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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9 가을겨울, 77호 <사이버 대학>

시대혁명, 새 시대를 말하다 ― 홍콩 취재 노트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3. 31.

수습위원 김지우

 

 

ⓒ 아시아투데이. 26일 오후 홍콩이공대학 정문 앞에서 교내에 포위된 학생들을 응원하는 홍콩 시민들. /제공=홍콩 밍바오(明報).

 

1117, 홍콩 이공대학. 교정의 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홍콩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위대였다. 이튿날, 홍콩 경찰의 진압 작전으로 1100여명이 체포됐다. 이후로도 이공대학을 둘러싼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은 계속됐다. 시위대가 지성의 상아인 대학을 최후의 보루로 삼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홍콩 시위가 청년들의 외침에서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심의 민주화 운동이기 때문이다.

지난 69, 홍콩 시민 103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우산 혁명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폐를 외치는 그들의 손에는 휴대폰이 있었다. 첫 시위 이후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시위대 폭도규정 철회시위대 조건 없는 석방직선제 실시를 요구하며, 총파업과 동맹휴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하고 있다. 이들의 대규모 시위, 플래시몹 형태의 집회는 텔레그램을 동력으로 삼는다. ‘텔레그램 민주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SNS가 이번 홍콩 시위에 중심에 자리한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4, 우산 혁명에서도 시위대는 이미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피해 인터넷 없이 이용 가능한 채팅 앱인 파이어챗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다만, 당시 파이어챗은 시위 도중 빠르게 확인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기에 제약이 있어 시위 전반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젊은 시위대 사이에서 SNS가 큰 역할을 하게 된 사례는 단지 홍콩에 그치지 않는다. 앞선 2011,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노점상 과잉 단속에 항의하는 청년의 분신 장면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불이 붙었다. 이들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시위 정보를 공유하며, 시위 규모를 점차 키워갔다. 시위 소식은 SNS를 통해 아랍권 곳곳으로 퍼져 주변국의 반정부 시위에 영향을 주었고 아랍의 봄이라는 혁명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첨단 기술의 발달과 보편화의 시대에서 청년들은 시위의 도구로 SNS를 선택한다. 새로운 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혁명 방식이다. 과연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지 직접 SNS를 선택한 홍콩 청년들에게 그 답을 물었다.

 

익명에게는 지도자가 필요 없다

 

이제 SNS는 핵심적인 시위 방법이에요. 그리고 저는 SNS가 오늘날 우리가 서로와 더 면밀히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홍콩 시위 참가 대학생 모임, 홍콩 시위 관련 한국어 번역 SNS 운영

홍콩대학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9월 홍콩 시위 참여자 중 20대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3%로 가장 많았고, 여기에 10대와 30대까지 더하면 무려 76%에 이른다.[1] 시위의 규모가 커지며 중장년층의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분명 홍콩 시위는 청년 세대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홍콩 시위가 온라인 내 익명성과 정보 공유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를 갖추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홍콩 시위에는 시위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도, 수많은 이들을 한데 모으는 조직도 없다. 그들은 텔레그램에서 익명으로 의견을 나누고, 모이고, 다시 흩어진다. 다양한 텔레그램 채널이 운영되고,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시위에 관여한다. 이들 중 하나인 ‘Dad finds boy’에서는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경찰의 움직임은 물론, 경찰과 정부 관리들의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주소, 가족의 이름과 주소를 비롯한 개인 정보를 공유했다.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통해 의료비와 법률 비용을 모금하기도 했다.[2]

인터뷰에 응한 한 홍콩 시위 참가자는 텔레그램에서 시위 일정과 정보 공유 방법이 논의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텔레그램을 통해 결정된 내용들은 타 SNS를 통해 해외 정치인들에게 홍콩 연대를 촉구하는 데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크라우드 소싱 애플리케이션인 ‘HK.라이브를 통해 시위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며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경찰의 검문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 실시간으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  BBC News. 4 천여 명의 사람들이 시위대의 다음 이동 여부를 놓고 익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 참여자들은 입을 모아 정보의 이동성이 홍콩 시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 시위대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는 손 안에 있고, 시위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디에 있든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홍콩 시위의 원동력 중 하나다.

그러나 중국 역시 직접적인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나 최루탄 등 무력을 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상으로 시위대를 압박하며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온라인 중심으로 조직되는 홍콩 시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초반에는 웹 사이트 검색 불허, 채팅 애플리케이션 금칙어 설정, 대화 내역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나 시위 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국의 대응은 점차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어서 중국이 텔레그램의 기능을 역이용하여 시위대의 신원 파악을 시도하고, 시위대 사이에 가짜 뉴스를 배포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덧붙여 한 시위 참가자는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을 향한 압력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콩 시위에 대한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 역시 큰 문제라며 지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31, 홍콩 법원은 중국 정부의 신청을 받아들여 폭력 선동 행위를 돕거나 사주하는 행위를 포함해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폭력을 선동·격려·조장하는 글 게시를 금지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홍콩 법원은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3]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곧 권력을 의미하기에 거대한 중국의 힘은 홍콩 시위대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애플이 HK.라이브 앱을 규정 위반 혐의로 삭제한 것 역시 중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해당 앱은 홍콩 시위대가 경찰 이동 경로와 최루탄 사용 여부를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던 소통 도구였다. 하지만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는 이에 대해 시위대가 해당 앱을 이용해 개별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자 하였으며, 경찰이 없는 지역의 사람이나 건물을 희생양으로 삼는 데 악의적으로 이용됐다고 설명했다.[4] 그렇게 해당 앱은 앱 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애플이 홍콩 시위자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 이투데이

