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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78호 <재난의 지평선>/대학

학교가 세워 올린 장벽— 장애 학생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언

by 중앙문화 2020. 7. 23.

<78호> 2020년 봄여름

편집위원 권혜인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대학생들이 배리어프리한 학습 환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6월 4일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10개 대학생 단체들[1]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는 장애 학생의 지원책이 배제된 비대면 강의 결정을 규탄하며 대학의 배리어 프리[2] 실현을 요구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애당초 배리어 프리하지 않았던 캠퍼스 환경에서, 온라인 강의 전환은 장애 학생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 문지윤 씨 발언 중

 

  2월 25일, 중앙대학교는 교무위원회의를 통해 개강 후 2주 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의 비대면 수업과 관련한 학교의 지침은 없었다. 개선을 위한 내부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학교의 온라인 학습 환경은 장애 학생을 배제하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강의 내용이 장애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몇몇 조건들이 필요하다. 청각 장애인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자막 지원이나 입모양이 또렷하게 보이는 교수자의 얼굴이 영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화면을 음성으로 인식해 활용하기 때문에 접근이 쉬운 웹 페이지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사전적으로 준비된 것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학기 내내 수업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것조차 어려웠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62대 총학생회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 측은 ▲청각 장애 학생을 위한 자막 삽입 ▲ 시각 장애 학생 수강 학습 자료를 한글과 워드 파일로 제공 ▲ 실시간 원격 속기 지원 ▲ 학생 도우미 동석을 통한 실시간 학습 지원을 학교 본부에 요청했다.

 

어디에서도 자막이 ‘우리 업무’라고 하지 않았다

  비대면 수업이 결정된 직후부터 장인위장애 학생 지원을 요구했지만 관련 부서를 몇 번씩이나 빙빙 돌고 나서야 간신히 학습 지원이 결정됐다. 학교 본부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사이 학기는 속절없이 지나갔다. 학생들만 발을 동동 굴렀다. 다음은 장애 학생의 학습 지원을 위해서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고군분투했던 장인위의 기록이다.

2월 26일, 장애인권위원회는 장애학생 비대면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확인했다. 장애인권위원회는 이에 관한 건의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강의 제작 담당 기관인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연락했다. 교수학습개발센터는 두 차례 확인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권위원회에 잘못된 이메일을 전달했다. 장애인권위원회의 연락에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교무처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넘겼고, 그렇게 연락한 교무처에서 "담당 기관을 연결해 주겠다"며 연결한 곳은 다시 장애학생 지원센터였다.
학교에는 교학부총장, 기획처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총무처장, 시설관리처장, 장애학생지원센터장으로 구성되어 장애학생 지원 방법과 협조 내용을 논의하는 기구인 특별지원위원회가 있다. 해당 기구에서는 장애인권위원회가 요구한 비대면 교수자의 이야기를 자막으로 동시에 나오게 하는 영상 형태의 지원을 교강사에 제작을 맡겼다.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교무처와 논의 결과 장애인권위원회가 2월 26일에 건의한 사항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논의 결과를 전달했고, 장애학생 지원센터는 센터 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을 장애인권위원회에 전달했다.

 

장애인권위원회는 중앙운영위원회의 요구안에 "장애 학생들과 유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자막과 강의 녹화본을 업로드 해달라"는 조항을 넣어 공식적으로 학교에 요구했다.

 

학교 부처는 관련 부처에 제기한 공식적인 건의사항을 다시 장애학생 지원센터의 몫으로 돌려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교수학습지원센터는 건의 사항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다시 한 번 장애인권위원회에 전달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에 자체적으로 자막 지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3월 31일 현재 장애학생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배정된 예산을 사용하고 제작 기간에 일주일이 추가로 소요되는 자막을 지원받고 있다. 장애인권위원회는 장애학생지원센터 실무자에게 장애학생 지원 업무가 과중되고 학교 본부에 직접 지원을 건의하기 어려운 문제 상황을 제기하며 본부에 장애학생 지원 체계를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난히 높은 중앙대의 문턱

