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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4 가을겨울, 67호 <모범대학>

대학평가 지표 아래 멍드는 대학 자율성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1. 1. 30.

편집위원 서준상

성고서 연한중 경서동이

괄호는 작년 순위에 해당한다.

  10월 6일 2014년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발표되었다 순위를 언 뜻 들여다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서열과는 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순위를 보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제외했을 때 종합대학으 로서의 1위는 ‘서울대’가 아니라 '성균관대’다. 중앙대의 순위는 작 년과 동일하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지만 2013년 때 공동 8위였던 서강대를 9위로 떨어뜨리고 단독 8위가 됐다는 것과 7위인 한양대에 1전 차이로 따라붙었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 것 이다. 이렇게 중앙대가 약진하게 된 것은, 국제화 지수가 8위에서 6위로. 교수평가 지수가 6위에서 3위로 오른 것이 큰 원인으로 작 용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좋아 보인다. 이 기세라면 한양대도 따라잡을 수 있 겠다. 자세히 보면 서울대와 5점 차이밖에 안 난다. 이대로라면 2018년엔 중앙대가 꿈꾸는 '종합평가 5위’의 성적을 달성할 수 있 을 것 같다.

 

마음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대학생들이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거부하 는 운동을 벌였다 대학평가가 발표된 당일 고려대 총학생회를 포함 한 수도권 8개대학총학에서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기자회 견을 열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종운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중앙일보가매년 같은시기에 대학순위를공개하면서 자극적이고흥 미위주의 기시로대학의 서열화를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대학평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 난 2010년 수도권 8개 대학 교수협의체에서 대학평가 반대 결의 문을 발표한 적이 있고, 대학 총장 차원에서도 거부의 목소리가 나왔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반대는 단기적 화제에 머무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학생들의 대학평가 거부운동은, 비록 오랜 기간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대학 교육을 받 는 당사자인 학생이 처음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 목할 만하다. 그리고 그것은 대학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이념

  그렇다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어떤 문제점이 있기에 거부운 동이 확산됐던 것일까? 중앙일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평 가의 목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994년 국내 언론 최초로 대학평가를 시작했습니 다 매년 대학.학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로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 부모에게 생생한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밀히^!실증 적인 지표, 체계적인 방법론, 다각도의 평기-조사 사업을 통해 한국 대학사회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서 중앙일보는 20년간 언론사 대학평가를 주도해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본래 의도한 대로 대학 수요자 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했다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 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평가가 수요자에게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 해왔고, 대학사회의 발전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저해해왔다면 충분히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는 수량적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는데, 대학의 유의미 한 성과물을 하나의 지표로 획일화하면 개별 대학의 서로 다른 특 성을 무시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각 지표에 점수를 매겨 대학 사이 에 순위 경쟁을 시키게 되면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굳어져 있는 대학의 위계질서가공고화되어 학벌 사회가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대학평가의 수요자인 학생 . 학부모는 대학의 정보를 잘 모 르 는 상 황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순위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따 라서 대학은 순위에 직접 연관이 있는 양적인 지표를 올리는 데 치 중하게 됨으로써 각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평가에 종속되어 버린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순수한 의도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또한 중요한 문제다. 중앙일보를 포함한 언론사들이 평가 사업 을 계속하는 이유는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평 가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은 8〜10월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시기는 대학 수시 ■ 정시모집 시기와도 겹치며 학생.학부모가 대학 순위에 가장 민감한 때이다. 보통 이 시기에 대학들이 광고를 많이 하는 데, 연간 1천억 원에 이르는 대학 홍보비의 상당액이 대학을 평가 하는 ‘조중동’ 언론매체에 쏟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의 홍보 가 곧 좋은 대학평가로 이어진다는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학을 평가하는 언론사에 대해 대학이 어느 정도눈치를볼 수밖 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본래 의도한 것과는 한참 벗어나 그 자체로 한국 사회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행 사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저절로 구르는 마차’가 되어버렸다. 구체적으로 평가지표를 살펴보면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수요 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어떻게 대학의 자율 적인운영을 왜곡하고 있는지 문제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교육여건 및 재정 지표: '교수 활보율' 지표의 맹점

