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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9 가을겨울, 77호 <사이버 대학>

#페이미투, 더 이상 생계에 성별은 없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3. 31.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신상아

 

Ⓒ 서울여성노동자회

 

#페이미투, 성평등 파업 <3.8조기퇴근시위 ‘3STOP’>

#페이미투(#PayMeToo) 운동[각주:1]한국여성노동자회는 성차별적 노동현실을 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기 위해 2017년 여성, 시민,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에 연대를 제안하여 <3.8조기퇴근시위 ‘3STOP’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발족시켰다. 공동행동은 성별임극격차 해소를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매년 38일 오후 3시 조기퇴근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인 ‘100:64’1일 근로시간 8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성별임금격차를 상징성 있게 보여주기 위해 세계여성의날인 383시부터는 일하지 않는 성평등 파업을 2017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OECD 성별임금격차 지수 37.1%, OECD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입국 중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가 30% 이상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한 2018년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지수[각주:2]에서 역시 한국은 OECD국가 중 29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 진척도를 벤치마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위의 결과들은 대한민국 여성들의 노동참여는 증가하였으나, 성차별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회에는 성별임금격차가 경력단절 때문이며, 경력단절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존재한다. 김창환, 오병돈의 논문인 경력단절 이전의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2019)에서는 이 질문에 19.8%의 성별소득격차를 밝혀냄으로서 답했다. 세부 전공과 구체적인 출신대학 등 관찰 가능한 모든 인적 자본을 통제하고 분석한 결과, 대졸 20대 청년층의 졸업 직후 노동시장 소득, 즉 대학 졸업 후 2년 이내 초기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소득은 남성보다 19.8% 작다. , 성별임금격차는 세부 전공이나 졸업 대학의 순위 등 인적 자본 요소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전공 같은 학교 출신이라도 상당히 큰 성별 격차가 있다. 대학 순위별로는 상위권 대학 출신의 여성이 2년제나 하위권 4년제 대학 출신보다 더 큰 소득 불이익을 경험한다.[각주:3] 결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의 이전부터 임금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경력단절 유무는 임금격차를 거의 설명하지 못한다. 경력단절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을 비교하였을 때, 경력단절이 없는 집단이 평균적으로 약간 높은 성별 임금비를 보이긴 하지만, 두 집단 모두 20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성별 임금비가 추락하는 동일한 추세를 보여, 경력단절보다는 다른 이유로 임금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과 30대 초중반에 남성은 30대에 임금상승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임금상승률이 완화되거나 감소하여 격차가 심화된다.[각주:4]성별외에 임금차별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노동시간에 의한 성별임금격차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2018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남성의 월 노동시간은 172.0시간, 여성의 월 노동시간은 160.1시간으로 노동시간 자체의 차이는 한 달에 12시간 정도이다. 8시간 노동으로 치면 이틀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월 평균 1113천원(남성 월 평균임금 3562천원, 여성 2449천원)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성은 여성의 평균 0.07배만큼 더 일하면서 평균 0.45배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

여성이 돈 잘 버는이공계 등에 진학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이 주장도 맞지 않다. 이공계를 진학하는 여성 비율보다 신규 채용되는 여성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졸업생 비중에서는 5:5였던 자연계열 남녀 비율은 정규직 고용에서는 7:3으로 변한다. 여성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성비가 8:2였던 공학계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규직 진입 비율은 9:1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입학할 땐 29.1%였던 이공계 여성 비율이 신규 채용시 26.8%로 줄어들며 정규직의 경우에는 23.4%로 더 적다. 같은 이공계 전공자라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신규 채용 비율에서 차이가 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각주:5]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채용성차별

2017년에 밝혀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채용성차별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의 기업들이 남성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여성을 떨어드린 것이 연이어 밝혀졌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모집 및 채용상의 차별을 적시하고 있지만, 법은 유명무실했다. 법 적용이 되더라도 과태료 500만원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이후 채용성차별 사례

