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초과의 서울캠퍼스
서울캠퍼스는 과밀 상태다.특히 법학관을 보면 이러다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많다.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줄은 식당까지 늘어서 있고,옆의 계단으로 가도 사람들이 많아 통행이 어렵다.예로부터 서울캠퍼스가 비좁았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배경은 학문단위 재조정에 있다. 2010년 중앙대는 양 캠퍼스에 있는 77개 학과를 46개 학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안성캠퍼스 매긱신캠퍼스 추진이라는 명분으로 유사학과 통폐합과 서울캠퍼스 모집정원 확대가 이루어진다. 그 결과 현재 1.089명가량의 학생들이 서울로 캠퍼스를 이전했으며. 서울캠퍼스 학부 모집 정원은 작년 대비 362명 증가한 상태다. 서울캠퍼스 총 재학생은 전년 대비 1.411명 증가했다.[1]
그러다 보니 불편사항에 대한 언급은 많다. 공간이 좁다. 강의실이 없다. 학식의 줄이 길다. 하지만 캠퍼스가 이전된 학생들의 이야기는 쉽게 찾기 어렵다. 구조조정 후속 보도가 다루어져도, 대상은 서울캠퍼스 재학생으로 한정되어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좀처럼 이야기를 듣기 힘든 학생들. 그들을 찾아보았다.
캠퍼스 이전, 그 두 가지 경우
서울캠퍼스로 이전한 학생들의 상황은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다 학과 자체가 이전한 경우와 서울캠퍼스 학문단위에 통합된 경우다. 전자는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가족복지학과,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국제물류학과가 속하며 후자에는 국제관계학과,영어학과, 일어학과, 노어학과, 중어학과가 속한다.
학과 단위 이전을 한 학과의 경우는 이른바 '키우는 학과’들이 다. 소속이 분명하고, 지원도 체계적이어 서 캠퍼스 이전에 따른 불 편이 적은 편이다. 국제물류학과와 도 시계획•부동산학과의 경우 이전이 진행 중이기에 공간 배정의 문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전이 완료된 에너지시스템공학부의 경우 독립된 학생회실과 컴퓨터실을 제공받는 등 크게 문제는 없다. 학생 사회 내부에서도 정식 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태다. 반면 서울캠퍼스의 학과들과 통합된 안성의 유사 중복학과에는 문제가 산재해있다.
2006년, 통폐합의 서문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캠퍼스 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지원 사업을 받기 위해, 유사 학문단위 통폐합을 진행했다. 대상은 안성캠퍼스의 불어학과, 독어학과, 행정학과, 건설대학이었다.
대학본부는 당시 대상학과에 독립 공간 제공, 전공과목 개설, 통합학위수여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미봉책이었다. 무엇보다도 학적과 관련된 말이 끊이지않았다 반발을 줄이기 위해 서울과
안성의 학과에 학적에 대한 이중 약속을 했던 것이다. 한동안 서울캠퍼스 학과 학생회에서는 통합학위 무효 운동을 진행하는 등 학생 간의 골이 깊어지기도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통합 이후 행정 처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과 안성의 행정 부서들은 서로 자기 담당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피해는고스란히 학생들이 입었다. 교내 공지사항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성적처리와 장학금은 안성으로 신청해야 했다. 독어과와 불어과의 경우 전공 수업은 의대 강의실에서 듣는데, 관련 기자재는 서라벌홀의 문과대 행정실에서 빌려야 했다.[7]
2010 구조조정 후속 대책
2010년 구조조정 계획안이 확정되자, 안성캠퍼스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2006년 통폐합된 결과를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통합되면 서울로 이전해서좋은 것 아니냐는 편견과 달리 실제로는 학교로부터 버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구조조정에 대한 뚜렷한 후속대책이 제시되지 않자 통폐합에 대한불확실한 정보들은 불안을 타고 확산되었고, 학생들의 불안은 불만이 되었다.
