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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학생자치]그 겨울 '빨간 벽돌'엔 상처만이 남았다 - 동아리연합회 선거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3. 3. 17.

편집위원 이대엽

  지난해 동아리연합회(동연) 선거는 부정과 의혹으로 얼룩졌다. 중립을 지켜야 할 선거관리위원장(선관위원장)이 일탈을 저지른 것이다. 선관위는 부정을 인정했지만 ‘재선거는 필요없다’며 논란을 부채질했다. 당선인이 부정 행각에 동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가 원점으로 돌아가며 선관위는 해체됐다. 동연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추운 겨울을 보냈다.

  2015년 3월 동연은 개강과 함께 재선거에 돌입했다. 선관위는 새롭게 꾸려졌고 후보 등록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게시판은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형형색색의 포스터로 가득했다. 선거 파행의 악몽은 그렇게 스러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불행은 다시 찾아왔다. 한 선본이 페이스북 ‘좋아요’ 때문에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평화롭던 빨간 벽돌은 이내 각축장이 됐다. 탈락한 선본은 피켓을 들었다. 선본의 대표는 맨발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선관위도 이에 질세라 대자보를 붙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선거인 명부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선거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선거는 진실게임이 돼버렸다. 결국 대학 본부가 개입했고 공방전은 찝찝하게 일단락됐다. 단선으로 진행된 선거는 4월에야 마무리됐다. 선거가 해를 넘기며 다섯 달 만에 남긴 것은, 상처뿐이었다.

 

2014

1. 동아리연합회(동연) 선거 개시

  지난해 11월 동연 선거에서는 총 3개 선본이 출사표를 던졌다. 선관위는 동연 회칙에 따라 동연 회장인 곽용준 선거관리위 원장(선관위원장)을 필두로 꾸려졌다.

2. 곽용준 선관위원장의 부정 행각

  순항하던 선거는 투표를 하루 앞두고 먹구름을 만났다. 11월 24일 아침, 곽용준 선관위원장이 [골드카드]와 [To:Gather] 선본의 정·부후보를 카톡방에 은밀하게 초대했다. 그는 ‘공공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 도움을 청해요’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무한동력] 선본에 대한 비방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 원장의 부정은 곧 덜미가 잡혔다. [To:Gather] 선본의 당선으로 선거가 끝난 26일, [골드카드] 선본이 회식 자리에서 [무한동력] 선본을 우연히 만났다. [골드카드] 선본은 [무한동력] 선본에 카톡방의 정체를 폭로했다.

 

3. [무한동력]과 [골드카드] 선본의 이의제기

  다음 날 폭풍이 몰아쳤다. [무한동력]과 [골드카드] 선본이 함께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데 선관위는 ‘선관위원장의 카톡이 정황상 선거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며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곽용준 선관위원장은 공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동연 회장 자리에서는 사퇴하지 않았다.

4. 동연 공청회 및 전동대회 개최

  문제는 12월에도 계속해서 불거졌다. 3일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개최된 동연 1차 공청회에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당선된 [To:Gather]선본의 김창일 정후보가 ROTC(학생군사교육단) 카톡방을 통해 선관위원장의 부정행각에 동조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부정하며 “통신보안 관계로 해당 카톡방을 공개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일련의 사태에 학생 사회는 요동쳤고 학생회관 곳곳에 대자보가 나부꼈다.

  파국은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전동대회)에서 종식됐다. 6일 전동대회에서 동연 회장단 및 동아리 분과장 당선자 자격이 모두 무효화됐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빈자리를 메웠다. 선관위는 새롭게 꾸려졌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2015

5. 동연 재선거 실시 공고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선거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물꼬를 텄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을 대표로 한 선관위는 3월 2일 재선거 일정을 공고했다. 지난 선거에서 경합했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무한동력]의 한대윤 정후보는 [런투유] 선본의 부후보로, [To:Gather] 선본의 김창일 정후보는 다른 러닝메이트와 함께 재출마했다.

