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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학생자치]메마른 학생자치, 산하기구 같은걸 끼얹나...?

by 중앙문화 2023. 3. 17.

편집위원 채효석

수습위원 박기현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회칙(서울캠) [개정 2014.10.28.]

 

제 10 장 각 위원회

제 54 조(위치)

1 .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학대회 이상 의결단위에서 설립을 결정한다.

2 . 각 위원회는 자치활동을 위해서 별도의 규정과 조직을 가지며, 이는 전학대회 이상 의결단위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제 55 조(각 위원회)

1 . (위치) 각 위원회는 총학생회장 산하기구로서 총학생회 각각의 특성에 맞는 업무를 분담하여 해당 업무를 관장, 집행한다.

2 . (위원장) 각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 중운위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3 . (업무 및 권한) 각 위원회는 별도의 운영 규정을 두고 한해 사업방향과 내역, 예산 및 결산을 전학대회에서 의결한다.

 

 

산하기구?

학기 초 다이어리 배부는 누가 할까? LUCAUS는 누가 개최할까? 졸업 앨범과 기념품은 누가 나눠주는 것일까? 사물함 배정은? 매년 현수막이 걸리는 한자 교육 특강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막연히 “총학생회 아니야?”라고 답하기 쉽다. 하지만 정확한 답은 ‘총학생회 산하기구’들이다. 총학생회면 총학생회지 ‘총학생회 산하기구’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위는 산하기구에 대해 명시해 놓은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 학생회 회칙 제 10장의 전문이다. 산하기구는 위원장이 중앙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총학생회장으로부터 임명되며 별도의 운영 규정을 두고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자치기구이다. 각 위원회는 총학생회 각각의 특성에 맞는 업무를 분담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캠퍼스에는 어떤 위원회들이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

 

인권복지위원회, 문화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는 기존에 존재했던 산하기구다. 작년부터 성평등위원회가 출범하면서 4개의 산하기구 체제가 되었다. 각 위원회들의 사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봐왔고, 매년 반복되는 상당수의 일선 실무들을 맡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올해 총학생회 산하 임시기구로 ‘교육개선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교육개선위원회는 ON-AIR 총학의 공약이었던 교육환경개선운동을 수행하기 위한 기구로, ‘교육환경개선’이라는 특정한 사안에 대처하기 위한 총학의 TF(Task Force)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의 추천으로 선임되었고, 위원들은 단과대별로 1인씩 추천받아 구성하였다. 교육개선위원회는 ▶학교 교육 여건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 수렴 ▶학교 교육여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지표) 확보, ▶학교 측에 교육여건 개선안 제시, ▶교육개선위원회 활동 내용을 학우들에게 공유 ▶16학번 정시 광역 모집과 관련한 내용을 협의체에서 논의[2] 라는 5가지 기본 역할을 가지고 있다.

 

 

밑빠진 학생자치 산하기구로 막기

각각 작년과 올해에 출범한 성평등위와 교육개선위는 기존 중앙대의 산하기구 활용방식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서 제시한 업무내용에서도 보았듯이 인권복지위원회, 문화위원회, 졸업준비위원회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총학의 일선 실무를 담당·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그들 내부적으로 정체성·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관성적 업무 집행을 지양해야 하는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이런 식의 활용은 분명 학생자치에 기여를 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실무를 전담하는 기구가 존재함으로써 총학에게 가중된 부담을 경감시키고, 총학이 다른 사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년 비슷한 업무를 맡기 때문에 ‘인수인계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전문성이 축적되어 업무 처리의 능률성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유형의 산하기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산하기구를 다른 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생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자치에 반영하여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이다. 학생 자치가 위기라는 말이 돌림노래처럼 매년 캠퍼스를 떠돌고 있다. 학생들의 참여 부족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각종 학생 기구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저조한 투표율로 적지 않은 학교에서 총학생회 성립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 자치가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에는 물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학생들의 이해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던 총학이 외면 받고 자치에 대한 관심이 하락한 이유다.

 

학생 사회는 이전의 거대 담론이었던 ‘민주화’에서 관심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기존 학생회 중심의 학생자치가 포괄하지 못하는 관심 분야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혹은 기존의 학생 자치가 포괄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선출직인 총학의 특성상 전문성 부족으로 학생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학생들의 이해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된 조직기반이라는 한계 속에서 이를 제대로 수렴·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해진 총학의 일선 실무를 담당·집행하는 역할을 넘어서는 산하 기구는 어떨까. 전문적 영역을 가지고 다양한 학생들의 이해를 자치에 반영하여 의제를 생산하고 활동하는 산하기구들이 자치 조직들과 일반 학생들 간의 간격을 좁히는 학생자치의 활로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분권화는 더 이상 기성 정치의 언어가 아니다.