  교육여건 및 재정 부문은 총 11개의 지표로 이루어져 있다. 지 표를 통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고 있는지, 학교 재정 은 교육 • 연구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올바른 평가지표라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지표를 보면, 정량적인 수치로 파악될 수 있는 내용만 제공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 알기 어렵 다 교육여건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교수당 학생 수’나 ‘교수 확보율’같은 지표가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양적인 정보를 통해 도 출해낸 평가지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어떤 종류의 강의 가 이루어지는지, 강의의 질은 어떤지와 같은 실질적인 정보를 알 기 어렵다. 또한 재정조건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각 대학의 상이한 재정 규모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학 서열을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교육여건 지표중 '교수확보율’ 지표에는 맹점이 있다. 중앙대의 ‘교수 확보율’ 지표는 10점 만점에 10점에 해당한다. 이 지표만 놓 고 보면 중앙대는 정해져 있는 교수 편제인원만큼 제대로 인원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정도는 이와 다르 다. 대학알리미에서 집계된 2014년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보 면 중앙대(서울)는 47.1%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듣는 전공 강의 중 절반 이상이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전임교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전체 평균이 60.8%에 해당한다는 점 을 비교해볼 때 중앙대의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은 턱없이 낮다. 그런데도 교수 확보율이 100%에 해당한다는 점은 뭔가 이상하다.

  그 이유는 중앙일보 대학평가만의 독특한 지표 계산법에 있다. 중앙일보의 ‘교수 확보율’ 지표는 전임교원 교수뿐만이 아니라 비 전임교원에 해당하는 겸임 . 초빙교수도 포함한다. 교수는 전임교원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과 비전임교원(겸임, 초빙, 객원교수 등)으 로 구분되는데, 전임교원은 65까지 정년이 보장되지만 비전임교원 은 대학의 필요에 따라 1〜2년 단위로 계약된다.

  초빙교수는 외부에서 초청된 교수를 의미하는데, 주로 퇴직 교 수나 기업체 임원, 고위 공직자 등 외부 인사들이 학교의 홍보를 위해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겸임교수는 타 대학 또는 직장 에 종사하면서 강의를 맡는 강사를 의미하는데, 이름만 다를 뿐 시간강사와 별다를 것 없는 처우를 받는다. 2012년국정감사 자료 에 의하면 중앙대 겸임교수의 평균 연봉은 810만원인 것으로 알려 져 있다 또한 겸임교수 제도는 교수라는 ‘스펙을 추가하기 위해 남 발되는 경향이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겸임교 수의 59% 이상이 강의나 연구 실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6 이 러한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초빙 및 겸임교수가 교수 확보율 지표 에 포함되는 것은 실질적인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한다.

  또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대학 내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 도 문제로 지적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교수사회의 비정규직’ 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용조건 상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동일직급 의 전임교원에 비해 급여 등에 있어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사립 대의 비정년트랙 선호 현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은혜 새민 련 의원의 조사에 의하면, 4년제 사립대 83곳에서 2013년 고용한 전임교원 중 절반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고용되었다. 대학 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비율이 늘어날 경우 전반적인 교원의 신분 및 처우개선이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뿐만 아니라 교수의 역 할 중 하나인 학문 연구의 기능이 도외시될 위험이 크다.

  그렇지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형식적으로는 전임교원에 해당 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전임교원확보율을 비롯한 각종 지표에서 지 표를 올리는 꼼수로 사용되고 있다 ‘100%’에 해당하는 중앙일보의 교수 확보율은 대학에서 늘어나고 있는 비정년트랙 교원의 현실을 은폐할뿐더러 수요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화 지표: 급증한 영어강의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때문이다?

  국제화 지표는 총 6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영어강의 비율’ 지표가 이전부터 계속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2006년부터 국제화 지표에 ‘영어강의 비율을 추가했다. 그와 비례 하여 대학 내 영어강의 비율이 증가했는데, 2006년 전공 강의 중 3-4% 수준에 불과하던 영어깅*의는 최근 25〜30% 수준까지 급 증했다 중앙대 역시 영어강의 지표에서 2012년부터 쭉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이것은 전체 전공강의 중 영어로 개설된 강의 의 비율이 20%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강의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 변이 대부분이다. 홍지영 부산시의회 연구위원과 이광현 교수의 「대학 영어전용 강의 실태와 학습 효과」논문에 의하면, 대학생 10명 중 4명가량이 영어강의의 60%도 이해하지 못했으며, 영어강 의가 영어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답변한 학생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늬만 영어강의일 뿐 궁여지책으 로 한국어와 영어를 혼합해서 강의하거나 학생들의 동의 아래 한 국어로 강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 '대학영어전용강의 실태와 학습 효과성 연구' (2013)

  교수와 학생 모 두 되지도 않는 영어 때문에 고통을 받을뿐더러 전공 지식을 얻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영어강의가 도입되 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은 중앙일보가 '국제화’에 대해 뚜렷 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양적인 지표만을 제시 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또한, 대학은 국제화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재한 상황에서 평가지표의 점수를 채우는 데에만 급급 했다. 결국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우리말로 들을 수 있는 권리 가 침해됨에 따라 강의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되었다.

