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권혜인
하나, 학교본부는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한 의무 불이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라.
하나, 학교본부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명확한 입장을 표하고,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시급히 착수하라.
- 중앙대 다수 학생 대표자 성명문 ‘실종된 등록금을 찾습니다’
중앙대 학생 대표자 1들은 등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본부에 대해 위와 같은 성명문을 발표했다. <중앙문화>는 지난 호의 ‘대싸강 시대, 등록금을 찾습니다’라는 기사에서 등록금 반환 요구 과정 속 대학본부와 학생 간 비대칭적 소통구조를 짚었다. 지난 학기 내내 등록금 반환은 안된다는 태도를 취하던 본부가 1학기가 끝난 후 6%의 등록금을 반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2학기에도 학생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주제 역시 등록금이었다. 여름 방학부터 2학기 전반에 걸쳐 진행된 등록금 반환에 관한 논의를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8월 11일 – 특별 장학금, 조삼모사였나
“우리 대학은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실 학생과 학부모님의 부담을 작게나마 덜어드리고자, 1학기 학부 재학생 전체에 등록금 실 납부액 6%를 특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2
8월 11일 본부는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1학기 학부 재학생 전체에 등록금 실제 납부액 6%를 특별 장학금으로 주고, 성적 장학금은 축소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등록금 반환’이었다.
그러나 중앙대의 특별 장학금이 처음부터 등록금 반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본부는 코로나 확산으로 가계 곤란을 겪는 학생을 위해 소득분위 등을 고려해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특별 장학금은 처음에 이 장학금을 이르는 말이었다. 본부는 전체 학생에게 돌아가는 등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등록금 대비 대학의 교육비 투입 비율을 뜻하는 교육비 환원율이 높고 코로나 19로 인해 지출이 늘었기 3 때문이다.
한편, 학교 밖 상황은 좀 달랐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학습권을 침해한 대학에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높아져 등록금을 환불 해주겠다며 나서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6월 30일 건국대학교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2학기 등록금을 8.3% 감면받거나 환불받게 해준 것이다. 7월 28일 기준, 30개의 국립대학교에서 등록금을 10% 환불해주기로 했다. 4이후 많은 대학교에서 2학기 등록금을 할인해주거나, 1학기 등록금 중 일부를 특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환불해 주었다.
이렇듯 강하게 이어진 학생사회의 요구에 못 이겨, 연이어 등록금 반환 결정을 내리는 타 대학들 때문이었을까? 중앙대에서도 8월 3일과 5일 이틀에 걸쳐 등록금 반환에 관한 회의가 개최됐다. 학생 대표로는 이인재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전자전기공학부 4)과 경영경제대학 최승혁 학생회장(경영학부 3), 안성캠퍼스 김진한 비상대책위원장(연희예술전공 4)과 생명공학대학 김무성 학생회장(식품공학전공 3)이 참석했다. 회의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는 8월 8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발행한 〈등록금 환불 협의 보고〉 카드뉴스가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학생 대표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미집행 예산 등을 모아 특별 장학금의 형태로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교 구성원인 학생이 학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교 재정 상황을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는 미래를 대비해 적립금과 예비비를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에서 감소된 수익은 약 200억 원에 달하고, 반대로 코로나 19로 인한 추가지출 규모는 15억 원에 달한다며 학교 재정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따라서 본부는 학생 대표자들에게 “성적 장학금 조율을 통해 특별 장학금 형태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를 요청” 5했다. 성적 장학금 수혜 인원을 학년별 재학생의 10% 이내에서, 3% 이내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특별 장학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38.3억 원 중에서 성적 장학금 지급 비율을 줄여 43%에 달하는 16.6억 원을, 학교의 장학기금과 예산 절감을 통해 나머지 21.7억 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본부와 학생 대표자들은 2학기 등록금과 특별 장학금 관련 협의체를 마련하고, 성적우수장학금 개편 시에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2학기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사 관련 협의체를 만들 것을 합의했다.
