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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보기/특집 - 수신 : 총학생회 경유 : 중앙문화

알파위키

 수습위원 권혜인

 장애학생회 <We,하다>의 공동 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끝냈다. 일반적인 회의 진행 순서에 맞추면 질의 및 답변 순서였다. 61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알파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질의할 다른 대표자가 없는지 확인한 뒤 발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건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줄만 알았다. 총학생회장이 하지만...을 꺼내기 전까지는 모두 그랬다. 수정 안건 발의하도록 하겠습니다. 2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김민진 총학생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발의한 수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지만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는 총학생회에서 보장해야 하는 인권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오늘 안건으로 상정된 장애인권 뿐만 아니라 유학생, 교환학생의 인권, 아르바이트, 또는 취직 이후 겪을 노동권, 거주권 등, 하지만 현실적으로 총학생회 산하 위원회로 이 모든 인권을 담당하는 특기구를 신설하는 것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현재 안건에 대해서 수정안을 발의하려고 합니다.

현재 총학생회 산하 위원회를 인권복지위원회가 성평등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 인권과 복지를 나누어 학생복지위원회학생인권위원회 두 가지로 개편하려고 합니다.

작년 11월 발간한 정책자료집에서는 알파 선거운동본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학교 내 인권에 대한 생각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알파는 성폭력에 대한 학생사회의 공동체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권 보장에 앞장서는 총학생회로서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인권에 대한 다른 소회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복지와 소통을 중심으로 꾸려졌던 공약 사이에도 인권을 생각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반면 당선된 알파 총학생회는 적극적으로 소수자 기구 설립을 저지하고 성평등위원회를 탄압했다. 수정안을 발의한 총학생회장은 학내 인권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었을까? 누군가에게는 빛알파, 누군가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될 총학생회의 한 해 행보를 돌아본다.

 

1. 자리 비웁니다 : 영어영문과 A교수 성폭력 사건

이번 해 영어영문학과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드러났다. 교수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었다. 영어영문학과 교수진은 사건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인권센터는 사건이 접수된 지 한 달이 훨씬 지나서야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2차 피해 소지가 있는 자보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의 성격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모호하게 마무리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불리한 성폭력 대응 절차를 밟아야 했다. 비민주적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힘든 해결 과정의 문제점[1]은 작년부터 지적되어왔다. 이제는 학내 공동체의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였다.

 작년 11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문과 비대위)에서 성명서를 게시했다. 이후 A교수의 징계 위원회 직전에는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는 재학생과 졸업생 1531명의 연서명을 징계위원회에 전달했다. 징계위원회 당일에는 본관 앞에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가해자를 규탄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영어영문학과 학생회, 인문대 학생회,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재학생 등 다양한 단위에서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학생의 대표자인 총학생회는 없었다.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범죄고 특히 교수-학생, 교직원-학생, 선배-후배 등 위계에 의한 성폭력은 더욱 엄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인권센터와 연계해 이번 영어영문학과 교수 사건에 대해 공동체적 대응을 해 나가겠습니다. 알파 총학생회, 당선 인터뷰[2]에서

총학생회에 서명운동 관련 연대 요청 드렸을 때 응답 없으셨습니다. (...) 기자회견 참여해 달라고, 사회 부탁드린다고 요청 드렸을 때 응답 없으셨습니다. 응답 없으셔서 메일 한 번 더 보냈고, 또 응답 없으셔서 (...) 제가 어제 빼빼로 광장에서 나오신 걸 우연히 봬서 제가 붙들고 부탁드렸습니다. 메일 좀 확인해 달라고, 사회 좀 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바쁘셔서 주말에 답장 주신다고 하셨고요. 저는 이런 총학의 태도는 성폭력 사건에 답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현욱 비대위원, 중대청원 간담회에서

 

영문과 비대위는 총학생회장에게 서명운동과 기자회견의 발언을 통해 연대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 학교의 대표인 총학생회장이 해당 사건에 연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비대위는 총학생회장이 직접 발언을 해주어야 한다고 부탁했다. 총학생회장도 당선 인터뷰에서는 이를 이해하고 의지를 표명하는 듯 했다.

