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실용성 강화를 통한 교육경쟁력 제고로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 실현” “학제 간 교육을 강화하고 새로이 학문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학업 욕구를 충족” |
중앙대학교 융합전공과 연계전공 소개말의 한 부분이다. 2개 이상의 학과를 융합 혹은 연계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 ‘학업 욕구를 충족’한다는 두 전공 과정은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현실은 달랐다. 연계∙융합전공의 커리큘럼과 만족도를 묻는 글에는 과정에 대한 불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수를 시작하기 전 ‘도망치라’는 후기도 보인다. 무엇이 이들을 불만족스럽게 했을까. 연계전공 개설 후 20년, 융합전공 개설 후 11년이 지난 지금 연계∙융합전공의 운영 과정과 그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려 한다.
문제1. 융합전공과 연계전공이란?
‘4차 산업혁명’, ‘통섭의 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융합형 인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질세라 융합 교육을 도입했다.
융합전공은 이렇게 출발했다. 단일 분야의 전문 지식보다 여러 학문적 방향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해졌고, 이를 학문에 도입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는 목적이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세상의 다변화로 학제간 교육이 필요하게 됐다”며 “경직된 기존 학과 체제에서 벗어난 학제간 교육을 위해 융합전공을 만들게 됐다”고 융합전공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2017년 13번의 도전 끝에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으로 선정된 중앙대학교는 SW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2 3 새로운 교육 사업이나 지원이 시작되면 지원 자격 혹은 평가 항목에 ‘융합전공’은 빠짐없이 언급된다.
연계전공 역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계전공 설립은 ‘둘 이상의 학과(부)가 연계하여 사회의 요구에 맞는 분명한 전공명과 교육목표 및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고 아울러 본질적 요소를 충족시키는 주제중심의 전공을 개발, 운영’ 하는 목적에서였다. 연계전공은 2000학년도 개설 당시 ‘한국학’, ‘메카트로닉스’, ‘외식산업경영’, ‘실내건축디자인’ 과정들로 시작됐다. 4
융합전공과 연계전공은 서로 닮았다. 두 전공 모두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필요성이 대두됐고, 여러 학과 강의를 하나의 전공 과정에서 수강할 수 있다. 전공 안내도 동일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 둘이 구분되는 지점은 ‘단독 과목 개설 여부’다.
연계∙융합전공 모두 여러 주관 학과의 전공 과목으로 이뤄지나, 융합전공은 전공 성격에 맞는 단독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융합전공만의 단독 강의를 ‘관계학’이라고 한다. 반면 연계전공은 단독 강의를 열 수 없다. 대신 필요할 경우엔 특정 대학원 강의를 교과과정에 넣을 수 있다. 5 다만 대학원 강의는 수강 신청 체제가 학부와 달라 이수 학생들의 불편함이 생기기도 한다. 6인문사회계열 행정실 최미경 주임은 “강의 진행에 혼란이 있기 때문에 대학원 입장에서는 학부생을 위한 여석을 선뜻 열어주기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콘텐츠 융합전공에는 ‘단편 애니메이션 기획’이 개설됐지만 첨단영상대학원 강의라는 이유로 학부생의 수강신청이 불가능했다. 7 교과과정에 따르면 수강이 가능한 과목이었음에도 학생들은 강의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연계전공은 8개 과정까지 신설됐다가 현재 대부분이 폐지돼 ‘외식산업경영’, ‘유통관리’, ‘공기업관리’, ‘공공규범’ 4개의 전공만 자리한다. 융합전공 과정에서는 꾸준히 새로운 전공이 생겨나고 있다. 연계∙융합전공의 신설과 폐지는 연계융합전공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전공의 타당성을 바탕으로 개설을 심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8년엔 ‘사이버보안 융합전공’, ‘테크놀로지아트 융합전공’이 생겼으며 올해부터 ‘문화다양성 융합전공’이 새로 운영된다.