성적 장학금 축소 소식을 듣고 학생들은 반발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것은 8월 11로, 1학기가 끝난 후였다. 학생들은 성적 장학금 축소 소식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특별 장학금의 본질은 침해받은 학습권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진행해야 할 등록금 반환이었다. 원래 학생들의 몫이었던 성적 장학금의 명목을 바꿔 학부생에게 다시 나눠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여론을 인식한 학교 측은 성적 장학금이 특별 장학금 재원 마련을 위해서 축소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6 박상규 총장은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적 장학금 축소는 특별 장학금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기보다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의 변별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기인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 7하다고 말했다.
9월 19일 - 본부와 중운위 탈탈 털어드립니다, 탈곡기 등장
“(8월 3일과 5일) 등록금 환불 협의회에 학생대표 4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납입액 6% 수준의 특별 장학금 지급과 성적 우수 장학금 축소였고, 협의회에 참여한 두 사람은 이에 동의하고 왔죠. 누구 마음대로 동의하십니까?”
- 9월 19일, ‘총학 탈곡기 출동, 떼인 등록금 받아드립니다’ 중에서
‘프로젝트 탈곡기’는 특별 장학금과 성적 장학금에 대한 협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의문을 가진 중앙대 서울캠 학부생 1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회의록, 페이스북, 대학 알리미를 통해 공개된 자료를 재구성해 본부와 중운위가 진행한 지지부진한 논의의 과정을 카드뉴스로 발행했다. 탈곡기 측은 “중운위도 본부도 등록금 반환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 8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서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 안건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곡기’ 측은 ‘중운위와 총장단은 2주 내로 모든 학우가 질의 가능하며 등록금 반환을 주제로 한 전체공개 공청회를 열고 각각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는 안건을 발의하기 위해 온라인 연서명을 받았다. 9 355명의 연서명이 모여 안건은 확운위에 상정되었고, 대표자의 과반 이상이 찬성해 가결됐다. 10확운위 이후에도 탈곡기 측은 총학생회가 공청회를 추진하는지 진행 상황을 검토했다. 또한 이후 치러진 학생 대표자 선거에서 각 선거운동본부에 후보자의 등록금 반환과 학사 과정 결정권, 학내 소통 구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프로젝트 탈곡기는 등록금 의제를 관련 사안을 추적하며 총학생회가 이끌지 못한 등록금 논의를 주도했다. 탈곡기 소속 정윤호 학생(정치국제학과 3)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탈곡기의 성과에 대해 ‘총학생회는 등록금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탈곡기가 활동한 이후 열린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 속기를 보니 공청회 개최를 강하게 주장’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총학생회의 행동을 이끌어낸 것은 ‘비대면 상황에도 불구하고 탈곡기가 일반 학우들과 함께 만들어낸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본부를 상대로 한 등록금 논의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9월 23일 리더스포럼 – 그럼에도 적립금은 쓸 수 없습니다
9월 23일, 학생 대표자들과 총장단 사이의 만남의 자리인 리더스포럼이 열렸다. 인문대 전유진 학생회장(역사학과 3)은 총장단에 “등록금 환불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며 적립금 사용처에 의문을 갖는 학생사회의 요구가 있으니, 적립금 사용 내역과 계획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등록금 반환을 위해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생들의 오랜 불만이었다. 중앙대학교는 전국에서 적립금이 천억 원이 넘는 20곳의 대학 중 하나다. 11교육부는 이런 대학에 대해서는 7월에 선정한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 대상에서도 우선 배제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적립금이 1000억 원 이상 있는 사립대는 재난적 상황에서 고통 분담을 위해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산호 행정부총장은 그럼에도 적립금 전액을 마음대로 전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적립금에는 건축과 원금보존 적립금 12 등 용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김교성 기획처장은 적립금이 먼저 들어가야 할 곳이 많은 데다가 학교의 줄어든 수입과 손실 13을 막기 위해 적립금을 모아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험실습비, 어디에 쓰셨는지 알려주셔야죠! 