임기 후 총학생회의 입장은 달랐다. 총학생회장은 성평위원장이 발언을 진행할 것이며, 총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사회를 보는 것은 이를 준비해온 비대위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사양한다고 말했다. 이후 총학생회장에게 유사한 연대를 요청했으나 답장하지 않았다. 비대위원은 이후 중대청원 간담회에서 성폭력 사건에 답을 주지 않고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을 요구했다. 해결 단계에서 피해자에 힘을 보태고 본부에 합당한 조치를 촉구하는 자리에서 전체 학생 대표자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평위를 통한 연대 발언도 의미가 있겠지만,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평위와 총학생회의 연대 발언은 그 기구의 대표성부터 다르다. 성평위는 중앙대학교의 총학생회의 특별자치기구(이하 특기구)이다. 반면 총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의 대표기구이다. 총학생회는 대내적으로는 학교 구성원으로서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책임을 진다. 대외적으로는 본부 등에 학생들을 대표해서 발언할 권리가 있다. 발언에 실리는 무게에 큰 차이가 있을뿐더러 공동체적 대응[3]을 해 나가겠다던,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총학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다시는 성폭력이 학교에서는 일어나는 문제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듯했으나 일련의 행동은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장비단 61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장은 이에 대해 하나의 특별자치기구의 연대와, 총학생회 전체의 이름으로 연대를 하는 것에 무게가 분명히 다르고, 그리고 이것을 본인들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평위가 연대하면 됐지 정도로 책임을 미뤄버리려고 하는 태도가 안일하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인권을 위해 명시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피했다. 인권을 향하는 듯 보였지만 총학생회는 늘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었다.

 

 2. 에타하는 총학 : FOC 사태

하지만 소수자들을 포함하는 성평등 문화 확산이 아닌 여성주의 확산만을 위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었습니다.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기구가 여성주의를 강요하는 모습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목적과 멀어져 성별 간의 갈등, 신념의 대립 등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61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해산, 인권센터와 인권복지위원회로 기능 통폐합과 학생회칙 수정을 요구합니다 청원, 중대청원 시스템 개편과 FOC 사업 재진행을 요청합니다. 청원에 대한 답변

FOC(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는 학과 내 성평위[4] 신설을 돕고 다른 성평위와는 연대하는 조직[5]이었다. 총학생회 학내 만연한 혐오와 차별의 문화를 없애고, 젠더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성평위가 추진한 단체였다. FOC는 여러 단위에서 성평위를 신설하고 운영할 수 있게 실무적인 도움을 주고 학내 문제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학내 단위들을 조직하고 연대하기 위한 사업[6]을 해 나갈 예정이었다.

FOC를 반대하는 여론은 에브리타임과 중대청원[7]을 통해 확산되었다. 5 8총학생회 FOC 기획안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청원은 FOC가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다는 목적의 사업이면서 페미니즘과 여성혐오에 관해서만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또한 여성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학은 해명과 함께 사업 이름의 페미니즘과 홍보물에서 비너스의 주먹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뒤이어 등록된 성평위 해산과 FOC 재진행을 요구하는 두 청원에 총학생회는 FOC 사업을 중단하며, 성평위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약속했다.

사태 진행 중 총학생회는 계속해서 반대 여론의 왜곡된 성인식을 지나치게 반영하려 했다. 총학생회의 첫 번째 답변 중 제목의 페미니즘과 로고에 대한 답변의 경우 해당 청원에서는 별도의 문제 제기나 언급이 없다. 그런데도 총학생회는 이를 해명하고 해당 부분을 나서서 수정했다. 이는 총학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확산된 반대 여론을 논란이 발생한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더 나아가 공식적으로 해당 반대 의견을 반영하여 사업구상을 수정할 정도로 에브리타임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알 수 있다.

