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호보기/2015 가을겨울, 69호 <폐허, 가능성의 조건>

실종신고, ON-AIR 총학생회를 찾습니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1. 1. 31.

2015 가을겨울 <폐허, 그 가능성의 조건>

편집위원 이누리

 

학생총투표 공고와 뒤늦은 성명서 발표

 올 226, 대학본부가 발표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은 기존에 진행됐던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2016년도부터 모집단위를 광역화하여 신입생을 선발 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이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감히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논의에서 배제된 학내 구성원들은 아직 불완전한 개편안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본부의 비민주적 태도에 대자보를 붙이며 반발했다. 학교는 삽시간에 각종 대자보로 가득 찼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입장이 떠돌았으나 그 어디에도 학생대표의 입장을 담은 것은 없었다.

 구조조정안이 발표된지 2주째 되던 날에야 온에어 총학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총투표를 공고했다. 본부가 개편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으로 정해둔 3월 첫째 주는 이미 지난 뒤였다. 사실 이 전에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진행되지 못하고 급히 총투표로 방향을 튼 것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개편안의 세부내용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데다가 기본적인 정보조차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투표를 진행한다 해도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절차적인 문제도 있었다. 당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각주:1]에서는 317일까지 발표된 안건으로 하여 18일에 총투표를 붙일 것이라고 의결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칙 제792항에 따르면 투표의 안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7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 투표 하루 전에 결정된 사안을 안건으로 삼는 것은 회칙상 위배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학생은 이러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두 곳의 법무법인에서 받은 자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온에어 총학은 18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총투표를 하루 전에 잠정연기하고 구성원들께 혼선을 빚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사과문[각주:2]을 올렸다.

 총투표를 공고한 바로 다음날에는 총학생회 명의로 두 개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본부의 구조조정 발표 이래 총학생회가 처음으로 표명한 공식 입장이었다. 두 개의 성명서 중 하나는 개편안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을 담은 것[각주:3]이었고, 또 다른 성명서는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각주:4]’(이하 교수 비대위)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성명서에서 온에어 총학은 이전에 교수 비대위가 본부의 개편안은 지극히 반교육적이다라고 주장했던 부분을 비판하고 나섰다. 온에어 총학은 교수사회를 향해 교수 비대위는 편향된 언론보도를 통해 중앙대학교의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학생과의 소통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온에어 총학의 성명서가 발표되자마자 학생들의 규탄 성명서가 줄을 이었다. 국어국문학과, 비교민속학과, 일어일문 전공, 중어중문 전공. 철학과 등 총 8개 학생회/학생회장 명의로 총학생회를 향한 규탄서가 발표됐고 개인 및 단체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4학번 학생들은 총학생회장 한웅규, 부총학생회장 정찬모는 학생 대표자의 지위를 망각한 경솔한 처사에 책임져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온에어 총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규탄서를 제출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는 학생 총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명서를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발표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총학생회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총학생회 명의로 성명서를 제출했다는 점이었다. 총학생회 회칙 17(구성)에 따르면 본회는 제2[각주:5]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생총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확대운영위원회, 중앙운영위원회, 집행국, 단대 학생회, 동아리 연합회로 구성한다.’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당시 중운위 단톡방에 있었던 모 중운위 임원을 취재한 결과, 총학생회장단은 발표 당일에야 이들 구성원의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의견이 엇갈리자 결국 동의 없이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총학생회 집행국원이었던 학생의 말에 따르면. 심지어 총학생회 내부구성원들을 비롯해 일부 국장들마저도 회장단이 성명을 작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결국 성명서를 발표한지 5일 만에 총학생회장단은 사과문[각주:6]을 게시했다. 온에어 총학은 이를 통해 지금부터라도 전체 학생 대표자라는 사명을 가지고 학우 분들이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힌 뒤, 앞서 지적했던 두 가지 문제점을 모두 인정했다. 그리고 공식 계정으로 발표했던 기존 성명서를 삭제하면서 성명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 출처: 페이스북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페이지. 4월 20일 이용구 총장과 시험기간 간식 배부를 하는 한웅규 총학생회장