연계전공 시행세칙 제13조 (개설심의) ① 계열, 학부에서 제안한 연계전공의 다탕성은 “연계·융합전공교육위원회”에서 심의한다. ② “연계·융합전공교육위원회”는 매년 1회 제안된 연계전공 신설 안에 대하여 그 타당성을 심의하며, 기존의 연계전공의 실적을 평가하여 폐지 또는 존속에 대하여 심의한다. ③ 다음과 같은 경우 "연계·융합전공교육위원회"에서 전공폐지를 심의한다.(개정 2010.6.1) ㄱ. 전공신청인원 3개학기 연속 10명 미만 ㄴ. 전공이수인원 3개연도 연속 5명 미만 |
학사팀 이향숙 주임에 따르면 지금까지 폐지된 연계전공은 위 조건에 해당돼 폐지됐다. 현재 연계전공의 신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독 강의 없이 여러 학부의 전공으로만 구성하기 때문에 교과과정 수립 단계에서 불편함을 겪기 때문이다. 학사팀 이경미 차장은 “주임교수가 교과과정을 개편할 때 매번 해당 교과목이 속해 있는 학문단위 학과장의 허가를 받아야 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재 연계전공 대신 해당 전공의 단독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융합전공의 신설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8 앞으로 연계전공은 신설없이 유지되거나 폐지 절차만 밟게 된다.
문제2. 무엇이 잘못됐을까?
- 기초를 쌓을 수 없는 전공
연계∙융합전공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교과과정 문제로 학생들은 학습 질 저하를 겪고 있었다. 연계∙융합전공의 교과과정은 기존에 개설된 학과 전공들로 이루어진다.(융합전공의 관계학 제외) 학교는 전공과 관련된 여러 학과의 강의들을 하나의 교과과정표에 담는다. 비슷한 성격의 강의를 모으면 ‘연계’ 혹은 ‘융합’된 학문이 완성된다고 여기는 셈이다. 이 탓에 학생들은 전공 기초 과정이 생략된 채 여러 학과의 전공 수업에 바로 투입된다.
공공규범 연계전공 이수 학생은 연계된 전공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을 새없이 공공인재학부, 사회학과, 철학과, 심리학과 강의를 듣게 된다. 공공규범 연계전공을 이수중인 학생 A는 “(연계전공이) 주전공처럼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가는 식의 수업도 아니고, 해당 전공생이 아닐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을 바로 수강하다 보니 이해력도 낮고 얻어가는 것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전했다.
억지로 합쳐 놓은 강의들은 학문 간 연계성도 떨어졌다. 중앙문화가 실시한 연계∙융합전공 설문 조사에서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 B는 “경영 관련 전공 필수 과목들 역시 경영학과 3,4학년들의 과목들로 이루어져 비전공자 학생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낮은 학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명목과 타이틀을 위해 급조해낸 과일 뿐 아무런 사후 관리나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융합전공 이수 학생 C는 “커리큘럼이 잘 짜여 있으면 좋겠다. 수업이 몇 년 과정으로 연계된 게 아니라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이라 같은 내용을 다른 수업에서 몇 번이나 반복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말 그냥 여러 수업들을 갖다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융합전공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강의 몇 개를 합쳐 놓으면 연계∙융합형 인재가 나올 것이라는 학교의 기대와는 달리 남은 건 학생들의 불만뿐이었다. 연계∙융합형 인재는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엔 여러 분야의 기초적인 이해가 전제된다. 학문의 기초를 다지지 못한 학생을 무작정 타 학과 전공 수업에 뛰어들게 하는 것은 연계∙융합전공의 목표인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 실현’으로 이어질 수 없다.
연계융합전공위원회가 전공 신설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심의 조건은 ▲ 기존 운영중인 연계∙융합전공과의 유사성 ▲ 신설 전공에 부합하는 교과목 편성 여부 ▲ 학생들의 향후 진로나 취업 등의 관련성이다. 심의 조건 어디에도 ‘융합’과 ‘연계’에 대한 고려는 없다. 신설 단계서부터 나타나는 학교의 연계∙융합을 향한 몰이해가 다른 학문의 기본 지식을 포괄하는 기초 강의의 부재로 이어졌다. 9
그렇다면 각 학과별 전공 기초 강의 제공이나 비전공자를 위한 강의 개설로 연계∙융합전공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다양한 학문의 기초 내용과 전문 지식을 갖췄다고 모두가 연계∙융합형 인재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학교가 이 방법이라도 시도했더라면 학생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연계와 융합을 위해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각 분야를 어떻게 연계해 색다른 방향으로 접근할지 혹은 A학문이 B학문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를 배울 수 있는 ‘연계와 융합 자체에 대한 과정’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본부는 여러 학과 전공에 연계∙융합전공 학생을 위한 여석을 열어둔 데 그쳤다.
