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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6 가을겨울, 71호 <방빼!>

모병제를 상상해본 적 있나요?

by 중앙문화 2020. 8. 4.

2016 가을겨울

객원편집위원 강남규

 상상은 자유라지만, 상상의 대상이 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병역제도다. 우리가 징병제 너머를 감히 상상이나 해봤던가. 예컨대 이런 말들. ‘휴전 국가니까 군대는 의무로 가야 돼’,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갔다 와야지’, ‘군대도 안 가는 여자들은 안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지’, ‘양심적 병역거부라니, 그럼 군대 갔다 온 나는 양심이 없는 건가?’ 가히 병역문제의 클리셰(cliche)라 할 만한 이 말들에는 ‘징병제 외의 것은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강하게 전제되어 있다. 이런 까닭에, 징병제를 건드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력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공연히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입에서 ‘모병제’라는 금기어가 나온 것이다. 지난 9월 초 남 지사는 다가오는 인구절벽에 대비해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2016년 9월 시점에서 ‘중요한’ 대권주자는 아니었던 남 지사는 이 제안으로 언론의 주목을 끌어 모았다. 사실 대권주자에게서 모병제 주장이 나온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모병제 주장을 꺼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남 지사의 주장은 결이 다르다. 일단 남지사가 ‘강한 안보’를 주장하는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또 필요성의 근거로 ‘인구절벽’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순실 게이트로 논의가 묻혔지만,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모병제에 대한 토론이 어떤 식으로든 격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12월 대선을 치른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원래 글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해 쓰는 법이다.) 군대에 갈 청년세대의 절대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군의 안전성을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따른다. 여러모로 대권주자로서는 병역제도를 어떤 식으로건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글의 목적은 ‘병역제도를 어떻게 손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짚어봐야 할 여러 논쟁지점을 소개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청년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을 곁들여, 유권자로서 여러분이 내년 대선에 표를 던지는 데 유익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필자 또한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모병제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주지한 것처럼 병역제도는 금기의 땅이고, 급진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이 금기를 조금이라도 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생-청년에게 징병제의 의미란

  잠깐 얘기를 돌려서 우리 생활세계를 들여다보자. ‘대학생-청년의 입장’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은 징병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문제의 원인일 수도 있고,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일 수도 있다. 징병 대상자들의 다수가 만 20세 또는 21세에 입대한다. 대학으로 따지면 2·3학년(현역 입학 기준, N수는 1학년인 경우도 많다), 한창 학생사회에서 주역으로 활약할 즈음에 입대해 2년 가까운 공백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자체로 학생사회의 힘이 깎이는 일이다.

  여차저차 전역하고 복학해도 예전같이 대학 다니기란 쉽지 않다. 2년의 공백 동안, 친했던 이들은 졸업했거나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어 학생식당에서나 간신히 만나볼 수 있을 뿐이며, 학과 총회에는 모르는 얼굴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만 가득해 복학생들은 스스로를 ‘화석’이라며 자조하기 일쑤다. 새로 시작하기보다 어려운 게 다시 돌아가는 일이다. 결국 이들은 학생사회를 이탈하는 걸 택한다. 이런 와중에 신화 같은 말이 이들을 부추긴다. “군대 갔다 와야 철들지.” 여기서 ‘철’의 의미는 ‘제 밥그릇 정도는 챙길 줄 아는 것’이다. 복학생은 취업전선으로 몸을 담근다. 학생사회는 이제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성공적으로 학생사회에 복귀해도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 어쩌면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클 수도 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는 지점에서 그렇다. 군대라는 곳은 20대 초중반의 남성 수십 명이 십수개월 동안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소위 ‘군대문화’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전염되며 확대된다. 즉 나이나 학번으로 위계를 나누고 군대 후임 대하듯 하는 ‘권위주의’와, 여성을 오로지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2등 시민으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문화는 다른 구성원들로 하여금 학생사회에 등 돌리도록 하는 기제들이고, 피해자에게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뉴스1

  대학본부나 교육부의 주도로 발생하는 대학 문제들, 예컨대 학과 통폐합이나 학생자치 탄압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학생사회의 결속력이다. 다수의 학생들이 강력히 요구하지 않으면 대학본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징병으로 인한 단절과 그것이 부수적으로 만들어내는 악영향들은 학생사회를 와해시켜 대학 문제의 해결을 불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 지점들 때문에 대학생-청년의 입장에서 병역제도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인구절벽,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

