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호보기/2013 가을겨울, 65호 <멀리 하기엔 너무나 가까운>

인문사회계열의 친절한 ‘지도’와 ‘개입’사이―인문사회계열 선거 ‘지도’ 위원회의 선거 개입 논란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1. 2. 1.

편집장 강석남

2013년 가을겨울 〈멀리 하기엔 너무도 가까운〉 인문대 학생회실 팻말 사진이다.

  흔히 민주주의의 꽃을 선거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학생 자치의 꽃도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 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 대표자가 될 수 있는 자격, 즉 피선거권의 유무를 판단하는 주체가 ‘학생’이 아니라면 어떨까. 우리의 대표자가 될 자격을 학교 본부에서 판단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학생 자치라 부 를 수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는 지금 서울캠퍼스 인문사회계열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징계자는 학생대표자가 될 수 없다는 ‘안내’

  올해 철학과 학생회장을 역임한 김창인(철학과 3)씨는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인 학생회장직에서 사퇴하기도 전에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에서 이상한 ‘안내’를 받은 것이다. 행정실은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이하 내규)’를 근거로 징계자는 출마할 수 없으며, 당선이 되더라도 학칙에 따라 ‘당선무효’시키거나 ‘일체의 장학금이나 행사지원금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취지를 안내했다.

  근거 없이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학칙의 일종인 내규 제4조 2항은 학생회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고, 2조에 따라 '선거지도위원회’를 가동할 경우 8조가 명시한 ‘당선무효’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지도위원회 (이하 지도 위)는 내규에 따라 학생대표 자 선거의 ‘감독 및 행정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다. 단과대 선거의 경우 ‘단과대 학장’을 위원장으로, 소속 학과장들과 소속 계열 행정실장 등의 교직원으로 구성된다. 실제로 안성캠 학생 사회의 경우, 2012년 총학선거 당시 지도 위가 당선무효를 결정해 13년 3월 재선거를 통해서야 총학을 선출할 수 있었다. 제4대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공고를 하기도 전에 선거지도위원회를 꾸리겠다는 통보를 인문사회계열 행정실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선관위 관계자는 행정실로부터 '선거인 명부를 제공하는 등의 선거 협조를 할 수 없고, 선거가 강행될 경우 내년 행정지원이나 단위 요구안 수용을 해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학생자치활동을 빌미로 한 사실상의 협박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문사회계열이 인문대 힉생회장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이 학생회 선거 출마를 고민하는 학생을 불러 ‘학칙에 따라 당선무효시킬지도 모른다’고 '안내’하고, 선관위에 실제로 당선무효 권한을 가진 '지도위’를 꾸리겠다고 통보하고, 내년 학생회 활동 지원 제한을 언급한 정황이 수립되기 때문이다. 한 인문대 선관위 관계자는 '학생회 선거 사전에 지도위 구성을 통보한 전례가 없다’며, ‘(인문사회계열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4조(선거권 및피선거권 자격기준)

② 피선거권의 기준은 다음과같다.
1. 4차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재학생
2. 각 학생회의 대표로서 손색이 없는 자
가. 전체 이수 학업성적이 평균평점 2.0이상인 자
나. 학사 및기타 징계사실이 없는자

10-5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
1997년 3월 1일 제정
주무 부처 : 학생지원처 학생지원팀

  다음은 행정실에서 ‘안내’의 근거로 제시한 내규 제4조 2항의 내용이다. 참고로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는 어떤 이유에선지 다른 학칙. 세칙, 내규와 달리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내규에 따르면 김창인 씨는 ‘학생회의 대표로서 손색’이 있다. 그는 여태 껏 세 번의 징계를 받았다. 첫 번째 징계는 2010년 4월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한강대교에 오른 후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받은 무기정학이다. 이후 김창인 씨는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무기정학 무효 판결을 받았으나. 본부는 '무기정학이 무효이지 징계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18개월의 ‘유기정학’을 내렸다. 세 번째는 김창인 씨가 2011년 11월,구 조조정에 대한 해결책을 찾자는 목적으로 모인 ‘원탁회의’ 기획단에 참여했다가 받은 15일간의 근신 처분이다. 본부는 ‘미허가 집회'를 열고 ‘미허가 광고물’을 부착한 점, 수업 및 연구 활동 방해, 시설물 손괴 [각주:1]등을 그 이유로 삼았다.

