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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노동]‘맥도날드화’된 알바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몸부림 - 나는 왜 맥도날드에서 해고 당했나

by 중앙문화 2023. 3. 17.

이가현 (알바노조 조합원)

 

필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알바노조 조합원이다. 알바노조는 일상적으로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을 당하는 ‘알바생’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만들어졌으며 ‘최저임금 1만원’ 등을 주장하고 있다.

 

 

 

월세 25만원, 공과금 5만원, 통신비 7만원, 교통비 5만원. 총 42만원. 내가 밥도 안 먹고 단순히 숨만 쉬고 산다고 했을 때 드는 돈이다. 도시락을 싸고 최대한 자취방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60만원이 넘게 들었다. 좋아하는 연극 관람은 꿈도 꾸지 못했다. 여기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수입이 끊기자, 숨만 쉬고 사는 것도 부담이었고 벅찼다. 자연스레 학교 수업을 주3, 주4로 몰아서 듣고 나머지 날에는 다시 알바를 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부천시 역곡도 마찬가지다. 2013년 알바연대는 대학가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중 역곡에 있는 사업장 40여 곳의 150여명의 알바노동자의 답변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6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받지 못했다. 78%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으며, 76%는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심지어 최저임금조차 받고 있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은 21%나 됐다.

 

사실,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역설적이게도 모두에게 평등하다. ‘최소한’의 법도 보장받지 못하는 평등이다. 어딜 가나 모두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현실이다. 근로계약서를 썼냐고 물으면 다들 “알바도 근로계약서 쓸 수 있어요?”라고 답한다. 주휴수당은 존재 자체를 모른다. 임금체불을 당하지 않으면 좋은 사업장에 속한다. 낮은 임금이어도 생계를 위해 모두들 꾸역꾸역 일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맥도날드는 글로벌 대기업인 만큼 노동법은 잘 지킬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맥도날드 알바를 택했다. 맥도날드가 광고 하는 것처럼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일할 줄 알았다. 한 달도 못가 “어? 여기 좀 이상한데?”생각이 들 줄은 몰랐다.

 

법조차도 지키지 않는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지원을 하고 답이 오지 않아 다른 알바를 구하고 있을 찰나, 맥도날드에서 전화가 왔다. 매장으로 찾아가 면접과정으로 3시간가량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물론 3시간 임금에 대해서는 묻지도 못했다. 면접에서 떨어질까 걱정돼서 침묵했다. 돈 대신 햄버거를 받았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도 아니었다.

 

매장실습을 마친 후 2013년도 9월 16일일자로, 나는 맥도날드에 크루로 입사했다. 처음에 주로 맡은 일은 카운터 업무다. 카운터에 서서 “안녕하세요. 맥도날드입니다. 주문 도와드릴게요”, “주문하신 000 나왔습니다”를 하루 6~7시간씩 큰 소리로 외쳤다. 일하는 내내 쉬는 시간 30분을 제외 하고는 단 1초도 앉을 시간이 없었다. 지침도 크루들이 앉는 것을 금지한다. 맥도날드 알바의 슬로건인 “벽에 기대어있을 (lean) 시간에 청소(clean)를 해라!”처럼 말이다.

 

주문 받는 일이 익숙해지자 이윽고 감자도 튀기고, 햄버거도 만들고, 매장 청소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배달 주문도 받는 등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러나 일을 한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근로계약서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저희는 근로계약서 안 써요?”라고 물어보니 “본사에서 아직 근로계약서 종이가 안 왔다”고 했다. 그 후에야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나는 제대로 교부받지 못했다. 빈칸이 그대로인, 내용 없는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인건비 통제도 심각했다. 매출대비 인건비가 책정돼있어 원래 알바들을 적게 고용하기도 하고, 일이 없으면 강제 퇴근시키거나 아예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잦다. 이를 꺾기 (조기퇴근)라 한다. 나의 경우는 평균적으로 10번의 근무 중 3~4번은 꺾기를 당했다. 꺾기를 하게 되면, 나머지 알바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져 산업재해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 현직 패스트푸드 알바의 80%가 화상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다. 물론 근로계약서와 다른 월급을 받게 되는 건 덤이다.

