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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82호 <공간; 존재가 서는 자리>/터

중앙대학교에서 퀴어로 살아남기 -지워진 이들이 서 있는 곳, 우리의 터전

by 중앙문화 2022. 7. 2.

수습위원 진

 

오세요~ 오세요~ 누구든지 백 명 천 명 와도 됩니다.

 

Welcome to !

2021년 5월, 중앙대학교에 무지개가 피어났다. 제8대 성평등위원회 뿌리가 주관하고 여러 단체가 공동주최한 제1회 2021중앙퍼레이드 <있습니다>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푸앙이가 무지개 위에 누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곳곳에 당연한 듯 자리한 조그만 무지개 이모티콘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학교에서 이렇게 멋진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나?

 

▲ 노션으로 구현된 중앙퍼레이드의 모습

 

"이번엔 이 부스에 가볼까?”

“저 부스 왠지 재밌어 보여. 깜짝 이벤트래!”

들뜨는 손가락. 그리고... 과감한 클릭!

 

 중앙퍼레이드는 노션을 이용해 여러 부스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퀴어문화축제를 온라인 공간에 구현한 행사로, 퀴어포빅한 학교 분위기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카드뉴스, 성소수자 인터뷰, 우리가 들었던 성소수자 혐오 표현 이야기하기, 본인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나타내기, 차별금지법 OX 퀴즈, 그리고 본인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 퀴어 도서 추천도 있었다. 작년 우리는 이 모든 눈부신 경험과 함께했다.

 비대면 학사임에도 학우분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고, 대면 학사 때의 활발함이 느껴졌다. 그만큼 앨라이 그룹들의 참여도 많아 의미 있는 행사였다. 여러 학내 단체들에 성소수자 관련 질문을 했을 때 ‘잘 모르겠다’ 등의 부정적인 답변을 받아야 했던 때가 무색하리만큼 퀴어프렌들리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던 5월이었다.

*[볼드체로 작성된 단어들의 뜻은 기사 끝쪽의 <용어 설명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5월이다. 성소수자 인권의 달(Pride Month) 6월도 다가오고 있다.(기사 작성 시점에서 그렇다) 언제나 중앙퍼레이드와 같았으면 좋았겠지만, 성소수자 입장에서 2020년과 2021년은 암흑기였다. 퀴어 동아리를 비롯한 퀴어 단체들이 사라졌고 성평등위원회까지 폐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설 자리가 더욱 부족해진 성소수자들의 현 위치와 그들이 교내에서 받는 차별은 어떠할까. 그리고 퀴어프렌들리한 중앙대학교는 어떠한 모습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때가 왔다.

 

 

우리의 공간은

 

중앙대학교에도 퀴어는 ‘있었다’. ‘레인보우 피쉬’라는 중앙동아리가 존재했고, 1999년 결성되어 2019년까지 지속되었다. 레인보우 피쉬는 퀴어 퍼레이드 참가, 책자 제작 및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을 했다. 2016년에는 중앙대학교 인근의 '나귀와 플라타너스' 카페에서 동성애를 극복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가 상영된 것에 대해 레인보우 피쉬가 성명문을 내고, 그 카페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FUQ(Feminists Unite with Queers)라는 중앙대학교 페미니스트&퀴어 공동체도 2019년까지 활동을 지속해오다가 소식이 뜸해졌다. FUQ는 영화제 관련 텀블벅도 진행했던 단체로, 레인보우 피쉬와 더불어 꽤 규모가 있는 단체였다. 중앙대학교에도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걸 알릴 수 있는 단체는 더 이상 없다. 중앙대학교에 퀴어는 ‘지워진 존재’가 되었다. 교내 성소수자의 비가시화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레인보우 피쉬의 로고

 

▲FUQ 영화제 소개 포스터

 

 퀴어 동아리도 없어진 마당에 혜성처럼 나타난 ‘중앙퍼레이드’. 중앙대학교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선언한 행사였지만, 주최 측인 성평등위원회가 사라짐으로써 일회성 행사로 끝나버린 듯하다. 이제는 중앙대학교에 퀴어가 설 자리가 없다. 다 함께 서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존재한다.”라고 외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점점 발판이 좁아지고 있어 <중앙대학교에서 퀴어로 살아남기> 퀘스트를 완수하기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인터뷰이의 이름은 익명 또는 별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질문은 총 4가지 카테고리(차별과 혐오, 아웃팅, 커뮤니티의 부재, 모두를 위한 캠퍼스) 안에서 진행하였습니다.

 

 


A. 차별과 혐오의 경험 (이성애중심적인 말과 행동 모두를 포함합니다)

 

1. 교내에서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각주:1]가 있냐는 질문을 받아보셨나요?