  앞서 간략하게 적었지만, 병역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면서 동시에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인구절벽 문제와 군대에 대한 불신, 그리고 대체복무제 공론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국방부 병력 감축안 ⓒ연합뉴스

  2014년 국방부가 2030년까지의 로드맵을 담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축안이다. 2013년 말 약 63만명인 병력 규모를 2022년까지 약 52만명으로 감축하고, 이 가운데 40% 이상을 간부로 채우겠다는 것. 이 같은 감축계획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구절벽’이다. "(만 20세 남성인구가)한꺼번에 4만명이 줄어들어 30만명 선이 무너지는 ‘2022년’은 ‘병역자원 절벽’으로 볼 만하다. 2022년이면 징병대상이 지난해 33만1000명에 비해 약 10만명이나 줄어든 23만 3000명으로 급감한다. 군사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로는 입영대상자들의 수가 기존 병력 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각주:1]

▲2013-2018 고교입학 대상자 수 ⓒ동아일보
▲징병대상자 대비 현역 판정률 추이 ⓒ한국경제

   이런 상황에서 징병제와 병력규모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방부는 고육지책을 택하게 된다. 간단하다. 원래는 징병대상자가 아니었던 사람들을 모두 징병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이슈가 된 이공계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 폐지가 그 사례다. 2023년까지 의경·의방 등 전환복무들도 감축 또는 폐지된다. 이처럼 징병대상자를 늘려 병력을 충원하는 방식은 군대를 ‘관리형 군대’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국방 전문가 김종대 의원은 지적한다. “(2022년에 병력규모를 맞추려면) 정신 및 심리 이상자, 신체허약자, 고아, 혼혈아까지 전부 입대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는 일선 부대가 조직 유지조차 문제가 되는 속칭 ‘관리형 군대’로 완전히 전락할지도 모른다. 지금 일선의 지휘관들은 자신이 마치 보육원의 보모와 다를 바 없다고 하소연한다.”[footnote]“김종대, 모병제 도입하면 ‘흙수저’ 자녀들만 입대한다?”, <한겨레>, 2016년 9월 10일[/footnote] 이는 치명적인 전투력 손실 요인이다.

 

군대 불신과 양심적 병역거부

▲군 사망자 현황과 국방부에서 추진한 병영개선 정책 경과 ⓒ동아일보

  한편으로는 국군에 대해 커질 대로 커진 불신이 있다. 백군기 제19대 국회의원이 2015년 6월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인 51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2011년 143명이 가장 많고, 2015년에는 6개월간 45명이 죽었다. 517명 중 339명이 자살이다. 맞아 죽은 군인도 2명이다.[footnote]백군기 의원실, “최근 5년간 사망자 현황”[/footnote] 특히 2014년은 끔찍한 해였다. 6월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한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죽인 데 이어, 8월에는 한 일병이 집단 폭행 등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다.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스러운 현실은 병역제도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불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나 성공한 기업가들의 자식들 가운데 일부가 이런저런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거나 상대적으로 편한 곳으로 배정받는다는 공공연한 사실은, 과연 징병제가 정말로 평등한 제도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해 불신을 증폭시킨다.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겨레21>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모두 9건이었다. 2015년 이전까지는 2004년(3건)과 2007년(1건)이 전부였으니, 괄목할 만한 변화다.[footnote]“‘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양심적 무죄판결”, <한겨레21> 2016년 8월 23일.[/footnote] 특히 최근에는 항소심에 대해서도 첫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행 징병제는 이러한 변화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모병제를 둘러싼 쟁점들

이 같은 배경에서 모병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양태는 설계하기 나름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군 복무에 대한 자유의사와 희망에 따라 국가와 계약을 통하여 군별, 신분별, 병과별로 지원하여 군에 복무하는 것 자체가 직업으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5 
이 되는 형태의 병역제도다. [footnote]박용준·김현준, 「병역제도 혁신을 위한 모병-징병 간 행태적 차이에 관한 연구」, 『한국정 
책학회보』 제25권 2호. 2016. pp.65~90. .[
/footnote] 간단히 말해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이 선택해서 간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병을 통해 병력을 충원하고 있다.

