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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6 가을겨울, 71호 <방빼!>

건물은 세워지는데, 왜 우리의 공간은 부족할까요?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4. 2.

편집위원 김고운

<71호> 2016년 가을·겨울

 

“학교 측은 3일 전에 일방적으로 이전을 통보했습니다. 저희 동아리가 배정받은 창고는 벽에 구멍이 뚫려있고 도배도 안 되어있었으며 창문, 장판도 없고 바닥도 울퉁불퉁해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교학지원팀에 적어도 열 번은 찾아갔어요.”

“학교는 저희 과의 사정을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배정 사항을 통보하였습니다.”

“72개의 정동아리 중 71개 동아리의 신임을 받은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 합의안을 학교는 무효화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공간 배정에 대한 학생들의 원성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310(백주년기념관  경영경제관) 건립에 따른 공간 배정 논의가 진행되면서부터다. 2013 하반기에 대운동장에 착공한 310관은 2016 2학기 개관했다.

 단과대학 중에서는  (경영경제대학, 공과대학, 창의ICT공과대학) 310관을 사용하게 되었다. 310 건립으로 부족해지는 법정 생태면적률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회관(205) 학생문화관(206) 철거 대상이 되었다. 학생문화관에 위치해있던 미디어센터 소속 학내 언론들은 여름방학 중에 310관으로 이사를 마쳤다. 학생회관에 위치한 중앙동아리와 학생처, 총학생회 등은 오는 겨울 교양학관으로 옮겨가게 된다.

 

 

공간 얻으려 뛰어다니는 학생들

 많은 단위들이 이동하면서, 많은 공간들이 재배치되어야 했다. 학생 자치 공간 배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800명이  공간을 쓰라니?

 경영학부는 경영학 전공과 글로벌금융 전공으로 나뉘며, 경영학 전공은 5개의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원래 법학관에 위치해있던 경영학부는  개의 (혹은 1 반과 글로벌금융 전공) 7.1 반실  개를 나눠 사용했다.  반의 인원은 400  정도다. 800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쓰던 공간이3.55    뿐이었다는 말이다.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경영학부 학생회 간부 A씨는 “(기존 반실은) 학생회 집행부들조차  들어가기 어려워 운영회의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학생들이 반실을  오지 않으려  반의 단합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컸다 불편사항을 설명했다. 경영학부 14학번 B씨도 새내기 때부터 반실에   적이 손에 꼽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반실은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반실 문제에 공감했다.

 경영경제대학이 310관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2015년부터 공간 배정 논의가 이루어졌다.  무렵 경영학부 학생회는 310 이전    반에   반실을 배정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A씨에 따르면, 경영경제대학 교학지원팀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약속했으나 공간 부족을 이유로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공간 배정안을 통보했다.

  이후 학생회 측은 교학지원팀에 적어도   이상 찾아갔다.” 페이스북과 학교 커뮤니티 중앙인에도 부당함을 알렸다. 겨우겨우 학생대표들과 시설팀, 교학지원팀, 경영경제대 학장이 참여한 논의 테이블이 구성되었다. 결과적으로  반에 6.5 반실 하나씩이 주어졌다.

 

 리모델링 해준다더니... 간데없는 약속

 올해 3 총학생회 재선거 합동공청회에서 피트니스부의 C씨는 학교본부의 일방적 공간 이전 집행과 약속 미이행에 대해 호소했다.

 피트니스부가 위치해 있던 다목적관은 310 건립에 따라 철거되었다. 다목적관에 위치해있던 단위들은 공간을 이동해야 했다. C씨의 말에 따르면, 본부는 피트니스부에 창고를 배정하면서 이전하기 전에 리모델링을 완벽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1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3 전에일방적으로 통보  공간 이전을 집행했다. 피트니스부가 받은 창고는 벽에 구멍이 뚫려있고 도배도  되어 있었으며 창문, 장판도 없고 바닥도 울퉁불퉁했다. C씨는 3 당시 시설관리처장이 계속 미뤄 리모델링이 언제 될지 모른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이후 10월경 <중앙문화> 경과를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C씨는 이미 끝난 이라며 경과 밝히기를 거부했다.