채용성차별 유형

기업명

최종합격자 여남 비율을 고정해 놓고 여성지원자의 면접점수를 낮춰 채용에서 탈락시키고, 남성지원자를 합격시킴

한국가스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신한카드, IBK투자증권

한국예탁결제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킨텍스

2018년 고용노동부 금융권 성차별 근로감독 중간결과 발표에서 18개 기관 조사에서 채용서류 무단 폐기 확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2016년 전동차 검수지원·철도장비 운전분야 무기계약직 공채. 여성지원자 점수 조작으로 4명 탈락시키고 남성 합격시킴. 전체 1위 여성응시자도 탈락

서울교통공사(서울매트로)

모집과 채용은 인사관리의 초기 단계로, 노동자가 기업으로 진입하는 단계이므로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을 불러오는 가장 주된 원인이 된다. 모집과 채용에서부터 성차별적 인식은 노동시장 진입 이후 직무배치, 승진 등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노동시장 전체에서 성별, 직무별 채용 규모나 구조를 파악한 조사나 연구도 매우 부족하다. 관할 부서인 고용노동부 조차 성별 채용 규모를 파악한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일반 기업의 경우는 채용과 선발과정이 외부로 전혀 공개되지 않으며, 사업체의 인적 구성 변화들에 대한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다.[각주:6]

 

성별직종분리와 성별분업의 강화로 또 다시 성별임금격차 발생

2018년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에 의하면 채용이라는 경제활동 진입단계에 들어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7%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거의 모든 직종에 고루 분포되어 있지 않고, 소수의 직업에 과잉분포 되어있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지배적으로 분포되어있는 여성주종직업은 남성주종직업에 비해, 대체로 임금이 낮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들인 것이 보통이다. 성별직종분리는 남녀가 단순히 다른 직업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전적으로 다른 두 개의 직업군으로 분리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종인 행정관리직, 전문직종에는 여성의 분포가 낮고, 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판매직, 서비스직에 여성의 분포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이것은 남성은 고임금, 여성은 저임금 직종으로 분리되는 것을 말하며, 같은 직종/직업 내에서도 여자의 평균임금이 남자에 비해 낮게 되는 성별임금격차와 연결되는 문제이다. 또한 성별임금격차는 여성이 전통적인 돌봄노동에 종사하도록 만드는 무언의 사회적 압박이 된다.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돌봄노동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성별직종분리뿐만 아니라 성별분업을 강화시키고 성차별을 만들어 낸다. 양육과 가사노동의 주된 책임을 떠맡는 여성은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으로 내몰린다. 고용 안전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여성들은 취업상태를 유지할 동력을 잃고 출산과 가족 책임을 계기로 노동시장을 떠나게 된다. 성차별적으로 고착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여성들이 결혼하거나 나이가 많아지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압력에 직면하며,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성불평등 상황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시간제 근로 촉진과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것은 성평등을 추구하려는 정책이 아닌, 여성의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당연하고 자연적인 역할로 전제하는 것이다. 성별분업을 완화하는 방식이 아닌 성별분업을 강화하는 방식일 뿐이며, 그로인한 성별임금격차를 강화하는 방식이다.[각주:7]

Ⓒ 서울여성노동자회

 

성별임금격차를 강화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

이러한 성별임금격차의 기저에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존재한다. 한국은 남성은 생계부양자이고 여성은 가정내 재생산노동 담당이라는 전통적인 성별노동분업 의식과 구조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사회다. 성별노동분업은 생계의 주 담당자를 남성 가장으로 명명하면서 남성의 노동은 유급노동으로, 여성의 노동은 무급노동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 공식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임금을 낮게 받거나 보조자역할을 수행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남성 가장 아래서 여성은 늘 피부양자로 존재했으며 가사와 육아의 전담자로서 집에서 논다고 표현되었다.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표상되는 여성의 존재는 돌봄 노동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중요하지 않은 노동으로 인식하게 했다. 그러나 돌봄노동 없이 임금노동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

2018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및 참가율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3.1%이며, 이중 남성이 73.7%, 여성은 52.9%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경제활동인구는 IMF 시절 19988,576천명으로 급격한 감소를 보인 후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기 시작하여 201811,893천명으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40세 미만 청년층의 맞벌이 가구는 61.6%에 육박하고 있다. 더 이상 남성이 가장으로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중고령층 여성들은 배우자의 퇴직이나 병으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임금노동이 이미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은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허구임을 보여준다.