  준비 없이 진행된 전면 비대면 수업은 유독 장애 학생들에게 가혹했다. 지원은 늦었고, 그마저도 차선책이었다. 대학에서 수업 하나 듣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비대면 수업이 장애 학생들에게 중앙대에서 처음 마주치는 문턱은 아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입학부터 쉽지 않았다. 중앙대는 2012년부터 고른기회전형으로 정원 외 합격생을 뽑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장애 학생의 평등한 고등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1995년부터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신설하여 권고했다. 이를 고려하면 중앙대학교는 17년이나 늦게 해당 전형을 실시한 셈이다. 하지만 17년이라는 긴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장애 학생을 위해 마련한 전형은 형편없었다.  정보 공개 청구로 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와 각 년도 모집 요강을 토대로, 중앙대학교에서 해당 전형을 실시한 이후의 장애 입학생 인원 통계를 살펴봤다.

 

 

중앙대학교는 장애 학생에게만 높은 문턱을 만들었다. 전형 신설 첫 해(2012년)에는 정원 10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으나 다음 해부터 2명이 줄어 지금까지 8명의 정원을 유지 중이다. 2020년 장애 학생 입학 정원(8명)은 나머지 수시 입학 인원(3,379명)의 0.24% 밖에 되지 않는다. 8명이라는 입학 정원도 턱없이 적지만 선발되는 숫자는 심지어 그것보다도 적다. 교는 고른기회전형으로 한 해 5명 이상 선발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비율로 따지면 37.5%나 공석으로 비워두는 셈이다. 2020년에는 고작 3명만이 고른기회전형으로 입학했다. 수시 모집은 인원을 덜 뽑는 경우가 없으니 입학 정원(3,379명)을 그대로 비교하면 비장애 학생 2000명이 입학할 때 2이 채 안되는 장애 학생이 중앙대의 문턱을 넘는다.(0.09%)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는 “정원 외 인원이기 때문에 정원을 채우지 않는다고 (법적인) 제약이 따르지는 않는다. 모집 단위별로 (장애 학생을) 한 명씩은 뽑으려고 하지만 인기 있는 학과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에는 (고른기회전형의)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 중앙대학교 입학처에 공개된 수시 경쟁률에 따르면, 고른기회전형으로 지원 가능한 학과 38개 중 지원자가 없는 경우는 12개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26개 학과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이 고른기회전형으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게 뽑았다는 말이다. 채울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채우지 않은 것이다.

 장애 학생에게 매우 좁은 문이지만 그마저도 많은 학과에서 닫혀 있다. 올해 초 발족한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 정승원 씨는 2019년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지원 당시 입학을 희망했던 공공인재학부는 고른기회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인재학부는 2021년 입학 예정자부터 고른기회 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른기회전형이라는 기본적인 제도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학과가 너무 많다. 2021년 모집 요강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의학부, 간호학부, 사범대학(교육학과·유아교육과·영어교육과·체육교육과)은 고른기회전형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 실내환경디자인, 패션 전공 이외 모든 예술대학[3]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모집 정원에 한참 못 미치는 합격 인원에 대해 ‘법적 제약이 붙지 않는 정도’로 뽑고 있으니 문제 없다고 덧붙인다. 현재 장애 학생 지원은 장애 학생 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이처럼 장애 학생 지원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학교는 합격 학생 수조차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입학과 졸업이 반복되는 대학 특성상 기존의 장애 학생 지원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또한 불안정한 지원과 제한된 장애 학생 수는 대학 스스로 비장애인 중심의 캠퍼스 환경을 개선하는 데 게으르게 만든다.

 학교 본부가 나서서 장애 학생의 입학 수를 감소시킬수록 기존의 학내 장애 지원조차 위태로워지고, 장애 학생이 다니기 어려운 환경의 캠퍼스는 중앙대로 향하는 장애 학생의 발걸음을 돌린다. 결국 악순환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할 일이 너무 많다

  높은 문턱을 넘어 중앙대에 입학하고 나서도 강의실로 가기까지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장애 학생의 학교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센터장과 차장은 학생생활상담센터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센터장과 차장을 제외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전담 인력은 단 두 명이다. 개별 지원 요구 파악, 도우미 매칭, 학습 보조 기구 지원 등 많은 센터의 업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인원은 단 둘뿐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인원만 문제가 아니다. 단 둘 뿐인 전담 직원의 근로 형태는 ‘한시적 계약직’이다. 자리를 채워주는 사람도 계속해서 바뀔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법령이 없다 보니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업무는 장애 학생 인원과 필요한 지원에 따라서 유동적인 상황이다. 많은 학교에서 편의를 위해 해당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선발하여 그때그때 인원을 조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인력 충원은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교의 유일한 장애 학생 지원 전담 행정기관이다. 최소 4년을 대학에서 보내야 하는 장애 학생의 경우, 재학 도중 지원 담당자가 바뀌면 곤란할 수밖에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변재원 씨 또한 6월 4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원이 바뀔 때마다 나의 장애 정체성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다”고 센터의 인력 충원 방식을 문제 삼았다.