 

 자치 공간은 학교가 하사한다

 중앙동아리와 총학생회 등이 위치하던 학생회관의 철거가 계획된 이후, 2015 8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310 완공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다 전제 하에 학생회관  동아리들의 자치공간을 교양학관으로 이전하기로 본부와 협의했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10 5 대학본부측은 동연의 요구사항이었던 ▲각 동아리의 기존 공간의 크기와 같거나 그보다  공간 보장과▲교양학관  루이스홀 설치 등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동연은 2015 10 열린 임시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전동대회) 통해 교양학관 이전 문제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결성했다. [각주:1]

 이후 비대위는 2015 12 전동대회에서 72개의 정동아리  71 동아리가 동의한 공간 요구안을 학교에 제출했으나 시설처장은 이를 거부했다. 동연간부 D씨에 따르면, 시설관리처장은 자치 공간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인데  학생들이 마음대로 정하려고 하냐 동아리방을 8.7평으로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윗선에서 동아리방 크기가 제각각인 것을 납득하지 못할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D씨는 시설관리처장이 합의 과정 내내 비협조적이었으며  번도 만나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협의는 계속 지연되었다. 그러던 2016 4, 총학생 회의 요구로 공간배정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인 박해철 행정부총장이 직접 학생회관을 방문했다. 행정부총장은 동아리들의 생활 환경과 동아리방 사용 실태 등을 확인하곤 동아리의 성격에 따라  동아리방의 크기가 다를  있다고 판단, 동아리방의 평수와 배치도 모두 동연의 요구안대로 배정할 것을 약속했다. 행정부총장 방문  번에, 장장 9개월의 합의 과정은 막을 내렸다.

 

 사라지는 공연장

 학생회관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의 공연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루이스홀도  사라진다. 동아리·학생회·학회 등의 학생 단체들은 공간조정회의를 통해 사용날짜를 조정해 루이스홀을 사용해왔다. 현재 루이스홀도 학생 단체들이 사용하기에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사용 날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날짜를 따내지 못하는 학생 단체도 종종 있었다.

 루이스홀이 사라지면 학생들이 사용할  있는 공연 공간은 310 소극장(이하 소극장)뿐이다. 총무팀 석현수 과장에 따르면, 소극장을 학생 단체가 무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리·사익이 아닌 학술 활동을 위한 사용이라는 면제 사유를 충족하고 학생지원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생지원팀이 사용료 면제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총무팀에 면제 요청 공문을 보내는 방식이다. 루이스홀의 사용일을 결정하는 공간조정회의의 주체는 총학생회 산하기구 문화위원회다. 루이스홀은 비교적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사용일을 정했다고   있다. 그에 비하면 소극장의 사용에는 학생들의 자율성이  틈이 없다. 사실상 본부의검열이 가해질 가능성도 무시할  없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허용된 소극장 이용일은  달에 15일뿐이다. 석현수 과장은 “’15일밖에 아니라 오히려 공연 공간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15 무료사용을 확보해주는 이라는 입장이었다. 소극장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명백히 동아리 공연 공간의 축소다. 2015 동아리연합회는학생회관 철거  루이스홀을 확보해줄 것을 본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소극장은 루이스홀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듯하다.

 연극 동아리 영죽무대 동아리원 김상훈 씨는 공연 동아리들이 공연 공간이 모자라다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연극학회 또아리 김선형 학회장은 루이스홀 공간조정회의가  치열하다, “소극장은 사용 가능한 날짜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루이스홀이 없어지면 공연 공간이 부족해 문제가 생길  같다 했다. 공연 공간이 부족하면 동아리 존속이 어려울  있냐는 <중앙문화> 물음에 외부 대관은 매우 비싸 재정적 한계가있다 앞으로 공간이 부족하면 저희가  자리가 없지 않나 싶다 답했다. ‘영죽무대 김상훈 씨도 극장을 사용할  없다면 동아리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동아리가 공연할 공간이 없는 대학에서 어떻게 계속 활동을 지속할  있겠냐 입장이었다.