또한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더욱 무너진다. 2019년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가구 중 29.2%(전년 28.6%)1인 가구이고, 내년이면 30%선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미 1인 가구는 가장 흔한 가구 형태다. ‘장래인구 추계에서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을 203033.2%, 204035.6%로 내다봤지만 저출산·고령화에다 취업난, 이혼·비혼(非婚) 증가 등으로 나홀로 가구는 더 빠르게 늘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여전히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 여성 가구주와 1인 가구, 비혼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여성빈곤화를 가속화할 뿐이다. 나아가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모집과 채용, 성별직종분리, 성별분업, 유리천장, 여성의 비정규직화, 성별임금격차 등 모든 과정에 걸쳐 성차별을 양산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해외 사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성별임금격차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해외에서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을까?

2013년 유럽연합 위원회는 회원국들에게 각국의 성별임금격차를 연간 최소 5%씩 줄여 2020년에는 남녀임금격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을 요구하였다. 2014년에는 동일 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실현을 위해 여성과 남성의 임금에 대해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하였다. 위원회는 임금체계의 불투명성과 동일임금원칙 관련 법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회원국에서 동일임금원칙의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래 도표는 유럽과 캐나다에서 실시하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들 중 일부다.

국가명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법안

내용

캐나다

온타리오 주

1987 형평임금법

공공부문과 10인 이상 규모의 민간기업 성별임금격차 시정의무 부여, 여성집중 직무에 대한 제도적, 구조적인 저평가와 임금격차를 확인하여 시정하기 위한 제도

형평임금 도입 이후 임금격차 시정 기업 증가

세계 최초 시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침

영국

2010 평등법 개정

2018년부터 성별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하도록 근거 조항을 신설

250인 이상 기업 성별임금격차 공개 의무화

남성과 여성 근로자 사이에 임금 격차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임금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여

오스트리아

2011 평등대우법

임금공개규정은 2011년 제정 당시 1,0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 2012년에 500, 2013년에 250명으로 적용범위를 점점 넓혀 가다 20141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정

2년마다 1년 동안의 노동자 평균임금 또는 중위임금 포함된 보고서 제출

독일

2017 공정임금법(=임금 공개법)

2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노동자가 신청할 경우 그의 임금, 임금의 확정을 위한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정보, 그리고 신청자와 비교 가능한 업무를 하는 성별이 다른 노동자의 임금 및 그 기준과 관련된 사항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

스위스

2018 남녀임금평등법 의회 통과

100인 이상 기업 남녀 임금격차 조사 결과 직원들에게 공개. 기업은 남녀 임극격차 분석 4년마다 실시

아이슬란드

2018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를 위한 법 개정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25인 이상 사업장 모두 적용. 해당기업은 정부에서 지정한 인증기관을 통해 사업장의임금체계가 정부에 정한 기준에 합당한지 여부 심사.

기업 명단 공개. 위법 기업 벌금과 처벌규정을 두어 세계 최초로 남녀동일임금원칙 강제 규정

스웨덴

2018 양성평등청 신설

성평등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가 필요하여 설립

양성평등 관련 정책 모니터링, 성주류화 정책 분석, 타기관의 유기적 연계 및 업무 조정

프랑스

1972년 임금차별금지법

법 집행이 실효성있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음

2018년 필리프 총리 성별임금격차를 적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업에 보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힘. 소프트웨어는 회사의 급여 시스템에 직접 링크되며, 정부가 기업의 성별임금격차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획기적인 안.

2019250명 이상 사업장, 249~ 50인 이상 2020년까지 설치

각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직급·고용형태·경력 등에 따른 임금 차이부터 실제 노동시간·휴직 사용률 등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채용이나 업무 배치, 승진 과정에서 차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임금격차가 고착화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인 셈이다.