리더스포럼에서 통일공대 공승환 학생회장(건축공학전공 4)은 “창의ICT공과대학과 소프트웨어대학 실험실습비의 사용처가 공개되고 있지 않”다며, “저번 학기에 실험 기자재들을 학생들이 사용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6%가 아니라 그 100만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100만원은 공과대학 등록금의 450만원 중에서 실험실습비로 분류되는 금액이다. 김교성 기획처장은 “결산을 연 단위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썼고 어느 정도를 안 썼는지는 추후에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간 결산을 완료한 후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재유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생명과학과 3)은 “지난 1학기 자연대 내 4과의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실험실습 수업 준비가 아닌 학과사무실 용품을 구입하는 등” 학생들의 실험실습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학생들에게 공개되는 실험실습비 집행내역서는 너무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실험실습비 진행내역서를 세부항목으로 상세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백준기 교학부총장은 이번 학기 실험실습비는 대면 실습시 계속해서 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류덕현 교무처장은 “실험실습비는 이미 학과단위로 내려가 있”으며, 비용 사용에 대해서는 학과 단위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결산자료가 확보가 되면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본부의 입장이니, 연간 결산 이후에는 실험실습비 결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각 학과의 학생회는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을 규명하려 노력했다. 통일공대 학생회는 2학기 초 실험실습비를 환불하라는 단위 요구안을 제출했다. 본부 측에서는 올해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를 공지하라고 단과대별로 요청했고, 이에 따라 단과대 홈페이지에 학부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가 게시되었다. 전자전기공학부 학생들은 게시된 사용계획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관련 게시물들이 올라왔고, 전자전기공학부 학생회는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파악했다. 학생회는 실험실습비가 학부생들의 실험실습을 위한 비용 외에 다른 곳에도 쓰인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학부장, 예산팀 팀장, 교학지원팀 팀장, 총학생회장 등에 면담을 요청해 해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전자전기공학부 학생회는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에 표기된 1억 9천만 원 가량의 실험실습비 예산은 학교에서 지원되는 1인당 학부 예산을 의미한다는 것과, 해당 예산에서 실험실습 비용과 함께 학부 운영을 위한 비용도 빠져 나간다는 점을 밝혀냈다. 학생회는 몇월 며칠 페이스북을 통해 배정된 예산 중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용하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학부생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실습실을 만드는 것으로 논의했고, 다음 학기부터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전기공학부 김건 학생회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전자전기공학부는 공과대학 운영위원회를 통한 공론화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과대학 등록금이 다른 단위에 비해 100만원 가량이 비싼 것에 대해 해당 등록금이 어떻게 책정되고 사용되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1인당 20만 원 가량의 실험실습비를 제외하고 학부 운영 예산이 따로 지급되지 않은 점 등의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9월 28일, 확대운영위원회 – 공청회에 나와 각각의 의혹에 대해 설명하라
9월 28일,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프로젝트 탈곡기’가 상정한 ‘중운위와 총장단은 2주 내로 모든 학우가 질의 가능하며 등록금 반환을 주제로 한 전체공개 공청회를 열고 등록금 환불에 대한 각각의 의혹에 대해 설명하라’는 안건이 통과됐다. 연서명 대표 1인으로 확운위에 참석한 정윤호 학생은(정치국제학과 3) “법적인 근거도, 물적인 근거도 없이 그저 주장 하나로 우리에게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그냥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냐”며, “중운위에도, 본부에게도 방금 여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 일반 학우들이 목소리를 냈”다는 안건 상정의 취지를 전했다.