총학생회는 답변 내용에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분리해서 작성했다. 예를 들어, 5 15일에 작성된 답변에서 평등 문화 확산이 아닌 여성주의 확산만을 위한 모습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대청원 간담회 당시 사업 기조와 성평위원장 임명에서 페미니즘을 기조로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이에 동의했다.[8]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내용이다. 성평위는 FOC 사업 이전, 설립 당시부터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페미니즘, 곧 여성주의를 추구했다. 여성주의 확산만을 위한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그의 말은 여성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반영한다. 자유인문캠프는 상황이 야기한 혼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는 대신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이고 그릇된 인식을 전면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답변 작성 절차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성평위 측은 성명서를 통해 답변 작성 당시 성평위의 의견은 총학생회에 의해 배제되었다고 밝혔다. FOC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성평위의 입장과 다르게 총학생회는 FOC를 중단시켰다. 성평위는 중대청원 답변문을 작성할 때 총학생회장에게 충분한 의사 전달을 요구하고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업무상에서 학생회와는 별도로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성평위는 FOC 사업 또한 기획과 구상 단계에서부터 총학생회의 개입 없이 성평등위원회 주관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사업 중단 결정시에 성평위의 의견은 배제된 것이다.

성평위의 독립성에 관한 토의의 필요성이 떠올랐다. 다수를 대변하는 총학생회가 반대 여론만을 선택적으로 수렴하여 소수를 대변하는 성평위를 배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FOC가 전체 캠퍼스의 안전과 성평등을 위한 사업이었음에도 총학생회는 250여명 (1차 반대청원 250, 2차 반대청원 245)의 반대를 통해 진행을 중단시켰다. 사업 지속 요구 청원도 230명을 돌파한 상황이었다. 의견을 반영할 창구로 유일하게 에브리타임이 남으면서 학내 여론을 과대대표한 것이다.

총학생회는 중대청원 간담회가 끝나고 게시한 입장문에서 FOC사업을 축소하여 재개한다고 말했다. 애초 단위 학생회 성평위 신설에 대한 자문 및 학생회비 지원학생회 내 성평등 단위간 연대체 구성을 하겠다는 FOC의 사업 계획 중 성평위 신설 자문 부분에서만 진행하기로 한 차례 축소된 상황이었다. 간담회 이후 FOC는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조직 출범이 아닌 성평위 신설 사업으로 축소되었지만 이마저도 재개되지는 못했다. 특기구의 사업 결재자로서 총학생회는 이후 임기가 끝날 때까지 2달 가까이 사업의 논의자리를 회피했다. 성평위는 기획안과 포스터를 모두 완성한 상태에서 더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한편 에브리타임에서는 FOC 반대 여론과 함께 학생 대표자를 대상으로 인신공격이 이루어졌다. 익명의 이용자가 성평위가 진행한 FOC 사업의 기획안 일부와 성평위 구성원의 실명과 연락처를 게시했다. 성평위뿐만 아니라 정치국제학과 학생 대표자까지 실명이 거론되는 모욕과 비하발언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굳이 총학생회가 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이미 나쁜 행동이라는 걸 알 거로 생각해서 과도한 비하발언 폭언이 있을 때 따로 문제 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성평위 내부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네는 데 그쳤다고 한다. 학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구성원을 보호할 대표자는 여전히 자리 비움 상태였다.

 

3.  인권 더하기, 통폐합 하겠습니다 : 장애인권위원회 수정안 발의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 설립 안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간 문제인 듯 했다. 총학생회장은 장인위 설립이 공간 부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처지를 밝혔다. 장인위가 학생회 산하기구로 설립된다면 학생회관인 107관에 공간을 배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인위에 관해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인문대, 사회과학대, 장애학생회 주관 TFT가 설립되었다. 해당 TFT는 장애 학생들과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 6시 이후 203관의 장애학생 휴게실을 사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휴게라는 목적이 있는 공간을 학생회의 공간으로 귀속시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답변했다.

