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참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데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내비쳤다.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민중은 이른바 '탄핵 찬성(이하 탄찬)’과 '탄핵 반대(이하 탄반)’의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대학교도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시작했다. 2월 10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2월 17일 서울대, 2월 18일 경북대, 2월 21일 고려대, 2월 24일 부산대 등 학생의 배움터인 대학교를 주축으로 집회가 여럿 개최됐다. 이 흐름을 타 중앙대 에브리타임에는 시국선언 참여를 촉구하는 포스터가 올라왔으며,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하자는 게시물은 3월 3일 15시 기준 113개의 ‘좋아요'를 받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 1960년 4·19 혁명 때부터 이어진 중앙대학교의 이념이다. 두 시국선언 모두 '의혈중앙’을 내세우며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 등 중앙인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집회가 과열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3월 3일, 중앙대 서울캠퍼스 정문에서 ‘중앙대 탄핵반대 시국선언’이 열렸다. 개강을 하루 앞두고 캠퍼스는 학우와 동문, 외부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이들이 학내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총무처에서 외부인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집회 승인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12시 30분부터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정문 횡단보도를 기준으로 참여자들을 양분했다. ‘신남성연대’, ‘민주동문회’가 적힌 깃발이 양 진영에서 휘날렸고, 중문까지 이어지는 도로에서 양측으로 나뉜 채 집회가 시작됐다.
오후 1시 54분경,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중앙대학교 정문에서 진행됐다. 이승재(첨단영상대학원 영화제작 석사과정)를 비롯한 탄핵 반대 지지자들은 정문 건축물에 ‘불법탄핵 각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학생은 연설에 앞서 "평화로운 시위를 지향한다"며, 구호를 허가된 장소에서만 외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학부생으로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학우는 천안함 피격사건 순국장병들을 기린 후 연설을 시작했고,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선동하고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절차로 탄핵하는 것이 내란”이라며 탄핵 반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진실을 탐하는 대학생으로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문명을 개척하는 문명인으로서 진실을 좇아야 한다”며 대학생들을 향해 탄핵 반대 필요성을 호소했다.
탄반 측 연설에 참가한 경제학과 김승욱 명예교수는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중앙대 학생들이 일어났는데 교수가 뒷짐지고 있을 수 없어 나왔다. “부정선거는 국민 주권 침탈행위이기에 진영 논리를 떠나 일어나야 할 때”라고 전했다. 중앙대학교 측에서 탄반 측의 장소 사용 허가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나온 집회 중에서도 민주노총 등 외부인이 다수 참여했다. 그런데 외부인 참여를 이유로 불허하는 것은 비겁한 행태"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앙대 동문 (사회학과 13)은 “탄반 측에서 부정선거라는 근거 없는 유포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해 동요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밝히며, “제대로 한 주장이 없기 때문에 욕설을 내뱉는 것이나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김용수 이내창기념사업운영위원장(문창과 95)은 극우세력을 향해 "저렇게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안타깝다”며, "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의혈의 장에서 이런 광경이 벌어진 것이 부끄럽다”고 전했다.
양측에서 치열한 의견이 오가며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과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의 다툼이 폭력 사태 직전까지 가열되어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탄반 측에서 ‘신남성연대’가 적힌 차량을 정문 출입구에 세우고 탄찬 구역에 있던 사람들에게 수위 높은 욕설을 하는 등 과열되는 모습도 보였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조커’ 분장을 한 채 차량 위에 올라 탄찬 참가자들을 향한 비난을 계속했다.
탄찬 측에서 집회에 참여한 A 학우는 “반대 시위가 열리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탄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헌정보학과 김유승 교수는 “이것은 공화국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며 "이 중대한 문제를 두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대학생 없는 집회’
시국선언에 참여한 중앙대학생 수는 매우 적었다. 중앙문화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B 학우는 “외부세력이 중앙대 학생들과 연대하려 온 느낌이 아니라 본인들의 집회 장소를 여기로 고른 느낌”이라며 반대 측 학생 비율이 낮음을 꼬집었다. C 학우는 “타 대학에서 시위하는 것만 보다가 우리 학교에서 하는 것을 보니 너무 소음이 심하다. 시위로 인하여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라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D 학우는 “학생 사회가 가진 문제의식과 연결 지어, 민주사회와 헌정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와 운동의 동력이 다시 학내 문제의 해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3시간 넘게 지속된 집회는 오후 4시경 소강되었다. 집회가 정리되자 중앙대학교 정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금일 열린 집회는 중앙대에서 열린 시위지만, 중앙대를 위한 시위는 아니었다. 외부인들로 가득찬 학교의 집회가 과연 의혈중앙을 위한 집회가 맞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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