김상어: .

꽃길: . 엠티 같은 곳에 갈 때 쉽게 물어보긴 하죠.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있으면 한 잔 더 마시기 이런 것도 시키고.

익명: 아니오. 연애하냐고 말은 들어봤어도 콕 집어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라고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1-1.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나요? 혹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요?

김상어: 우선 세상에는 이성애자만 있는 게 아닌데 성별을 지정해서 물어보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대답할 때도 있다고 해야 하는지 없다고 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성소수자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지 않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지 의도를 갖고 상처 주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인분들이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을 때 보통 애인 있어요~” 라던가 지금 애인 없어요와 같은 중립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꽃길: 정체화를 하기 전에는 별 이상한 건 못 느꼈습니다. 지금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내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얘기해도 괜찮은 사람인지 먼저 판단을 한 다음 얘기할 것 같습니다.

익명: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이성애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는구나, 주변에 커밍아웃한 퀴어가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1-2. 그 외에 교내에서 들었던 말 중 성소수자로서 불편하게 느꼈던 것, 혹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있을까요?

김상어: 가장 불편했던 점은 너 같은 애가 왜 남자친구가 없지?”라는 말을 듣는다는 점입니다. 이 말이 굉장히 불편합니다. 당연히 이성이랑 관계를 맺고 만나야 한다는 전제가 기분 나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의도를 가지고 말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분들 또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끔 나는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사귀는 거 이해 안 돼라며 무심코 혐오 발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사귀는 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성소수자들도 이성들끼리 연애하는 것을 이해하지 않는 것처럼요. 특정한 이해나 배려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난 그런 거 다 이해해와 같은 발언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해가 아니라 그것이 당연한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혹시 여자친구/남자친구(이성) 있으세요?”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으레 하는 신상 털기 질문들인 “몇 학번이세요, 무슨 과세요, MBTI는 뭐에요...”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남성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묻는 건 이성애자를 사회의 표준으로 두고, 너도 당연히 이성애자겠지 하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말이다. 이 질문이 이성애중심적이라는 점은 여성과 남성에게 각각 “여자친구/남자친구(동성) 있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은 질문자가 말을 잘못했거나, 아니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거짓말을 할 것인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 ‘틀리지는 않은 말’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예상과 다른 답변을 내놓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인지 말이다. 매번 치열한 고민 끝에 최적의 선택지를 도출해내야만 하는 난이도 중상 정도의 퀘스트라 볼 수 있다. 이성애중심주의는 여기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국립국어원은 ‘사랑’의 표준국어대사전 상 뜻풀이였던 <이성(異性)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라 바꾼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뜻풀이에 다시 ‘남녀 간의 관계’라는 의미를 포함했으며 표준국어대사전의 ‘애정’에 대한 뜻풀이도 여전히 이성애에 한정시켰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과 애정의 뜻풀이> (2022년 5월 기준)

 사랑「4」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애정「2」남녀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이렇듯 이성애중심주의는 우리 사회와 캠퍼스 내에 교묘히 스며들어있다. 이런 일상적인 이성애중심주의 외에도 교내에서 차별당했던 사람은 없을까. 인터뷰이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했던 경험, 간접적으로 느꼈던 차별과 혐오에 대해 말한다.

 

 


2. 교내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했던 경험이 있나요?

꽃길: 차별과 편견의 말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 두 명이 있는데, 하루는 제가 의도치 않은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 친구 중 한 명(A)게이는 싫은데 여자들끼리는 괜찮다. “라는 반응이었고, 다른 한 명(B)은 표정이 안 좋은 채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B는 나중에 아직도 만나냐라고 한 번씩 물어보긴 했습니다. 아마 잘 안 믿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후에 그 친구가 술자리에서 저를 성추행한 적이 있어서 연을 끊게 되었습니다.

 

2-1. 차별을 당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신고 절차를 밟아 학교에 신고해본 적이 있나요? (ex. 인권위원회에 신고하기 등)

꽃길: 아니오. 저는 이 사건에 대해 어디에 속 시원히 얘기하고 상담받고 싶었습니다. 이제 학교에 있던 퀴어 동아리도 없고, 여학생회도, 성평등위원회도 없어져서 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차별을 당했을 때 우리가 신고할 수 있는 단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굉장히 힘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 단체가 필요한 건데, 그게 만들어지기는 어렵고 없어지기는 되게 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수자의 위치가, 설 곳이 사라진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3.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말이나 행동 외에도 간접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셨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셨나요?