 

또한 맥도날드에는 2011년 도미노피자 라이더(배달 업무를 하는 알바)의 사망으로 알려진 30분 배달제 역시 존재했다. 라이더들은 ‘고객이 주문을 하고 17분 30초 내에 배달을 완료 해야한다’고 교육받는다. 심지어 실제로는 2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4명이 일을 하고 있다고 시스템에 입력해 더 많은 주문을 받기도 한다. 이에 라이더들은 본사에서 제시하는 점수에 맞추기 위해 빠른 배달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오토바이 사고도 심심찮게 당한다. 올해도 한 명의 맥도날드 라이더가 근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때로는 근무표도 조작했다. 4시간 일하기로 한 날, 손님이 많아 30분정도 연장근무를 했다. 그러나 임금은 3시간 59분치를 받았다. 4시간 근무를 하면 30분 휴식을 법적으로 보장받아야하지만, 당일 나는 손님이 많아 휴식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럴 경우 불법에 해당하므로 아예 일한 시간을 조작한 셈이다.

 

문제제기하니 “내일부터 나오지마”라는 맥도날드

 

이처럼 불법적이고 부당한 노동조건을 알바노조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수다 떨듯 이야기했다. 그리고 함께 고쳐나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알바노조의 행동에 참여하는 걸 망설였다. 해고될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생계를 위해 계속 알바를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일이 고된 것에 비해 시급이 너무 낮고, 불법도 저지르니 그냥 내가 다른 곳에서 일하면 되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을 하지 않는다 면 ‘맥도날드 알바도, 그리고 나중에 다시 구할 다른 알바도 언제까지나 지금 이 수준에 머물러 있을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맥도날드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알바노조의 행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2014년 5월 15일,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국의 맥도날드 알바 환경을 증언했다. 그리고 점장에게 불려갔다.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여기 사진에 있는 게 너 맞니”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회사 유니폼입고 기자회견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불법적인 관행들은 그대로였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근로계약서 안 썼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꺾기도 여전했다. 라이더들은 여전히 빨리 배달하란 소리를 들었고 다치는 라이더들도 계속 나왔다. 어느 매장에서 한 명이 배달하다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본사는 기자회견만 막았지, 본인들의 불법관행은 고치지 않았다.

 

맥도날드의 이러한 문제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노동조합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스라엘에도 캠페인에 참가했다가 해고당한 노동자가 있었다. 산업재해 비율도 높고 최저 수준의 인건비 역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알바노조는 9월 초,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인 9월 15일, 점장은 나에게 “노동조합활동 때문에 주변 동료들이 불편해하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심지어 바로 며칠 전, 스케줄 매니저와 9월부터 알바 시간을 더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실제 근무표도 나온 상태였고, 주변 동료들이 자동으로 계약을 연장했기에 나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맥도날드 안에서부터 천천히 노동환경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는 맥도날드의 “우리는 햄버거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기업”이라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나를 해고했고, 이후 내가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자 나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나를 해고한 이유가 노동조합 활동 때문이라고 했던 점장님은 “사실은 불성실해서 자른 건데 간략하게 그렇게 말한 거다”라고 말을 바꿨다. 좁은 매니저실 문을 잠가놓고 사직서를 내밀면서 반말로 ‘이거 써야 매니저 실에서 나갈 수 있어’라고 말했던 점장님은 ‘내가 먼저 사직을 요청했다’고 했다. 4860원, 5210원 최저임금을 줬으면서 ‘우리는 평균시급이 7~8천원인 좋은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맥도날드는 여전히 발뺌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노동위원회 심문에서도 5월 7일 심문에서도 맥도날드는 “알바노조가 흑색선전,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꺾기를 경험한 적 있다는 1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증언을,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안 썼다는 8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증언을 거짓말로 매도했다.

 

심지어 ‘약속한 근무시간을 마음대로 줄여 퇴사를 종용했다’는 홍대점 5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주장에도 발뺌했다. ‘5년간 일할 동안 제대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에 “우리는 법을 준수하고 있다”라는 말만 앵무새같이 되풀이했다.

