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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22 가을겨울, 83호<현현;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휘진의 취재노트: 축제 라인업, 내가 물어봤다

by 중앙문화 2022. 12. 27.

 편집위원 문휘진

 

 대학가의 축제가 한창이었던 9월, 앞서 행사를 진행한 다른 학교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을 섭외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언제부터인가 초청 아티스트 명단이 대학의 위신을 대변하곤 했다. 그다지 공신력 있는 지표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무대에 세울 것이냐"를 두고 추측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라인업이 공개되자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만큼 학생들의 기대가 컸다는 뜻일 테다. "싸이를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우리 학교 라인업 이것밖에 안 되냐"며 한껏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눈에 띄었다. 반면 "이 정도면 잘 섭외했다", "라인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콘서트를 가라"는 등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특정 장르의 아티스트가 너무 많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무대가 꾸며졌다. 내가 본 건 이튿날 공연이었다. 싱어송라이터 ‘다운’이 시작을 열었다. 자리에 함께했던 친구도,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어색한 추임새가 난무하자 다운은 “뒤에 나오는 지코만 기다리지 마시고 제 무대도 즐겨주시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어서 무대에 오른 힙합 가수들도 객석의 흥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랩을 따라 하다 주변에 곡명을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초청 공연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이번 해만 유별난 건 아니었다(고 선배들에게 들었다). 다만 비대면 학사를 지내며 차곡차곡 쌓아왔던 청춘의 억눌린 흥이 봄 축제로는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단과대학이 새내기 배움터를 진행하지 않아 기존 배정된 예산을 사용해 유명 아티스트[각주:1]를 자대 축제에 세우며 열기를 한껏 고조시킨 것도 한몫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학생들이 꾸미고 학생들이 채워나간 축제에서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초청 공연이 축제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티스트 라인업만 화려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남는다는 것. 어느 대학교라고 거물급 가수와 인기 아이돌을 섭외하고 싶지 않겠나. 축제 시즌만 되면 ‘섭외 경쟁’은 과열되고, 화려한 라인업은 곧 재학생들의 자부심이다. 그러니까 이건, (다소 거창하지만) 중앙대의 위신과 중앙인의 자부심에 관한 문제다.

 

 인정하건대 축제가 마음에 들었던 이들도 분명히 꽤 있을 것이다. 무릇 음악이라는 건 취향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기간 끊긴 학생 자치의 맥을 회생해, 그럴듯한 축제를 재현한 축제기획단(이하 축기단)과 총학생회(이하 총학, 당시 중앙비상대책위원회[각주:2])는 또 어떻고. 그들의 노고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한 치도 없다. 내가 이 기사를 기획하면서도 혹여나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까 조심스러웠다.

 다만 축제가 끝난 뒤 찝찝하게 남은 물음표를 해소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나는 ①라인업 선정 주체 ②선정 과정과 근거 ③기준의 투명성(장르의 편향성) ④예산 구조까지 네 가지 층위에서 초청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3X1 = 1 ? 라이징스타?

 취재에 앞서 동료 위원들한테 나름의 인터뷰 노하우를 듣긴 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이 초면인 내게 유도 질문이나 떠보는 말 같은 건 먼 이야기였다. 이럴 때 초보 기자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정공법이다. 관련자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한 끝에 몇몇 사람에게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이번 축제를 기획한 변이섭 전 중앙비대위 문화위원장이었다. 지난 11월 9일 중앙대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는 “결과적으로 매우 흥행했고 만족스럽다”며 축제에 대한 총평을 내놨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이전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생애 첫 인터뷰 치고 나름 능숙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취재원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나 보다. 편하게 질문해도 된다는 변 위원장의 말에 나는 과감히 직진하기로 했다. 라인업 선정 방식을 묻자 그는 “중요한 결정은 회장단이 학교 본부와 직접 소통한다”고 답했다. 축기단 자체는 평 들로 구성돼 있지만 예산은 총학생회장(비대위원장)이 맡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서 잠깐. 학생이 만들고 즐기는 축제에 학교 본부가 등장해 의아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막대한 아티스트 섭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비대위원장이 학교 본부와 논의를 거쳐 추가경정예산[각주:3](추경)을 받아내야 한다. 치열한 공방을 거쳐 지원금이 확정되면 그제야 축기단 운영진이 초청 공연에 대한 회의를 갖는다. 이후 섭외비를 행사 대행 용역 업체에 보내면 해당 금액으로 섭외 가능한 명단을 추천 받는다. 그 안에서 아티스트를 정하는 것은 문화위원장의 권한이다. 다만 변 위원장은 “제공받는 명단 자체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위원장의 선택지의 폭이 매우 좁다”고 설명했다.