익명: 학교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해 피하고 싶다, 나를 좋아하지만 않으면 된다 등등 불쾌감을 표현하는 글을 본 적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싫어한다”고 직접 표현하는 것만이 혐오는 아니며, 성소수자가 차별당한 것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기관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학교가 퀴어프렌들리한 캠퍼스라고 할 수는 없다. 에브리타임에 난무하는 혐오 글의 글쓴이가 내 친구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학내 커밍아웃의 난도를 더욱더 높인다. 이는 차별을 당해도 신고하기 어려운 학내 분위기를 형성하며 그 과정에서 퀴어들은 고립된다. 커밍아웃했다가 가까운 사람에게 본인의 정체성을 부정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다른 공간에서보다 학교에서 특히 더 증폭된다.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이하 '다움')의 '2021년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가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장소로 꼽은 것은 직장(45.6%)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학교(44.4%)가 그다음을 차지했다. 또, 최근 1년간 성소수자로서 차별을 경험한 공간 또는 상황은 ‘대학(원)에서’가 12.7%로 가장 많았다. 최근 1년간 가장 심각했던 차별 경험도 ‘대학(원)에서’(19.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대학이 커밍아웃하기엔 상당히 적절하지 않은 공간임을 뜻한다. 섣불리 커밍아웃했다가 차별이나 아웃팅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앙대학교는?

 

 


B. 아웃팅의 두려움

 

1. 교내에서 커밍아웃한 경험이 있다

김상어: 저는 저의 성적지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아 커밍아웃했습니다. 제 지향성은 저 자신의 일부분이므로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성격이 안 맞아서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지향은 성격처럼 후천적으로 변하거나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성격에 비유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성애자를 단지 이성애자라는 이유로 싫어하지 않는 것과 같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를 싫어하거나, 혐오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내에서 커밍아웃함으로써 달라진 점은 우선 저 자신을 숨기지 않고 나 자신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인들과 더 깊고 솔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교내에서 커밍아웃한 경험이 없다

꽃길: 커밍아웃하면 선입견이 생기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들. 그런 사람들이 은근 많습니다. 그래서 커밍아웃을 하고는 싶지만, 말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내에서 커밍아웃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애인과 알콩달콩한 사진들을 올리고 싶은데 남들이 그런 사진을 보면 저를 밑도 끝도 없이 싫어할 것 같고,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도 남들처럼 누구랑 사귄다고 티 내지 못합니다.

익명: 굳이 커밍아웃해서 나를 잘 모르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교내에서 커밍아웃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함은 남자친구가 아닌, 저의 애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 커플링을 끼고 있으면 그에 따른 질문들이 있을 테니 커플링을 눈치 보면서 껴야 하기도 합니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중대생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성애자들의 CC(Campus Couple)는 되도록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연애라면, 성소수자들의 CC는 들키면 절대 안 되는 미션 수행에 가깝다. 커밍아웃한 중대생 성소수자들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아웃팅의 위험이나 편견에 시달려야 하는 퀘스트가 또 한 번 주어지기 때문이다. 퀴어프렌들리하지 않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대학 내 퀴어들은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커밍아웃하지 않았을 때 따라오는 불편함에서 알 수 있듯, 본인의 정체성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 시선들이 그들을 가두고 있다. 그리고 이는 성소수자의 비가시화로 이어지며 성소수자를 “내 주변엔 없는 존재”, “존재하긴 하지만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유니콘 같은 존재”로 인식하게끔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 학교 학생이 정말 많은데, 그중 퀴어도 진짜 많지 않을까? 내 옆에 앉은 동기가 퀴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엊그제 밥 사준 선배가 퀴어일 수도 있고,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는 후배가 퀴어일 수도 있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수업을 들으며, 같이 얘기하고, 과제를 하는 학생이다. 그들은 이성애자들과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본인의 성적 지향. 그뿐이다.

 

 인문대 퀴어도 있을 것이고, 공대 퀴어, 사회과학대 퀴어, 경영대 퀴어도 모두 존재할 것이다. 이렇듯 퀴어들은 캠퍼스 곳곳에,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각자 고립되어 살아간다. 들키면 안 되는 생존 게임 속에서 퀴어들은 같은 과 동기끼리도 서로를 철저히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 내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존재한다. 하지만 중앙대학교의 성소수자 동아리와 소모임은 2019년을 기점으로 사라졌고, 성평등위원회도 2021년에 폐지되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부재는 연대의 경험을 앗아가고 정보습득의 어려움을 겪게 한다. 중앙대 퀴어들은 교내 공식적인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부재로 경험하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C. 커뮤니티의 부재

 

1. 교내 공식적인 성소수자 커뮤니티, 즉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제도권 내의 단체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경험하는 어려움이 있나요?

김상어: 당연하게도 존재합니다.