이뿐 아니라 안건에 대한 질의 순서에서 학생 대표자들은 등록금 협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철학과 이양선 학생회장은 “더 이상 학생회가 본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으며, 학생의 입장을 본부에게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입장대로 학우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을 본부와 어떤 식으로 타결해낼 수 있는지 면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세빈 정치국제학과 학생회장은 “진행 상황 등을 좀 더 확실하고 상세하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논의에 포함시켜야 “중운위만이 아닌 전체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2학기 등록금 환불의 경우에는 1학기때 부족했다고 생각되는 여러 가지 소통 문제를 개선해서 학생 여러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10월 12일,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 – 총장단은 공청회에 나오라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등록금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안건이 가결된 이후 본부는 총학생회와 중운위의 공청회 개최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총학생회가 10월 13일 공개한 〈2학기 확운위 의결 결과 후속 조치 보고〉에 따르면, 10월 5일 총학생회는 공문 발송과 학생처 면담을 통해 의결 결과와 공청회 진행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대학본부는 ‘필요한 정보들은 9월 23일 확운위 구성원 모두가 참가한 리더스포럼을 통해 공개한 바 있고,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를 통해 필요한 질의는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2차 공문 발송을 통해 총장단에 공청회 참석을 요구했지만 본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공청회는 열리지 못하고, 대표자들과 총장단이 참가한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가 10월 12일 열리게 됐다.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이날 간담회 도중 다시 한번 박상규 총장에게 공청회 참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상규 총장은 “지금은 등록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거보다는 훨씬 더 건설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청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이어서 대학 예산이 어려워서 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며 “그런 (대학 회계의) 구조를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공청회 개최 안건 상정을 추진한 탈곡기는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대학본부가 학생사회 최고의결기구에서 가결된 안건을 그냥 학생들이 잘 모른채 말도 안되는 또는 비생산적인 요구를 하는 정도로 치부”해버린 격이라고 말하며 본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공청회 개최에 관한 논의 이외에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에서는 성적 장학금에 관한 질의도 오갔다. 김창봉 학생처장은 “성적 장학금을 줄여서 특별 장학금을 준 게 아니”고, 성적 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다른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비중으로 바꾸자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타 대학들은 성적 장학금을 폐지한 상태가 대부분이며, “성적 장학금 비중이 너무 크니까 조정하자”는 것이었다며 설명했다.
10월 29일 중앙운영위원회 공청회 – 총학은 학생에게 복귀하라
10월 29일 중운위 공청회가 열렸다. 중운위는 확운위에서 의결했던 대로 총장단이 참석한 공청회를 개최하려 노력했지만 공청회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교 본부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따라서 확운위 의결의 후속 조치로서 공청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중운위는 공청회 참석을 거절한 총장단을 대신해 등록금에 대한 여러 의문점에 답했다.
‘실납입액 기준 6%라는 비율이 어떻게 산정된 것이냐’는 사전 질문에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 사례를 참고하여 규모를 제시하고 협의했다고 답했다. 국립대학교의 경우 등록금의 10% 정도를 반환했는데, 이는 중앙대 등록금의 5%와 비슷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협의가 6%에 도달한 구체적인 날짜별 회의 내용을 밝혀달라’는 사전 질의의 요청에 대해서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중운위 차원에서 관련한 내용들을 학우 여러분들께 아주 상세하게 전달하지 못해서 이루어진 오해라고 생각”한고 답했다. 이어서 본부는 협의 당시 5%에 해당하는 특별 장학금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며, 6%의 반환분은 학교 본부와 중운위의 협상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고 밝혔다.