  '장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은 학생 대표자로서 자격이 없을까?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떤 잘못 때문에, 어떤 학칙에 근거하여,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살펴본 다음 그 자격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판단’의 주체는 누구인가. 인문사회계열의 교직원들은 그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4대 인문대학 선거 일정 공고문 사진이다.

논란의 여지 많은 내규 4조 2항

  피선거권의 기준을 누가 제시해야 하는지, 즉 학생 대표자의 자격을 누가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이 제시하고 있는 '선거지도 내규 4조 2항’은 합당한 근거로 볼 수 없다. 우선 학칙과 내규 사이에 모순이 있다. 중앙대학교 학칙 62조에 따르면 '학생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회칙으로 따로 정한다’고 되어있다. 선거는 학생회의 조직과 운영과 직결된 사항이다. 따라서 총학생회 회칙 61조는 총, 부학생회장 후보의 피선거자격을 명시하고 있다.[각주:2] 그럼에도 내규는 학칙이 총학생회 회칙으로 정한다고 명시한 피선거권을 다시 제한하고 있다. 학칙과 내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상위에 있는 학칙은 내규에 우선한다.

  또한 내규 자체의 난점도 존재한다. 먼저 2의 ‘가항에서 전체 이수 학업성적 평균 평점 2.0을 피선거권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생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규정이다. 성적과 학생 대표자로서의 자격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정 말 '가'항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질 수 있다면 학생 대표자를 선거로 선출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성적순으로 선출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항 또한 '징계’를 근거로 피선거권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난점이 존재한다. 먼저 성적과 유사하게 징계와 학생 대표자의 자격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이미 징계를 이행했는데 다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이중처벌’의 여지가 크다.

  다음으로 '징계’의 근거가 되는 학칙 의 '모호성’을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 제5조에서는 징계의 사유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 1항이 '학생 신분을 벗어난 행위를 하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이다. 앞서 언급한 김창인 씨의 징계사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학생 신분을 벗어난 행위’는 무엇인가? 확실한 기준 이 없다. 마찬가지로 '학교의 명예’는 누 구의 명예인가? 학교 법인의 명예인가, 학내 구성원 전체의 명예인가? 이 또한 확실한 기준이 없다. 이처럼 징계의 기준인 학칙이 모호한 경우,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으로 징계권 남용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징계에 따라 피선거 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학칙의 '위헌성’도 지적된다. 〈중앙문화〉 63호와 64호에서 연속으로 다뤘던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학칙 조항이 대표적인 예다. 헌법 제21조는 언론 · 출판의 자유와 집회 ·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대의 ‘시행세칙 9-12 학생 홍보물 게시에 관한 시행규칙’은  '허가받지 아니하고 무단으로 홍보물을 게시’하면 ‘학칙에 의거 징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백한 위헌적 학칙이다.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학칙에 근거한 징계를 피선거권 제한의 합리적인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김창인 씨가 ‘원탁회의’를 계기로 받은 징계가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징계 과정에 학생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을 보면, 징계를 결정하는 '상벌위원회’는 총장이 임명하는 '교수와 직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학칙을 기준으로, 학생 참여가 배제된 과정을 통해 '징계’가 내려지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징계를 근거로 학생 대표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반영되지 않는 우리의 목소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징계 규정이 부당하더라도 규정을 개정할 권리가 학생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비민주적인 상황을 개선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징계의 기준이 되는 학칙의 '모호성’과 '위헌성’, 그리고 징계의 기준과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가 배제되는 '시스템’이 하나의 조화를 이룰 때, 징계는 학교에 비판적인 학생 들올 규율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학내 자치언론 매체인 독립 저널 〈잠망경〉의 보도[각주:3]에 따르면, 재단이 교체된 2008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학생 징계 건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 2000~2007년 사이 징계는 단 한 건인데 반해, 2008년에서 2012 년 사이 징계는 17건으로 크게 늘었다. 자세히 보면 본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된 2010년 이후가 14건이다. 김창인, 노영수 씨를 비롯해 본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대거 징계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선거지도 내규 4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피선거권의 기준’이 학교에 비판적인 학생들이 학생 대표자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각하의 착시효과