 

 

다른 학교는 어떨까

그러면 타학교의 경우는 산하기구를 학생 자치에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먼저 몇 개 학교의 총학생회 회칙을 살펴보자.

회칙 상의 지위나 목적은 기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 준다. 위 네 학교 산하기구의 명칭은 달랐지만, 정체성은 비슷했다. 요약하자면 산하기구는 특정 영역 혹은 특정 대상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제도적으로 독립적인 활동과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고려대 안암캠의 회칙은 성립 기준까지 자세히 명시하고 있다. 보다 명확한 고대 회칙은 일반 학우들의 특별기구 설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고대의 특별기구체제를 형성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치’는 학생들과 직접 맞닿아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힘을 얻는다. 실제로 고대의 편입생위원회는 작년 2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학생회칙 특별기구 설립요건 1항 2항을 만족시켜서 특별기구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립근거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경희대의 경우, 산하기구 위원장이 학생대표자 신분을 가지는 점이 특이하다. 경희대 서울캠의 경우 특별기구 대표는 확대운영위원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대의원 자격을 얻고, 일부 특별기구 대표는 중앙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국제캠의 경우도 특별위원회 대표, 특별자치기구 대표들 이 전체학생대의원회의 대의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각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의사가 학생 사회에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제 네 학교의 산하기구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가 될 만한 산하기구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묶어보았다.

 

 

(1) 소수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형

 

먼저 살펴볼 것은 소수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의 산하기구들이다. 기존의 학생회 중심의 학생자치가 외면해온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학생자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학생 사회가 대표적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양대는 이 분야에서 활동이 두드러진 학교 중 하나다. 학생인권복지위원회를 제외하고도 성소수자, 장애학생,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중앙특별위원회가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끈건 2014년 2학기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에서 중앙특별위원회로 인준을 받은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 원회(이하 성소위)’였다. 2011년에 중앙운영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고 ‘준비위원회’로 활동해온 ‘LGBT인권위원회’는 학생대 표자들을 3년간 설득한 끝에 마침내 중앙특별위원회 소속이 되어 성소위로 이름이 바뀌었다. 성소위는 성소수자 인권 세미나, 인권 영화제, 성소수자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인권복지위원회와 공동 캠페인도 벌인 바 있고, 상시적으로 성소수자 상담을 맡고 있다.

한양대의 장애학생인권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도 소수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다. 장애학생인권위는 장애인식 개선 홍보활동이나 장애학생 동료상담,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의견 건의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12월에는 장애인 도우미 선수강 제도[4] 의 폐지를 위한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 해 약 2100명의 서명을 얻어내는 등 장애학생 권익보호에 앞장섰다. [5] 국제교류위는 완전하지는 않지만[6] 학내에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교류를 증진시키고 유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도움을 줘 차별 없는 캠퍼스를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경희대 서울캠에는 총유학생회가 2010년부터 특별기구로 존재해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7] 

 

고려대 안암캠에도 다양한 범위의 소수자들을 위한 기구가 마련돼 있다. 복학생이나 편입생까지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려대에서 학생 자치와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학생자치특별위원회 측은 “그 수와 의제의 다양성이 고려대 특별기구 체제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특별기구들의 다양성은 고려대학교가 갖는 장점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편입생위원회에서는 “편입생위원회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의 필요성을 이끌어내고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이를 공론화하여 문제를 개선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며 의의를 밝혔다.

 

총학생회 산하기구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의는 크다. 말 그대로 ‘소수자’이기 때문에 총학의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 제도적 안정성이 필요하다. 한양대 이자민 전 LGBT 위원장은 “중특위(중앙특별위원회)가 돼야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내에서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 등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 위해선 동아리나 학복위(학생인권복지위원회) 산하 단체로는 예산, 독립성의 문제 등 실질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지금은 아니더라도 후에 LGBT 활동에 불만을 갖는 총학생회가 당선될 경우 예산 배정을 제한하거나 각종 사업 진행을 불허하는 등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8] 고 밝힌 바 있다. 제도적으로 산하기구가 보장해 주는 안정성의 의의를 엿볼 수 있다.