장인위 설립이 난항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총학의 미온적인 태도였다. 올해 전학대회에서 의결된 중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위)의 경우, 별도의 공간을 배정하지 않고 총학생회실 등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공간을 대여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서 학생회비를 사용할 수 있게 회칙에 포함하기도 했다. 총학생회장은 중앙감사위원회는 중앙운영위원회의 특별기구로서 총학 산하 기구 형태인 장인위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은 9 10일 열린 중감위 간담회에서 중감위가 완전히 독립된 기구가 아닌 중운위의 특별기구로 들어간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공간 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중감위가 필요한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자 조직도를 개편하고, 중운위의 특별기구라는 새로운 구성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장인위의 공간에는 이미 제시된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은 이를 무시했다. 공간이 부족해서 설립이 어렵다는 말은 장인위에만 붙는 것이었다.

장인위의 필요성에 대한 학생 사회의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였다. 18학년 2학기 450명의 서명으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장인위 신설 준비를 위한 협의체 마련안건이 상정됐으며, 이후 전학대회의 최고 의결권을 위임 받은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참석자 75 70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하지만 2018 9월 의결 이후 1년간 8번의 TFT 회의를 거쳤어도 장인위 안건은 공간문제에 붙잡혀 있었다. 총학의 무관심 때문에 학생 대표자들의 충분히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2학기 전학대회에서 약 880[9]의 연서명으로 장인위 설립을 위한 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의결하는 절차를 다시 거쳐야 했다.

하지만 전학대회에서 이마저도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이 개인 명의로 장인위와 성평위를 통폐합하고 학생인권위원회(이하 학인위)를 만드는 수정안[10]을 발의한 것이다. 이 안건이 통과된다면 장인위는 학인위 산하 국으로 격하되어 사실상 장인위 설립은 무산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정안대로라면 성평위도 통폐합되어 성평위와 장인위의 업무 축소가 불가피했다. 위원회당 9명 이상이 들어가기는 어렵[11]다던 김민진 총학생회장이 3개의 특기구(인복위, 성평위, 장인위)에서 담당할 인권 업무를 한 위원회로 밀어넣겠다고 말한 격이다. 위원회 평균 인력인 9명을 생각했을 때 각 산하 국에는 특기구 수준의 인력을 보장하기 힘들어 개인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이 우려된다.[12] 인복위, 성평위에서 진행하던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수정안은 전날 밤 생각했던 것이지만 총학생회장은 관련된 의견을 이미 피력한 적이 있었다. 9 27일 열린 장애학생자치기구TFT와의 간담회에서 총학생회장은 이미 인권복지위원회(이하 인복위) 등 여러 특기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업무 중복가능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특기구의 신설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복위가 하는 사업과 장인위 사업 사이의 공통점이 있고, 따라서 현 체제 아래에서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 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복위와 성평위, 장인위는 기구의 성격부터 다르다. 우선 인권복지위원회의 인권은 서울캠퍼스 내 모든 학생들의 권익을 포함[13]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2019 2학기 인권복지위원회는 중앙도서관 사물함 사업, 기숙사 입퇴관 용달차 지원 사업, 의혈지킴이, 우산 대여사업을 진행했다.

반면 장인위는 장애학생을 위한 학생 자치 기구다. 장인위는 학교생활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와 일상의 불편을 직접 주장해서 바꾸는 자치권을 행사하는 특기구이다. 장애학생회 <We,하다> 정승원 위원장은 장인위를 통한다면 어떠한 단체, 누구를 거칠 필요없이 장애 학우들의 목소리가 전달되어 모든 분야에서의 배리어프리한 공존의 장이 성립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총학생회의 공식적 기구인 특기구는 평등하지 않은 환경에 대해 더 강한 목소리를 낼 힘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내 장애인권은 학습권, 이동권, 투표권 등 캠퍼스 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장애학생회 <We,하다>  김세주 전 위원장은 "장애학생 8명이 입학하면 4명이 휴학하는 상황이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 "직접 문제제기 하기 이전까지 청각장애인은 영어A 수업을 수강할 수도 없었다. 해당 문제를 직접 발언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기에 장인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인위 안건을 무산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소수자 기구도 축소시키는 안건을 발의했다. 수정안은 대표자 개인의 인권감수성과 의지에만 학내 소수자 인권을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헛된 수정안으로 인해 김민진 총학생회장이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 상식적인 주장마저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4. 성평등위원회 회장단 파면

