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신호 83호 <현현;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전방 100m 앞, 스쿨존입니다

퀴어커플 CC대작전

by 중앙문화 2022. 12. 27.

2022 가을겨울 83호 <현현;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수습위원 윤성빈 부편집장 김가윤

 

 한국대학교를 아시나요? 웹툰과 웹소설을 즐겨 보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창작물의 단골 소재이기 때문만은 아닌데요. 오픈리[각주:1]로 살아남기 험난한 대한민국에서 한국대만큼은 퀴어[각주:2]들의 성역으로 등장하고는 합니다. 최근에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정리한한국대 출신 게이 명단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각주:3].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소설 원작 드라마시멘틱 에러[각주:4]의 두 주인공도 한국대 재학생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중앙대학교는 어떨까요? 지난 <중앙문화>는 성평등위원회 폐지 이후 퀴어 중앙인들의 삶을 기록했습니다[각주:5]. 이번 83호에서는중앙대에서 퀴어 캠퍼스 커플로 산다는 것을 얘기해 보려 합니다.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100일 차 레즈비언 커플, 토끼(🐰)와 강아지(🐶)를 모셨습니다.

 

 

#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토끼입니다. 현재 22살이고요, 수많은 팀플과 과제와 알바에 치여 사는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저는 토끼를 하나도 안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 안녕하세요, 강아지입니다. 언어와 예술과 과학을 좋아하는, 융합형 인재가 되고 싶은 '애매모호형' 인간입니다. 최근에 펌을 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거대한 푸들 한 마리가 서 있는 것 같아 강아지로 닉네임을 정했습니다. 토끼와 학번은 다르지만, 22살로 동갑이에요.

 

- 첫 만남이 어떻게 되나요?

🐰: 저희는 에브리타임 레즈비언 게시판에서 처음 대화를 시작했어요. “슬슬 연애하고 싶은데 앱은 맞는 사람 찾는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는 글을 발견했는데, 공감돼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쪽지로 대화를 이어 나가다 카톡으로 넘어갔어요. 연애를 전제로 오프 날짜를 잡았고, 첫 만남에 바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 하나 덧붙이자면, 제가 이번 학기부터 복수 전공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토끼의 본 전공과 겹쳐서 해당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공통분모가 많은 덕에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렇게 사랑은 시작돼

- 서로에게 반한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 저는 맞춤법을 잘 지키는 사람을 좋아해요. 온라인에서 대화할 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지키는 모습, 그리고 담백한 말투에 끌렸어요. 진정성을 담아 마음을 표현해주니까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강아지가) 다정함을 건네는 방식이 서툴렀는데, 그 뚝딱이는 모습이 귀여워서 반했습니다.

🐶: 우선 저는 성실한 모범생 타입의 사람에게 끌리는데, 토끼는 제가 이제까지 본 사람 중에 손에 꼽는 성실맨이에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일을 불평불만 없이 척척 해내는 모습이 멋졌어요. 그리고 토끼는 스스로 공감에 서툴다고 말하지만, 타인의 아픔을 마법 같이 헤아리고 치유해 주는 힘을 가졌답니다. 그런 따뜻함은 단순히 타고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토끼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요.

 

- 고백 일화를 들려주세요.

🐰: 저희는 만나기 전에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상태라, 첫 만남 때우리 오늘부터 1일로 하자!”고 했던 것 같아요. 고백이라 하기엔 애매하지만, 처음 만난 날 애인이 제 손목을 잡고네가 나 채 가라고 해서 제가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

🐶: 정식적인 고백은 없었지만 그게 딱히 아쉽지는 않아요. 그만큼 관계가 자연스럽게 깊어졌다는 뜻이라서. 그리고 "네가 나 채 가"라는 말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썸을 탈 때 토끼가다른 사람이 채 가기 전에 자신이 채 가겠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변주한 것입니다.

 

 

# CC(캠퍼스 커플)학개론

두 사람의 커플링. 강아지 제공

- CC, 할 만한가요?

🐰: 저희는 기본적으로 같은 캠퍼스를 다니고, 제 본 전공을 애인이 복수 전공해서 과 CC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랑 애인 둘 다 과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겹치는 지인이 없어서 (연애하기) 괜찮아요. 코로나 학번에다 내향적인 성향이라 연애하기에는 오히려 편해요.