6. <잠망경>의 페이스북 기사 게재와 두 번의 ‘좋아요'

  김창일 정후보의 재출마는 문제의 발단이 됐다. 3월 15일 독립저널 <잠망경>이 지난해 동연 부정선거 사건의 전말을 재조명하며 김창일 정후보가 부정선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적시하는 기사[각주:1]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같은 날 [런투유] 선본의 정태영 정후보가 해당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 다음 날 오후 5시경에는 [런투유] 선본의 다른 선본원이 같은 기사에 또 ‘좋아요’를 눌렀다.

7. 선관위의 1차 경고

  그런데 16일 당일 오후 7시경 선관위가 정태영 정후보의 ‘좋아요’를 확인하고 [런투유] 선본에 1차 경고를 줬다. 룰미팅 (Rule-Meeting)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앞서 두 선본은 후보 등록이 마감된 13일 룰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룰미팅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관위의 지도 아래 후보자들이 선전물, 징계 등의 선거 진행 규정을 합의하는 자리다. 선관위가 규정 위반으로 지적한 부분은 ‘공통 선전물’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카카오톡, 문자, 전화를 통한 홍보는 인정하며 그 이외의 SNS를 이용한 홍보활동은 금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더불어 해당 기사가 ‘정확하지 않은 사실 기재, 편향적 약력 소개로 기호 2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한다’며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삼간다는 선거 정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런투유] 선본은 징계사유와 수위에 대해서 수긍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정태영 정후보는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사과문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관위에서 1차 경고를 주겠다고 했을 때 선본원을 보내서 분명히 이의제기를 했고, 입장서를 내서 질의도 했다. 어떤 부분이 비방이고 홍보냐 묻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 측에선 답변이 없었다”며 “징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뿐만 아니라 선거 운동에도 차질이 있을 것 같아 수긍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1차 경고에 대해선 이의제기를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의제기를 했다면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8. [런투유] 선본의 후보자격 박탈

  문제는 3월 19일에 터졌다. 선관위가 [런투유] 선본의 다른 선본원이 누른 ‘좋아요’의 존재를 확인하고 2차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룰미팅 규정에 따르면 ‘경고 2회=후보자격 박탈’이었다. 다음 날 [런투유] 선본은 징계 재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관위원 6명 중 주의 조치로 변경 3명, 경고 조치 유지 3명으로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았다’[각주:2]고 밝히며 경고 조치를 고수했다.

9. [런투유] 선본의 기자회견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투표가 시작된 첫째 날인 3월 23일 [런투유] 선본은 플랜카드와 피켓을 들고 학생회관 앞에 나섰다. [런투유] 선본은 “1차 경고 조치 당시 동연 재선거 선관위 측에 (해당 기사에서) 어느 부분이 편향적이고 어느 부분이 비방인지 답변을 요청했으나 뒤늦게 돌아온 답변은 ‘버텼다’[각주:3]라는 단어가 비방이라는 것이었다”면서 “상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의문스러웠지만 경고를 받아들였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또한 “SNS를 통한 비방 금지 조항을 합의했지만 해당 기사는 단순히 부정 선거에 대한 단순한 사실 관계 서술이라고만 여겼다”며 악의가 없었음을 호소했다. 덧붙여 정태영 정후보는 “만약 1차 경고 사유가 된 ‘좋아요’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 전 다른 선본원이 누른 ‘좋아요’를 먼저 확인했다면 한꺼번에 경고를 2번 내릴 생각이었는지에 대해 이의제기를 신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크게 두 지점이었다. 첫 번째, <잠망경>의 해당 기사가 편향적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이 타당한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잠망경>은 “본지가 기사에 적시한 것은 ▲작년에 이미 드러난 사실(선거관리위원장 곽용준씨의 선거공모)과 ▲제법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익명의 제보가 있었고 '통신보안'을 이유로 김창일씨가 증명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전부”라며 “오히려 이 사실관계를 외면한 채 선거소식을 전하는 것이 더욱 '편향'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각주:4]

  그럼 공직선거법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현행 공직선거법은 ‘각급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정보가 인터넷(…) 에 게시되거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그 취급의 거부·정지·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각주:5]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해당 조항은 분과장 선거가 완전히 무산됐거나, 후보가 출마하지 않거나, 분과장이 도중에 탄핵이나 해임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전체적인 민주적 의사 수렴에는 동연 회칙 2조 1항[각주:6]이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13. 지도위의 심의와 재투표 실시

  한편 선관위는 [런투유] 선본의 공개 질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던 25일 당일, 선거지도위원회(지도위)에 심의를 요청했다.[각주:7] [런투유] 선본의 선거방해 행위와 경고 처분의 적절성에 대해 판단해 달라는 목적이었다.