- 시시각각 바뀌는 교과과정
▲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 교과과정표(2019-2, 2020-1)
연계∙융합전공의 교과과정은 주관 학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관 학과 교과과정이 변경되면 연계∙융합전공 교과과정표도 함께 수정된다. 이는 잦은 교과과정 변동으로 이어져 학생들에게 불편함을 가져온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은 한 학기 사이(19년 2학기와 20년 1학기) 강의 6개가 사라졌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주임교수의 전담 조교는 “관계학 과목만 저희 전공에서 교수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다른 대학(학부)은 그들의 교과과정이 나오니까, 그 대학(학부)에서 폐지된 과목은 수강할 수 없으니 교과과정에서 지운다. 사라진 디지털이미징프로젝트, 벤처경영론은 해당 대학(학부)에서 폐지를 결정했다. 조건과 이유는 모르겠다.”라며 삭제된 강의에 대해 해명했다.
주관 학과에서 강의 폐지가 결정되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연계∙융합전공에 가해진다. 타 학과 전공들을 단순히 합쳐 연계∙융합전공을 만든 학교의 안일함이 교과과정에 반영된 것이다. 연계∙융합전공은 ‘신학문, 신지식 창출’을 목표로 하지만, 다른 학과에 의해 교과과정이 결정되며 독립된 ‘신학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공 방향에 따라 교과과정표가 수립됐는지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전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의 안정성과 그에 따른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
주관 학과의 변동만이 강의 삭제 원인은 아니었다. 삭제된 ‘게임 프로그래밍’은 주관 학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관계학 과목이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전공에는 게임 제작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다. ‘게임 프로그래밍’ 강의에서는 한 학기 내내 게임 제작 방법을 공부한다. 게임 분야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에게는 전공 필수 격의 강의였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관계자는 “게임 프로그래밍은 이번 한 해만 오픈을 못 했는데, 강사 부족으로 못 했다”고 했다. 단순 강사 섭외 실패로 전공 과목이 사라진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강의 폐지 사실을 공지하지도, 사라진 강의의 대체 과목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학생들에게 남은 것은 어딘가 허전한 교과과정표뿐이었다. 물론 폐지된 과목에 대체 교과목을 인정하고 있으나, 주임교수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연계∙융합전공의 불안정한 교과과정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이 받는다. 일방적인 강의 삭제는 학습권 침해에 해당한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의 경우 전공필수를 제외한 각 영역에서 최소 강의 하나씩을 선택해야만 이수가 가능하다. 학생에게는 사라진 과목이 속한 프로그래밍, 디지털 콘텐츠 디렉팅, 크리에이티브 이슈, 비주얼 익스프레션, 전략 경영전공 영역 선택지가 좁아진 셈이다. 교과과정의 일방적인 수정은 학생의 학습 계획을 틀게 하며 다양한 과목으로 지적 욕구를 채우는 기회를 앗아간다.
- 대책 없는 소통
연계∙융합전공 이수 학생들은 학교와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인 연계∙융합∙자기설계전공 안내 홈페이지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홈페이지 공지 사항엔 SW융합전공(소프트웨어∙인문, 테크놀로지아트,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벤처) 게시물 외에 다른 연계∙융합전공 소식은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게시된 공지 사항 7개가 모두 SW융합전공 관련 글이다. 금융공학 조영금 주임교수는 공지를 따로 하거나 학생들이 모인 플랫폼이 있냐는 물음에 “학생들끼리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건 없다. 관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소통 문제의 원인은 행정적 차원에 있다. 본부는 연계∙융합전공 개설 후, 전공을 위한 행정 체제를 마련하지 않았다. 연계∙융합전공에는 따로 배정된 조교와 과사가 없다. 전공만의 사무실도 없어 주임교수 연구실이 곧 전공 사무실이다. 전공 관계자들은 행정 운영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창업학 융합전공 김정인 주임교수는 “조교나 과사가 따로 없다. 따로 있어야 효율적으로 하는데, 행정실에 창업학을 위한 부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외식산업경영 연계전공 문성권 전 주임교수는 “식품영양학과에 있는 조교가 업무를 맡는다. 연계전공 학과장님이 일을 거의 다 하는 느낌이다.”라며 행정 업무가 주임교수에 과하게 몰려 있음을 언급했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주임교수의 전담 조교는 독립된 행정 체제 부재로 “이수 학생의 전체 연락처도 없다”고 토로했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은 페이스북 계정과 네이버 카페, 오픈 채팅방을 운영한다. 오픈채팅방은 1,2기 전공 학생들이 개설한 것으로 전담 조교도 초대를 통해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에는 채팅방 입장이 막혀 전공 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전공에서 별도의 소통 창구를 운영하더라도 행정 인력이 부재해 학생들에게 홍보할 방법이 없다. 조교 김은비 씨는 “네이버 카페 홍보도 어렵다. 오픈채팅방에 주변에 카페를 널리 알려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전체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고 싶지만 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 학교 측에서 저희 전공에 과사나 조교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교님이 학교에서 배정을 요청해도, 안 해 준다. 네이버 카페도 운영이 힘들어 만든 것”이라며 행정 문제에 대해 답답함을 표했다.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 학생 C씨는 “소통 창구가 있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전공 이수 학생들은 소속된 학과가 달라 주변에서 정보를 구하기 힘들다. 본부의 무책임함은 연계∙융합전공 이수생의 어려움을 더한다.