황당한 성명서 조작사건

 온에어 총학이 발표했던 성명서를 둘러싼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성명 발표 당일, 본부 홍보팀이 총학생회 성명서 초안을 외부 언론에 보도 자료로 배포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초안으로. 중앙운영위원회 카톡방에서만 공유됐다. 온에어 총학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던 성명서에는 교수사회가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다는 식의 표현들이 없었다. 첫 번째 성명서 또한 개편안의 취지와 추진 배경에 대해 공감한다는 내용이었을 뿐 찬성한다는 직접적인 문구는 사용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총학생회와 대학본부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명서 초안이 중앙운영위원회 단톡방으로부터 유출된 것이 아니라면 본부 홍보팀이 온에어 총학의 성명서 초안을 어디서 어떻게 입수한 것인지 전혀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외부 언론들은 홍보팀이 배포했던 보도자료에 따라 이 사안을 사제 갈등으로 묘사하기 바빴다. 이에 학생사회는 총학생회장단의 성명이 학생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지 못한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했고, 교수 비대위는 본부가 총학생회의 성명서를 조작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각주:7] 나흘 뒤, 온에어 총학은 언론 보도 자료와 관련하여 홍보실에 진상규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부착해 홍보팀에 성명서 초안 입수 경로를 따져 물었다. 그러자 홍보팀은 "커뮤니티 게시글을 토대로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을 뿐, 사제 간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정시 입시생에 한하여 모집단위를 광역화 하겠다'는 수정안이 발표될 때까지 온에어 총학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차라리 없는 게 나았을 성명서 두 개와 이에 대한 사과문 두 개, 해결되지 않은 조작 사건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온에어 총학은 다시 한 번 자취를 감추었다.

 

학생들의 신뢰는 이미 저 너머로

 온에어 총학의 무책임한 모습은 올 여름 학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사태에서도 거듭된다.

 613, 중앙대학교 법학관 4층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이 고열로 귀가 조치된 사건이 발생했다. 기말고사를 이틀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해당 학생이 메르스 의심환자로 판정되자,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은 순식간에 학생들의 불안여론으로 들끓었다. ‘중앙인의 각종 게시물과 댓글에서는 학교 측이 과연 기말고사 일정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다. 비공식적인 이야기들과 각종 유언비어가 떠돌았지만, 대학본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하루가 지나도록 공식계정을 통한 전체알림문자를 보내지 않은 채, 중앙인에 공식적이지 않은[각주:8] 게시글을 올리거나 총학생회의 문의에 답변을 하는 식으로 전달사항을 알렸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안함은 더욱 가중됐다.

 다음날 대학본부는 중앙인게시판을 통해 해당 학생의 1차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으며, 2차 검사는 할 필요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치를 월요일 시험만 토요일로 미룰 것을 공지했다. 학생들은 본부가 너무 안일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또한 본부가 공식적인 창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사태 경과를 알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말을 전달해 줄 창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시부터 온에어 총학은 중앙인을 통해 총다섯 차례에 걸쳐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학생들에게 학교의 입장을 전딜하는 것이 전부였다.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에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온에어 총학은 학생들의 입장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온에어 총학의 공지에 달린 한 댓글에서는 학교 입장을 생중계해준다는 뜻에서 ON-AIR였냐며 본부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있는 온에어총학의 태도를 비꼬았다.

 결국 본부의 방침에 따라 시험일정이 진행되자 또 다른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에 본부보다 총학생회가 더 원망스럽다[각주:9]는 게시글을 통해 많은 구성원들이 교내 메르스 전파 가능성에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과연 이런 학생들 편에 서있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작성자는 이글을 통해 그동안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한 적, 그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말과 함께 온에어 총학이 지난 5년간 봐온 총학생회 중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남겼다.