  지도위는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에 근거해 구성되는 임시 기구다. 이에 따르면 동연 선거의 경우 학생지원처장이 위원장을 맡아 감독 및 행정지원을 하게 된다.

  선관위의 심의 요청을 받은 지도위는 31일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런투유] 선본이 투표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명백한 선거 방해로 인정 ▲선관위가 [런투유] 선본에 부여한 경고조치 적절 ▲[런투유] 선본의 선거방해 행위로 인한 재투표 실시였다.[각주:8] 심의 결과에 따라 선관위는 4월 2~3일 재투표 실시를 결정했다.

  정태영 정후보는 선관위가 지도위에 심의를 요청했던 것에 대해 “(24일에) 선거인 명부 작성을 잘못해서 선거가 파행됐다고 이야기해 놓고 그 다음날(25일)에는 우리가 방해해서 선거를 못했다고 이야기한 점이 웃기다”며 판단의 일관성을 지적했다. 덧붙여 지도위의 결정에 대해서도 신뢰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도위에서 그 판단을 내리기까지 충분한 설명이 우리한테 없었다”며 “지도위가 누구로 구성됐는지도 몰랐고 (심의 결과도) 벽에 붙어있는 걸 보고 알았다”고 말해 심의 과정의 폐쇄성 역시 함께 지적했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심의 결과만 전달받았을 뿐 구체적인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정황을 (지도위에) 전부 다 보냈기 때문에 그것이 근거가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도위의 구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어떻게 구성되는지는 모르지만 교수님들 중심으로 구성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아래의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를 한 번 살펴보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바로 ‘감독 및 행정지원’의 범위다. 이번 사태의 경우 지도위는 [런투유] 선본의 선거 방해 행위를 인정하고 재투표 실시를 결정하는 등 사실상 최고 심급으로써 기능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선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위라면 최종 결정은 학생들의 간의 합의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물론 갈등이 복잡한 양상에 이르면 학생들의 논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판단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결정을 통보하는 구조라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위험이 있었다.

  예를 들어, 지도위가 재투표 실시를 결정하면서 ‘[런투유] 선본의 선거 방해 행위’만을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했다. 따지고 보면 재투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건 ‘선거인 명부상의 오류’였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진행 과정에서 선관위의 일처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지도위 차원의 피드백이 없었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를 위한 감독 의무’가 있다면 이에 대한 지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앞으로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대학본부의 영향력은 최소화 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도위가 선관위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사태를 매듭짓는다면 학생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위의 역할은 문제상황에 대해 법률적인 차원의 자문이나, 조언 및 권고 등을 하는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그것이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이지 않을까.

14. [런투유] 선본의 피켓시위와 공개 질의

  재투표가 실시되자 [런투유] 선본은 다시 피켓을 들었다. 4월 2일 정태영 정후보는 ‘지난 투표에서 선거인 명부의 조작이 의심스럽고 이번 재투표의 선거인 명부도 믿을 수 없다’며 투표소 옆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선관위는 ‘재투표 선거인 명부에는 오류가 없다’며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이어서 [런투유] 선본은 다음 날 공개 질의를 열고 재투표 실시 과정에서 선관위의 회칙 위반을 주장했다. ▲동연 회칙[각주:9]에 따라 선거 3일전까지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고 공개해야 하지만 재투표가 실시된 당일에 이 절차를 진행한 것과 ▲3월 24일 선거가 중단된 이후 일주일을 넘긴 4월 2일부터 재투표가 시행됐기 때문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각주:10]을 위배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도위의 공지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각주:11] 덧붙여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원칙을 어긴 것이 맞지만 지도위에서 [런투유] 선본의 선거 방해 행위를 심의하느라 선관위가 집행정지 됐었다’며 ‘선거인 명부의 문제만 있었다면 더 빨리 투표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15. 동연 재선거 종료

  선관위는 4월 6일 투표율이 미달돼 재투표를 하루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To:Gather] 선본이 57.09%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분과장 선거에서는 총 13개 분과 중 봉사, 종교 2분과의 분과장만이 선출됐다.[각주:12] 이후 나머지 분과에서는 분과 회의를 진행해 분과장을 선출했다.