  게다가 중앙대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전문 학습 지원사[4] 속기사 2명뿐이다. 전면 비대면 수업 진행으로 실시간 속기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두 명의 속기사가 현재 청각 장애 학생 3명의 원격 속기 지원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한 명당 듣는 수업 개수와 시간을 고려하면 상당한 노동력을 요구한다. 속기사가 담당하지 않는 다른 장애 학생들은 학생 도우미의 지원을 받는다.

  전문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학생 도우미는 지원 활동 시작 전 장애 이해 교육, 안전 교육, 폭력 예방 교육 등의 사전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에 대한 별도의 교육은 없으니 도우미 학생의 역량에 따라 전문 용어 전달 등에서 지원의 질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학습 지원 전공 심화 과목이나 원어 수업 등 지원자가 부족해서 배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매 학기 여러 과목 발생”하고 있다고 센터의 관계자는 털어놨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력 부족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일까? 장애 학생 지원에서 늘 우수 사례로 꼽히는 대구대학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력 현황을 물어봤다. 대구대학교는 2000년부터 전국 대학 최초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앙문화: 이번 학기 대구대학교에서도 전면 비대면 강의가 시행되고 있는데,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 인원은 몇 명이나 될까요?

대구대학교: 흔히 전문 도우미라고 불리는 ‘전문학습지원사’의 경우, 대면 강의시에는 영역별로 점역사, 상담사, 취업진로상담사 등의 전문가들이 학습 및 생활을 지원했습니다. 이번 학기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면서  수어통역사 8명, 속기사 4명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상주 직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대구대학교는 복지와 특수 교육 등에 특성화되어 있는 대학인 만큼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전담 인력뿐만 아니라 전문 학습 지원사 인력도 많이 배정되어 있으며 필요 시 언제든 지원 가능하다. 대구대학교는 ‘설립 이념 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의 특수교육을 위해 설립된 건립 바탕과 안정적으로 보장된 센터의 지위’를 원활한 학생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꼽았다. 

   대구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인권위원회라는 회의 기구와 함께 총장 산하의 기구로 설정되어 있다. 반면 중앙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처 소속이다. 대구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총장 산하 기구로 설정되어 예산 등에서 학교와 더 원활하게 이야기해 센터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센터 서비스가 다른 부처에 갖는 설득력 또한 달라진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상 앞에서 "재난 핑계 말고 배리어프리 보장하라", "차별과 배제의 대학에 평등을 요구한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기자회견에 참가하고 있는 두 대학생 ⓒ 비마이너

 

아무도 모르는 특별지원위원회

  중앙대학교에는 센터 말고도 장애 학생 지원 정책 및 운영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특별지원위원회(이하 특지위)가 있다. 그렇지만 특지위는 장애 학생 지원에 전면으로 나서는 일이 없어 베일에 쌓여 있다. 일반 학생뿐만 아니라 장애 학생들조차 그 존재를 잘 모른다.

  규정 상 특지위는 학교 본부 차원에서 한데 모여 장애 학생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다. 각 대학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1. 대학의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계획 2. 심사청구 사건에 대한 심사·결정 등을 심의 결정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특지위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 규정’ 제8조에서 특지위의 구성을 명시하고 있다. 교학부총장이 특지위 위원장을 맡고, 기획처장·교무처장·학생처장 등 주요 행정부처의 대표자들이 구성원으로 참가한다.