  마침 지난 11월 7일’ '선거지도 내규 4조 2항’과 관련된 법원의 해석이 나와 다. 본교 독어독문학과에 재학 중인 노 영수 (독문과 4)씨는 작년 9월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중 징계 학생은 피선거권이 없다는 학칙, 즉 위의 '내규 4조 2항’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고 한다. 기업식 구조조정에 반대하다 징계를 받았던 노영수 씨는 같은 달 중앙대 학교법인을 상대로 총학생회 선거 후보 자격 확인’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중앙대 학교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서울 고법 민사 8부(재판장 배기열)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나 상소가 절차나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부적법한 것으로 보고 그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영수 씨의 법정 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피고가 형식적으로 승소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근거와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박주민 변호사는 형식적 승패와는 달리 이후 총학생회 선거 등에서 학교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여 주었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확인하여 준 판결이다’고 밝혔다.

 

“선거의 효력 역시 이 사건 총학생회에 귀속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앙대 '학칙’ 이 총학생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회칙’으로 정함을 명시한 것과, 학생회의 임무와 기능으로서 '학생 자치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총학생회 회칙을 근거로 총학생회가 '조직을 갖추고 있’고, 의결이나 업무 집행과정을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며 '구성원의 가입 •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된 다고 보았다. 따라서 총학생회는  피고(중앙대 법인)와 별개의 학생자치단체로서 비사단법인’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해석이다.

또한 재판부는 총학생회가 선관위를 두어 학생회장 선거도 직접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의 효력 역시 이 사건 총학생회에 귀속된다’고 보았다. 즉 총체적인 선거 과정이나 결과가 총학생회에 귀속된 범위에서만 작용하고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학칙을 구성하는 내규에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더라도, 총학생회가 그에 무관하게 후보 자격을 인정한다면 '후보로 등록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본 소송은 다툴 상대를 잘못 데려온 소송이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볼 수 없어 각하된 것이다. 후보자 자격은 총학생회가 확인해야 하는데, 후보자 자격 확인을 구하는 본 소송의 피고는 별개의 단체인 중앙대 법인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번에 승소할지라도 원고의 후보자 자격을 확인할 수 없어 본 소송은 부적법하다는 것이 이번 각하 판결의 취지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도 학교 본부가 '학생 대표자의 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의 해석을 도출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는 곧 학생 자치의 영역에서 학생 대표자의 자격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총학생회가 ‘중앙대 법인과 별개의 학생자치단체로서 바사단법인’이라는 재판부의 규정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인문사회계열에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내규 4조 2항’은 조항 자체로도 합리적 근거가 되지 못하며,학교 법인의 내 규이기 때문에 별개의 자치단체인 학생 회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하지 못한다 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은 이 번 판결이 김창인 씨의 피선거권을 제 한한 내규와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윤 형원 인문사회계열 팀장은 '이번 소송 은 학칙의 무효를 다룬 것이 아니기 때 문에 학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 다. 반면 이번 소송의 법률 대리인을 맡 은 박주민 변호사는 '이 판결은 학교가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자치조직의 선거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특 확인하여 준 판결’이라며 따라서 '다른 학생들, 그리고 다른 학생회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대학 교학행정실 팻말이 문 옆에 붙어 있다.

‘지도’와 ‘개입’ 사이, ‘지도’와 ‘탄압’ 사이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 계열에서 '내규 4조 2항’을 근거로 학생 자치에 개입하려는 정황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11월 7일 대학이 학생 대표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인문사회계열은 '인문대학 선거지도위원회’를 꾸렸다. 그리고 11월 14일, 인문대학 선거지도위는 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인문대 선관위에 발송했다. 이 공문에서 지도위는 학칙에 위배되는 사항이 ‘예상’되니 이를 지도키로 의결했다며, 선거지도 내규 4조 2항을 근거로 ‘피선거권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학생 후보자 등록 금지’를 인문대 선관위에 요청했다.