 

 몇만 명이나 참여하는 축제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가 소수인 만큼 무엇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선정 기준을 묻자 놀랍게도 “장르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에 집중한다는 것. 이때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번에 섭외된 아티스트 10명 중 6명이 힙합 가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변 위원장은 “콜드, 카키, 안병웅은 처음부터 한 팀으로 제시받았다”며 힙합 가수가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억울해했다.

 

 “우리 학교는 전통적으로 ‘라이징 스타’를 섭외하는 경향이 있어요.”

 섭외 기준에 대한 변 위원장의 또 다른 답변이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라이징 스타란 “지금은 신인이지만 머지않아 연예계의 정상에 오를 아티스트”라고 한다. 그동안 중앙대 축제 무대는 라이징 스타들의 도약판이 되어왔다는 말인가? 통상적으로 라이징 스타는 인기가 급상승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2연속 헤딩골을 넣은 조규성 선수를 두고, 각종 매체에서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바 있다.

 

 다 좋다. 이름을 알리지 못한 신인 가수와 라이징 스타에게 대학 무대를 빌려준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한 번쯤은 캠퍼스 무대에서 ‘인기 아티스트’를 보고 싶다는 일차원적인 욕심이 들기 마련이다.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하기에는 예산이 모자랐던 것일까. 변 위원장은 손사래까지 치며 “예산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기는 꺼다. 나는 언론에 공개된 가천대학교와 동국대학교의 섭외비를 언급했다. 그러자 그는 "우리 학교도 예산이 비슷한 편"이라며 아티스트 섭외에 1억 6천만 원 정도 썼다고 밝혔다.

 

 변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돈이 많다고 좋은 라인업을 선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섭외 불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용역 업체 입찰의 지연"을 꼽았다. 용역 업체는 우리 학교에서 열리는 축제의 모든 것을 담당하며, 무대에 설 아티스트와 학교를 연결해준다. 하지만 제때 용역 업체를 입찰하지 못하는 문제가 매년 반복됐다고 했다. 우리가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는 발 빠른 대학들이 수요가 많았던 명단을 다 채갔다는 것. 나는 왜 입찰이 지연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변 위원장은 본인의 관할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나의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뿐이었다.

 

 

 얼마면 돼, 인기 아티스트 얼마면 되냐고!

 배성호 전 비대위원장과의 만남은 11월 15일 107관에 위치한 총학생회실에서 이뤄졌다. 나름대로 인터뷰 경험자라고 명함을 능숙하게 주고받는 내 모습이 제법 우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인사를 건네기 전 심호흡을 세 번 하긴 했다. 아니, 네 번이었나? 두려움을 감추고 축제를 준비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배 위원장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아티스트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이거다! 물꼬가 순조롭게 트였다. 나는 그 흐름에 냉큼 올라탔다.

 

 루카우스와 같은 시기(9.29~9.30)에 우리 학교를 포함해 7개 대학(동국대, 성균관대, 숭실대, 성신여대, 경희대, 아주대)이 축제를 진행했다. 배 위원장은 “대학들이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비슷해서 (대학마다) 나눠서 초청해야 한다”며 “일정을 분배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교의 총학과 조율을 위한 협의도 수차례 가졌다고 했다. 비대위원장도 열심히 의견을 피력했지만 불가피하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라인업의 다양성에 대해선 변이섭 문화위원장의 대답과 다르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학우 각자 원했던 아티스트를 한 명이라도   있게끔 고려했다”고 말했다. 

