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김현경
편집위원 권혜인
개강이 늘 그렇지만 이번 학기는 유달리 적응하기 힘들었다. 강의 방식뿐만 아니라 학사일정, 채점방식까지 시시각각 바뀌었다. 학생들에겐 이들을 확인하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등록금만은 그대로였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다. 코로나 19 확산세의 장기화로 많은 대학에서 1학기 전체를 비대면 강의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잠깐 화제에 올랐다가 식는 가벼운 논의가 아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를 주축으로 모인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에는 중앙대 서울캠 총학생회를 포함한 전국 42개의 총학생회, 25개의 단과대 총학생회, 3개의 청년단체 등이 모였다. 학생 사회 목소리가 하나로 뭉쳤고, 학생들의 요구에 응하는 대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6월 15일, 건국대학교는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부분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벌써 봄여름 학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지만, 학생들의 요구는 그칠 줄 모른다. 학생들의 요구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록금은 그대로, 강의는 어디로?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가장 큰 근거는 강의가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다. 6월 15일 다수의 학생대표자[2]들이 발표한 성명문(이하 성명문)에서는 “우리는 등록금만큼의 교육 수준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등록금 반환과 교육의 질 보장 대책을 요구했다. 수업의 질 하락을 경험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수업의 질 향상을 요구했지만” 학교가 교수권 보장을 이유로 상황을 방관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말처럼 비대면 강의 환경은 열악했다. 개강일부터 서버 문제가 발생하며 원활한 수업 진행이 되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에브리타임에는 서버 문제로 실시간 강의에서 ‘튕겨 나왔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서버 문제로 학생들은 서버가 안정될 때까지 강의를 듣지 못해 강의 일정 부분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실험 강의는 비대면 수업으로 간접 학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험·실습 강의들은 학생들이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데에서 배움을 얻는다. 학생이 실험 단계를 거치며 실험 방법과 결과를 습득할 수 있고, 실험 지도자에게 실험 중 생긴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며,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되었다. 3월 16일 진행된 9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약학대학 대표자는 ‘실험비용 등이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는데 실험 영상으로 대체된 점에서 반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후 실험·실습 강의에 한해 오프라인 수업이 순차적으로 허용됐지만, 실기실 이용 제한은 여전해 불편을 겪는 사례도 존재했다.[3]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는 상황에서 피하기 어려웠던 문제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걸 넘어선 교수자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성명문에서도 “한 마디 설명조차 없는 PPT 자료”, “이전의 강의물을 그대로 재사용해 코로나 이전 시대를 살고 있는 영상자료 속 교수”, “이마저도 업로드 되지 않는 빈 강의게시판” 등을 언급하며 문제들을 지적했다.
간호학과 A 강의는 타 학교 교수가 유튜브에 올린 자료로 온라인 수업을 대체했다.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해당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을 게시하고, 이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게임·인터렉티브 융합전공의 B 강의는 동일한 영상으로 두 가지 강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강의 수강생은 “교수님이 ’이번 강의는 ○○ 강의와 함께 진행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강의 파일을 올렸다. 내가 듣지도 않는 강의 내용을 왜 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냥 수업 두 개를 영상 하나로 퉁치는 느낌이었다.” 고 전했다. 공공인재학부의 C 강의는 교수의 설명없이 PPT 자료만 올라왔다. 공공인재를 복수전공 하는 한 학생은 “처음 2주 동안 파워포인트 자료를 업로드 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받는 만큼만 내겠다
한마디로 이번 학기 강의들은 제 값을 못했다. 학생들은 지불한 등록금만큼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딘가 익숙한 논리다. 매년 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때’라고 말하는 총장들의 말과 비슷하다. 이들의 주장은 ‘교육 서비스 수준이 등록금을 결정한다’ 라는 전제 하에 나온다. 등록금이 높으면 그만큼의 높은 교육의 질이 보장되고, 그 돈은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만약 강의 질이 낮아졌다면? 등록금도 이에 비례해 낮아져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는 대학이 지금까지 펼쳐온 주장과 닮아 있다.
수익자부담원칙은 ‘받는 수익만큼의 비용, 혹은 수익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수익을 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은 서비스고, 대학은 공급자, 학생은 수요자가 된다. 서비스 질에 따라 등록금에 차이가 발생한다.[4] 이 원칙에 따르면 교육 질 저하분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대학이 애용하던 수익자부담원칙이 이번엔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에 힘을 실었다.