  선거가 끝나고 [런투유] 선본은 3일 진행했던 공개 질의와 같은 내용으로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를 기각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선거는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16. [런투유] 선본의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 회부 논란

  4월 9일 학생회관에는 [런투유] 선본 명의의 자보가 붙었다. ‘학생지원처와 그 장인 노영돈 교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자보였다.[각주:13] 자보는 ‘동연 선거 중 [런투유] 선본을 도와 공개 질의 및 피켓 시위에 참여했던 인문대 학생 6명에게 학생지원처가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 회부를 경고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었다. ‘해당 학생들에 대해 채증을 한 뒤 학생지원처로 출석 및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정태영 정후보는 “당시 교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방에 불러서 윽박지르면서 진술서를 쓰라고 협박했고, 본인은 나중에 쓰겠다고만 했다”며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한 건 교직원 개인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지원처에서 경고한 이후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에 회부됐는지는 연락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런투유] 선본의 상벌위원회 회부와 관련해 “지도위의 심의 결과까지는 선관위에서 확인했지만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 진행 상황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덧붙여 “심정적으로 이해가는 측면도 있고, 진짜 ([런투유] 선본의) 실수였다면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니 징계위원회(상벌위원회)가 열린다면 [런투유] 선본에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에 <중앙문화>가 학생지원처의 입장을 묻자, 학생지원처 김진식 팀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남은 불신과 의혹,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

  이후 갈등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결국 길고 험난한 항해 끝에 동연 선거는 마무리됐다. 동연은 김창일 회장의 주도 아래 정상 기능을 회복 중이다. 하지만 잇따른 선거 파행 사태가 동연에 남긴 상처는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상처가 곪지 않으려면 문제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지난해 부정선거 사태와 올해 선거파행의 연결 고리엔 김창일 동연 회장과 관련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있었다. 동연 공청회에서 <잠망경>이 익명의 제보를 받아 제기했던 ‘곽용준 전 선관위원장의 부정 행각에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김창일 동연 회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곽용준 선관위원장의 부정 행각을 먼저 신고하지 않은 잘못을 알기에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재선거 결정이 났을 때 그 결정을 따랐다’며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적이 맹세코 없다”고 말했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조사나 검증을 진행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 “의혹은 어디까지나 의혹일 뿐”이 라며 일축했다. 덧붙여 ‘작년 동연 차원에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고, 작년 선관위나 비대위와 올해 선관위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후보자와 선관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던 상황엔 의사소통 과정의 문제가 존재했다. 첫 번째로 룰미팅 규정과 관련해 [런투유] 선본은 ‘선관위의 해석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했지만, 중앙선관위의 판단에 대한 답변도 그렇고 제대로 답변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질문과 상관없는 답변이 많았고, 작위적으로 지어낸 답변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고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이의제기가 있을 때마다 답변을 했다’며 ‘페이스북 ‘좋아요’가 선거 운동이 아니라는 중앙선관위의 답변과 관련해서도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입장을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로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결과에 불복하는 방법으로 선관위처럼 지도위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데 (기자회견이나 공개질의처럼)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런투유] 선본은 선관위의 답변이 늦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이나 공개질의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태영 정후보는 “후보 자격이 박탈됐을 때 질의서를 보냈지만 2~3일이 지나서, 그것도 일요일에 답장을 줬다”며 ‘항상 이의제기와 관계 없이 선거를 먼저 진행시키고 답장을 주는 식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답변이) 늦어진 건 만나서 말씀을 드렸다”며 “바로 공지를 하는 게 맞지만 (선관위 내부에서) 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에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진행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후보자와 선관위가 입장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또한 이의제기에 대한 답변에 숙고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후보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선관위가 더 헤아렸다면 문제가 악화되는 걸 막았을지도 모른다.