 본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을까? <중앙문화> 시설팀에 공연 공간에 대한 향후 계획을 묻고자 했지만 이병림 시설팀장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학생 자치 공간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다. 원래 갖고 있던 공간의 보장은 물론이고 현재의 열악한 공간을 개선해달라는 요구 또한 그렇다. 그런데  학생들은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협상을 하거나 행정실을   이상 방문하거나 리모델링도   공간으로 쫓겨나야 했을까?  기반에는 학생들의 의사가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

 

 

 

학생 없는 의사 결정 구조

 캠퍼스  공간배정을 결정하는 공간배정심의위원회(이하 공배위) 본부  법인  인사들로 구성[각주:2]되며, 학생대표자는 참여하지 못한다.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학생대표가 참여하며 회의록도 공개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나 대학 평의원회와는 대조적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공간 배정에 대해 결정권을 갖지못하며, 자신의 의견이 윗선에 전달되는지조차 제대로   없다.

 어떤 건물을 새로 짓고 어떤 건물을 철거하느냐에 대한 결정에도 학생이 전혀 참여할  없음은 물론이다. 물론 학교 상황에 따라 신축과 철거는 불가피한일일  있다. 문제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밀실 행정의 결과로 학생들은 자신들의 공간이 철거 예정임을 통보받을 뿐이다.

 경영학부 학생회 간부 A씨와 동연 간부 D씨는 각각 교학지원팀 또는 학생처를 통해서만 의사를 전달할  있었다고 했다. D씨는 학생처를 통해 보고를하지 않으면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교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동아리의 경우 학생처를 통하지 않으면 다른 교직원과의 교류가 어렵다말했다.

 D씨는 학생처가 시설팀과의 매개체였으며 시설팀과의 삼자대면을 추진하는  합의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 말했다. 그러나 학생처를 통해서만 소통가능한 의사 결정 구조는 결국 학생 자치의 힘을 제한한다. 실제로 학생처는 합의 과정 속에서 동연의 요구안  무리하다고 생각하는 조항의 삭제를 권유했다.

 D씨는 지금 학생처 교직원은 일처리가 빠르지만,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을 이라 판단했다. 담당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아예 윗선으로 전달조차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A씨는 교학지원팀을   이상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으니 말이다. 동연이 실권자인 행정부총장과바로 이야기할  있었다면 합의에 9개월이라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본부는 소통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방치했던 셈이다. 학생들과 협상하는 자들은 의결권이 없다. 학생과의 협상 테이블에 참여했던 본부  인사는 시설팀 과장이나 팀장으로, 결정권을 갖고있지 않아 협상이 불가했다. D씨는 학생처를 통해 시설팀과 삼자대면을 갖기도 했으나, 시설팀이 시설관리처장에게 안건을 올리면 번번이 파토가 났다했다. “학교 윗선이 (공간 배정 등을 결정할 ) 학생들의 실생활을 얼마나 이해할지 의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배위에 학생위원이 있다면 조금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학생대표를 통해 의사결정자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진행 사항을 들을  있을 테니 말이다. 학생대표자들의 공배위 참여 요구는 오래된 일이다. 56 총학생회 선거 당시 기호 2 선본은 공약  하나로 공배위의 학생대표자 참석을 내걸었고, 57 총학생회는 등록금심의위원회 단위 요구안으로 310 공배위에 학생대표자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는 학교 경영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실현 불가능 하다"[각주:3] 답변했다. 이후 박상익 58 총학생회장 또한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공간배정 TFT 참여하고자 요구했으나 본부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밝혔다.

 본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조차   없다. 실제로 교지편집위원회[각주:4] 공간을 두고 협상을 하면서도 받을 공간이 남아 있기나  건지조차   없었다. 행정부총장이 논의 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답변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 중앙대학교로부터 받은 정보부분공개통지서

 <중앙문화> 정보공개제도[각주:5] 통해 중앙대학교에 공간 배정 관련 논의 기록을 청구했으나, 학교 측은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행정 심판을 통해 겨우 회의록을 얻을  있었다. 그러나 직접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회의록만으로 논의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앙문화> 만난 학생대표자들 대부분은 학생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애초에 공간 배정을   학생대표자와 같이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 했다. 김승환 경영경제대 학생회장 또한 저희가 생각하는 올바른 의견 수렴 방향은 본부가 학생 의견을 듣고 검토하는 식이 아닌, 해당공간 배정 회의에 직접 학생대표 1인을 참석시켜 회의를 함께 진행하는 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꾸기,  막기, 통보, 협박까지...

 전권을 휘두르는 본부의 태도 또한 문제의 원인이었다. 앞선 사례들에서 본부는 학생들과 약속을 했으나 지키지 않고 학생들을 기만했다.  구조 하에서는본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제지할 수단이 전무하다.

