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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9 봄여름, 76호 <남겨진 목소리>

캠퍼스 미투, 이렇게 답해야 합니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4. 6.

<76호>, 2019년 봄여름

 

이재정 
<대학에서 싸우는 여자들> 프로젝트 공동기획자 

#미투 운동은 바로미터다
2018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 역시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중앙대에서도 교내 동아리 C-mash, 국제물류학과 B교수, 경영학부 A교수, 일어일문학과 K교수, 동아리 Muse, 문화연구학과 C강사, 응용통계학과, 영어영문학과 A교수 등 여러 사건이 공론화되었다. #미투 운동은 자칫하면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들이 발화자의 용기와 조력자의 노력으로 중단되었고, 미약하게나마 가해자에 대한 처벌로 이어졌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말하기는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그동안 사회는 이를 외면했고 왜곡된 통념으로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성폭력을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다. 법제도 역시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은 한국사회의 현실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바로미터다. 특히 대학은 97년을 전후로 대학 여성주의자들이 힘을 합쳐 반성폭력 학칙과 관련 기구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대학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여전히 되풀이되는 성폭력 사건들과 거세지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양상들이었다. 운동의 결과로 학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이것들이 피해 생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는 이런 현실을 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철저히 반성하고 개혁해나가야 한다. 이 글에서는 대학 모든 구성원이 지난 #미투 운동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특히 대학 #미투 운동의 흐름 속에서 주요하게 지적되었던 '인권센터'를 중심으로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려고 한다. 앞선 장에서 중앙대 인권센터를 비롯한 학내기구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그 한계와 대안을 포괄적으로 서술할 예정이다.

 

대학에 '인권센터'를 요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97년을 전후로 여러 대학의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대학에는 본격적으로 반성폭력 학칙 제정 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학내 성폭력 근절과 여성권 확보를 위한 여성연대회의'는 반성폭력 학칙 제정과 자치규약 제정을 위한 운동에 앞장섰고, 그 결과 1997년 동아대의 성폭력 규정 학칙 도입을 시작으로 여러 대학에서 관련 학칙이 제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관련 기구들이 설립되었다. 이후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으로는 해결하기 모호한 폭력, 체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노동 착취 등의 사람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보다 포괄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인권센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시작되었고, 2012년 중앙대와 서울대의 재개편을 시작으로 일부 대학에서는 인권센터의 설립 및 재개편이 추진되었다. 또한 성희롱·성폭력이 다른 인권침해와 동떨어져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인맥, 학문 지식, 직급 등 대학의 여러 권력 관계와 교차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으로 문제를 짚을 수 있는 인권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중앙대처럼 빠르게 인권센터를 만들고 운영해온 곳도 있지만, 대학마다 그 역할과 위상에 따라 '성폭력 상담센터', '성평등 상담소' 등 다양한 이름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성희롱·성폭력 사안을 다루는 기구가 존재한다.(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구의 이름을 '해당 기구' 혹은 '성희롱·성폭력 고충 상담기구'로 통일한다). 해당 기구들은 주로 예방 및 처리(심의·조사
·징계 결정 등)를 담당한다. 기존의 성희롱·성폭력 고충 상담기구보다 인권센터가 종합적으로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고, 새롭게 드러나는 인권침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구 중 가장 선진화된 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많은 대학에서는 인권센터 설립 및 재개편을 위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뢰를 잃어버린 인권센터