 

건강한 학생자치를 만들기 위해

  이번 선거에 대해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다”며 “선거 자체가 선본들 간의 정책이나 공약의 대결이 돼야 하는데 선관위와 선본의 대결이 돼버려 좋지 못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런투유] 선본의 정태영 정후보는 마지막까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선관위가 전횡을 부렸고 상식적이지 못한 선거였다. 이는 학생자치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고,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학우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선거가 계속 연장됐던 이유도 선거 보이콧에 많은 학우들이 동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결국 모두에게 아픔만 남긴 선거였다. 하지만 이 아픔이 ‘성장통’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김창일 동연 회장은 ‘재선거 과정에서 보여드린 모습에 죄송하다’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만큼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관심에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1년 동안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관심에 반하지 않는 길은, 동연이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앞으로 선거 진행에 참고하는 것일 터이다. 허점이 드러난 선거 제도의 개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명심할 점은 학생이 바로 학생회관, ‘빨간 벽돌’의 주인이라는 사실이다. 빨간 벽돌에서의 기쁨도, 슬픔도 온전히 학생의 것이 돼야 한다.

  1. <잠망경>, “부정선거 논란으로 당선무효된 사람이 선거 재출마?-서울캠퍼스 제 30대 동아리연합회 재선거 치러진다”, 2015.03.15. [본문으로]
  2. <3.20(금) 재심의 논의 결과에 대한 공고> [본문으로]
  3. 해당 <잠망경> 기사 발췌 : “(중략) 당선된 ‘To:Gather 선본’은 ”선관위원장의 메시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버텼다.” [본문으로]
  4. <동아리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독립저널 <잠망경> 홈페이지 (http://magazine.freecamp.kr), 2015.03.21. [본문으로]
  5. [/footnote]고 본다. 곧, 허위 사실이나 비방의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에 대한 철회 요구는 선관위의 중립성에 누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선거 운동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판단이었다. [런투유] 선본은 선거 운동이 아니라고 주장 했다. 정태영 정후보는 인터뷰에서 “국가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해당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가 홍보나 비방에 해당되는지를 문의했는데 이것은 (선거 운동이 아닌) 단순한 의사표명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승윤 선관위원장 역시 ‘중앙선관위에 문의해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런투유] 선본도 ‘공직선거법은 참고가 될 순 있지만 당시 상황과 정황에 의거한 선관위의 판단이 더 우선한다’는 (중앙선관위의) 답변을 받았을 것”이라며 “공직선거법이 다 커버(해결)할 수 있으면 선관위가 필요 없고, 선거시행 세칙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사실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룰미팅 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데 있었다. ‘SNS를 통한 홍보나 비방을 금한다’는 조항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했던 것이 화를 키웠다. 물론 당시엔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리라고 예측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To:Gather] 선본으로 출마했던 김창일 동연 회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3시간에 걸쳐 룰미팅이 진행돼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런투유] 선본의 정태영 정후보 역시 “어떤 경우에 홍보이고 비방인지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었지만 합의 과정에서는 충분히 논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이제서야 말하지만 룰미팅 때 참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룰미팅 때 합의한 내용에 대해 두 선본의 참관인으로부터도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기에 룰대로 선거를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두 선본이 선거의 당사자였던 만큼 룰미팅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관위에서도 하자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을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10. [런투유] 선본의 공개 질의와 투표 중단