  중앙대는 국제화 지수에서 6위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만큼 대 학이 국제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대의 국제화 지표 순위 를 보면 28위인데, 영어강의는 35위인 반면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 성은 2위에 해당한다. 이 지표만 보고 서울대가 글로벌한 대학이 라고 판단하기는 무리지만,6위인 중앙대와 28위인 서울대가 국제 화 부문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 다. 두 대학의 국제화 지표를 비교하는 대신에, 양적 지표를 통해 국제화 정도를 판단하겠다는 중앙일보의 국제화 지표가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교수연구 지표: 지식생태계를 교란하는 평가지표

  교수연구 지표는 대학 평가지표의 33%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주로 '연구비’ 또는 '논문 수’와 같이 양적인 정보에 의해서 측정되 지표를 기본으로 한다. 중앙대는 교수 성과급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한대학답게 이부문에서 3위라는높은 성적을기록했다.

  그렇지만 교수연구 지표는 양적인 지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교 수가 학문 내에서 어떤 지식을 생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담아 내지 못한다. 강명구 교수는「어떤 학자와 교수를 키울 것인가 : 대 학평가와 지식생산」이라는 논문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 화된 대학평가가 교수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탐구한다. 논문을 보면, 2000년대 이후 대학에서는 실용적 분야 전공 박사 들이 주로 임용되고 연구의 주제가 미시적인 계량 연구로 집중되 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론적. 철학적 연구를 주 전공으로 하는 학 자들이 대학에 임용될 기회를 갖지 못함에 따라 학문 내에서 비판 적 지식이 많이 생산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비록 이 논문 의 대상이 수도권 대학의 언론학 교수들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러 한 현상이 비단 특정 학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읍 고려해볼 때 이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볼 수 있다.

  교수연구 지표 중 ‘교수 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지표와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피인용 지표는 각각 30점과 10점에 해당한다. 이 와 대조적으로 ■교수당 국내 논문 수’ 지표는 15점에 해당한다. 이 는 중앙일보가 국내 논문보다 국제 논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서 ‘우리말로 학문하기’를 강조해 온 구 연상 숙명여대 교수는, 언론사 대학평가가 우리말을 병신 말(온전 치못한 말)로 만들고 있다며 학문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학술지가 천시당하는 현실은 학문 내에서 특정 언어가 권 력을 쥐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말로 학문하는 것이 점 점불가능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조선 시대에서 학문 어(한자)와 생활어(한글)의 위계가 있었던 것처럼, 현재 또한 학문 어(영어)와 생활어(한글)와 같이 언어의 위계가 발생하고 있다 언 론사 대학평가는 우리말이 학문어로서 권위를 가지지 못하게끔 방조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 스스로 주체적인 학문을 할 가능성이 봉쇄되고 있다.

 

평판/사회진출도: 대학 서열화 고착화하는 평가 지표

  평판.사회진출도 지표는 기업 ■ 정부 인사담당자 750명과 교육 계■예술계 인사 350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싶은 시, 기부하고 싶은 학교인지, 학교의 발전 가능성은 있는지 둥의 설문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한 지표다. 재정 및 교 수연구 지표가 투입 부문에 해당한다면, 이 지표는 산출 부문에 해^ 한다.

  이 부문의 평가지표 순위를 보면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1-2-3위는 SKY 대학들이 돌아가면서 순위를 차지하였다.9 이것 은 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에 기인하는 것인데,학벌주의가 굳어져 있는한국의 경우 이 순위는 쉽게 바뀌지않는다

  또한, 설문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인사 담당자 및 교육 ■ 예술계 인사들이 각 학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설문조사에 응했다 고 보기 힘들다. 이 방식에 따르면,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사람들이 대학에 좋은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순환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대학평가 방법이라고 할 수 없 다. 또한, 대학 내부의 교육의 질과 관련된 평가가 아니라 대학 외부의 시각이 반영되는 지표이기 때문에 평가자의 주관성에 휘둘 릴우려가 있다.

  

대안적인 대학평가는 가능한가: 독일 대학평가의 경우

  2004년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에서 대학평가 결 과를 공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독일은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 어 일류대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곳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 이다. 이러한 편견을 깨뜨린 슈피겔의 순위빌-표는소수의 엘리트대 학이 독일 내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증명하고 있다.