  특지위는 각 행정부처들과 장애 학생의 지원에 관해 학기 진행에 앞서 계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선, 장애 학생의 지원은 장애학생지원센터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장애 학생 기숙사 우선 입사와 관련해서 생활관에, 도서관 엘레베이터 이용과 관련해 학술정보원에, 장애인편의시설과 관련해 시설팀에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장애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타 부서에 협조 요청할 일이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장애 학생 지원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장애 학생 지원은 학습 계획 단계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 학생의 정당한 지원에 차질이 생긴다. 이번 비대면 강의의 장애 학생 지원이 장인위의 요구로부터 두 달 가량 늦어진 것만 봐도 그렇다.

  특지위는 한 학기 한 번 꼴로 열린다. 작년에는 2월과 8월에 한 번씩, 올해는 2월과 3월에 한 번씩 열렸다.  특지위 위원장 자격을 갖는 백준기 교학부총장에게 이번 학기 비대면 강의에 대해서 논의된 내용을  요청해 받아보았다. 이번 학기 특지위에서는 학생 도우미의 재택 활동을 도우미 활동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심의하고 시청각 장애 학생에 대한 학습 지원 방안[5]이 센터로부터 보고되었을 뿐이다. 보고를 받은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특지위가 장애 학생 지원 정책 및 운영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토의 과정에 장애 학생 당사자들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는 빠져 있었다.

 

학교가 허물어야 할 장벽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는 2017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안성캠퍼스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중앙대학교의 상황을 조금만 살펴보면 부끄러움을 넘어 기준에 의문을 절로 품게 되는 결과다. 분명 중앙대학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학생 사회가 나서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올해부터 장인위가 활동을 시작했고, 6월 8일 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두고 중앙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전 단위가 연대에 힘을 모았다. 변화의 가능성이 움트고 있다.

장애인권위원회는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 업무가 장애학생지원센터 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부처의 책임임을 명확하게 하라는 성명문을 전달했다. 해당 성명문에는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 뿐만 아니라 학내 많은 단체가 연대 성명을 덧붙였다. ⓒ62대 총학생회 장애인권위원회

 

 

① 

  먼저, 학교가 적은 입학 정원이나마 채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지금보다 장애 학생 정원 및 입학 인원을 늘려 고등 교육 기관으로서 평등한 교육의 장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학교를 다니는 장애 학생이 많아져야 이후 자원의 확충 등 지원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평등한 교육을 위해서는 장애 학생들이 강의실을 비롯한 캠퍼스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지원 센터에서 장애 학생 간담회를 통해 장애 학생들의 불편함을 듣는다. 그 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장소부터 시설팀에 보수를 의뢰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권 문제 또한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위해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을 인식하고 학교에서 전수 조사 등을 통해 배리어 프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현재 학교는 장애 학생의 이동권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작년 11월, 교내 건물 엘리베이터의 점자 표기 오류가 발견[6]되어 문제시되기도 했다. 우리 학교가 배리어 프리한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내 웹 페이지 접근성 확보, 점자 유도 블록 설치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7]

 

  장애학생 지원센터는 지금보다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 등의 특수교육법에는 장애학생지원센터 및 특별지원위원회의 설치·운영, 전담 인력의 배치에 대한 내용만 있다. 정작 전담 인력의 수와 고용 형태 등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는 이러한 내용들이 센터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내용임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이 센터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법령이 부실하다면 학교 차원에서라도 센터의 규정을 통해 예산과 고용 인력, 고용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 인권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 학생 지원 역시 학교 본부의 관심에 따라, 센터의 여력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학기의 경우, 5주차 이후로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외국어 강의에 한해 자막이 지원되고 있다. 다행인 일이다. 이제는 특지위가 개강 전에 한 학기의 장애학생 지원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그 인적 구성을 활용해 각 부서에 협조 약속을 받아내는 등 장애 학생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특지위는 장애 학생의 학교 생활에 대한 사전 계획뿐만 아니라 사후의 시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특지위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에 언제든 해당 제도를 활용해 공식적인 학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35조에 따르면 장애 학생 및 보호자는 학교에 지원 조치를 제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청구를 받은 학교는 2주 이내로 특별지원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지원 여부 및 사유를 신청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백준기 교학부총장은 지금까지 특지위의 해당 제도를 통해 청구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청구할 만한 것이 없다기보다는 청구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특지위는 실제적으로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학교의 큰 회의 기구다. 장애 학생 간담회와 센터를 통한 개별적인 지원 요구도 가능하지만, 심사청구권과 같은 구속력은 없다. 특지위와 관련 제도가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하는 이유다. 장인위 정승원 위원장 역시 “장인위 설립 이전에는 해당 기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며 “특지위 운영이 잘되면 각 기관 간의 효율적인 연결고리로 작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의 여러 절차를 재편하여 절차적으로 장애 학생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행정부처가 협조하는 장애 학생 지원 체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특지위 등의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지위뿐만 아니라 이번 학기 발족한 장인위도 있다. 장인위는 학내 장애 학생 대표 기구로서 학생 당사자의 의견을 가장 직접적으로 대변한다. 학교는 특지위 등 공식적인 장애 학생 지원 논의에 장인위 위원장 등 학생 당사자가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중앙문화의 취재 도중 관련 내용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8월부터는 장인위 위원장이 특지위에 참석할 예정이다.