 

감옥에 가야하는 건 맥도날드다

맥도날드가 부당해고 사실과 부당한 노동조건들을 발뺌하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와 알바노조는 부당해고 문제를, 그리고 맥도날드의 부당한 노동조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맥도날드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활동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우리의 외침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일지 모를 맥도날드의 시혜적인 답변을 기다릴 수 없었다.

 

해고 이후 점장님과도 만나서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받은 대답은 “점장님 휴가 가셨다”, “오늘은 매장 안 나오신다”,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다”였다. 하지만 이후에 본사에 항의방문을 하자 점장이 원래 번호로 나에게 연락을 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내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본사 역시 공문을 보내도 답이 없었다. 전 세계 만여 명이 메일을 보내도 무시로 일축했다. 기자회견도 몇 차례나 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그래서 본사에 직접 찾아갔더니 담당자 불러준다면서 경찰을 부르고, “그러니까 알바나 하지”라는 말을 들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회의원에게는 한국 부지사장이 찾아가 해명하고, 날 취재한 기자들과도 인터뷰하면서 “노조랑은 전혀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참다못해 노동자의 날인 5월 1일 매장에 직접 들어가 항의를 했다. 이에 대한 맥도날드의 반응은 경찰을 부른 것이었고, 경찰은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을 표적 연행했다. 몇 분 간의 매장 내 항의를 마치고 매장 밖으로 나가려고 한 순간이었다. 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막고 ‘해산하라’고 방송하더니 순식간에 연행을 시작했다. 지휘자가 위원장을 가르키더니 ‘쟤 잡으라’고 소리쳤고, 그에 여러 명의 경찰이 앞에 있던 조합원들을 다 제치고 위원장만 골라서 사지를 들고 갔다. 해산하라는 경찰의 명령에 해산하려고 했으나, 경찰에게 막혀 해산하지 못한 것이 죄였다.

 

그리고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동시에 맥도날드는 검찰에 ‘알바노조 위원장을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고 의견서를 넣었다. 맥도날드에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알바들의 의견은 무시하면서 힘있는 국회의원, 기자, 검찰에게만 이야기하는 맥도날드의 태도를 보면 이러니까 ‘불법적이고 부당한 근로조건으로도 한국에서 당당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알바노조의 행동이 불법이 아니라 ‘헌법정신’에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구속을 당해야 하는 것은 알바노조가 아니라 맥도날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

어느덧 내가 맥도날드로부터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은 지 벌써 250일이 넘어간다. 아직도 맥도날드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는 물론, 불법적인 노동조건 역시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맥도날드는 세계적인 인사조직에 의해 한국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됐다. 한국 알바의 최고 수준은 이정도 인가보다.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안쓰고, 임금 안주겠다고 강제 퇴근 시키고, 최저임금을 주고, 근무표도 조작하고, 문제제기를 하니 잘라버리는, 이게 한국의 최고 수준이다.

 

사실 한국의 많은 알바들은 이미 “맥도날드화” 되었다. 효율성, 통제가능성 등으로 설명되는 ‘맥도날드화’는 맥도날드 외의 다른 아르바이트 사업장에도 무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디를 가나 맥도날드와 같이 순이익을 효율적으로 올리기 위해서 최저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인건비를 통제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빠르게’, ‘편리하게’를 요구하고 있고 그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편의점 알바. 평균 천원 남짓한 시급을 받는 독서실 알바. 공고한 시급대로 임금을 달라하니 해고된 파리바게트 알바. 취업규칙 보여 달라 했더니 해고된 롯데호텔 알바. 주휴수당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하고 있는 콜센터 알바. 모두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했고, 또 보지 않았을 뿐이다.

 

 


알바상담소(☎1800-7525: 무료 상담)

 

짧은 근속기간, 저임금, 간접고용 등 정규직과 확연히 구별되는 여건 속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는 증가추세에 있지만 비용문제나 정보부족으로 전문가의 실질적인 조력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 처한 알바노동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상담과 노동법 교육이 필요합니다. 알바상담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상담을 통해 알바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알바노동자들이 쉽게 노동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의 현장 대처법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출처: 알바연대,알바노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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