 

(2) 총학생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유형

 

총학생회는 선출직이다. 투표를 통해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의사가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이 총학의 전문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을 둘러싼 내· 외부적 요구는 복잡해지고 있고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 대표가 참여함에 따라 총학의 전문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총학의 전문성을 제고 하여 정책적·전략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산하기구들이 존재한다. 독립적으로 전문성을 축적하면서도, 총학과의 연계가 특히 중요한 유형의 산하기구들이다. 보통 교육 정책이나 등록금과 관련된 기구들이었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전문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활동이 뚜렷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총학에 종속되어 산하기구로서 역할이 퇴색된 경우도 있다.

 

그 중 서울대의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이하 대자연)가 돋보인다. 대자연은 2011년 ‘서울대학교 법인화’가 이루어진 이 후 학생사회 대응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법인화’라는 엄청난 흐름 속에서 학생회가 단지 외부의 자문에 의존 하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기에 구체적인 변화를 가늠하기 위한 방책으로 연구기관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4년도 대자연 위원장이었던 양기원씨는 “대자연은 학내 거버넌스[9]와 재정 문제에 대하여 학생사회가 자체적으로 자료의 축적, 연구, 분석을 진행한다는 시도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학생회가 바뀌더라도 나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 산하기구로서 비교적 장기적인 안목에 따라 학생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자연의 주요 역할은 ▶대학본부의 재정, 정책 등 각종 교육행정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및 자료청구 ▶획득한 자료의 보 존·관리·공개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대표에 대한 자문 ▶ 학생 자치단체의 의뢰에 따른 연구·자문 등이다. 이런 역할을 바탕으로 대자연은 최근 서울대 학생사회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낸 조직 중 하나다. 교수채용과 관련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고, 작년 총장선거를 앞두고 모의총장선거를 주관해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총장선거에 학생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대 국정 감사에 대비해 국회 제출 자료를 작성하는 한편,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참여해 등록금을 2012년에 5%, 올해 0.3% 인하를 이끌기도 하였다.[10] 

 

(3) 학생 사회의 기록을 보존하는 유형

 

학생 사회의 기록물들은 금세 휘발된다. 따로 보존하는 기관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학교의 총학생회 홈페이지들이 개설된 이후에는 그나마 인터넷으로 최근 자료들은 찾아 볼 수 있지만, 홈페이지의 개편 과정에서 전에 있던 자료들이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중앙대의 경우 작년에서야 총 학생회 홈페이지인 ‘중대 중심’이 개설되었다. 2014년 이전 자료는 ‘중앙인’에 극히 일부가 산발적으로 올라와있을 뿐이다. 학생들의 학생회비로 움직이는 총학 정보의 접근성과 공개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차치해두더라도, 학생 자치 측면에서도 좋은 현상이 아니다. 진보는 지식의 축적으로부터 온다. 과거를 항상 참고할 수 있어야 앞선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재학 기간이 제한되어 있고, 총학의 집행부원의 상당수가 저학년인 대학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학생 사회의 기록물과 총학생회가 긴밀하게 연계될 때 총학의 정책적 역량은 강화되어 학생들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서울대의 산하기구인 관악자치도서관과 고려대의 특별기구인 생활도서관이 기록 보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두 기구 모두 학생들이 운영하는 도서관으로서 도서관 역할을 포함하여 학술·세미나 지원·자치공간 대여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학생 사회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울대 총학생회 회칙에서는 “자치도서관은 학생사회의 기록 보존 및 학술 사업을 담당하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지위를 보장받는다.”라고 쓰여 있다. 자치도서관은 현재 학생 사회가 발간·제본한 자료집, 전체학생대표자 회의 자료집, 단대 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 선거 자료집 등을 보존하여 언제든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려대 생활도서관도 비슷했다. 고려대 생활도서관 운영위원은 “90년대, 2000년대 학생들의 고민이 담긴 학생사회의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모으고 있다”며, “학생 사회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11] 고 생활도서관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양기원 전 대자연 위원장은 학생 사회 기록 보존에 대해 “현재 대학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경험하지 못한 후속세대들에게 문제의 뿌리에 대해 알려주는 작업이 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행동의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12] 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4)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유형