( 좌 ) 61 대 총학생회장 김민진은 총학생회 성평위원장단을 파면했다 . ( 우 )  성평등위원장단은 불명예 파면에 반발해 사퇴를 선언했다 .

 

11 26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성평위의 장비단 위원장과 안시연 부위원장이 총학생회장에 의해 파면됐다. 총학생회장은 파면은 성평등위원회가 공문서 위조 개인정보 유출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장은 26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징계]를 게시하며 잘못에 대해서는 합당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총학생회장은 성평등위원회가 전송한 질의서에 해당 문서가 중선관위를 경유했다고 작성한 점이 공문서 위조라고 주장했다. 질의서는 발송하기 전 첫 페이지 상단에 문제가 된 경유 표현이 찍힌 상태로 총학생회장의 확인을 거쳤다. 발송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나고 공대 선관위에서 문제제기가 들어오고 난 이후에야 총학생회장은 중선관위의 의결을 통해 성평위의 사과문을 요구했다. 총학생회장은 중선관위원장으로서 문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음에도 성평위의 책임만을 물었다. 성평위는 단어 선택의 부적합성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성평위원장단은 파면되었다.

공문서 위조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유는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낸 사유다. 성평위는 질의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꾸며내거나 누락해 작성하지 않았다. 질의서에 응답을 강요하기 위해서라거나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단어를 선택해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성평위는 총학생회장에게 전달받은 이메일 주소를 후보자에게 질의서를 발송하려는 장애학생회에 전달했다.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후보자에게 인권 감수성을 요구하는 목적의 정당한 질의서 전달이었다. 각 선본의 기본 연락처인 이메일을 질의서를 보내고 싶다는 단체에 공유했다. 공유 대상은 2학기 전학대회에서 설립이 의결된 장인위의 준비모임 격인 장애학생회 <We,하다>였다. 총학생회장은 유권자 학우의 알 권리를 보장할 목적으로 메일주소를 전달하고 질의서를 발송한 사실에서 두 가지 혐의를 뽑아내고 부풀렸다.

성평위원장단 파면 사건 이후에는 사실 FOC 사업 중단 당시부터 성평위원장의 파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중대청원 답변이 성평위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힌 입장문을 게시했다는 이유였다. 총학생회장은 입장문에 동의한 성평위원은 모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이를 거부하자 총학생회장은 위원장에게 파면 협박을 가했다.

총학생회장은 대표자의 파면에서 나아가 성평위의 존폐를 고민하기도 했다. 이후 간담회에서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중대청원에 게시되었던 성평위 기능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받았다. 총학생회장은 해산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해산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하고 그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어떻게 진행하면 된다라고 답변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대청원 답변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친 후 2학기에 진행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안건 상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내용과 연결했을 때, 폐지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되었다면 해산이나 통폐합 안건 등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상정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특별자치기구로 다뤄지며 독립성을 인정받는 성평위의 파면 징계가 총학생회장 단독의 결정으로 가능한 것은 총학생회장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된 한계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 대표자의 징계 사유와 수위에 대해 논의·의결할 기구가 없고, 징계 이후의 불복 절차도 없다. 이처럼 현재 회칙상에서는 총학생회장 개인 의지에 따라 특기구의 정상적인 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의 학생회 중심의 학생자치에서 다양성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총학생회장의 의지에 따라 각 권리 보장에 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다.[14] 각 권리만을 위해 활동하는 자치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각 의제를 위해 각 특기구는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각 특기구의 지위를 보장하는 제도적인 안정성에 기반해 적극적인 실천이 가능하다. [15]소수자를 위한 기구에서 총학생회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회칙을 수정해야 할 일이 남았다.