인권센터가 존재하지 않는 대학에서는 인권센터를 설립하라는 요구가 나타나고 있지만, 인권센터가 존재하는 대학에서는 인권센터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인권센터를 둘러 싸고 어떤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살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대학에 인권센터가 필요하다는 여러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권센터 설립이 의무가 아닌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7년 7월 노웅래 의원 대표 발의로 인권센터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발의 되었으나, 2018년 3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해당 의안 원문에 따르면, 전국 237개 대학 중 설문에 응답한 97개 대학 중 인권센터가 설립된 했다. 사회는 진보하고 다원화되면서 점차 새로운 유형과 의제들이 대두될 것이고, 대학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대학은 다양한 인권침해 사안을 예방·처리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을 갖추고, 이러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도록 인권센터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인권센터가 독립된 기구로 위상을 보장받아야 한다. 총장 직속 등 독립기구로 존재하는 경우는 겨우 11.1%이고, 학생지원 52.3%, 대학 행정 18.6%, 인력개발 14.7% 등 상위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각주:1]인권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대학 안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에 치중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일, 동국대, 명지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의 대학은 미투 운동 이후에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규탄하며 학교 본부로부터 독립된 인권센터 설립 및 개혁을 요구하는 '권리가 '선별적'으로 '허락'된 대학에서 우리는 민주적 인권센터를 원한다'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부도 권고안을 통해 '대학은 성희롱·성폭력 관련 업무 전담조직을 총장 직속 독립기구로 설치하고, 상담·조사 등을 위한 정규직 전담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교육부 권고안처럼 인권센터를 '총장 직속' 독립기구가 요구되는 이유는 '총장'이 대학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만큼, 그 위상을 보장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총장 직선제 등 대학 민주화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직선제를 실시하더라도 총장 선출 과정에 학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해결에 대한 의지가 주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총장 직속으로 위치를 보장하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인권센터를 '총장 직속' 독립기구로 설립하려고 할 때, 총장의 성인지 감수성을 어떻게 함양할 것인지, 대학을 어떻게 성평등 관점에서 민주적으로 개혁할 것인지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권센터가 특정 집단이나 성별에 치중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그 위상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의 꾸준한 모니터링 역시 필요할 것이다. 

❸ 세 번째
  상담원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사건 처리 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합당한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기구가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은 경우, 상담원들이 겸직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은 업무 과정으로 이어져 상담원을 소진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대학 담당자들을 대상으로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조사 관련 어려움' 실태조사에 따르면, 담당 인력 문제 35.8%, 조사·심의 과정의 문제 31.8%, 조직체계 및 지원 16.2%로 '담당 인력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담당 인력 문제에는 전문 전담 인력 배치, 겸직에 따른 업무 과중, 상담·조사 및 처리 과정에서 상담원이 소진됨 등이 지적되었다.[각주:2] 담당자가 겸직이 많을 경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기 어렵기 때문에 독립기구로 운영되어 분야별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 과중은 상담과 사건처리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인력 충원 역시 필요하다. 또한 대학 성희롱·성폭력 고충 상담기구 담당자의 고용 형태도 문제다. 담당자의 38.8%만 정규직이고, 61.2%가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다. 담당자들이 대학의 다양한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발언권과 영향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담당자들의 고용 형태의 안정성과 위상을 보장해야 한다. 이처럼 담당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고 위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트레이닝도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은 사회를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책임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고, 인권침해 관련 상담 및 사건처리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관련 수업 및 학과 개설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                                                                                                                                               조사·심의·징계위원회에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인권침 해 등의 사안이 접수되었을 때는 보통 상담 절차를 거친 이후 조사, 심의, 징계 여부 결정 등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조사·심의·징계위원회(학교별로 차이가 존재함)가 구성된다. 각 대학은 남녀차별금지법 및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하여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을 명시하게 되어 있고, 전체 대학 중 97.7%가 조사·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관련 규정 중 위원회 성비 구성은 80.9%, 외부위원 참여 60.8%, 학생위원 참여 58.6%로 명시되어 있으며, 위원회 성비 규정보다 외부위원 및 학생위원 참여 규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주:3]위원회 구성시 성비 규정, 외부위원 및 학생위원 참여 보장 등의 요구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교육부도 '▪심의·조사위원회 구성 시 교직원, 학생 및 외부위원을 참여시키고, 위원 성별을 균형 있게 구성한다 ▪성폭력 사안 관련 징계위원회 구성 시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위원(성폭력 전담 국선변호사 등)을 반드시 포함하고, 위원 성별을 균형 있 게 구성한다 ▪교원 징계위원회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외부위원 확대, 학생 참여 허용, 여성 참여율 제고)'고 권고한 바 있다.