 

 러면 과연 돈이 부족했을까? 혹시 몰라 배 위원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건넸다. 예산 조달 역시 문제없다는 의견이었다. 배 위원장은 관련 부처와 여러 차례 만남을 거쳐 추경을 받아 냈으며 역대 축제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위원장과 답변이 엇갈리는 지점도 있었다. 배 위원장은 인수인계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본인과 문화위원장 모두 지난 총학[각주:4]에서 축제를 준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란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서 발동되는 카드다. 협상 과정에서 총학과 입지 차이가 나지는 않을까? 배 위원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 마디로 일 처리에 있어 불리한 조건은 없었던 것.

 

 

대중없는 대중(大衆)

 인기 아티스트를 많이 섭외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됐던 ‘입찰 지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배성호 비대위원장은 업체 선정 시기가 아티스트 섭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찰을 올리기 전 비대위원장이 직접 연예 기획사에 연락해 아티스트 일정을 확인한다. 이후 용역 업체가 입찰 과정에서 일정이 확인된 가수 위주로 라인업을 제시하면, 학교 본부와 학생 대표자들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변이섭 문화위원장과 배성호 비대위원장의 말이 갈렸다. 변 위원장에 따르면 용역 업체와 문화위원장 본인이 아티스트 선정의 주체가 된다. 반면 배 위원장은 용역이 후보군을 좁혀주고, 결정은 총무처 비대위원장이 한다고 말했다.

 

 그럼 아티스트를 결정하는 주체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두 위원장의 답변을 종합했을 때 공통으로 나온 단어가 있다. 바로 ‘용역 업체’다. 이들이 우리 학교에 데려올 아티스트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용역 업체 선정 과정이다. 배 위원장은 선정 과정은 당연히 공개된다고 했지만, 내막을 들어보니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총무처와 비대위원장이 전부였고, 일반 평 학우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개 과정은 따로 없었다. 예산의 출처가 교비[각주:5]인 만큼 학생보다는 학교 본부가 계약 주체라고 설명했다. 

 

 아티스트 선정 기준이 장르의 다양성이었다면, 용역업체 선정 기준은 ‘대중성’이었다. 그럼 대중성을 판단하는 지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배 위원장은 학생 사회의 여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외에 △공연 및 행사 섭외 정도 △음원차트 순위 등도 함께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학내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 기구는 없지만, 학교 커뮤니티 ‘중앙인’과 ‘에브리타임’을 통해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중앙인에 들어가 축제 관련 검색어를 찾아보니 아티스트 라인업을 언급한 게시물은 없었다. 공연 입장 방법을 묻는  정도가 다였다. 반면 에브리타임에는 축제 아티스트 라인업 공개 전부터 자신이 선호하는 아티스트 이름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하지만 축제 5개월 전 게시물과 댓글들 모두 찾아본 결과 언급된 사람 중 ‘지코’ 외 무대에서 마주한 사람은 없었다. (한편 변 위원장과의 인터뷰 당시 라인업이 아쉽다는 여론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에브리타임에 나타난 일부 여론에 너무 치중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또 다른 참고 지표인 음원사이트는 어떨까. 축제가 진행됐던 9월 2주차 멜론 음원 차트를 찾아보니, TOP 100 중 섭외된 아티스트는 역시 지코와 있지 뿐이었다. 그러나 배 위원장은 이번 라인업이 전국 그 어느 대학 축제보다도 가장 좋았다며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학교가 쥐어주는 합격 목걸이

 그럼 입찰을 담당하는 학교 본부는 어떤 기준으로 용역 업체를 선정할까? 다행히 인터뷰 도중 총무처가 관련 부처라는 힌트를 얻어 취재원을 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막상 총무처에 전화해 보니 직원들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며 계속해서 답변을 떠넘겼다. 세 번의 전화 연결 시도 끝에 나는 겨우 ‘진짜 담당자’와 소통할 수 있었다. 