  모병제 전환은 정말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문제는 해결될 것이 분명하다. 군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곧바로 해결할 수 없겠지만, 불신하는 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인구절벽 문제는 어떨까.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병력규모 감축이다. 지금 규모의 병력을 모병으로 전부 채우는 것은, 물론 상상이 필요한 지점이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또 모병제로 전환하면 급여수준이 크게 증가할 텐데, 현행 병력규모를 유지하면 급여지출이 지나치게 커져 유지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많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쟁점이 도출된다. ‘병력규모 감축은 적절한가?’, ‘모병제 전환에 따르는 세금을 충당할 수 있는가?’ 여기에 더해 하나 더, ‘과연 모병제는 징병제보다 적은 병력으로 강한 군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세계 모병제 현황. 청록색:모병제.빨간색:징병제.노란색:모병제로 전환 예정. ⓒWikipedia

 

병력규모 감축은 타당할까

   하나씩 살펴보자. 병력규모 감축은 가능한 이야기일까. 어느 정도 규모가 적당할까. 위에서 언급했듯, 현재 국방부는 2022년까지 병력규모를 52만명으로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의 병력규모인 ‘인구의 1%’ 정도다. 현재 1.25%에 비해 상당히 감축된 규모이지만, 논자에 따라서는 더 줄일 수 있다고도 얘기한다. “나토 국가들과 미국 등의 병력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6~0.8%인 데 비하여 우리는 1.7%나 된다. 병력을 30만으로 줄일 경우 인구에서 차지하는 병력의 비율은 약 0.7% 가량이 되어 평균비율을 유 
지하게 된다.”[footnote]김창수. 「현행 징병제의 문제점과 대안」. 『여성과 사회』. pp.169[/footnote]


  이는 2000년 계산이니, 지금 인구로 계산하면 35만명이 나온다. 너무 적은 건 아닐까?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근거로 주로 제시되는 것이 ‘북한붕괴론’이다. 아무리 현대전에서 병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가까운 시일에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면 북한 사회를 관리하고 통제할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할 보고서도 있다.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2015년에 발표한 ‘우리에게 필요한 육군 만들기’라는 보고서에서 지상군 증파를 주장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중국군이 한반도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WMD)를 조속히 제거하기 위해 미국 지상군을 15만명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footnote]"인구절벽 시대, 사람 귀한 줄 아는 군대 될까", <경향신문>, 2016년 6월 18일[/footnote] 미국이 지상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니, 국군이 병력을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기에 주한미군 증원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공은 다시 ‘북한붕괴론’으로 넘어간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장하는 북한붕괴론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까. 어떤 전문가들은 북한붕괴론을 오래된 망상이라고 얘기한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김정일이 죽었을 때도 북한이 붕괴할 거란 전망이 있었지만 북한 체제는 용하게도 유지됐다. 또 중국이 북한을 붕괴토록 하지 않을 것이란 진단도 많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주한미군이 1500㎞에 이르는 압록강·두만강 접경에 주둔하면 중국은 어떨까? ‘미군과 국경을 맞대느니 골칫덩어리 북한이 낫다’, 이것이 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footnote]"무작정 남으로 오라고?…박 대통령의 허망한 북 붕괴론", <한겨레>, 2016년 10월 19일.[/footnote] 김종대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안보는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외교 등 다양한 층위에서 결정된다. 안보를 위협하는 진짜 문제는 공포마케팅에 근거한 안보위협이 아니라 인사가 적체되고 규모 유지에만 급급한 군 자체.”[footnote]인구절벽 시대, 사람 귀한 줄 아는 군대 될까", <경향신문>, 2016년 6월 18일.[/footnote] 여기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세금과 생산성의 차원

  세금 문제는 논쟁의 결이 좀 더 명쾌하다. 일단 모병제로 전환하면 병사 급여가 인상되는데, 그러면 이에 맞춰 간부(장교+부사관)들의 급여도 인상돼야 한다. 단지 병사 급여만 계산하는 지금의 계산법은 틀렸다는 지적이다. 또 병력 규모를 줄인 만큼 첨단 무기체계를 보강해야 하는데, “기존의 차기 전투기(F-X)사업과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차기 이지스함 등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데, 최근 북한의 도발로 
지상·해상 킬체인과 핵잠수함 등의 소요까지 제기되고 있다”[footnote]"「與 일각의 모병제 발상, 안보 도외시한 포퓰리즘이다」, <문화일보>, 2016년 9월 6일.[/footnote]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목 국방대 교수는 단순히 액수를 넘어 생산성도 경제적 요소의 하나로 고려하면 경비는 오히려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모병제는 국가안전보장을 직업화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모병제에서의 군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에 상응하는 생산성을 발휘할 것이다. 그 결과 징병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국가안보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고, 인력 감소로 인한 경비절감효과가 발생하게 된다.”[footnote] 이상목, 「징병제와 모병제:경제적 관점에서의 비교분석」, 『國防硏究第43卷第2號』, 2000년 12월, pp.131~151.[/footnote]