  비교적 높은 비율로 명시되어 있는 성비 규정은 성비 규정 자체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 만, 남성 중심적인 대학 구조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인권센터는 보직교수 체제로 구성되기 때문에 센터장이 교수인 경우가 많고, 위원회도 다수가 교수들로 구성 되어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교수 사회만큼 남성 중심적인 조직이 없다. 현재 대학의 여학생 성비는 40~50% 정도이지만[각주:4] , 교수 성비는 여남 간의 차이가 월등하다. 현재 여성 교원 비율은 일반대학 23.3%, 교육대학 28.6%, 전문대학 39.0%이며, 국공립대 여성 교원 비율은 16.4%로 사립대 28.6%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각주:5] . 더구나 전임/비전임, 정년 트랙/비정년 트랙 등 교수사회도 위계서열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여성 교원들은 낮은 위치에 포진되어 있다. 정부는 양성평등 정책 기본계획(2018-2022) 을 통해 국공립대와 사립대 여성 교수 비율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에만 머무르고 있다. [각주:6] 또한 교수사 회의 성비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 성희롱 ·성폭력 ·인권침해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상담 및 처리를 할 수 있는 교수를 늘려나가고, 위원회 구성 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포함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의 대다수가 교수이고, 게다가 센터장도 관련 전문성과 관계없이 보직교수 체 제인 상황은 사건 해결이 특정 집단에 치우친 방향으로 만들 수밖에 없으며, 그 결정의 신 뢰를 하락시킨다. 중앙대 역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인권센터장, 피해자 소속부서장,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센터전문연구원, 학생처장 등으로 구성되고, 피해자가 학생일 경우 학생 2인을 추천받아 위원장이 위촉한다. [각주:7] 이를 보면 위원회의 다수는 교수이고, 교수의 관련 전문성을 보완할 방안이 없다. 학생위원도 피해자가 학생일 경우에만 해당한다. 인권센터가 전 문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내부 이해관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사건처리를 위해서는 여성단체 활동가 등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외부위원을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원회 구성에 반드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대체로 학생위원은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1~2 인 (학부생 1인, 대학원생 1인)의 소수만이 포함된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 중 학생은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대학 안에서 피해를 받는 대부분은 학생이다. 학생들은 그 어떤 구성원보다 대학 안의 권력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직접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다. 이들이 위원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건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데 필요하다. 또한 학생위원의 참여를 누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사건처리 과정에서 총여학생회가 학생위원으로 참여해왔고, 중앙대학교는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이후 재개편된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위원회에서 주로 참여해왔다. 이들이 맡게 된 것은 성인지적 감수성을 갖고 학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학생자치기구이자 학생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학내 성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단위라도 총여학생회나 성평등위원회처럼 공식화된 학생자치기구가 아닌 경우 학생위원 참여나 사건 해결 과정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지난해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재건 운동이 일어난 것도 학내 #미투 운동이 일어났지만 총학생회는 침묵했고, 학내 #미투 운동 대응단위는 대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 대표자가 학내 성평등을 위해 나서고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대응력을 갖고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총여학생회가 유일하다. 이것이 바로 여러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필요했던 이유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해 연세대, 성균관대, 동국대, 중앙대 안성캠퍼스 등에서 연속적으로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것이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학생사회의 성희롱 ·성폭력 대응방 안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❺ 다섯 번째
  현재 대학 모든 구성원의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낮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을 통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고, 여러 인권침해 사안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사건 해결에 대한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는 사건 처리 과정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지속적인 2차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여러 대학에서는 피해를 방지하고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수는 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지만 형식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학생들에게는 이마저도 의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담당자들은 예방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육 참여율'을 꼽는데, 교육의 강제성이 없고, 대부분 이런 문제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각주:8].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고, 문제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 자료 개발과 토론식 수업 등의 교육방식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각 대학이 예방 교육을 실효성있게 시행하고 있는지 교육부·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할 것이고, 끊임없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배포해야 한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대학의 다양한 구성원이 누구도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련 조치를 하는 것은 모든 구성원의 책임이다. 모두가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따라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분석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 UN Women 은 그 방안으로 '방관자 프로그램'을 제안하는데, 이것은 폭력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할 때와 폭력의 징조를 센저적으로 인지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해주고, 개인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예방 교육을 개발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이 의무로 듣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일회성 예방 교육뿐만 아니라 성평등 관점의 수업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교원을 충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점차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아지고 있고, #미투 운동 이후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모든 분야의 성인지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00계_내_성폭력, #미투 운동 이후의 문화예술계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는 공감대로 2018년 2학기부터 <예술과 젠더연습>을 1학년 신입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고 있다. 수업은 20명 소규모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pass/non-
pass 형식이다. 해당 수업을 진행하는 권김현영은 '젠더수업 은 특정 주제를 가르치기보다는 주제를 다루는
태도를 배우는 수업에 가까운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각주:9]. 토론이나 대화가 아닌 '사이버 테러'의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누구나 참여하는 토론식 수업은 서로의 이해를 좁혀나가고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장이 될 것이다.