 

 배성호 비대위원장은 입찰[각주:6]에 참여하는 주체 중 학생은 자신뿐이라고 했지만, 총무처 직원은 학생회 임원 3명과 교직원 3명이 함께했다고 답했다. 용역 업체를 평가할 담당자를 선정하기 위해서 먼저 ‘전문성’을 지닌 교직원을 중심으로 평가자 예비 명단을 만든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입찰 업무와 관련된 구매∙계약∙예산∙회계 능력을 말한다. 그러면 입찰을 신청한 업체들이 예비 명단에서 무작위로 평가자를 선정한다. 이렇게 뽑힌 '전문' 평가단이 배점 기준표에 따라 업체별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구 분 평가항목 세부사항 배점기준 배점
한도
등급 배점
100
기술
(80)


(20)
수행실적 ◦공고일 기준 최근 3년간 수행실적
(단일 건 200백만원 이상 행사대행 용역 수행 실적을 합산하여 평가함)
10
경영상태 ◦신용평가등급에 의한 평가 10


(60)
개최 의의 ◦개최 배경 및 목적 등의 이해정도
◦행사 제안의 창의성, 독창성, 참신성
◦과업에 대한 문제점 인식 및 해결방안 제시능력
5
기획구성 ◦기획의 적정성과 기능적 연계성
◦제안 요청서와의 부합성
◦분야별 인력구성, 역할분담 등 업무구성의 적정성
◦온라인 플랫폼 구축 완성도 등 
20
세부
추진계획
◦추진계획의 현실성
◦분야별 업무내용의 적정성
◦출연진 섭외 및 공연의 규모
◦출연진 인력확보 방안의 적정성
◦특별 공연, 특별행사프로그램의 구성
20
행사장
조성
◦행사장 조성 및 공간활용 등 전체적인 조화
◦무대연출 구성력 및 독창성 
5
안전관리 및 
재난관리 등 
비상대책
수립
◦관중 및 출연진의 안전관리 대책(보험가입여부 등)
◦코로나19 확산 등 비상시 대책
◦보안 및 안전관리 현실성과 구체적인 방안 제시
◦안전관리 매뉴얼을 현실적 작성 및 이에 대한 관련자 교육계획 수립의 적정성
◦재난관리기관의 협조체제 구축 적정성
◦비상상황, 응급환자 발생 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비 방안 제시
◦안전보건관리 체제 및 실행수준의 적정성
10
가격
(20)
입찰가격
평가분야
  20
             

축제 용역 업체 입찰 평가 시 사용하는 배점 기준표. 총무처 제공.

 배점 기준표에서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인 출연진 섭외 능력은 100점 중 20점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 섭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세부 항목이 두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 평가 점수 중 10%도 안 된다. 물론 학교 입장에서는 출연진 외에 안전이나 전체적인 무대 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학생들이 생각하는 축제에서 초청 공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연 10%뿐일까.

 

 용역 업체 평가자를 구성하는 기준은 ‘전문성’이었다. 그러나 학교에게 전문성은 회계나 계약을 처리하는 능력만 해당다.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부분 외에 다른 전문성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정성 평가에 명시된 ‘행사의 참신성’, ‘무대 연출의 독창성’을 어떻게 총무처 직원들이 평가할까.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의문투성이 얼룩