 차이나 머니는 애플의 입에 재갈을 물렸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앞에서 애플뿐만 아니라 자유주의를 표방한다는 미국의 몇몇 기업들도 하나둘씩 조용히 중국의 손을 들었다. 유명 게임 기업 블리자드 역시 인터뷰에서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친 홍콩 출신의 프로게이머에게 1년 간 대회 출전 금지, 상금 몰수의 징계를 내려 논란된 바 있다. 참고로 신념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마라는 블리자드 대표 게임 오버워치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대사 중 하나다.

SNS를 통해 홍콩 시위대는 어느 정도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의 중심에 있는 네크워크는 자본과 이익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중국이 가진 권력과 자본은 치밀하고 꼼꼼하게, 적나라하고 서슴없이 홍콩 시민의 자유를 움켜쥐었다. 시위대의 주요 플랫폼은 국가와 기업에 의해 제한되고, 넘쳐나는 정보는 오히려 시위대의 약점이 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언론 통제와 가짜 뉴스로 시위대의 정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고, 폭력을 선동한다는 명목으로 아예 법적 제제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위대의 플랫폼 접근을 차단하고 내부에 거짓 정보를 흘리는 등 혼란을 야기했다. 안팎으로 역풍이 거셌다. 여기에 실탄과 음향 대포, 장갑차 같은 무력이 가세하니 거센 바람 앞에서 시위대의 촛불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결코 꺼지지는 않았다.

 

더 넓은 세상으로, ‘클릭의 가능성

 

"홍콩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사실을 한국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는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그것을 1980년대의 투쟁을 통해 얻어냈다는 사실을 알아요. 한국인들이 저희의 정치적 상황이나 경찰의 무력 행사를 알게 되면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 홍콩 시위 참가 대학생 모임, 홍콩 시위 관련 한국어 번역 SNS 운영

 

온라인 매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온라인에 게시되기만 하면, 그게 사진이든 영상이든 글이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상상 가능한 모든 곳에 확산된다. 실제로 1111, 홍콩 경찰이 시위자를 향해 실탄을 쏘는 모습은 SNS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영상은 빠르게 퍼졌다. 손을 들고 다가오는 시위자에게 총을 쏘는 경찰의 모습은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아 해외 각국 뉴스와 신문을 장식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외신에 도움을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그들의 소식을 직접 전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광복홍콩 시대혁명(@AntiELAB__KR)’이나 홍콩을 도와주세요(@PlzHelpHKers)’, 인스타그램의 광복홍콩 시대혁명(@antielab_kr)’ 같은 계정들을 통해 우리 역시 홍콩의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홍콩 시위의 소식을 직접 한국어로 번역해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SNS와 홍콩 시위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모든 인터뷰는 서면을 통해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다음은 인터뷰 일부를 번역한 내용임을 밝힌다.

 

중앙문화 계정 운영자들과 계정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싶다.

광복홍콩 시대혁명(@AntiELAB__KR)[5](이하 광복홍콩)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홍콩 뉴스를 번역하고, 실시간으로 시위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사 번역을 하지만, 현장의 동영상, 사진뿐만 아니라 홍콩 상황을 그린 그림과 만화를 번역해서 올리기도 한다.

홍콩을 도와주세요(@PlzHelpHKers)(이하 홍콩을) 우리는 모두 홍콩 사람이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홍콩인들. 우리는 홍콩의 처지를 한국인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인 학생 모임으로, 연령대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다.

 

중앙문화 계정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광복홍콩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우리의 상황을 최대한 알리고 도움을 얻을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운 친구와 함께 번역할 수 있는 홍콩의 모든 소식을 번역해서 한국인들에게 홍콩의 상황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중앙문화 계정을 운영하면서 중점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홍콩을 최신 뉴스 중에서도 시위의 목적이 잘 드러나는 것, 경찰의 심각한 폭력성을 알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번역한다. 다만, 시위 상황에 따라 하루에도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파악하고 이들 중 어떤 것을 업로드할지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중앙문화 한국어 이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홍콩 시위 관련 소식이 실시간으로 번역 및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홍콩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광복홍콩 다양한 언어로 소식을 번역하는 일은 세계 시민 모두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나아가 그들이 우리가 이 "혁명"에 쏟는 노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들이 국제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그들 또한 혁명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홍콩 혁명의 성공 가능성을 위해서 국제적인 목소리가 필요하고, 그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홍콩을 세계 각국이 홍콩의 상황을 더 면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SNS 계정을 통해 소식을 공유하면 미국이 홍콩 시민과 민주주의를 위한 인권 법안 통과를 서두르는 것처럼 다른 나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문화 앞으로의 SNS 운영 계획이 있다면?