중앙대학교 학생생활상담소에서 발간하는 재학생조사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안성캠퍼스 재학생의 학교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알 수 있다. 설문지의 항목이완전히 같지는 않기에 1:1로 대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재학생들의 불만이 늘어났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8년에 매우 불만족이 3.0%, 불만족이 24.4%였음에 비해, 2010년에는 11.0%와 26.6%로, 2011년에는 17.9%와 28.0%로 급증한다. 2010년과2011년 조사에는 학교에 대한 불만사항이 나타나있는데, 학교위치, 학교정책, 학교시설 등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학교정책은 학교위치나 학교시설과 달리유동적인 변수임에도 불만이 많았는데, 그만큼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불만 많았음 알 수 있다. 특히 단과대학 자체가 통폐합되는 외국어대학은 '학교 정책’에대한 불만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불만은 현실로 이어졌다. 적지 않은 힉생들이 빈-수와 편입을 고민했고, 학교를 떠났다. 중앙대학교 통계연보를 보면 각 단과대의 자퇴, 제적, 미등록한 학생들의 비율을 알 수 있는데, 안성캠퍼스 외국어대의 경우 구조조정이 확정된 2010년부터 평균치를 웃도는 중도탈락 학생 비율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이전끼-지 평균치에 가까웠음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의 영향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성캠퍼스의 학생회는 대학본부에 수년간 구조조정 대책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다가 통합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2013년에서야 그 후속 조치를 확정한다. 발표된 후속조치안은 실망스러웠다. 2006년의 경우 통합 학과들이 단기적이라 할지라도, 독립된수업이 개선되고 학과 공간이 확보되었는데 반해, 2013년 후속 조치 방안은 오히려 퇴보했다. 유사학과 통폐합인 관계로 커리큘럼 관련 문제는 적은 편이지만, 국제관계학과의 경우 커리큘럼이 상이하고 수강대체과목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통학지원 대책으로 교차수강버스가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었는데,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축소되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본분교가 통합되고, 학생들이 이전했음에도 관련한 업무는 인수인계 되지 않아 학생들의 피해가 가중됐다.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시 안성캠퍼스로 책이 신청된다거나, ▲야간에 학교 출입 시 학생증이 등록되지 않는다거나, ▲서울캠퍼스 취업 관련 행사 메시지가오지 않는다거나, ▲ENGLISH CLINIC 온라인시청불가 등의 문제들이다. 상기의 사항들이 개별적으로 담당 부처에 연락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조금만 세밀하게 대처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다. 구조조정이 2010년에 확정되었음을 생각하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의아할 따름이다.
잃어버린 대학생활
저희는 1캠퍼스(서울)의 문과대 축제나 체육대회에는 전혀 참여하지 못했으며, 2캠퍼스(안성) 외국어대학과는 교류가 있으나, 1캠퍼스 문과대 총학과는 교류가 거의 없습니다.
2007년 독어, 불어학과 학생회장[10]
어느 사회나 서로 다른 집단이 합쳐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06년 통폐합 이후 학생 사회 내에서의 융합도 쉽지 않았다. 당시 통합된 학과 중 행정학과만 유일하게 서울-안성 통합 학생회를 구성했다. 통합된 초기에는 교류와 통합을 시도했으나. 결국은 실패로 그쳤다. 이듬해 학생회장 선거에 150명의 안성출신의 학생 중 투표자는 5명이었다. 통합된 A학과의 경우, 캠퍼스 이전 학생들을 서울캠퍼스 학과의 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참여를 배제한 사례도 있었다.
2010년 구조조정 직후인 2011년도에는 인문대학 새내기 새로배움터의 캠퍼스 통합 진행이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인문대학은 서울캠퍼스 문과대학 일부 학과와 안성캠퍼스의 외국어대학이 통폐합되어 신설된 학문 단위다 더군다나 인문대학 내 신설 전공(중어,러시아어)들이 안성캠퍼스의 학과들을 그대로 이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연계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서울과 안성의 단과대학 이상의 학생회에서 회원 통합에 대한 사전협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통합학과의B씨는 기존의 학생대표자들이 통합은 임기 이후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아 실질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통합된 현재에는 대부분의 학생회들이 암묵적으로 안성 출신 학생들에 대해 성원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여전히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안성캠퍼스 소 속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안성캠퍼스 총학생회는 ''행정 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인문대 학생회가 서울로 다올라가면서 인문대 학생을 안성캠퍼스 총학생회 성원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학생회비는 안성으로 납부되지만 서울의 요청이 있을 시 전액 돌려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같이 학교에 다니는, 분명히 존재하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유령 학생 취급을 받고 있다.