🐶: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같은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아웃팅[각주:6] 확률은 낮으면서 가까운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주 만날 수 있거든요. “할 만하다를 넘어 매우 좋습니다.

 

- 장점이 있다면요?

🐰: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는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따로 약속을 잡아야 볼 수 있는데, CC는 쉬는 시간 사이에 잠깐 만난다거나, 수업을 같이 듣거나, 식사를 같이 하기 편해요. 그리고 같은 학교다 보니 공감대가 많이 겹쳐서 할 수 있는 얘기의 폭이 넓다는 점도 좋습니다.

🐶: 수업만 없으면 아무 때나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해방광장에 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누워 쉬고 있는데 같이 보자고 부를 수 있다던가.

 

- 반대로, 단점은요?

🐰: 아직은 딱히 단점을 느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굳이 꼽자면, 학교에서 손을 잡고 걸을 때 아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아웃팅의 위험이 있다는 정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장소에 애인과의 추억이 있어서 만약 헤어지게 된다면 학교 캠퍼스를 걸을 때마다 괴로울 것 같네요.

🐶: 굳이 생각해 보자면 아웃팅 우려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학교에서 애인이 다른 사람과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조금 질투가 난다는 점 정도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과 CC의 경우 연인이 의도치 않게 경쟁 상대로 여겨지는 문제점도 존재할 것 같아요.

 

 

# 우리 데이트할까요?

두사람의 100일 기념 강릉 여행. 강아지 제공

- 기억에 남는 데이트가 있나요?

🐰: 최근에 100일 기념으로 강릉 여행을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애인 손을 잡고 총총거리며 걸어 다니고,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을 함께 느끼고, 떡볶이와 꽈배기를 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해요. 특히 아침에 눈을 딱 떴을 때, 제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설레고 행복했어요.

🐶: 저는 밤에 오붓하게 칵테일 바에서 시간을 보냈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그날이 토끼가 저에게 처음으로 속 이야기를 털어놓아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애인을) 더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학교에서 데이트한다면, 주로 무엇을 하나요?

🐰: 해방광장에 앉아서 잠시 수다를 떨거나, 310관에서 학식을 주로 먹어요.

🐶: 학교 내에서는 참슬기, 310 1, 해방광장, 빼빼로 광장에서 주로 만났던 것 같아요. 이번 학기는 둘의 공강 시간이 겹치지 않는 바람에 수업이 끝나는 6시 이전에는 오래 보기가 어려워 얼굴만 틈틈이 보고 헤어졌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 중앙대학교의 데이트 명소가 있다면요?

🐰: , 310관에서 후문 가는 뒷길에 사람이 적어서 둘이 꽁냥거리기 좋은 것 같아요. 개강 날 애인과 첫 커플링을 맞췄는데, 그곳에서 서로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축제날 츄러스를 사서 애인과 해방광장에서 나눠 먹었던 기억도 나요. 310관 에스컬레이터 건너편에 법학관 벤치가 있는데, 그곳도 사람들 눈에 잘 안 띄어서 좋아요.

🐶: 그걸 알려주면 어떡해! 농담입니다. 저도 310관에서 블루미르홀을 거쳐 후문으로 향하는 뒷길을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310관에서 후문으로 가로질러 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적고요, 운이 좋으면 가끔 고양이도 나옵니다.

 

 

# 중앙대에서 퀴어 캠퍼스 커플로 살아남기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 강아지 제공

- 교내에 두 분의 연애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나요?

🐰: 같은 과 동기 친구는 연애 사실을 알고요, 같이 근로 했던 언니에게도 커밍아웃을 해서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 일부 동기들이 제가 교내에 애인이 있다는 사실은 아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몰라요. 보통 커밍아웃을 할 때 제 성적 지향에 대해서만 오픈하고 연애 상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는 편이라서요.

 

- “애인 있냐는 질문을 어떻게 대하시나요?

🐰: 연애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애인 있냐는 질문을 꽤 자주 받아요. 남자친구가 있냐고 질문을 받으면 없다고 대답하고, 연애 중이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해요. 연애 중인 걸 아는 사람들은남자친구랑 데이트하러 가냐는 식의 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라고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저희가 소수자라는 게 상기돼서 씁쓸한 기분이 들고는 해요.