광복홍콩 시위가 열리는 날마다 우리는 뉴스를 번역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를 지지해 줄 한국의 정치인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홍콩을 우리는 시위 활동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항쟁이 끝나지 않는 한 이 계정은 계속 운영될 것이며, 우리는 계속해서 최신 정보를 한국인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에 사는, 대학생인 우리는 이들의 노력을 통해 심지어 뉴스보다 빠르게 홍콩 시위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긴박한 상황을 전하는 사진과 영상, 글들을 리트윗하고, 연대의 마음을 담아 하트를 남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좋아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SNS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언뜻 미약해 보인다. 분명 SNS좋아요’, 프로필 사진, 해시태그 운동 등은 모두 재정적인 기여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5 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빠르게 이루어진다.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거나 SNS의 상태 메시지나 프로필을 바꾸는 것만으로 과연 무엇이 가능해질까. 같은 맥락에서 SNS 상에서의 연대가 그 실효성이 미미하고, 사실상 무용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SNS 내 캠페인이 단순히 기분만 좋게 할 뿐이라고 말하며 이를 슬래키비즘(slackivism)이라고 지적한다. 슬래키비즘(slackivism)은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slacker와 행동주의인 activism의 합성어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은 분명 가시성의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간편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다. 앞서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SNS 계정을 운영하는 목적으로 꼽은 것도 소식과 정보의 공유.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위 참여는 적어도 사람들이, 공유하지 않았을 때에 비하면, 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인식한다는 데 그 의의가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SNS를 통한 시위 참여는 화면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소로 퍼져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도 이번 홍콩 시위를 통해 SNS를 통한 오프라인 시민 운동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았다. 한국의 경우, 홍콩 민주주의를 규탄하는 연대 시위와 행진이 거리에서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대자보로 현실에서 직접 연대의 목소리를 외쳤다. 이 소식은 SNS를 통해 홍콩 시민들에게 전달됐고, 이들은 다시 SNS에 감사 인사를 올렸다. 우리는 미약한 우리의 공유에서부터 출발한 연대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시위의 성공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홍콩 시위 참가자들의 믿음을 확인했다. 이뿐만 아니라 오늘날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연대의 가능성이 확장된다. 얼마 전 칠레의 청년 시위대가 홍콩 시위에서 레이저로 경찰 드론을 격추시키는 것을 보고, 이를 자신들도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WE ARE BACK

 

디지털 미디어는 시공간을 넘어 개인들이 서로 접촉 가능하도록 만든다. 인터넷이 세계 시민 운동과 사회 차원의 움직임의 혁명적인 원동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존 시민 운동 방식이 가지는 위험을 줄이고, 성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SNS를 통해 조직된 홍콩 시위의 이점 역시 여기에 있다. 텔레그램을 통한 의사 결정은 회의와 투표로 이루어지고, 이는 과거 지도자 중심이었던 시민 운동과 달리 참여자들을 평등한 위치에 놓는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정보를 원할 때 얻는 게 가능해지자 시위 방식 역시 다양해졌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가 자본과 권력에 취약하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지점은 빠른 전파력에 있다. 정보는 국경을 넘어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세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한다.

홍콩의 시대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원한다면 당장 휴대폰을 꺼내서 그 현장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공유된 정보들은 혁명의 유산으로서 SNS, 인터넷에 계속해서 남아 있다. 2014, 우산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당시 우산 혁명의 시위대가 해산된 이후, 그들이 남기고 간 플랜카드와 전단들은 사진으로 남아 전세계에 퍼졌다. 그리고 홍콩 시대혁명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We’ll be back. 그들은 돌아왔다, 더 강력해진 무기와 함께.

ⓒ  Hong Kong Free Press, HKFP Lens: ‘We’ll be back’

 

 


[1] <참세상>, “홍콩 경제 불평등이 만든 청년의엔드게임’”, 김한주·정은희, 2019.10.03.

[2] <문화일보>, “지도자도 조직도 없다… SNS가 소집하고 지휘하는혁명’”, 김윤희, 2019.11.13.

[3] <연합뉴스>, “홍콩, 복면금지 이어 인터넷 표현 규제… ‘폭력 선동금지”, 차대운, 2019.10.31.

[4] <연합뉴스>, “애플 CEO "홍콩시위대 쓰던 앱 퇴출, 믿을 만한 정보로 결정"”, 정성호, 2019.10.11.

[5] 트위터 계정 광복홍콩 시대혁명(@AntiELAB__KR)의 운영자와 인스타그램 계정 광복홍콩 시대혁명(@antielab_kr)의 운영자는 동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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