  더불어 징병제 하에서 필요한 주기적인 교육비용도 세금 절감 요인이다. 한편으로는 병역의무를 벗은 20대들이 그 기간 동안 사회에서 창출해낼 기대가치도 모병제에 따른 세금의 실제 가치를떨어뜨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2010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매년 1조8000억~3조1000억 원 저렴한 제도라고 말한다. 언뜻 모병제가 훨씬 값비싸 보이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보자면 오히려 징병제가 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footnote]"징병제는 노터치 영역인가", <주간동아>, 2014년 8월 18일[/footnote]

   모병제에서의 군인이 징병제에서의 군인보다 생산성(=전투력)이 높을 거라는 전망은 타당할까. 국군 내 모병제를 채택 중인 ‘특전여단’과 징병제를 채택 중인 ‘특공연대’ 장병 292명을 대상으로 조직 몰입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논문이 있다. 이에 따르면 징병제보다 모병제에서 장병들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적게 느끼고 전투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모병제를 통해 입대한 장병들은 군 조직의 특성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원에 대해 그것을 스트레스로 인지하지 않거나, 내가 스스로 선택한 도전으로 여기면서 스트레스에 둔감하게 반응”하고 “높은 수준의 내재적 동기를 갖고 군에 들어와서 전투요원으로서 가져야하는 전투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고 저자는 해석했다.[footnote]박용준·김현준, 같은 글. pp.65~90.[/footnote]

 

핵심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군대

 살펴본 바, 핵심적인 논쟁지점은 ‘병력감축’이다. 다시 말해 지금 한국의 안보 상황에서 모병제 전환을 위한 병력감축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 글에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안보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뭐라고 적건 언제든 무의미해질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등 비대칭전력의 확보, 트럼프 대통령으로 초래되는 불확실성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판단하길 바란다.


  사실 필자가 모병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전투력을 강화하자는 것보다도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데 쏠려 있다. 앞서 언급한 것들, 즉 대학 사회의 문제라거나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군내 부조리라거나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들 말이다. 물론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리는 없다.  징병제건 모병제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단지 입대를 선택할 수 있을 뿐, 정작 군대 안에서 발생하던 온갖 부조리는 모병제로 바뀌어도 여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징병제냐 모병제냐는 식으로 군의 모집 형태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는 일이다. 군대 문제의 핵심은 군대 내부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에 있는 것이지, 모집 형태에 있지 않다. 최근에는 군대라는 조직이 지닌 문제들이 많이 공론화되기도 했지만, 모병제 도입은 그러한 논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징병제 폐지가 군대 문제를 ‘소수’의 문제로 만듦으로써 군대 민주화를 오히려 어렵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footnote]"모병제와 국민국가의 종언", <한겨레>, 2016년 9월 11일.[/footnote]

  군대가 민주화되고 상식화되면 병역 범위를 넓혀도 아무런 저항이 없게 된다. 올해 여름부터 여성 징병제를 실시해 화제가 된 노르웨이가 그렇다.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꼽히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전폭 도입했고,[footnote]여성도 대체복무에 동참하라", <한겨레21> 2004년 10월 21일.[/footnote]  군인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조건 덕에 오히려 진보정당과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징병제 도입을 요구했고, 실제로 이뤄졌다. 어쨌거나, 필자는 이렇게 진보된 징병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모병제 전환을 주장하고자 한다. 아무리 두드려도 눈곱만큼도 바뀌지 않는 군대가 자성하도록 하기 위해서 모병제 카드로 충격을 주자는 것이다. 모병제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통해 군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가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정치적 거래인 셈이다. 이 글에서 거론한 이유들을 분명히 내세우면서 모병제로 군대를 압박할 때, 군대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1. “인구절벽 시대, 사람 귀한 줄 아는 군대 될까”, <경향신문>, 2016년 6월 18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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