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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학생자치]동연 회칙 더 알아봅시다 : 동아리연합회 선거 파헤치기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3. 3. 17.

  지난해와 올해의 동연 선거 파행 사태를 통해 동연 선거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또 골칫 거리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지금부터 그 지점들을 짚어 본다.

 

1. 동아리연합회, 당신은 누구십니까[각주:1]

  시작하기에 앞서, 글을 읽는 내내 꾹 참았던 궁금증부터 해결하고 가자. 도대체 동아리연합회가 무엇이기에 이런 파국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

  동연의 설립 목적 중 하나는 ‘각 동아리의 고립분산적 활동을 지양하고 각 회간의 교류와 연대활동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동아리들이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동아리 활동을 한 번이라도 해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동아리가 겪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돈이 궁하다’는 것이다. 그래 서 동연은 회칙에 <재정> 항목을 따로 두고 이를 관리하고 있다.

  동연의 재정은 교비보조+각 동아리 회비+기타 지원금+α(동연 차원의 행사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구성된다. 2014년 동연 예산 및 결산 보고에 따르면 동연은 2014년 17,961,040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상당히 큰 금액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교비보조 명목으로 학생회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동연 회원이 아닌 일반 학생이라도 ‘내 일처럼’ 동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 재정 중의 일부는 한 학기에 한 번씩 동연 내 동아리에 지원금으로 지급되며, 1년에 1회 최대 25만원씩 각 동아리에 배정되는 자치예산에도 쓰인다.

  하지만 모든 동아리가 지원금과 자치예산을 받는 건 아니다. 정규 동아리와 가동아리 중 정규 동아리만이 누리는 혜택이다. 특히 가동아리는 정규 동아리에 비해 권리 행사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가동아리 사이에서 정규 동아리 승격을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동아리로 인준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준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앙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의 경우 발족한지 14년만인 작년 12월이 돼서야 가동아리인준을 통과한 바 있다.[각주:2] 이런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동연의 정규동아리 및 가동아리는 동아리 박람회, 전체 동아리 MT, 주점, 야외공연, 의혈문화제(동아리 축제), 농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한편 동연은 엄연한 학생자치기구로서 학내 학생 대표자 회의에 참가한다. 동연 회칙에 ‘총학생회와의 관계’가 따로 명 시돼있을 만큼 동연은 학내 학생자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르면 동연 회장은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와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이 된다. 동연의 영향력은 이와 같은 제도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론 형성의 중요한 창구가 된다는 점에 기반한다. 총학생회 다음으로 학내에서 전공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모여 주기적으로 교류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은 개개의 회원들을 통해 각 기층 학생회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2. 동연 선거 진행 절차[각주:3]

  동연에 대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됐다면 본격적으로 동연 선거 진행을 따라가 보자. 참고로 말해두자면, 현재 동 연 선거는 동연 회칙에서 명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을 따르고 있다.

①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모든 선거에서 그렇듯 동연 선거 역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구성으로 선거가 시작된다. 앞의 기사와 <동아리연 합회 조직 구성>에서 예측할 수 있었겠지만 동연 선거는 회장단 선거와 분과장 선거로 이뤄진다.

  회장단 선관위는 선거를 위해 사퇴한 운영위원(동연 회장 및 부회장, 분과장)을 제외한 운영위원 전원으로 구성된다. 선관위원장은 동연 회장이 맡게 된다. 만약 동연 회장이 재출마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동연은 동연 회장의 중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분과장 선관위는 선거를 위해 사퇴한 집행부를 제외한 집행부 전원으로 구성된다.

  선관위가 수행해야하는 주요 업무는 아래와 같다.

  • 입후보자의 자격 심사, 선거권자의 자격심사
  • 선거 3일전까지는 선거인 명부 작성, 공개
  • 재선거 여부 결정
  • 선거 세칙의 결정

②후보자 및 참관인 등록

  동연은 러닝메이트(Running-Mate) 제도로 선거를 운영하고 있다. 회장 및 부회장 후보가 한 조를 이뤄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4학기 이상 등록한 동아리 회원만이 회장단 후보로서 피선거자격을 얻을 수 있다.

  후보자는 등록과 참관인 명부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참관인이란 각 후보를 대신해 해당 투표소에 배치돼 투표 진행을 참관하거나, 개표 시 개표 상황을 참관하는 사람을 말한다.