문제3.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 연계∙융합전공을 이수하는 이유
학생들의 연계∙융합전공 지원 배경엔 ‘졸업 이수 기준’이 있다. 2009년 신입생부터는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하거나 다전공 중 하나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다전공은 전공심화, 복수전공, 융합전공, 연계전공, 자기설계전공을 말한다.
연계∙융합전공은 타 다전공에 비해 이수 합격 커트 라인과 최저 이수 학점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대부분 과들은 학점을 기준으로 복수전공 이수생을 선발한다. 복수전공 이수 학생은 그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선발 기준 학점도 높은 편에 속한다. 2016년도 심리학과 커트라인은 4.01이었다. 에브리타임에서는 2019년도에 경제학부 복수전공을 신청했던 한 학생의 학점이 4점이었음에도 탈락했다는 댓글을 볼 수 있었다. 반면에 연계∙융합전공은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학점 2.0을 넘고, 2학기 이상 재학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10 11
최소 이수 학점도 연계∙융합전공은 적게는 36학점에서 많아야 45학점에 불과하다. 전공심화과정의 최소 이수 학점은 대부분 66학점 12, 복수전공의 최소이수학점은 45학점에서 시작한다. 13 연계∙융합전공은 최소 이수 학점이 낮아 학생들이 이수 과정에서 지는 부담이 덜하다. 14
결국 학생들은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연계전공을 선택한다. 공공규범 연계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 A는 현재 연계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이유에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할 경우 학과 내에 개설되어 있는 거의 모든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전공 선택 과목들이 다소 비슷하여 수강하고자 하는 동기가 크게 생기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전공심화와 연계전공의 이수 과정이 비슷했다면 “전공 심화를 선택할 것”이라며 연계전공을 선택한 데는 전공심화과정의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가 컸음을 밝혔다.
타 과정에 비해 비교적 낮은 연계∙융합전공의 장벽은 전공적합성이나 흥미와는 무관한 전공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계∙융합전공을 선택한 많은 학생들의 계기가 ‘졸업하기 수월한 조건’인 상황이다. 연계∙융합전공은 ‘학문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학업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전공 목적마저 잃었다.
- ‘융합’에 매달리는 이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실용성 강화를 통한 교육경쟁력 제고로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 실현” “학제 간 교육을 강화하고 새로이 학문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학업 욕구를 충족” |
학교가 게시한 연계∙융합전공 소개말을 다시 살펴본다. 정말 이 소개말이 본부가 설정한 연계∙융합전공의 목표가 맞을까? 전공 내 부족한 점은 넘쳐나고, ‘학업 욕구를 충족’하며 ‘인재’가 될 학생은 불편함을 계속 토로한다. 그렇지만 본부는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신설에만 목멜 뿐 그 이후 행정에는 손을 뗐다. 연계전공은 학교가 정한 교과과정의 불편함으로 사실상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전공을 개설할 때 학문 간 연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탓에 생긴 ‘신설 중지’다. 전공 설립 당시도, 그 이후에도 학교는 전공 유지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그 이후는 어떻게는 될 거라는 심보다.
융합전공의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4년 간(2017-2020) 게임·인터렉티브미디어부터 소프트웨어·인문, 사이버보안, 테크놀로지아트, 문화다양성 융합전공까지 5개의 융합전공이 쉬지 않고 만들어졌다.