  슈피겔지의 조사는, 교육여건이나 연구실적 등을 평가기준으로 하는 전통적인 조사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대학생들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시행하는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였다. 엘리트 학생들이 어 느 대학에 공부하고 있는지를 조사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슈피겔 의 대학평가 결과에 따르면, 독일대학에서도 엘리트 교육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전공분야에 대해서 최고 의 대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 서울대라 고 하면 저울대’라고 하는 고유의 위치 때문에 모든 전공분야에서 최고여야 한다 이것은 다른 대학이 특정 학문에 대해 더 나은 성 과를 거둘 가능성을 봉쇄한다. 서열화된 대학평가에 따라 서울대 위주의 기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대학사회 내 에서의 균형 있는 성장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중앙대는 오래전부터 예술 분야에서 강점을보이고 있는 대학이 었다. 연극 ■ 영화 전공만 하더라도 실력 있는 배우와 감독들을 배 출한 학과이며, 문예창작학과의 경우 오정희 . 박민규 등 유명한 문 인들을 배출한 바 있디: 그렇지만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로 대학 을 평가하게 되면, 예술 분야는 투자가 바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 는 분야라는 점에서 금방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지표로 획일화하는 방식의 대학평가가 아니라 다양한 전 공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대학평가가 이루어진다면 학과의 자율성 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고함20: 학생들의 목소리로 실질적인 대학 정보를 담다

  20대 대표언론 ‘고함20’에서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8월까 지 1주일에 한번씩 대학생의 시각에서 살펴본 대학평가를 홈페이 지에 연재해왔다. 그들은 "강의실에서는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 지만 고함20을 통해서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함20은 재정요건이나 연구실적 같이 기존 언론이 대학을 평가해 온 방식을 거부하며,학생의 관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대학을 평가한다 이를테면 학식, 대학언론, 기숙사, 동아리방, 수강신청같이 학생들에게 더 밀접하 게다가오는 정보들 말이다.

  이런 지표들이 과연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에 대 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참고할만한 점들이 많 다 고함20의 평가지표중에는 '대학 총장선거’, "학칙개정: '총학생 회’, 지간강사 처우 방식’과 같이 대학의 민주성을 평가하는 지표 도 존재하며, •수강신청’이나 ■예술계열 실습환경’ 등 대학의 실질적 인 정보또한 제공하고 있다.

  고함20의 대학평가는 학생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 는 정보를 담고 있디-. 이 평가지표들이 시장적 가치로 나타나지 않 는다는 점에서 주요 대학평가에서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지만. 독 일에서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관한 내용을 평가지표에 활용한 실례가 존재한다.11 무엇보다도 수요자에게 대학의 실질적인 정보 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함20의 대학평가는 진지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대학 위에 기업 있는 한국사회, 대학만이 거부할 수 있다

  입시철이 되면 조.중.동 언론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시행한 평 가를 통해 순위로 표현되는 대학평가를 발표한다. 언론사는 신문 을 통해 평가를 발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내년 대학평가는 올 해의 실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니 성과관리에 "만전을기할 것”을 대학에 주문한다. 대학은 대학평가에 끌려다녀 이래저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언론사 대학평가는 평가지표에서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을뿐 더러 한국 대학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다. 여러 가지 해악이 많 은 대학평가 지표에 한 번쯤이라도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평가 지표를 거부한다거나 또는 대학평가를 거부한다는 움직임을 보인 다면 언론사 대학평가 또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곧 대학 내에서 비판적인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 지만 한국 대학이 전반적으로 기업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중앙 일보 대학평가 거부는 실질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올해 상반기 삼성그룹에서 새로 정규직 인원을 고용하는 방식 으로 ■총장추천제’를 발표하여 각 대학에 인원을 통보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표를 살펴보면 중앙대는 삼성그룹으로부터 45명을 할당받았다. 이 지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그것은 곧 채용 인 원수만큼 서열화가 이루어지는 대학의 위계질서를 받아들이는 것 을 의미한다. 대학이 기업을 위해 맵시를 잘 가꾸고 매력적으로 보 이도록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게 될수록 대학의 자율성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삼성 총장 추천제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중앙일보 대학평가 를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로 인정하면 대학평가에서 서열화되는 위 계질서를 그대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로 인해 대학들이 순위 경쟁을 위한 제 살 깎기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학내에 원하지도 않는 영어강의가 늘어나는 등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가 전가 되고 취업률 지표에서 취약한 학과들이 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피해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삼성의 총장 추천제는 그 방식이 노골적이라는 점 때문에 많 은 반대에 부딪혀 취소된 바 있다. 그렇지만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2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오며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외양상 둘은 서로 다르지만, 사기업이 대학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는 같다. 우리가 표의 ‘45명’이라는 인원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것은 우리 대학이 고작 ‘45명’밖에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업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8위’의 성적표 또한 마찬가지이다 평가지표 하나에 일 희일비하는 대신 그것을 거부할 답안지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대학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 제와도 직접 연결된다. 대학은 기업 및 시장논리에 의해 평가됨에 따라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대학의 본질이 위태로워지는 상황 에서 우리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해 한 번이라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학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면 우리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대안적 인 대학평가도 생각해볼 수 있다. 확실한 것은, 대학 내부에서 비 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지 않는다면 대학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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