본부는 교육비 지출을 들어 등록금의 반환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인한 교육 질 저하가 사실이더라도 대학의 교육비 지출은 결코 줄지 않았음을 내세운다. 4월 1일 비대면 강의 연장 공지에서 박상규 총장은 “이미 우리 대학은 등록금 대비 투자를 의미하는 교육비 환원율이 거의 두 배(181.6%) 수준”[5]이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이 불가함을 못 박았다. 예산팀도 코로나 19로 인한 추가 지출분까지 생기는 상황이라며 등록금 반환이 어려움을 밝혔다.[6]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교육비 환원율’ 같은 지표나 추가 지출과는 관계없다. 기존과 같은 등록금을 냈지만 같은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주 골자인 만큼, 이런 해명들이 반환 요구를 잠재우긴 힘들어 보인다.
불통으로 환불에 불붙인 대학 본부
몇 번의 해명에도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본부의 고질적인 불통이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3월 30일 총장단 간담회에서 총장단 및 유관부처장은 ‘등록금 일부 반환 시 교육관련 지출이 줄어들어 학생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며, 고정성 비용은 줄일 수 없어’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고 말한다.[7] 언급한 고정성 비용이 이전과 비교해 어느정도 크기인지, 어느 항목에 들어가는지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본부가 말하는 반환 시 교육 지출이 줄어드는 항목, 교육 지출의 감소 금액, 예상되는 피해 내용을 학생들은 알 수 없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투명한 회계 내역 공개는 없었다. 서울캠 총학생회가 4월 2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코로나 19 관련 집행 세부 내역’이 학생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회계 내역이었다. 이름만 세부 내역이었고, 자세한 사용처는 나와 있지도 않았다. 이 내역을 끝으로 종강까지 추가적인 공개는 없었다. 당시(4월 2일) 서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는 방역 용품 등의 상세한 사용처 공개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후 사용처에 대해 전달받았다는 이야기나 학교의 대답은 없었다. 사용처는 지출분의 타당성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지표지만 학생들은 확인할 수 없었다.
등록금 지출과 떼어놓을 수 없는 학사 논의에서는 학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운영위원회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는 지속적인 학사 협의 진행을 요구하자[8]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언제든지 전달해주길 바라며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답변 이후 마련된 협의 자리는 6월 1일 총장단과의 간담회뿐이었다.[9]
학사는 긴급하게 변경될 때도 있고, 모든 사안을 학생과 함께 결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은 당연하게도, 학사의 당사자다.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본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학사를 논의하는지 의문이다. 온라인 강의 기간동안 진행된 학교-학생간 논의 테이블은 모두 학생의 요구로 마련됐다. 본부가 나서 학생들의 의사를 묻거나 소통 자리를 제안한 적은 없다. 평소 대학의 폐쇄적인 소통 구조는 코로나 19 기간에 학생들의 소외를 부추겼다.
여기에 마땅한 대표자가 없는 유학생은 한차례 더 소외됐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기존의 유학생 멘토링 등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국제처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이번 학기엔 코로나 때문에 실제적 진행이 불가하니, 온라인 형식의 멘토링을 진행하는 걸 권고하도록 했다”며, “정상적인 진행이 안 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답했다.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유학생은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었다. 의견을 낼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본부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의견을 들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박상규 총장은 4월 1일 비대면 강의 연장 안내문을 게시하며 ‘이 모든 전례 없는 조치는 오로지 중앙가족 여러분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호칭과 학교가 보여준 소통에는 괴리감이 있다. 불투명한 회계 내역과 학생 사회와의 소통이 생략된 학사 결정은 동등한 학내 주체에게 보일 수 없는 모습이다.
이해했다. 총학생회만!
총학생회는 등록금 반환 논의에서 학생 사회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3월 27일에 총학생회는 교내부처장 논의 자리에서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를 전달했다. 이에 교학부총장 및 기획처장은 중앙대학교의 재정구조 상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등록금 일부 환불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4월 1일에 공지된 ‘비대면 수업 연장에 관한 안내’에서 등록금 환불 시행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 나온 후로 총학생회의 공식적 등록금 관련 논의나 회계 내역 공개 요구는 끊겼다.