 경영학부 학생회 간부 A씨는 학교 측의 약속을 받아낸 것은 작년 학생회인데,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말했다. 대학의 구성원은 빠르게 바뀌며 학생회 집행부도 1 주기로 바뀐다. 학생들이 본부의 말을 그때그때 녹취나 서면으로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본부가 말을 바꾸면 학생들은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이견을 갖고 있음을 알아도, 본부는 학생들과 협상은커녕 학생들을 설득하는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배정 결과를 통보했다. 학생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논의 테이블은 열리지 않는다. 학생들의 의견을 본부가 먼저 듣고자  적이 있냐는 물음에 A씨는 전혀 없었다 답했다. 대부분의 다른 사례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지편집위원회는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교지편집위원회가 직접 요구하기 전까지 본부는 공간 미배정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전달하지 않았다.

 본부는 공간을 빌미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행정부총장은 교지편집위원회에 미디어센터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공간을 주기 힘들다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이기에 완전한 자유를   없다 고압적인 말도 뒤따랐다. 하지만 교편위의 요구는 새로운 공간이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공간의 보장이다. 이는 당연히 보장해야  것이지 애초에 논의 대상이 아니다.

 미디어센터 소속 언론은 총장을 발행인으로 둔다. 행정부총장의 말을 빌리자면 미디어센터 소속 언론은 어느 정도 학교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지편집위원회가 언론매체부(미디어센터의 전신) 소속이던 시절 비판적 논조를 이유로 교지를 전량 회수한 역사를 돌아볼 ,사실상 공간을 빌미로 언론을 학교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본부는  같은 문제들에 대해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 <중앙문화> 공배위 위원장인 박해철 행정부총장의 입장을 묻고자 했지만 행정부총장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몇몇 단과대 학장들과 시설팀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마찬가지였다. 학생지원팀 권석재 주임은 “(인터뷰에) 답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태연하게 답변을 거절했다.

 

 

 

소극적인 학생대표자들

 본부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일까. 이제는 학생대표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당연해져버렸다. 학생대표자들의 항의는 대개 본부의 허용 범위를 넘지 않는다. 부당한 처사에도 행정실을 찾아가거나 온라인으로 알리는  외의 적극적인 행동을 생각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58 응답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의 공간문제에 함께했다고는 하지만,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의제로 내건다거나 문제 상황을 알리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역대 총학생회 다수가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 공배위에 학생대표자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생대표자가 공배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본부  인사가 다수인 상황에서 학생 의견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그저 공배위 참여를 요구할 뿐이고, 요구가 거절당하면 그것으로 그만인 듯하다.

 <중앙문화>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학생대표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본부와 마찰을 빚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당장의 일이 일단락되었다고 해서 받은 피해를 함구해도 되는걸까. 언제든 본부의 일방적 행정은 반복될  있다. 임기 내의 일만 마무리짓고 쉬쉬하는 것은 이후의 학생자치를 위해좋은 태도가 아니며, 대표자의 옳은 역할도 아니다. 하지만 자치 역량이 침체된  오래인 상황에서, 공간 받으러 뛰어다니기에도 바쁜 대표자들에게 거기까지 기대하긴 어렵다. 의기소침해진 학생들이 큰소리    내는 사이, 본부는 학생 눈치  보고 일방적 집행을 자행할  있었을 것이다.

 일방적 의사결정구조와 본부의 고압적인 태도, 학생 자치 역량 저하. 삼박자의 결과 공간을 사용하는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렵다. 학생들은본부의 아량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구조가 심화되면서 학생들은 점점 자치 공간에 대한 권리를 잃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310 배정이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끝난 일일까? 영죽 무대는 자신들의 동아리 공간이 위치한 창업보육관이 철거 된다는 소문을 접했다. 구성원들은 지금과 비슷한 규모의 공간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영죽무대 동아리원 김상훈 씨는 최근의 생명공학대[각주:6] 사태를 보며  불안감을느낀다 말했다.

