831, 919일 사고의 원인에 대해 8호기와 11호기의 과부하 값 초과 설정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이때 과부하 값은 엘리베이터가 정격하중을 초과했을 시 문을 닫지 않고 사람이 내릴 때까지 운행을 멈추도록 설정된 기준 값을 의미하며, ‘정격하중은 승강기 내에 정상적으로 실을 수 있는 최대 하중을 뜻한다.

  본지의 취재 결과, 8호기와 11호기의 과부하 값은 정격하중 값의 120%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 11호기는 24인승 승강기로, 정격하중은 1,600kg이다. 따라서 두 승강기의 정상적인 과부하 값[각주:1]1,600kg~1,760kg이어야 한다. 그러나 8, 11호기의 과부하 값은 정격하중의 약 120%1,920kg에 달했다. 이는 두 승강기의 만원표시의 기준 값(정격하중의 80%)1,280kg640kg 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결국 과부하 값이 120%로 초과 설정됨에 따라 과부하보상 장치가 과다 설정된 채 운전했고, 구동 모터가 과부하 운전을 하면서 급제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대신문[각주:2]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와 관련한 세 주체(한국승강기안전공단, 현대엘리베이터, 시설팀)는 모두 값이 잘못 설정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310관 엘리베이터는 한 달에 한 번, 엘리베이터 점검 업체인 이엘산업으로부터 점검을 받는다. 그렇다면 왜 그간의 점검에서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시설팀 이병림 팀장은 과부하감지장치는 구조적 특성상 초기 값이 쉽게 변하지 않기에 15년을 주기로 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기존 점검에서는 과부하 값이 점검목록에 존재하지 않았고, 지속된 사고로 인해 시행된 이번 1010-13일 현대 엘리베이터 정밀점검에서야 값 변동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설명은 달랐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과부하감지장치는 월 1회 이상 점검이 원칙이라며 “15년을 주기로 검사하는 엘리베이터 부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의 그 어떤 부품도 검사주기가 1년이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제공하는 전기식 엘리베이터 자체점검 항목 및 방법문서에도 해당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시설팀 이병림 팀장은 “‘과부하 값 초과 설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재 과부하 값을 90%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시설팀은 향후 엘리베이터의 작동 상황에 따라 모든 310관 엘리베이터의 과부하 값을 정격하중의 100%로 재조정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이엘산업을 통해 받는 엘리베이터 정기점검 주기를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분기별로 현대엘리베이터 기술팀으로부터 정밀점검을 받겠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동일한 원인으로 사고가 재발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대 엘리베이터 측에 엘리베이터 교체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위의 내용은 8호기, 11호기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설명이다.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한 사고는 어떤 이유로 발생했을까. 이 외 사고 중 엘리베이터 외부의 요인이 사고에 영향을 줬던 1027호기 사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고가 소모품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시설팀의 설명이다. 주기에 맞춰 교체를 하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17일 리미트 스위치 오류로 인한 3호기 급정지 사고가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과부하 값 초과 설정의 원인도 알 수 없고, 소모품 사고에 대한 대책도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은 앞으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전 예방, 즉 사고 원인 해결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현재 사후 대응 시스템은 완벽한가. 지난 사고에서의 사후 대응을 고려했을 때 대답은 아니오. 919일 사고에서 시설팀과310관 종합상황실은 사고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종합상황실과 시설팀은 사고 이틀이 지난 21일 중대신문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처음 사고를 인지했다. 102일 사고에서는 승객들의 구조요청이 한 차례 무시되었다. 승객들은 119와 상황실에 3번의 구조요청을 했으나, 사고발생 40분 뒤에야 소방관에 의해 구출되었다. 왜 사고 대처는 물론이고 사고 인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310관 엘리베이터 사고 발생 시 대응 과정은 다음과 같다. 엘리베이터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HRTS(Hyundai Real Time Service)가 사고 발생을 알린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인한 종합상황실직원이 CCTV를 보고 사고상황을 인지한다. 이후 상황실 직원과 승강기 정비업체가 현장에 출동해 승객을 구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모니터링 시스템 HRTS가 빠른 사고 대응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HRTS 모니터링 시스템의 실시간 사고 알림 화면이다.

 

1. HRTS 모니터링 시스템(실시간 사고 알림)사고가 아닌 다양한 상황을 사고라고 표시한다.

  예를 들어 작은 이물질이 끼었거나, 정기 점검을 실시하는 등의 일상적인 작동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사고로 표시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의 발생여부에 대해 CCTV 확인 등의 종합상황실의 추가적 사실관계 확인을 필요로 하며 결과적으로 사고 대응을 늦춘다.

 

HRTS 모니터링 시스템의 사후 사고 기록 화면이다.

 

2. 현재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된 컴퓨터는 종합상황실에 한 대 뿐이다.

  이는 엘리베이터 담당자가 자리를 비울 시 사고 대응이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특히 식사시간과 같이 모든 근무자가 자리를 비우게 되는 경우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십분 동안 사고 대처가 불가능할 수 있다.

 

3. 모니터링 시스템의 사고 기록(사후 사고 일시, 원인 기록)은 담당자가 알지 못하는 전문 용어로 기록된다.

  HRTS는 사고발생시각과 원인을 표로 만들어 기입하는데, 해당 표에는 사고가 아닌 정지, ‘점검 여부등 자잘한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또 사고 원인을 담당자가 모르는 전문 용어로 기입하여 사고 기록을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지난 919일 사고와 같이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종합상황실과 시설팀이 해당 사고를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위 문제점에 대해 시설팀 이병림 팀장은 이미 112일 상황실직원과 방호원을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사고 대응 교육을 진행했으며, “해당 문제점의 추가적 개선을 위해 앞으로는 CCTV 담당 기사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대책은 근무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대한 대책일 뿐, 모니터링 시스템에 있어 완전한 해결방안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앙대학교 98주년 개교기념일인 20161011, 310관 개관 기념 행사에서 김창수 총장은 “100주년 기념관은 중앙가족의 역사이자, 앞으로 후배들이 또 다른 100년사를 쓸 중앙의 아크로폴리스로 우뚝설 것이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그러나 위험 위에 지어진 아크로폴리스는 의미가 없다.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완전한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1. 승강기 안전검사기준 제 3조에 따르면 과부하는 정격하중의 10%를 초과하기 전에 검출되어야 한다. 때문에 정상적 과부하 값의 범위는 정격하중의 100~110%이다. [본문으로]
  2. 이건희, ‘310관 엘리베이터 사고 원인 밝혀졌다’, 2017년 11월 13일, 중대신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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