6월 3일 열린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이양선 철학과 학생회장은 “학교 재정상황이 (등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지 않다. 장사꾼이 장사가 안된다고 손님한테 피해를 떠넘기지는 않는다.”며 등록금 반환에 관해 학교와 논의한 사항을 공유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반환에 대해 “재정적으로 학교에서 (등록금을 반환할 만큼) 충분한 환경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문화와의 추가 인터뷰에서는 등록금 관련 특별법 개정 운동에 더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장은 대학의 입장을 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학생회가 학생의 알 권리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학생은 학교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한 상태다. 학교의 재정 상황, 지출 근거는 학생들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총학생회는 학생 사회를 대표하는 기구인 만큼 학생의 입장에서 본부와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투명한 회계 공개를 요구할 필요가 있었다.
적당한 논의 태도는 예비비 및 적립금 논의 결과를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확대운영위원회 중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고수민 부학생회장의 “예비비 및 적립금을 등록금 반환을 위해 사용하려는 논의는 없나”는 질문에 총학생회장은 “총무처와 관련 논의를 했었다"며, "예비비와 적립금은 어느 정도 사용 목적이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은 "사용 내역에 대해서 공개를 요구할 것이고 이후 한 번 더 논의 테이블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지만, 한 학기가 끝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됐다는 소식은 없다.
예비비는 예산 외에 발생할 수 있는 지출을 위해 마련하는 비용을, 적립금은 학교가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축적한 돈을 의미한다. 비상 상황인 만큼 예비비와 적립금 지출 계획은 중요성이 커진다. 학생 사회는 지금 같은 재난 상황이 학교가 기존에 마련한 자금을 사용할 때라고 여긴다. 사용 목적이 정해진 항목으로 추가 지출이 어렵다면 학생에게 지출 계획을 공개하고 이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를 공개하지 않은 대학 본부다. 그렇지만 본부가 학생과의 소통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대표자는 대학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여 학생 사회에 전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학생대표자는 본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본부를 바란다
유례없는 ‘비대면’ 수업 사태는 모두를 당황시켰다. 학교의 주요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며, 제대로 된 수업을 제공받지 못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본부는 소통에 힘써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전부터 지속되어 온 본부의 불통 문제는 변함없었다. 본부는 ‘등록금 지출’을 근거로 등록금 반환을 거부했지만 학생들은 한정된 정보 속에서 납득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학교 본부의 소통 부재가 등록금 논쟁에 불붙인 것이다.
“하나, 학교본부는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한 의무 불이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라.
하나, 학교본부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명확한 입장을 표하고,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시급히 착수하라."
- 중앙대학교 다수 대표자 성명문 ‘실종된 등록금을 찾습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등록금 논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함께 논의할 대상으로 편입하려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등록금 논쟁은 해결될 수 없다. 대학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할 때다.
[1] 6월 14일 기준
[2] 중앙대학교 제9대 인문대학생회, 제47대 사범대학 학생회 E:로운, 사회과학대학 제9대 비상대책위원회, 제9대 간호대학 운영위원회, 제9대 경영경제대학 운영위원회, 자연과학대학 제32대 학생회 봄, 제55대 통일공대 학생회 EN:TER 외 14곳 대표자들
[3] 김유진, “혜택을 완전히 받지 못해”…”반환 요구가 당연하진 않아”, 중대신문, 2020.06.01
[4] 코로나19로 수업 단축했는데 ‘대학 등록금 환불’ 가능할까, 대학교육연구소, 2020.03.14
[5] 박대호, 교육비 환원율 분석했더니 대학들, 교육에 ‘초과투자’…등록금 환불 어려워, 2020.04.08
[6] 김아현·김준환, “학생 입장 공감해 … 그러나 재정 상황도 고려해야”, 중대신문, 2020.06.08
[7] 서울캠 총학생회 ‘syn-‘ 페이스북 게시물 ‘총장단 간담회 결과’
[8] 5월 17일 중앙운영위원회가 본부에 전달한 요구안 중 하나
[9] 6월 16일 기준
'지난호보기 > 2020 봄여름, 78호 <재난의 지평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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