③후보자 최종 등록과 룰미팅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 선관위는 후보자의 자격을 심사해야 한다. 이후엔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후보자 최 종 등록을 위한 모임인 ‘룰미팅’을 진행해야 한다. 후보자와 대표 참관인이 참여하는 룰미팅에선 선거 시행 세칙 및 선거 에 필요한 제반의 사항, 선거 운동 방법과 일시 등을 합의하게 된다.

④선거운동 진행과 징계 및 이의제기

  본격적으로 선거가 시작되면 각 후보자는 2번 이내로 유세를 할 수 있다. 그 밖에는 룰미팅 및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후보자가 이를 어겼을 경우나 선관위가 징계 사유라고 결정한 경우에 해당 후보자에게 제재가 가해진다. 징계 는 시정 명령, 주의, 경고로 나뉜다.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은 ▲주의 2회=경고 1회 ▲경고 3회=후보 자격 박탈을 명시 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선 ‘경고 2회=후보 자격 박탈’로 약간의 조정이 이뤄졌다.

  만약 후보자가 징계를 인정할 수 없으면 대표 참관인을 통해 서면으로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선관위는 이를 제적위원 과반수 참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의결로 처리해야 한다.

⑤투표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투표는 이틀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투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 지다.

  특이하게도 동연은 모든 동연 회원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은 각 동아리 당 회장을 포함해 당해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7명뿐이다. 또한 분과장의 경우 분과회의의 결정에 따라, 선거를 하지 않고도 분과회의를 통해 선출할 수 있다는 예외가 있다.

⑥개표, 재선거 및 재투표

  투표 종료 후 개표 결과 전체 투표율이 50%가 안 될 경우에는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재선거를 실시하게 된다. 하지만 선관위와 후보자의 합의에 따라 하루에 한해 투표를 연장할 수 있다.

  재선거를 실시하게 될 경우,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입후보절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와 같이 선거인 명부 오류 발생 등 다른 사유로 인해 단순히 재투표만 실시할 경우에는 일주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⑦마무리

  선거가 끝나고 당선인이 공고되면, 동연 회장은 운영위원회에 집행부 위원을 추천하고 집행부를 구성한다. 만약 분과 장 선거에서 투표율 미달 등의 사유로 분과장이 선출되지 않았다면 이후에도 분과회의를 통해 분과장을 선출할 수 있다.

 

3. 동연 선거가 2% 부족할 때

  이제 지난해와 올해 동연 선거 파행 사태를 다시 되짚는다. 숨어있던 구조의 문제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내친김에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점까지 하나씩 정리해보자.

Point 1 - 전(前) 동연 회장이 선관위원장을 역임하는 문제

  지난해 동연 선거에서 곽용준 선관위원장은 동시에 동연 회장이었다. [To:Gather] 선본의 김창일 정후보는 출마하기 이전에 동연 부회장이었다. 한 마디로 두 사람은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동연을 이끌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동연 부회장이 다음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 문제 상황에서 선관위원장의 판단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였던 모든 선관위원장들을 불신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동안 이런 구조 속에서 선거는 잘 이뤄져 왔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이는 반대로 선관위원장이 러닝메이트의 인연을 빌미로 후보자에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관위원장과 직접적인 연고가 있는 후보자가 출마할 경우,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견제 수단을 마련한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Point 2 -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해도 동연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문제

  곽용준 선관위원장은 부정 행각이 발각된 이후 곧바로 선관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했지만 동연 회장 자리에서는 바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마터면 부정 선거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전동대회에서 동연 회장 자격으로 참가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뻔 했다.

  다행히 곽용준 동연 회장은 전동대회가 열리기 전에 스스로 사퇴해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비 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선관위원장으로서 부정을 저지를 경우 즉시 모든 공직에 서 사퇴하도록 회칙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Point 3 - 룰미팅을 선관위 및 후보자들의 역량과 기존의 관행에 의존하는 문제

  재선거 과정에서 룰미팅 규정 해석을 둘러싼 갈등엔 룰미팅을 모호하게 진행했던 두 선본과 선관위의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동연 회칙대로라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우선 동연 회칙엔 선관위의 업무를 명시한 조항 중 ‘선거세칙의 결정’만이 룰미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동연 회 칙에 구체성이 부족한 경우 준용하는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은 어떨까. 9조(입후보자 최종 등록 : 룰미팅)에서 ▲선거 시행 세칙 검토 ▲기타 선거에 필요한 제반의 사항을 규정하는 게 전부다.