🐶: 연애 초반부터 카카오톡 프로필에 기념일 날짜를 설정해서 그런지 최근에는 연애하냐는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네요. “ㅇㅇ이(강아지 본명) 남자친구 생겼다더라는 얘기가 나오면 씁쓸했지만만약 누군가에게 애인 있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연애 사실을 숨길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저와 애인을 위해서 굳이 애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성별을 포함해서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숨겨야 하는 일도 슬슬 익숙해지더라고요.

 

-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서로를 어떻게 대하나요?

🐰: 아직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던 상황이 한 번밖에 없었는데요. 서로를 편한 친구처럼 대했어요. 다만 평소보다 스킨십을 많이 하지 않고, 애교 섞인 말투를 쓰지 않았던 것 같네요.

🐶: 저희 둘을 모두 아는 사람이 없고, 둘 다 그리 외향적인 타입은 아니라 아직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많이 없었어요. 같이 있는 사람들이 퀴어에 거부감을 갖지 않으면서 저희의 연애 사실을 안다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할 것 같아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 문제지만.

 

- 퀴어 커플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이 있을까요?

🐰: 아무래도 부모님이나 학교 사람들, 친구들에게 편하게 얘기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워요. (연애 사실을) 말하기 전에도 여러 번 고민해야 하고, 원하지 않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연인 사이라고 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저희를) 친구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번거롭기도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애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 나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다른 사람에게 (성적 지향을) 알리지 않을 사람일지 판단하고 나서야 동성과의 연애를 말할 수 있다는 점이요. 그 과정이 성가시기 때문에 되도록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연애 상대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는 일에 적응한 것도 씁쓸하고요. 헤테로 커플들이라면 당연한 애인 자랑마저 꺼리게 되죠.

 

- 퀴어 커플만의 좋은 점을 알려주세요.

🐰: 여자인 친구들끼리는 동성 간 스킨십이 잦다 보니 애인과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포옹해도 오해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아요. 그리고 보통 남자친구랑 여행을 간다고 하면 부모님께서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여자인 친구랑 여행을 가니까 헤테로 커플보다 여행과 외박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좋아요.

🐶: 동성 커플이라서 좋은 점은, 아무래도 같은 여자다 보니 통하는 점이 많아요. 남성 집단 내의 문화와 여성 집단 내의 문화가 다르다 보니,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동성과 연결감을 느끼기가 쉬운 것 같아요.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요.

 

- CC를 꿈꾸는 교내의 퀴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저도 한동안 CC가 오랜 로망이었는데요.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 좋아요. 최고예요. 제가 CC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의 여자친구를 기적적으로 만난 걸 보면 여러분도 분명 좋은 인연을 만나서 연애할 수 있을 거예요. 생각보다 우리 학교에 퀴어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CC를 꿈꾸는 분들에게도 행운이 깃들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웃음)

🐶: 퀴어 CC,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혹시 모르죠, 교양 수업 옆자리 그()가 나의 짝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이렇게 말하니 퀴어 CC 홍보대사 같네요. 어쨌든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CC를 꿈꾸는 퀴어 중앙인들에게 소중한 인연이 찾아오기를 바랄게요.

 

-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

🐰: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이좋게 잘 지내자.

🐶: 네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PDF 판형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RXMNEP5HoCWVKlMLkF_HwrxrGWmThUa7/view?usp=sharing 

 

2022-83회.pdf

 

drive.google.com


  1.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공개한 사람 [본문으로]
  2. 성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 [본문으로]
  3. 트위터에 올라온한국대 게이 명단에는 55명의 BL(Boys Love의 준말로, 남성 간의 사랑을 소재로한 장르) 소설 주인공이 기재됐다. 대학원생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숫자는 59명에 달한다. 해당 글은  7천 번 넘게 공유됐으며, 관련 트윗() 8천 번 이상 리트윗(공유)됐다. Mymaralife. 21.08.17. https://twitter.com/mymaralife/status/1427516120500555776?s=20&t=kyK8RmPbrZlZgu6BrHzv4Q [본문으로]
  4.  같은 대학교에 재학하는 두 청춘의 사랑을 그린 BL소설. 웹툰과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어 인기를 끌었다. [본문으로]
  5. 중앙문화. “중앙대학교에서 퀴어로 살아남기- 지워진 이들이 서 있는 곳, 우리의 터전”. 2022.07.02. [본문으로]
  6.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 [본문으로]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