  '현재 학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학칙을 어길 것이 예상된다.' 단지 예상만으로 지도위를 꾸려 공문까지 발송한 것은 명백히 학생회 선거에 대한 개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이전의 지도위 사례를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2012년 안성캠 총학생회 선거뿐만 아니라, 2009년과 2010년, 2012년에도 안성캠 총학생회 지도위가 활동한 전례가 있다. 이때 지도위는 각각 '선거 중 편파적 징계’,‘부정선거’, ‘허위공약’ 문제를 계기로 구성되었다. 선거 과정 중 실제로 발생한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예상만으로 지도위가 꾸려진 이번 인문대학 지도위는 과거의 사례와는 달리. 실질적인 선거 개입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인문대 지도위가 발송한 공문에는 일주일 전 나온 '총학생회 후보자격 확인’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 전혀 언급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실상 선거지도 내규 4조 2항을 통해 학교 법인이 학생회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규정이 유명무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근거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다. 학칙, 내규와 같은 성문화 된 원칙을 강조하면서, 보다 상위의 원칙인 법률에 기반한 해석을 무시하는 모순적인 태도다. 이에 11월 15일 인문대 선관위는 공문을 통해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자격 확인’ 각하 판결과 인문대 학생회 선거 시행세칙에 의거해 선거를 진행한다는 의사를 지도위에 전달했다. 또한 선관위는 같은 공문에서 '선거 사전에 지도위를 구성한 전례 없던 일’로 알고 있으며, '선거 공고를 하기 전부터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동’은 '학생 자치에 대한 침해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문화〉취재 결과, 후보 등록일을 전후로 조숙희 인문대학 선거지도위원장이 강정헌 인문대 선관위원장을 불러 선거가 강행될 경우 ‘징계’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정도면 선거 개입 수준이 아니라,학생자치에 대한 탄압과 마찬가지다. 선관위는 선도지도위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발언을 '학생 자치에 대한 과도 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지도위가 본래의 ‘감독 및 행정지원’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의 전망은?

  인문대 선관위와 인문대 지도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의 전망은 어떨까. 우선 김창인 씨와 인문대 선관위는 선거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김창인 씨는 "징계받았다는 것을 숨길 생각도 없고, 후보자 약력을 통해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문대 학생들의 판단에 맡기 겠다고 덧붙였다. 김창인 씨는 후보등록을 마쳤고, 강정헌 인문대 선관위원장은 김창인 후보가 인문대 회칙과 선거 시행세칙에 대한 하자가 없음을 밝혔다.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에서도 선거 자체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 다. 윤형원 인문사회계열 팀장은 '현재 귀책사유는 무자격 후보자를 받아 선거 행위를 하게 한 인문대 선관위에 있다’며, ‘후보자가 잘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 자체가 파행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윤형원 팀장은 ‘해석의 여지에 따라 후보자의 선거행위 자체도 학칙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현재 학칙을 위반한 것은 김창인 후보가 아닌 인문대 선관위이기 때 문에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해석에 따라 후보자의 학칙 위반이 성립되면 선거가 파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윤형원 팀장은 ‘중요한 사항은 선거 지도위에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의 향 방은 인문대 지도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인문대 지도위가 학생 자치에 대 한 탄압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선거에 개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문대 지도위는 인문대 선관위에 발송한 공문에서 ‘(내규에서 규정한) 후보자 자격기준은 학생대표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며, ‘보편타당한 기준으로 합당'하고 '매우 엄중히 지켜져야 할 중요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학칙을 근거한 징계는 보편타당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 학칙과 내규 자체의 한계가 명확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원의 해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히려 학생대표자의 자격은 학생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학생자치의 원칙이 보다 보편타당하고 매우 엄중히 지켜져야 할 '중요사항’ 일 것이다. 이번 인문대학 선거지도위의 학생자치 선거 개입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당선무효나 내년도 인문대 학생회의 행정지원이나 단위 요구안 수용 등의 쟁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논란은 선거 이후에도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논란은 학생자치단체가 학교 법인과 별개의 단 체임을 확인한 법원의 해석이 나왔음에도, 학교 본부가 학생 자치에 개입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는 앞으로의 중앙대 학생 자치가 어느 곳을 향해 갈지 보여줄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다. 당장 선거를 앞둔 인문대 학생들과 중앙대 학생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1. 물건을 상하거나 부서지게 함 [본문으로]
  2. 61조 1항) 본회 회원으로 4차 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자 2항) 회원 50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단, 4개 단대 50인 이상씩) [본문으로]
  3. 2013.4. (잠망경) 6호, 「남발된 학생 징계. 유보된 학내 민주주의」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