 창업보육관 철거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학생지원팀 권석재 주임은 창업보육관이 철거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논의할 사항은 아닌  같다, 창업보육관이 철거된다면 당연히 지금 공간에 해당하는 공간을 보장할 필요성은 있다 답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확실하지 않은 소문에 불안해할  밖에 없는 이유는 본부의 비민주적 집행 때문이다. 학생들은 모든  결정된 이후에야   있다. 본부가 공간 철거와 배정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학생들은 철거 소문에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과거 법학관 건립 과정에서도 비민주적 집행은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앞으로도 건물 건립과 철거가 없을 거라고 확신할  없다.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학생들은 공간을 더욱  뺏기기만  것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공간이 온전한 자신들의 공간이 아님을 알기에, 학생들은 편히  공간에 머물 수가 없다.

 

 

본부가 공언한 공간 문제, 해결은 어디로?

 체육시설 부족 또한 항상 언급되던 문제였다. 대운동장과 자이언츠 구장이 사라지며 학생들은 외부 시설로 떠돌아야 했으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각주:7] 하지만 310관이 지어진   작은 농구장과 학생총회도   없는 작은 운동장만 남았다.

 

“(310관 건립은) 우리 학교의 만성적인 공간 문제가 해결되는 역사적인 사건” -이용구 전 총장 [각주:8]

“(310관 건립으로 인한 체육시설 부족 문제는) 서울 캠퍼스의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사안” -윤종선 당시 건설사업단장 [각주:9]

 

 본부는  공간 문제에 절대적 공간 부족과 인구 과밀을 이유로 댄다. 310 배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울캠퍼스 공간 과밀은 본부가 안성캠퍼스의 인원을 서울 캠퍼스로 무리하게 옮긴 결과다.  뒷감당은 학생들의 몫인가?

 결국 넓게 보면 학교 운영 전반에서 학생을 배제하기에 생기는 문제다. 본·분교 통합과 구조 조정 과정에서 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그런 태도가 공간 문제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건물을 세우고 철거하는 과정에 학생들은 없다. 310관이 지어지면 해결될 거라는, 그러니 완공 시까지 불편을 감수하라는,  가리고 아웅 식의 말이 있었을 뿐이다. 310관이 정말 공간 문제를 해결했는지 돌아볼 때다.

 

 

 

학생 참여가 필요하다
 공간을 사용하는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했을 때 더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동연과 경영학부 반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학생 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사실 더 간단하다.

 “학생들이 쓰는 공간이니까 당연하다. 학생들이 쓸 공간인데 학교가 마음대로 정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영학부 학생회 간부 A씨
 “학생자치공간은 교수 및 교직원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정당하게 등록금을 내고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것이 맞다.” -김승환 경영경제대 학생회장
 “학생들이 이용할 공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8대 ‘응답하는’ 총학생회 [각주:10]

 학생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창구가 보장되어야 한다. 본부는 논의 과정 및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총학생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자주적·민주적 발전을 위하여 학생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시한다. 학생은 학내구성원으로서, 대학운영에 대한 당사자로서 대학의 운영에 관여할 수 있으며, 있어야 한다.

 

 

 

  1. “이번학기 서울캠 전동대회 열렸다”, <중대신문>, 2015.10.12. [본문으로]
  2. 위원장은 서울캠퍼스는 행정부총장, 안성캠퍼스는 안성부총장으로 하며, 위원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총장이 위촉하되 10인 이내로 한다. -중앙대학교 “공간의 배정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2장 제5조 [본문으로]
  3. “진행 상황 더디기만 한 서울캠 단위요구안”, <중대신문>, 2015.5.18. [본문으로]
  4. 학생문화관에 위치한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와 <녹지>는 공간 배정 과정에서 제외되었으며 아직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다. 본부는 논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답을 미루고 있다.
    본지 71호, “우리는 왜 빨간 벽돌에 남았나” 참고 [본문으로]
  5.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접수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정보공개포털 발췌) [본문으로]
  6. 생명공학대 교수와 학생들은 생명공학대 정원을 안성캠퍼스로 이동하기로 한 본부의 결정에 반대하며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후 생명공학대 측에서 이동 결정을 받아들이며 일단락되었다. [본문으로]
  7. 자세한 내용은 본지 67호, “우리들의 운동장 그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참고 [본문으로]
  8. “중앙대 새로운 역사가 세워진다”, <중대신문>, 2013.9.1. [본문으로]
  9. “대운동장 재개발 추진 … 자이언츠 구장 사라진다”, <중대신문>, 2011.10.30. [본문으로]
  10.  “학생들이 꾸는 꿈에 응답하겠다”, <중대신문>, 2016.3.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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