영국의 250인 이상, 독일의 200인 이상 기업 성별임금격차 공개 의무화는 임금투명성을 높이고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을 분석하도록 하여 내부 정책과 관행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이 주로 25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그 한계점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10인 이상, 아이슬란드의 25인 이상 기업에도 공개 의무화를 명시하는 규정처럼 여성집중 사업장이 많은 소규모 기업까지 확대하지 않으면 그 효과성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어느 나라든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한다거나 여성의 능력부족이나 업무량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반대논리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임금 투명화(pay transparency)가 주는 이점이 더 크다. 조직원의 임금을 공개하면 조직 내 갈등, 퇴사율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지만 실제로 임금 투명화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정성 지각 향상, 인재확보 용이성 등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이 보고한다. 1986년부터 전 직원에게 임금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홀 푸드의 CEO 존 맥키는 해당 정책의 이점으로 임금을 둘러싼 뒷말(gossip), 편애, 족벌주의를 차단하고, 직원들이 커리어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며, 조직원들이 연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In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버퍼의 PR 매니저인 헤일리 그리피스는 임금 데이터를 공개한 후 입사 지원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라고 타임지에 밝혔으며, 썸올(SumAll)CEO 데인 앳킨슨은 퇴사율은 10% 미만으로 동종 업계 대비(30~5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워크포스에 말했다. 버브의 CEO 컬럼 니거스 팬시 또한 임금 투명화를 시행한 이후에 퇴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라고 밝히며 왜 누구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받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 몇몇 직원들이 찾아왔을 뿐이라고 했다.[각주:8] 채용 과정에서 임금협상의 어려움이나 협상 실패로 인한 재채용 비용 감소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임금공시제가 성별임금격차를 모두 해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을 해소하는 기본이 될 수 있다.

Ⓒ 서울여성노동자회

 

#페이미투, 더 이상 생계에 성별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2018년까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201812월 공공기관의 성별 임직원 임금 현황을 공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서울시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공공기관에 한정되는 것으로 성별임금격차가 심각한 민간기업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책은 대책으로만 흘러가고 가시적인 실천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성별임금격차를 방치한다면 일하는 여성은 계속 가난하고, 남성은 여전히 생계부양자라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여성노동자회 11개 지부는 2019.5.17. 광화문광장에 모여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생계에 성별은 없다!”고 외쳤다. 남성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비정규직은 37.5%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517일은 일 년 중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무급노동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을 <임금차별타파의 날>로 정하고 3년째 행사를 진행했다. <3.8조기퇴근시위 ‘3STOP’>과 함께 여성노동자회가 성별임금격차의 실태를 알려내는 활동으로 성별임금격차가 해소되는 날까지 진행될 것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사회적 인식개선 활동뿐만 아니라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 법 개정 운동 등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여성노동자에게 빼앗은 임금은 남성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자본에게 간다. ·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성평등 노동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1. 영국에서는 2018년 공영방송 BBC의 아나운서 캐리 그레이시가 남녀임금차별개선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쓴 뒤 보직을 사퇴하면서 페이미투 운동이 촉발되었다. 여성 하원의원들이 나서서 #페이미투(#PayMeToo) 운동이 시작하였고, 임금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초당적인 의원모임이 결성되었다. 미국에서는 금융회사의 성별임금격차를 공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밝히라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런 압박으로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제이피(JP)모건 등 6곳이 이를 수용하였다. 은 성별에 의한 임금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시민으로, 동등한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는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운동이다. [본문으로]
  2. 대학졸업률 격차, 경제활동참가율 격차, 임금격차, 관리직비율 격차, 여성임원비율, 여성의 경영대학원 응시율, 국회의원비율 격차, 순자녀보육비용, 여성의 육아휴직기간, 남성의 육아휴직기간 등 총 10개의 통계치를 가중평균한 지수다. [본문으로]
  3. 김창환, 오병돈(2019),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 대졸 20대 청년층의 졸업 직후 성별 소득격차 분석. 한국사회학, 53(1), 167-204. [본문으로]
  4. 생애주기 성별 임금격차 결혼과 출산의 영향을 중심으로, 최세림, 방형준(2019-04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본문으로]
  5. 민주언론시민연합 남녀 임금 격차,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다’ 2019년 유튜브 모니터 보고서 [본문으로]
  6. 2018 노동시장 성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개발 : 채용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문으로]
  7. 참여연대 복지동향 : 젠더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본문으로]
  8. 출처:버퍼 블로그 갈무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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