끝내 켜지지 못한 온에어

 불신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온에어 총학에게 반성이란 없었다. 앞서 논란이 됐던 사건들로 모자라 최근에는 중앙선관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각주:10] 역할 논란까지 제기됐다.

 지난 1117일 총학 선본이 제시한 공약과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공청회 자리가 마련됐을 때, 중선관위는 공청회가 열리는 일정과 장소를 포함한 간단한 공지조차 올리지 않았다. 결국 그 자리에는 선본 및 중선관위, 언론사 인원을 제외하고서는 15명도 안 되는 수의 학생만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일정을 학내 언론사에게도 알리지 않아 중대신문녹지’, ‘중앙문화등의 언론사는 제시간에 질문을 제출하지 못했다. 한 학생은 공청회 시작 전에 이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책임을 물었으나 이 공청회는 중선관위의 자격을 심사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에어 총학은 선본 출마 당시 학생을 위해 항상 켜져있겠다며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선본 이름부터 ON-AIR, 생방송에 임하는 것만큼의 긴장 상태로 학생들을 대하겠다는 뜻이었다. 제시했던 스물여섯 개의 공약 들 중 가장 방점을 두었던 부분 역시 학생과의 소통이었다.

 학기 초 구조조정 당시 가장 가까운 구성원들과도 소통하지 않은 채 발표했던 성명서부터, 바이러스로 불안에 떠는 학생들의 말은 귀 기울이지 않고 전달에만 급급했던 의미 없는 공지들, 그리고 간단한 일정공지조차 없이 진행됐던 합동공청회까지. 온에어 총학과 함께했던 1년을 되돌아보며 그들이 이야기했던 '소통이란 과연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총학생회의 의무가 아니다

 지난 합동공청회 자리를 공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학내 언론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면 온에어 총학이 생각하는 총학생회의 의무란 무엇일까. 어쩌면 1년간 차곡차곡 쌓인 그들의 실수와 잘못들은 그들이 말하는 의무를 너무 열심히 다했기 때문에 비롯된 건지도 모르겠다.

 “학우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언제든 ON-AIR 상태에 있겠다던 온에어 총학, 그들에게 학생대표의 의무란 무엇인지, 그리고 학생자치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1. 중앙운영위원회는 총학생회장단과 각 단과대학 회장 부회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으로]
  2. 57대 총학생회장 한웅규, 부총학생회장 정찬모_“총투표 잠정연기에 대한 사과문”, 2015.03.17. [본문으로]
  3. 온에어 총학은 이 성명서를 통해 전공선택 시기 조정 향후 전임교원 충원 계획 공개 교양 세부 시행 계획 공개 기초 학문 및 순수학문 존속의 네 가지 사항을 본부에 요구했다. [본문으로]
  4. 대학본부가 226일 전체교수회의에서 개편안을 처음으로 발표하자 그 자리에서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여러 개의 성명을 통해 지속적으로 본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비판했다. [본문으로]
  5. 본회의 회원은 본교 학부 재적생으로 한다. . 휴학생은 그 기간 중 회원의 자격이 정지된다. [본문으로]
  6. 총학생회 성명서 관련 사과문”_중앙대학교 57대 총학생회장 한웅규, 부총학생회장 정찬모 배상, 2015.03.17 [본문으로]
  7. 교수 비대위는 326일로 예정되었던 고소장 제출일을 절차상의 이유로 잠정 연기했다. [본문으로]
  8. 교무처장은 사건당일 밤 11시에 중앙인을 통해 공식적인 글은 아니지만다음날 오전 9시에 총장단, 의료전문가, 관련 부처 직원, 총학생회장 등이 참석하여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본문으로]
  9. 중앙인 사용자 네이트온, ‘역대 최악의 총학생회. 학교본부보다 당신들이 더 원망스럽습니다.’, 2015.06.15. [본문으로]
  10. 총학생회장은 임기가 끝나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되어 다음 해 총학생회를 뽑는 선거를 관리한다. [본문으로]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