전체공개로 진행된 공청회인 만큼 학생 대표자가 아닌 학생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이현수 학생(공공인재학부 2)은 적립금이 정말 사용할 수 없는 돈이 맞는지 묻고 싶다며, 적립금에 대한 총학생회장의 의견을 물었다.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어떠한 목적이든 가용이 가능한 금액은 절반 정도의 금액이라고 지난 리더스포럼 때 밝혀진 바 있다”며, 리더스포럼 당시 총장단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그쳤다. 이에 이현수 학생(공공인재학부 2)은 총학생회의 태도는 예산을 집행하는 본부의 조심스러운 태도와는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부가 설명하는 재정상태가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노력과 함께 “자료를 공개하고 학우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형 학생(사회학과)은 “대표자는 학생들의 의견이 모두 수렴되기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라며, 총학생회가 여론을 먼저 이끌어 나가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홍보를 더 열심히 하시거나 전투적인 액션을 취해주시거나 일반 학우분들께서 효능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해 주셨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11월 26일 서면 질의에 응답 – 안건 가결에서 두 달째, 지금 만나러 갑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장단이 참석한 공청회 개최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서면 질의로 대체해 진행하기로 했다. 중운위는 11월 10일부터 이틀 간 학생들의 질문을 모았다. 중운위에 따르면 구글폼을 통해 신청받은 서면 질의는 총 2건이었으며, 중운위는 세부 항목을 포함해 총 11개의 질의를 13일 총장단과 본부에 전달했다. 회신 기한은 11월 20일로 명시해 전달했으나, 답변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 이외에 질의에 대한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11월 23일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총장실에 방문해 질의 내용을 서면으로 전달하며 다시 답변을 요구했다.
본부에 전달된 서면 질의서에는 대학알리미 등에서 공개된 회계 예산서에 책정된 내역에 의문을 표하는 질문들이 있었다. 본부는 등록금 회계 예산 중 720만원이 차량 대리운전 서비스로 책정된 것에 대해서는 “총장단 차량 운행시간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총장단 기사가 아닌 별도의 대행업체를 통해 차량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편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예산은 2020년 5월에 이미 비등록금회계로 이관되었다. 법률자문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 연구에 필요한 법률자문만 교비 회계에서 집행하고 있었다고 답했으며, 등록금 회계로 편성된 예산은 상반기에 비등록금회계로 옮겼다고 말했다.
적립금의 출처를 묻는 사전질문에 본부는 중앙대의 적립금 1,182억 원 중 발전기금을 통해 조성된 기금이 80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발전기금은 기부자가 기부금 약정서에 표기한 집행 용도에 따라 적립되며, 500여 개의 집행 용도로 분할되어 관리되고 있다. 다만 기부자 및 해당 전공 입장에 따라 기금의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한 적립금 중 교육시설의 건축 기금이 374억 원인데, 그 중 감가상각비 범위 내에서는 등록금회계에서, 일부는 비등록금회계에서 수지개선을 통해 조성했다고 답했다.
이산호 행정부총장은 중대신문와의 인터뷰에서 등록금을 반환하게 되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교육비가 줄어들어 교육이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17고 언급한 바 있다. 질의자는 실제로 교육 지출이 줄었다면 그 항목과 금액, 규모를 상세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본부는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여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이라며 “장학기금도 일부 사용되었으므로 교육 관련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중앙문화는 사전 질의에 건축 적립금에서 500억 원, 기타 적립금에서 850억 원을 전환해 장학 적립금을 파격적으로 증액한 적 있는 이화여대의 사례를 들어 더욱 적극적인 회계 판단을 통해 적립금을 사용할 수 없냐는 사전 질의를 남겼다. 이에 대해서는 ‘2011년 이화여대의 조치가 적법한지, 이후 감사 지적 등 국가적 행정조치가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늘'은 등록금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등록금 반환에 대해 올해 본부가 보였던 태도들을 생각하면 다음 등록금 논의도 어떻게 진행될지 눈에 선한 듯하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도 있다. 내년 1학기부터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난으로 인해 학생을 지원할 일이 생기면 적립금을 학생 지원 목적으로 변경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적립금을 활용하라는 학생의 주장에 힘이 실릴 예정이다. 중앙대 학생들을 비롯한 전국의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준 덕분이다.