 

  장인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장인위는 수업 지원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을 이끌었던 것처럼 학생 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장인위를 중심으로 한데 모인 학생들의 의견은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현재 장인위는 다른 위원회와 달리 장학금과 개별 업무 공간 등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정승원 장인위 위원장은 “다른 위원회와의 동등한 지위뿐만 아니라 장인위 활동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장학금과 공간 지원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처 관계자는 “학생 자치 단계에서 결정이 났다고 해서 바로 장학금을 지원하기는 힘들다. 그 기구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의 결과물을 보고 해당 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학교 본부에 이를 언급하며 필요한 장학금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학교 본부의 말대로 장인위는 학생 자치를 통해 발족한 학생 기구다. 하지만 이는 장인위가 다른 어느 장애 학생 지원 단체보다 학생 사회와 가까이 있다는 의미이다. 장애 학생의 학교 생활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여 학생 자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학교는 장애 학생의 학교 생활을 위해서 정당한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책임자는 당해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여러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8].  장애 학생의 자치권도 마찬가지다. 장애 학생 당사자의 자치권 보장에 동의한다면 장인위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반박할 여지는 없다. 앞으로 장인위 지원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검토를 기대한다.

 

중앙대학교에는 대문도 담장도 없다. ⓒ뉴스프리존

  다른 대학과 달리 중앙대학교에는 담장도, 대문도 없다. 단절된 캠퍼스를 열어 소통하겠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장애 학생들에게 중앙대학교는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둘러쌓인 ‘닫힌’ 대학이다. 6월 11일부터 장애인과 함께 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의무적으로 10% 이상 선발하는 사회통합전형이 법제화된다. 2021년부터는 더 많은 학생들이 중앙대학교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장애 학생 역시 우리 학교의 주요한 구성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학교 스스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1]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건국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국민대학교 인권위원회, 국민대학교 실천하는 학생모임 비상구,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서울대학교 장애인권 동아리 with::D. 연세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중앙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한양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2] 장애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

[3] 공연영상 창작학부, 미술학부, 음악학부, 전통예술학부, 글로벌예술학부, 디자인학부 내 공예,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전공에는 고른기회전형이 실시된 적 없다. 2021년 역시 지금까지의 전형을 유지할 예정이다.

[4] 장애 학생의 학습과 생활 지원 등을 담당하는 한국수어통역사, 속기사, 점역사 등의 자격증 소지자 또는 활동 보조 교육을 수료한 자를 의미한다. ‘학생 도우미’의 경우도 시혜적으로 보일 수 있는 ‘도움’ 대신 ‘지원’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바꾸어야 할 것이다.

[5]  교강사에게 자막이나 스크립트를 요청하고, 어려울 때는 원격 속기를 지원하는 방법이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의해 보고되었다.]

[6] 미표기는 물론이고 이미 표기되어 있는 점자도 잘못된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노유림, 학내 곳곳 엘리베이터 버튼 점자 오류…한 둘이 아니었다, 중대신문, 2019.11.18.)

[7] 그 밖에도 건물과 강의실 진입 단차 낮추기, 실내 보도 유효폭 늘리기, 승강기 설치, 보도 차도 분리하기, 강의실 앞에 점자 팻말 설치, 학생 식당에 식사 보조를 위한 근로 장학생 상시 배치 등이 요구된다.]

[8]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장(차별 금지) 제2절 교육 제14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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