상설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산하기구들도 존재한다. 네 학교 모두 회칙 상으로 한시적 산하기구의 존재를 인정 하고 있다. 비정기적인 중요한 사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중앙대의 임시기구인 교육개선위 원회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네 학교 중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필요에 따라 단기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기구인 특별위원회’를 운영한다. 작년에는 ‘세움단’과 ‘발전기금 BREAK’가 생겼다. 세움단이란 시흥캠퍼스에 들어설 기숙사 준공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총학의 TF팀 이다. 세움단은 시흥캠퍼스에 대한 학생 의견을 수렴하고,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에 학생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시흥캠퍼스 학생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13] 발전 기금 BREAK는 운영 내역이 공개되고 있지 않는 발전기금 회계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공개 요청 하고, 서울대의 재정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만들어 졌다. 활동 기간 동안 자료 공개 요구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홍보물을 배포하는 한편 국회의원에게 발전기금 보도자료를 발송했다.[14]  하지만 팀장이었던 작년 총학생회장이 사퇴하여 동력을 잃었고, 활동을 조기 종료한 문제가 있었다.

 

고려대 안암캠에는 ‘필요한 경우 중운위 산하에 한시적으로 둘 수 있는 특별위원회’가 존재한다. 고려대도 다양한 활용을 보여주어 각각의 특위들이 여러 전문 분야에서 학생 자치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현재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들어가는 학생 대표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료 분석, 전략 기획을 수행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 대응 특별위원회’, 학생 자치와 관련된 내용들을 심사하고 안건을 만들어 의제화 시키는 ‘학생자치특별위원회’, 축제 주최의 전문성을 기하기 위한 ‘축제준비위원회’, 그리고 올해 5월에 출범한 ‘인:북스 도서 협동조합 준비 특별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이 중 학생자치특별위원회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회칙개정특별위원회’의 역할을 계승·확대하여 탄생했다. 회칙개정특위는 회칙개정을 위한 전담기구로서 회칙개정 안을 주도해왔다. 특히 부결과 정족수 부족 등의 이유로 4년 이라는 시간이 걸린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을 2012년 2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통과시키며 18년만의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을 이끌어냈다. 이를 이어 탄생한 학생자치특위는 올해 고려대 ‘지음’ 총학의 공약으로 만들어진 특별위원회로, 학생 자치와 관련된 내용들을 심사하고 안건을 만들어 중앙운영위 원회에 상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자치특위 측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정치성을 상실하고 기존의 사업을 되풀이 할뿐인 학생자치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생 사회의 신뢰성과 학생자치기구의 정당성 회복 ▶학생자치의 역동성과 역량 증진 ▶학생자치권의 보호와 확대를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회칙개정특위의 회칙개정 업무를 계승하여 맡고 있으나 총학생회 시스템의 모순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학생사회에서의 원활한 의견교류가 가능한 새로운 학생자치 시스템을 고민하고 그에 맞춰서 회칙을 변화시키는 조금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들은 상설 산하기구와는 달리 활동의 지속성을 보장받기 보다는 총학생회의 역량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단기 사안을 맡아 대응 역량을 높이고 총학의 과도한 역량 투하를 막고 있었다. 동시에 그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조율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고려대에서는 한 학기에 한번 열리는 전체학생대표자 회의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 상설 기구와는 달리 매주 열리는 중앙운영위원회 산하에 둠으로써 학생대표자들과의 긴밀한 연계와 신축성 있는 활동을 기하고 있다.

 

‘자치’의 문제는 ‘자치’로

 