학교의 융합전공 개설 남발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에서 시작된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대학 사업에 선발되면 학교는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2010년 교육부는 학부 교육 선도 대학 육성 사업(ACE)을 시작으로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PRIME) 15, 대학 인문 역량 강화 사업(CORE) 16 등에서 학교 평가 지표에 융복합 교육 실적을 묻는 항목을 포함했다. 선도 대학으로 선정되기 위해 끌고 오는 것이 ‘융합전공’인 셈이다. 현재 중앙대학교 미래융합원은 2019년부터 시작된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위해 융합교과목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벌어진 문제들은 수습하지 않은 채 일단 새로운 융합에 손부터 뻗겠다는 것이다. 17
본부의 대책 없는 융합전공 신설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다. 그 피해는 학생들이 받고 있다. 학교는 신설 전공을 세워 두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미 있는 융합전공들이 원활히 ‘전공’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게 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커리큘럼 역시 전공명과 소개를 듣고 찾아온 학생들이 만족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연계∙융합전공 이수가 등 떠밀린 선택이 아닌 나름의 의미를 가진 스스로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정답 및 해설. 방향을 되돌아볼 때
연계∙융합전공 이수 학생들은 제한된 시간, 학점을 쏟아 전공 과정을 이수한다. 전공 선택 이유와 관계없이 모두가 해당하는 얘기다. 운영 과정의 미숙함으로 넘기기엔 본부의 책임감 부족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연계∙융합전공은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과정인 만큼 참고할 만한 선례가 적고, 미래보장성도 작다. 그렇기에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연계∙융합전공 신설 때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지금까지 개선된 점은 거의 없는 듯하다. 연계·융합전공에 배치된 행정 인력이 없고, 다전공을 쉽게 인정받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지속돼왔다. 2013년 한상준 교무처장은 “연계·융합전공 주임교수들과 회의를 열어 불만사항을 들어 보겠다”고 했으나, 7년이 지난 지금 연계·융합전공의 문제점은 여전하다. 18연계전공과 융합전공의 운영 방향을 다시 고려할 때다.
- 이시범, 융합전공이 어떤 취지에서 시작됐는지 알고 계시나요?, 중대신문, 2013.03.17 [본문으로]
- 소프트웨어학부에서 주관하는 융합전공으로 ‘소프트웨어∙인문’, ‘테크놀로지아트’,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벤처’가 해당된다. [본문으로]
- 유다해, 중앙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한다, 중대신문, 2017.04.02 [본문으로]
- 중대신문,연계전공 오는 1일부터 신청 - 4과목 개설, 전공 선택 기회부여 확대 취지, 1999.11.29 [본문으로]
- 융합전공 시행세칙 제5조(대상과목) 1항 [본문으로]
- 연계전공 시행세칙 제5조(대상과목) 2항 [본문으로]
- 최유정, 이시범, 융합∙연계전공 운영에 문제점 많아, 중대신문, 2013.03.10 [본문으로]
- 이효석, 통계를 통해 본 우리들의 다전공, 중대신문, 2016.08.18 [본문으로]
- 학사팀 이향숙 주임과의 인터뷰 [본문으로]
- UBS 다전공 특강 페이스북 게시물, 2016.11.08 [본문으로]
-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융합전공은 신청 시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한다. [본문으로]
- 중앙대학교 다전공 안내에 따르면 연계전공의 최저이수학점은 모두 36학점, 융합전공은 창업학, 게임∙인터렉티브 미디어 36학점, 나머지 융합전공 과목은 45학점이다. [본문으로]
- 체육대학: 69학점, 융합공학부와 전기전자공학부: 72학점, 컴퓨터공학부와 소프트웨어학부: 84학점, 건축학부: 105학점 등 최소이수학점이 다른 전공도 있다. [본문으로]
- 유아교육학과: 42학점, 예술대학과 체육대학: 54학점(피아노와 관현악 전공은 각각 55, 61학점이다.) [본문으로]
-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은 학부교육 선진모델 창출을 목표로 하고, 학부교육 선진화 요소에서 융합교육과정이 평가 대상에 속한다. [본문으로]
-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은 창조경제를 견인할 학생 중심의 산업연계 선도대학 육성을 비전으로 세우며, 사업 참여 필수 조건으로 다전공 제도를 설정했다. [본문으로]
-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은 대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수립된 대학의 인문학 발전계획이다. 기본 계획에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이 제시돼 있다. [본문으로]
- 이시범, 연계∙융합전공, 아직 갈 길이 멀다, 중대신문, 2013.04.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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