비록 올해는 등록금을 온전히 찾지 못한 채 흘러갔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과 새로운 학생 대표자들의 취임에 힘입어 등록금 반환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성적 장학금 감면 없는 등록금 환불’을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한 ‘오늘’ 총학생회가 학생들이 기대하는 등록금 환불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 본다.
- 중앙대학교 제9대 인문대학생회, 제47대 사범대학 학생회 E:로운, 사회과학대학 제9대 비상대책위원회, 제9대 간호대학 운영위원회, 제9대 경영경제대학 운영위원회, 자연과학대학 제32대 학생회 봄, 제55대 통일공대 학생회 EN:TER 국어국문학과, 소프트웨어학부,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학전공, 아시아문화학부 중국어문학전공, 53대 영어교육과 학생회, 제33대 역사학과 학생회 with you, 융합공학부 제10대 학생회 IEnJOY, 유럽문화학부 독일어문학전공 학생회, 유럽문화학부 프랑스어문학전공 학생회, 인문대학 밴드 나일, 전기전자공학부 제21대 학생회, 체육교육과 학생회,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철학과 운영위원회 및 개인 연서명 총 1108명 [본문으로]
- 중앙대학교, “특별 장학금 편성 및 지급 안내”, 2020.08.11. [본문으로]
- 중앙대학교, “비대면 수업 연장(5월 9일까지)에 관한 안내”, 2020.04.01. [본문으로]
- <매일경제>, “유은혜 "시·국립대 30곳 등록금 반환 결정…환불 대학 증가세”,2020.07.28. [본문으로]
-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등록금 반환 관련 협의 보고”, 2020.08.08. [본문으로]
- 2020.10.20.,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 중 김창봉 학생처장의 발언 등 [본문으로]
- <중대신문>. “변곡점에 선 상황...”서로 존중해 극복해야“”, 2020.08.31. [본문으로]
- 확대운영위원회, 원안에 대한 제안 설명, 2020.09.28. [본문으로]
- 각주 내용 [본문으로]
- 참석 대표자 72명 중 찬성 59명 반대 4명 기권 9명 [본문으로]
- 대학교육연구소, “사립대학 누적적립금 현황”, 2020.06.28. [본문으로]
- 지정기부자의 요구에 따라 원금을 유지한 상태에서 원금에 따른 이자 등을 통해 장학금 등을 지급하거나 대학 당국이 중장기적 목적으로 적립해 임의적으로 꺼내 쓸 수 없는 적립금 [본문으로]
- 김교성 기획처장은 올해 396억 정도의 손실액이 예상된다고 리더스포럼에서 밝혔다. [본문으로]
- 1. 온라인 강의 운영 지침/가이드라인, 2. 온라인 강의 운영 현황, 3. 온라인 강의 진행 지도점검 현황, 4. 온라인 강의에 편성한 예산과 실제 집행한 예산, 5. 현장실습지원비, 국제교류지원비 예산, 1학기 현장실습지원비, 국제교류지원비 집행내역 [본문으로]
-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본문으로]
- 1. 중앙대학교와 학교법인 중앙대학교가 운용하는 특정목적적립금 각각의 목적과 총액, 2.중앙대학교와 학교법인 중앙대학교가 운용하는 적립금 각각의 원금보전적립금 해당 여부, 3.최근 5년간 적립액과 적립액이 당초 속했던 회계, 4.퇴직적립금을 제외한 적립금의 최근 5년간 집행내역, 5.최근 5년간 연구비, 장학금, 건축비, 특정목적적립금 목적사업지출 중 적립금과 교비회계(등록금회계 및 비등록금회계, 특별회계) 및 기타 회계 각각의 액수와 구성비, 6.최근 15년간 적립금의 투자내역과 투자처 및 그 운용 성과 [본문으로]
- <중대신문>, “학생 입장 공감해 … 그러나 재정 상황도 고려해야”, 2020.06.0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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