  그렇다면 동연 선거의 구체적인 룰미팅 규정은 그동안 관행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행에 따르는 것 자체가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룰미팅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동연 회칙이나 총학생회 선거시행세 칙에 명시돼있었다면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특히 징계 규정은 선본과 선관위 모두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므로 룰미팅 규정이 일련의 절차를 명확하게 명시해 구체적인 예시까지 논의하도록 이끄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Point 4 - 이의 제기에 대한 답변기한의 제한이 없는 문제

  [런투유] 선본은 이의 제기에 대해 선관위의 답변이 늦었던 것을 큰 불만으로 언급했다. 선관위 역시 내부 조율 과정에서 답변이 늦어졌던 점을 시인했다. 이의 제기에 대한 신중한 결정을 위해선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데드라인’이 필요없는 건 아니다. 선관위의 답변이 지나치게 늦어지거나, 선관위가 의도적으로 답변을 미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기한의 제한은 필요하다.

  현재 동연 회칙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총학생회 선거 시행세칙 역시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선관위가 이를 처리할 수 있다’고만 명시해 답변 기한이 선관위에 따라 중구난방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논란을 미연에 차단하려면 ‘이의제기 시 48시간 이내 답변’ 등의 제한 규정이 요구된다. 이는 원활한 선거 진행과 더불어 선관위의 책임감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Point 5 - 선거인 명부 관리 규정이 미비한 문제

  앞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동연은 각 동아리 당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7명에 한정해 투표권을 인정한다. 따라서 동연 회 칙에 이런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선거인 명부 관리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선관위의 업무 중 ‘선거 3일전까지는 선거인 명부 작성, 공개’만 있을 뿐 그 밖에 선거인 명부와 관련된 규정은 전무하다.

  이로 인해 각 동아리에서 7명의 투표권자는 어떤 기준에 의해 선정하는지, 재선거가 해를 넘길 경우 어떤 해에 등록된 인원을 기준으로 선거인 명부를 작성해야 하는지 등 많은 절차가 모호한 상태로 운영돼 왔다. 게다가 각 동아리에서 선거인 명부를 제출할 때 실제와 다른 사람을 포함시킬 경우 확인이 사전에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충분히 악용될 수 있 는 부분이다.

  이승윤 선관위원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인 명부와 실제 투표권자의 일치 여부는 확인 문자메시지를 돌리는 시점에 확인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동연 특성에 맞게 회칙이 수정돼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간략하게 기 술돼 있어 룰미팅과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동아리 <한백사위> 회장님도 비 슷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토로했다. 빠른 시일 내 선거인 명부 관리 규정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Point 6 - 회장단과 분과장 선거를 같이 진행하는 문제

  동연 회칙에는 동연 전체 선관위와 함께 분과장 선관위를 따로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관행에 따라 동연 전체 선관위가 두 선거를 모두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실제 규정과의 괴리도 있을뿐더러, [런투유] 선본에서 학 생들의 선택권을 근거로 이의를 제기한 만큼 충분히 문제가 되는 지점이다.

  만약 낮은 투표율로 인해 두 선거를 같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동시에 진행한다는 규정을 분명하 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니면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 기존 회칙처럼 두 선거를 구분하는 등 선거 진행 방식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줄여야 추후에 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4. 정리

  동연 선거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는 크게 ▲선관위원장이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동연 회칙이 동연의 특수성 을 충분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 ▲동연 회칙이 구체적이지 않아 기존 관행과 룰미팅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총학생 회 선거시행세칙을 준용하지만 그것마저 부족한 경우가 있다는데 기인한다.

  물론 선관위원장의 권한 남용 가능성은 전(前) 학생회장단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대부분의 학생자치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이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동연 선거 문제가 비단 동연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있고, 불편하다고 느끼면 참고 넘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개선하기 위해 머리 맞대며 고민하고 논쟁하는 게 바로 학생 자치다. 돌아올 그 겨울엔, 상처가 아물었길 바란다.

  1. 동아리연합회 회칙(2014.09.17. 개정) 및 기타 자료를 참고했다 [본문으로]
  2. <한국일보>, “14년 만에 대학 동아리로 인정받은 성 소수자들”, 2014.12.17. [본문으로]
  3.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2011.04.17. 개정)과 동아리연합회 회칙(2014.09.17. 개정)을 참고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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