❻ 여섯 번째
  인권센터의 낮은 징계 처분으로 오히려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있 다. 가해자에게 낮은 징계가 내려지는 것에는 학내 관련 기구의 결정이 권고에만 그치거나, 기구 자체가 성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과 감수성 부족으로 사안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징계 양정'이다.

  국가공무원법에서는 징계의 종류를 강등, 정직(1~3월), 감봉(1~3월), 견책이 있는 한편, 고등교육법에서는 교원 및 조교에 대하여 강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해임·파면이 아닌 경우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가 정직 3월 이 되는 것인데, 대학의 방학 기간이 약 3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방학 기간에 징계가 내려지고 개학과 함께 가해자가 복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각주:10].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징계 양정을 대학의 상황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고, 각 대학이 징계 수위를 현실성 있게 조정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차원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립학교의 경우 국공립학교보다 징계 수위가 낮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사립 교원 징계 수위를 교육공무원 징계 규정에 준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각주:11].

  낮은 징계 처분이 내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다. 교원소청심사위원 회는 교원의 징계처분에 대해 재심을 결정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으로, 대다수의 가해교수들이 대학의 징계처분을 받은 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재심을 청구한다. 교원 소청심사위원회는 본래 교원들이 부당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 대학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가해자들이 감경을 받고 빠르게 복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교원 성비위 관련 소청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발생한 성비위 사건 총 239건 중 191건(79.9%)이 파면, 해임 수준의 징계였지만, 2018년 8월까지 78건 중 18건 (23%), 2017년 92건 중 19건(20.7%), 2016년 69건 중 10건(6.9%)이 인용되면서 징계가 취소되거나 징계 수준이 감경됐다. 특히 파면당한 9명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파면 취소' 처분을 받았고, 이럴 경우 재징계를 통해 감경되면 퇴직금과 연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각주:12].

  교원의 억울한 처분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가해자들의 면죄부로 악용되지 않도록 위원회 구성 규정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위원회 구성은 법조인, 교육 관련 종사자,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각주:13],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행 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특정 성별에 치중된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를 위원회에 섭외하고, 소청심사 위에 여성위원 참여를 제고[각주:14]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모든 것들을 개선하더라도 인권센터를 이용해야 하는 구성원들이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신뢰를 못 해 이용을 꺼린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인권센터는 인지도를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신입생, 신입교원 등 새로 들어온 구성원이 인권센터의 역할과 이용 절차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예방 교육 뿐만 아니라 인권축제 참여, 인권특강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인권센터를 알더라도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은데, 필자가 대학 반성폭력 운동을 하면서 만난 대다수가 인권센터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인권센터에서 2차 피해를 받게 될 것에 대한 우려, 신상 노출에 대한 두려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부산대에서는 상담센터를 방문한 이후 가해 교수가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모두가 책임을 다한다면