총학생회장은 개인 자격과 최고 대표자로서 권위를 간편하게 선택하며 자치에 임했다. 전날 밤에 생각해낸 구멍뚫린 수정안을 개인 자격으로 전학대회에 발의했다. 성평위를 학생회에서 배제하고 존폐를 흔들리게 하며 성평위원장을 중운위의 의결 없이도 파면할 때는 학생자치기구의 최고 대표자로서였다. 총학생회장은 개인의 명백한 월권행위도 막을 수 없는 학생회칙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허점을 발견하고도 이를 개혁하지 않고 소수자 기구를 권위로 누르는 데 활용한 것은 더 이상 정당한 권위라고 볼 수 없다. 인권에 역행하는 학생자치를 위해서 총학생회장은 누구보다 영리하게 활동했다.

앞으로의 총학생회는 발언과 행동이 일치하는 자치를 보여줘야 한다. 학생회칙을 개정해 소수자 특기구의 설립 목적을 구분하고 다른 산하기구와 구분되는 독립성을 보장하라. 알파 총학생회처럼 인권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가치를 공허하게 만들지 않는 총학생회가 되기를 바란다.

   

 

 


[1] <중앙문화>, "문제는 왜 반복될까: 학내 성폭력 처리 과정에 대하여", 편집위원 임시동, 2019.09.11.

[2] <중대신문>, "새로운 100년을 함께 시작하겠다", 김성우 기자, 2018.12.10.

[3]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은 공동체의 정의를 회복하고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가해자의 책임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들을 성 인지적 주체로 교육하기 위한 일상적 운동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4]  과내 성평위는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을 맡는 학과 내의 단체다. 성폭력 문제 해결과 예방 뿐만 아니라 문화사업 등을 통해 학내 성평등 문화에 기여한다. 과내 성평위는 사건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교내 성평등 문화 정착에 힘쓸 수 있다. 2019 2학기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학과 단위의 성평위가 운영되는 곳은 영화학과와 광고홍보학과 두 곳이다. 각 학과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광고홍보학과의 행사인 광고 홍보 전람회에서는 콘텐츠를 출품하기 전에 성평위의 심의를 받기도 한다. 영화학과에서는 실습 촬영(워크샵)시 대본과 콘티(워크북) 맨 앞 장에 성평등을 위한 행동강령을 부착하기를 권장한다.

[5] 2019- 2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자료집 참고

[6] FOC 홍보 포스터 참고

[7] 청와대의 국민청원을 모티브로 만든 알파 총학의 직접 소통 수단. 중대중심 홈페이지에서 중대청원에 게시된 청원이 200명의 추천을 받으면 총학생회가 직접 답변한다.

[8] 중대청원 간담회 속기록 참고

[9] 장애학생회 <We,하다> 발행 카드뉴스 중앙대학교에는 장애 학생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참고

[10] 장애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안건에 대한 수정안

[11] 중대청원 간담회 속기록 참고

[12] <중앙문화>, "총학생회를 위한 경로 안내 : 목적지는 인권입니다", 김지우 편집위원, 77호 참고

[13] 2학기 서울캠퍼스 인권문화제에서 인권복지위원회는 흡연구역에 관한 부스를 운영했다. 이동건 인복위원장은 해당 주제로 부스를 운영한 이유를 두고 가장 많은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밝힌 바 있다.

[14] <중앙문화>, 메마른 학생자치, 산하기구 같은걸 끼얹나? 채효석,박기현 편집위원, 2015.06.08

[15] <중앙문화>, "총학생회를 위한 경로 안내 : 목적지는 인권입니다", 김지우 편집위원, 77호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