통합학과의 B씨는 솔직히 자신의 대학생활은 이미 끝난 것 같다며 조용히 학교를 졸업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통폐합된 학과의 학생들을 인터뷰해보면 대학생활을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것으로, 자신을 다른 학교를 다니는 유학생처럼 생각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기간에 간식을 받아가라는 연락이 와도, 학생증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워서 가지 못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양 캠퍼스 간의 학과가 통합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서울 중심의 흡수였다. 흡수되거나, 배제되거나. 기존 학과의 공동체는 붕괴되고 사라졌다. 해체된것은 기존의 학생회, 동아리뿐만이 아니었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유대관계가 해체된 경우도 있었다. 교원들의 경우 통합학과로도 갔지만, 교양학부 소속으로이전되거나 학교를 나가게 된 경우도 있었다. 통합학과에 재학 중인 C씨는 학과의 외국인 교원들이 통폐합 과정에서 전부 해임되었다며 아쉬워했다.
우리도 중앙대생입니다
비단 우울한 일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C씨는 조별과제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자신의 기존학과를 밝히지만 차별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학과 학생회에서 행사 참여를 독려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도시계획•부동산학과 학생회장은 현재 서울과 안성 양 캠퍼스에 학생들이 재학 중이지만, 캠퍼스에 따른 학생 간의 불화는 없는 편이라고 한다.
통합된 학과 학생회에 안성 출신의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관계학과에 재학 중인 안재현 씨는 현재 통합된 정치 국제학과 학생회의 집행부로일하고 있다. 정치국제학과 학생회는 올해 ‘브릿지’라는 이름으로 정치외교학과, 정치국제학과, 국제관계학과 학생 간의 징검다리를 도모하고 있다 안재현 씨는 학생회에서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교수님들도 스스럼없이 대해주셔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이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통폐합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해왔다고 말했다.
혹자는 입학 성적이 차이가 나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서울 캠퍼스의 졸업장을 얻으려고 휴학했다가 복학한 학생들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캠퍼스재배치와 학문단위 재조정을 진행한 것이 통폐합학과의 학생이었던가? 입학했을 당시에 약속된 커리큘럼과 대학생활을 잃어버린 그들은 엄연히 대학정책의피해자다. 학교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학문 단위를 통폐합하고 서울캠퍼스 정원 확대를 진행한 것은 다름 아닌 대학본부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캠퍼스 이전과 학과 통폐합은 비단 몇 개 학과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는 안성의 경영경제대와 사회과학대 소속 학과가 서울로올라온다. 올해보다 많은 1,726명 (재학생 806명, 휴학생 920명)의 학생들[11]이 캠퍼스를 옮길 예정이다. 구조조정의 원안대로 신캠퍼스가 추진되고 안성캠퍼스가 매각된다면, 더 많은 캠퍼스 이전과 통폐합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과거 통폐합 사례를 반면교사 삼지 않는다면, 똑같은 폐해는 반복될것이다
[1] <중대신문〉,「학생 수 크게 늘고 가용공간 줄었다」, 2014.3.30.
[2] 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1 + 3 제도의 학과로 1년을 안성에서 수강하고, 3년을 서울에서 수강하는
학과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전 학년 서울 이수로 바뀌었다.
[3] 가족복지학과는 캠퍼스 이전과는 별개로 폐과되어 2014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었다.
[4] 기존 재학생들은 안성캠퍼스에서 재학 중으로 단계적 이전이 계획되어 있다.
[5] 2년을 안성에서 듣고 2년을 서울에서 듣는 2+2 제도 학과지만 올해 입학생부터 서울 4년재학으로 바뀌었다.
[6] 노어학과와 중어학과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학문단위 통합이지만 2011년도에 서울캠퍼스에 해당 전공을 신설하여, 사실상 캠퍼스 이전에 가깝다고 볼 수있다.
[7] 〈중대신문>, 「심층보도- 독어학과, 불어학과 1캠 통폐합 그 이후」, 2007.11.12.
[8] 외국어대학은 대표적인 통폐합 대상.
[9] 중앙대학교 통계연보 참고, 해당 비율은 표기된 년도의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의 통계다.
[10] 〈중앙문화>53호,「구조조정그이후」,27pg
[11] 〈중대신문〉, 「서울캠 공간문제,앞으로 어떻게 되나?」, 2014.3.30.
'지난호보기 > 2014 봄여름, 66호 <대학을 밟지 마시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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