 이번 취재의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혼돈의 도가니탕이었다”고 답할 것이다. 라인업 선정에 직접 관여하는 두 위원장이 각자 추구하는 방향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변이섭 문화위원장은 ‘장르의 다양성’과 ‘라이징 스타’, 배성호 비대위원장은 ‘대중성’과 ‘학생 사회의 여론’이 기준이었다. 이들이 추구한 각각의 방향성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의문이다. 아니, 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부분을 고려할 수 있었다면 문제 될 것 하나 없다. 그러나 앞에서 확인했듯이 장르가 힙합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고, 라이징 스타를 섭외한다는 '전통적인' 관행이 있었다. 그리고 에브리타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학생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가수는 지코 한 사람뿐이었고, 음원 차트라는 객관적인 지표에 부합하는 아티스트도 지코와 있지, 두 팀이 전부였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둘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들은 기준을 따로 마련해 ‘뽑을’ 만큼 선택의 폭이 넓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업체가 그들에게 제공한 명단 자체가 매우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단을 제공한 용역 업체를 선정하는 사람이 중요할 텐데, 숱한 취재를 해왔음에도 선정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내기 어려웠다. 비대위원장은 회의에 참여하는 학생은 본인뿐이라고, 문화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아티스트를 고른다고, 총무처는 학생회 임원 3명과 함께 업체를 평가한다고 답하며 진술이 엇갈렸다. 또 학교에서 만들어 놓은 ‘전문성’을 가진 평가자 예비 명단. 그 전문성 안에 학생들의 선호도 파악 능력도 포함돼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취재를 통해 라인업 결정 과정을 명확히 밝혀내려 했지만 파고들수록 불투명하다는 느낌을 찝찝하게 남기며 이 기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얼룩을 지우려고 시작한 취재였지만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 취재능력 부족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라인업 선정과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이 제각각 다를 정도로 사업 진행에 대한 객관적인 규정이나 지표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 축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취재하면서 또 하나 느낀점은 5일간의 축제가 진행되기까지 여러 사람의 노력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비록 시스템에 여러 모순점이 있었지만, 어쨌든 비대위원장은 학생 사회와 음원 사이트를 참고하며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아티스트 선정 과정에서도 최대한 좋은 라인업을 고르려 했으나 타 학교와의 조율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또 문화위원장은 무대뿐 아니라 동아리 부스 등 다채로운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썼을 것이다. 학교 본부 입장에서는 올해 축제에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자했음에도 “우리 학교는 돈이 없다”는 에브리타임의 글을 보고 억울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뒷이야기를 모르는 학생들은 눈앞의 결과물로 축제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각자의 자리에서 이뤄지는 부단한 노력도 좋지만, 소통과 조율 역시 중요한 미덕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지금의 불통과 불만은 각자의 입장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일반 학생들이 진행 과정을 알 길 없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우리 학교 대표가 타 학교 학생회장과 서로 딜(deal)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지금 와서 무작정 학생 입장을 더 들어달라고 떼쓸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앞으로 계속될 축제를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지점은 분명히 있다. 다행히 지난 비대위 측에서 축제가 끝나고 부서별 자료를 열심히 정리해 놓아 인수인계에는 차질이 없어 보인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더욱 알찬 축제가 되리라고 감히 기대해본다. 

 

 취재하며 학생 대표자, 학교 본부 관계자, 에브리타임 내 평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본 입장에서 다음 축제 관계자들께 제언해보고자 한다. 우선 ①용역 업체 입찰 과정이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경 과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비대위원장은 추경을 받기 위해서 학교와 공식적으로만 세 차례 이상 협의해야 했다. 올해는 대면 축제가 오랜만에 열린 것이니 학교가 지원해야 하는 예산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은 얘기가 다르다. 라인업을 완성하기 위해 대략 얼마가 필요한지 학교 본부도 알고 있을테니, 추경에 힘 빼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학생사회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비대위원장이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학생 사회의 여론’. 막상 그 여론은 아티스트 라인업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라인업은 없을 것이다. 다만 다음에는 공식 창구를 통해 제대로 여론을 반영해서 일부의 최선이 아닌 우리 모두의 최선으로 만드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③행정 외에 다양한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 입찰에 참여하는 학생회 임원들과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65대 총학생회 ‘그린’이 뽑혔다. 대면 학사로 전환된 이후 첫 총학이다. 이들은 지난 11월 18일 합동 공청회에서 “총학생회 차원에서 행사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렴하기 위해 오프라인 소리함을 신설할 예정이며 다양한 온라인 소통 창구를 하나의 소통 창구로 통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부디 공약을 잘 실현해 내년 축제는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하는 무대로 채워주길 바란다.


  1. 경영경제대학 축제에는 비오, 10cm, 우원재, DJ숀이 공연했고, 공과대학은 비비, 빌리, 잔나비가 공연했다. [본문으로]
  2.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64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이하 중앙비대위 및 비대위) [본문으로]
  3. 이미 예산이 확정된 후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 [본문으로]
  4.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63대 총학생회 ‘오늘’ [본문으로]
  5. “그 많은 등록금을 가지고 왜 이 정도 축제밖에 못 준비하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배성호 비대위원장은 축제 예산은 교비(학교 경비)를 통해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물가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필요한 예산을 등록금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본문으로]
  6. 입찰’의 정의는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희망 가격을 제시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설명하고 있는 학교와 업체의 관계는 ‘선정’에 가깝다. 본 의미와는 다른 용어이지만 인터뷰 때 학교 본부와 위원장들 모두 직접 사용한 단어이니 그대로 사용하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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