앞서서 네 가지 유형의 산하기구들을 살펴보았다. 그 장점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중앙대에서도 참고하여 고려해볼만 하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여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산하기구들을 설치하면 다양하고 복잡한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의미 있는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평등위원회와 교육개선위원회의 활발한 행보를 기대한다. 정재민 성평위 위원장은 산하기구에 대해 “자치기구로서 그 기구가 내세우는 비젼이나 목표에 따라 학우들에게 물질적, 비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 이 그 역할”며, “총학생회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사업이 있지만, 모든 분야를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을 산하기구가 각 기구의 비젼을 반영해서 할 때, 산하기구의 역할을 다 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올해로 2대째인 성평위의 경우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여성주의와 성소수자에 대한 내부 세미나를 진행하고, 지속된 실무 경험을 축적해 전문성 획득을 기하고 있다. 교개위의 경우 특정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기구로서 각 단과대 출신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의 의견 수렴에 힘쓰고 있다. 교육여건의 객관적 지표를 비교분석하고 2010년부터 있어온 교육개선활동의 내용과 영향에 대한 자료를 모아 평가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확보 하고자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교개위 같은 임시 산하기구에는 독립성이, 성평위 같은 상설 산하기구에는 독립성과 지속성의 보장이 필요하다. 총학과의 연계가 이루어지는 산하기구의 특성상 종속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연계와 독립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산하기구가 총학에 종속되면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고 결국 유명무실한, 사문화된 기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학생회의 변동에 따라 위원들이 매년 바뀔 가능성이 높아 산하 기구의 전문성도 축적하기 힘들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성평위와 교개위의 독립성은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평위에서는 “현재로서는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다”고, 교개위에서는 “총학생회로부터 독자적 활동과 물질적 지원을 약속받았 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 교개위는 아직 기초를 닦는 단계이고, 성평위 같은 경우는 지속성이 걱정이다. 일단은 회칙 보완이 우선이다. 현재 중앙대의 산하기구 관련 회칙은 기술이 매우 간략하다. ‘자치활동을 위해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한해 사업 방향과 내역, 예산 및 결산을 전학대회에서 의결 한다’는 말이 만능열쇠처럼 쓰이고 있다. 내·외적인 자의적인 운영을 막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하기구의 지위, 구성, 업무 및 권한, 보고, 감사, 의무, 재정 등에 대해 총학생회 회칙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임시 산하기구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기 때문에 임시기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근거 조항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교육개선위는 어떤 의결 기구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기존 기구의 정착과 새로운 기구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총학 혹은 학생 대표자들의 필요에 의해서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성립 기준을 명확히 하여 일반 학생들이 주체가 된 산하기구의 설립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 특별위원회를 꾸린 고려대 ‘인:북스 도서협동조합’ 측은 “(도서협동조합을 통해) 조금 더 신선하고 다양한 형태의 학생자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흔히들 학생회나 학생 자치 같은 경우 본인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학생회가 주최하는 매년 같은 행사들이 아닌, 민주적 절차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사업을 한다면 자신의 이익과 직결시키고,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산하기구의 활용 가능성은 방대하고, 학생 자치는 활로를 찾아야하는 것이 확실하다. 산하기구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1  2015 년 1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 참고

2  구체적 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선후배 간 대면관계/유대감 형성, 2. 16 학번의 전공진입 지도, 3. 교육 및 휴식공간의 보장, 4. 1 학년 교양교육 구성 등

3  특별기구로 추가된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생위원회 위원장, 총유학생회 회장도 중앙운영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다.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사무국장과 인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중앙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만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4  한양대에서는 장애인 학우들이 원활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도우미를 두고 있다. 장애인 도우미는 장애인 학우와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수강신청시 우선권을 주고 있다.

5  한양대 교지 <한양>,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2014 년 봄호 ( 87 호) 참고 

6  한양대 교지 <한양>, 「경계 밖에 있다 : 외국인 학생」, 2014 년 겨울호 ( 90 호) 참고 

7  경희대 교지 <고황>, 「“총유학생회, 진정한 국제화를 묻다”」, 2013 년 겨울호 ( 86 호) 참고 

8  <한대신문>, 「필요성엔 끄덕끄덕, 타당성엔 절레절레」, 2012 . 11 . 03 .

9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방식을 말하며,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라고도 한다. (출처: 선샤인 논술사전) 

10  <대학신문>, 「위기의 총학, 새로운 역할과 나아갈 방향은」, 2015 . 03 . 22 ., <잠망경>, 「‘일못’ 총학,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2014 . 11 . 25 . 2015 68 호

11  <경향신문>, 「살아있는 생활 속 도서관, 고려대 ‘생활도서관’」, 2012 . 10 . 07 .

12  <잠망경>, 「[기획] ‘일못’ 총학,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2014 . 12 . 25 .

13  <대학신문>, 「올해 첫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 열린다」, 2015 . 04 . 12 . <대학신문>, 「시흥캠퍼스,학내 구성원 모두의 여론 수렴 필요해」, 2014 . 10 . 05

14  <대학신문>, 「안정과 자율,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서울대의 재정전략은?」, 2014 . 09 . 21 ., <대학신문>, 「‘발전기금 BREAK ’ 활동 종료해」, 2014 . 11 . 02 ., <대학신문>, 「총학, 발전기금에 정보공개 청구」, 2014 . 09 . 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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