인권센터가 대학을 보다 안전하고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조력자이자 책임자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 교육부, 대학 본부, 교수, 학생 등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주길 기대한다. 지난 2014년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캠퍼스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성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백악관 TF'를 구성하고, 관련 보고서와 웹사이트를 제작해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방안을 확산시키고,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It's On Us)'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어떤 정치인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러한 의지로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캠퍼스에 특화된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캠퍼스 환경조사(CCS)'라는 대학 성폭력 실태조사 도구를 개발하여 대학 단위별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도록 한 것이다[각주:15]. 한국에서도 현행 제도의 한계와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특화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정부가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은 학습을 위한 장이자,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다. 특히나 학생들 은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보다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 차원의 중요한 의무다. 전 세계적으로도 교육공간 에서의 차별과 폭력 근절이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으며, 여러 국제협약을 통해 정부가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1999년 8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기획되어 189개국이 채택 한 북경 행동 강령에서는 정부가 평등한 교육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197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차별철폐 협약(CEDAW) 일반 권고 제35호에도 '학교 내외의 안전한 기반 시설을 보장하는 조치와 교육 인력에 대한 인식 제고'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채택된 제57차 여성지위위원회 (CSW57) 합의 결론에서도 성차별적인 고정관념과 여성에 대한 차별 및 폭력을 지속시키는 태도, 행동, 관행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교육의 역할과 권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각주:16]. 그동안 학생사회는 인권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 마련과 개혁을 요구해왔다. 이제 는 좀 더 많은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할 때이다. 대학은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대학이 모든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평등한 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1. 이미정,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2018, 참고 [본문으로]
  2. 이미정, 앞의 글, 참고 [본문으로]
  3. 이미정, 앞의 글, 참고 [본문으로]
  4.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18년 간추린 교육통계』,'여학생 비율', 2018 참고.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44.1%로, 일반대학 41.5%, 교육대학 69.3%, 전문대학 41.5%, 대학원(석사) 53.1%, 대학원(박사) 40.2%이다. [본문으로]
  5.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18 교육통계서비스』 [본문으로]
  6. 이하나, "여성 교수 진입 막힌 국공립대, "올드보이 카르텔' 깨야", 여성신문, 2019.05.08. [본문으로]
  7. 중앙대 인권센터 운영 규정 제 13조 [본문으로]
  8. 이미정, 앞의 글, 참고 [본문으로]
  9. 이재정·위릿, 『대학에서 싸우는 여자들』, 2019 [본문으로]
  10. 김성애, '성평등 학교를 위하여',『'법을 바꾸다' 토론회 자료집』, 한국여성단체연합, p.113, 참고 [본문으로]
  11. 2018년 8월 22일, 박경미 의원 대표발의로 '사립 교원 징계시 교육공무원 징계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바있다. [본문으로]
  12. 이연희, "파면·해임급 성폭력 교원들, 소청 거쳐 징계 취소·감경", 뉴시스, 2018.10.10. [본문으로]
  13.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위원의 자격은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 중이거나 재직한 자, 교육 경력이 10년 이상인 교원 또는 교원이었던 자, 교육행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이거나,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이었던 자,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법인의 임원이나 사립학교 경영자,「교육기본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중앙에 조직된 교원단체에서 추천하는 자' 중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본문으로]
  14.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여성위원 참여 제고를 위해 지난 5월 8일, 박경미 의원 대표발의로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본문으로]
  15. 이미정, 앞의 글, 참고 [본문으로]
  16. UN Women, 『Guidance note on campus violence prevention and response』, 2018,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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