      [런투유] 선본의 항의는 계속됐다. 기자회견을 연 다음 날인 3월 24일 오전에는 선관위를 대상으로 공개 질의를 진행했다. [런투유] 선본은 페이스북 ‘좋아요’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답변을 언급하면서 재선거 절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정태영 정후보는 ▲황금기 선관위원과 다른 동아리 회원 2명이 선거인명부에 중복 게재된 것 ▲동아리 <진달래>의 선거인 명부가 해당 동아리의 회장이 보낸 것과 다른 것 ▲이승윤 선관위원장이 논란이 된 <잠망경> 기사에 ‘좋아요’를 누른 인문대 부학생회장에게 ‘좋아요’ 취소를 요청한 것 ▲동연 재선거와 분과장 선거를 동시에 진행한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런투유] 선본이 분과장 선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까닭은 둘 중 한 선거에만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동연 회칙 역시 37조 1항에서 ‘분과회의의 결정에 따라 분과회의 또는 선거를 통해 뽑을 수 있다’고만 명시할 뿐 두 선거를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당일 오후 1시 ~ 1시 30분 경 투표소가 갑자기 철거됐다. 황금기 선관위원을 포함한 일반 동아리 회원 2명의 이름이 선거인 명부에 중복으로 등록된 것과, 동아리 <진달래>의 선거인 명부가 잘못 작성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태영 정후보는 인터뷰에서 “그냥 선거인 명부를 한 번 훑어 보다가 (오류를) 발견했다”며 ‘학번까지 명시되는 선거인 명부인데 황금기 선관위원 본인이 몰랐다는 게 미심쩍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경위를 밝혔다. 동연의 선거인 명부는 서류철로 돼있어 선거 기간 동안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한 관리가 요구됐다. 선거인 명부의 오류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관위의 신뢰도를 의심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본인의 실수이고, 선거인 명부 상의 (오류는) 선관위의 책임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덧붙여 ‘선거인 명부의 종합이 완료되면 학생지원처에 신원조회를 의뢰하고 중복 인원 체크를 요청하는데 이번에 경황이 없어 미처 후자의 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1. 선관위의 답변

      선관위도 [런튜유] 선본의 공개 질의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25일 선관위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해명했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징계 당시 결과에 수긍하고 사과문도 작성했기 때문에 지금의 이의제기는 적절하지 않다 ▲황금기 선관위원과 다른 동아리 회원 2명이 선거인명부에 중복 게재된 것은 해당 동아리의 실수였다 ▲동아리 <진달래>의 선거인 명부가 해당 동아리의 회장이 보낸 것과 다른 까닭은 서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연 선거에 단과대 부회장이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 ‘좋아요’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회장과 분과장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관례에 따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솔직히 관례적으로 당연히 같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두 선거를 따로 진행할 경우 투표율이 저조해지는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공개 질의에 대한 선관위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정태영 정후보는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 했다. 그는 “(사전에) 연락받은 적이 없어 이승윤 선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12. 전통분과와 선관위의 갈등

      선관위와 [런투유] 선본의 대립은 동연 전통분과와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투표가 중단된 상태였던 3월 27일 동연 전통분과는 ‘[런투유] 선본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 없이 진행되는 이번 선거가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분과회의를 통해 단독으로 분과장을 선출했다. 여기서 전통분과가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던 동연 회칙은 앞서 언급했던 37조 1항 ‘분과회의의 결정에 따라 분과회의 또는 선거를 통해 뽑을 수 있다’였다.

      하지만 선관위는 ‘재선거가 무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연 회칙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분과장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footnote]<중대신문>, “치열한 공방 속, 동연 연장투표 실시한다”, 2015.04.06. [본문으로]

  6. 본회는 전체 동아리인의 창조적인 의사를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동아리의 문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함을 목적으로 한다. [본문으로]
  7. <중대신문>, “동연 재선거, 런투유-선관위 입장 갈등 공방전”, 2015.03.29. [본문으로]
  8. <중대신문>, “동연 재투표 연장됐다”, 2015.04.06. [본문으로]
  9. <동연 회칙 58조(선거관리 위원회) 7항(업무와 권한)> 나. ‘선거 3일 전까지는 선거인 명부 작성, 공개’ [본문으로]
  10. <총학생회 선거 시행 세칙 58조(재투표, 결선투표절차)> 1) 일주일 이내에 실시한다. [본문으로]
  11. <중대신문>, “치열한 공방 속, 동연 연장투표 실시한다”, 2015.04.06. [본문으로]
  12. <중대신문>, “동연 재선거 드디어 끝났다”, 2015.04.13. [본문으로]
  13. <공정하지 못한 선거 비판했다고, 학생지원처로 무더기 소환 및 조사? 학생지원처장 ‘노영돈’ 교수(독어독문과)를 규탄합니다>, 2015.04.0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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