꽃길: . 퀴어 퍼레이드도 제가 직접 찾아봐서 알게 된 거고, 성소수자 관련 뉴스도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채로 지나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그런 단체가 존재함으로써 퀴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스스로 정체화하는 데에도 시간이 얼마 안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보수집의 어려움 외에도 차별금지법이나 동성혼 법제화 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걸고 우리가 이런 것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보여줄 길이 없습니다. 대학생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기네 단체에서 할 수 있는 건데 우리 학교는 그런 게 없는 거죠. 그게 너무 슬프고 설 자리를 잃은 것 같습니다. 나는 얘기를 할 수 있는데, 나는 소리 치고 싶고 시위에 나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그냥 개인으로서만 참여해야 하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익명: 학교, 그리고 학교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내가 속한 집단의 포용력과 얼마만큼 다양성을 존중하는지 모르니까 교내에서 편해지기가 힘듭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부재는 교내 성소수자들이 설 곳을, 터 잡을 곳을 사라지게 한다. 커뮤니티의 존재가 성소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인터뷰이 꽃길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꽃길은 중앙대학교 레즈비언 오픈카톡방을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꽃길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사람을 사귀고, 소속감을 느끼고,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고, 앞으로의 삶의 나아감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퀴어 동아리가 없어지고,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중앙대학교에서 꽃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본인이 총대를 메고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 것인지, 아니면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지만 이대로 갈증을 느끼며 대학 생활을 이어 나갈 것인지 말이다. 꽃길은 총대를 메는 걸 택했다. 퀴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아웃팅을 당할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한 이유에 대해 꽃길은 이렇게 말한다.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게 있으니까요. 레즈비언 오픈카톡방을 만들면서 나의 성적지향을 긍정할 수 있게 되기도 했고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퀴어들끼리 편하게 얘기하고,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정말 뿌듯하고 앞으로도 그런 공간이 정식으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인터뷰를 읽을 퀴어인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를 내시고 뭉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앙대학교 내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부재, 차별과 혐오, 아웃팅의 두려움은 우리의 캠퍼스가 퀴어프렌들리한 캠퍼스가 아님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퀴어들이 생각하는 퀴어프렌들리한 캠퍼스, 모두를 위한 캠퍼스란 무엇일까?

 

 


D. 모두를 위한 캠퍼스

 

1. 중앙대학교가 퀴어프렌들리한 학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상어: 퀴어프렌들리 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등위원회도 없어졌고 더 이상 성소수자를 대변할 공식적이고, 규모가 큰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꽃길: 아니오. 일단 성소수자끼리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에브리타임만 봐도 넘쳐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 아니오. 퀴어 동아리도 없고, 관련 캠페인도 없고... 교내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2. 퀴어프렌들리한 캠퍼스, 모두를 위한 캠퍼스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상어: 그 누구도 성별을 지정하지 않는 질문을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별 또한 생일처럼 취급되는 그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꽃길: 퀴어 동아리, 퀴어 커뮤니티의 활동과 움직임이 학생들에게 피부에 닿게 할 수 있는 게 퀴어프렌들리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축제를 열 때도 현수막을 걸어서, ‘우리에게 이런 공간이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현수막을 보고 본인의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혼란을 느끼시는 분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 그 공간에서 퀴어가 아닌 분들도 성소수자를 지지할 수 있고 이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캠퍼스가 퀴어프렌들리한 캠퍼스라고 생각합니다.

익명: 성소수자들과 앨라이들의 연대가 있고, 그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며, 관련 행사를 많이 열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게끔 하는 캠퍼스라고 생각합니다.


 

 

 퀴어들이 원하는 캠퍼스는 성별을 지정하는 질문을 하지 않고, 퀴어 커뮤니티가 존재하며 그 활동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성소수자들과 앨라이 그룹의 연대가 있는 캠퍼스이다. 성소수자를 위한 동상을 세우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모두를 위한 중앙대학교는 어떤 모습이며,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음 항목들 중 중앙대학교에 해당하는 것에 체크해보며 각자의 무지갯빛 캠퍼스를 상상해보자.

 

커밍아웃을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에 대한 구제 절차나 기구가 존재하는가

대학 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는가

대학 내 성소수자 및 지지자 학생을 위한 공식적인 단체, 모임이 존재하는가

대학 내 인식 개선 교육이나 캠페인이 존재하는가

 

성소수자들에게 좋은 캠퍼스는 비 성소수자들에게도 좋은 캠퍼스다.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캠퍼스,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캠퍼스이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가 그런 캠퍼스가 될 수 있도록, 더 이상 성소수자들이 생존게임을 해내야 하는 곳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린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나아간다

 

 캠퍼스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중앙대학교 내 성소수자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그들의 마지막 발판이었던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지금, 그들은 설 공간이 필요하다. 제1회로 그치는 게 아닌 제2회, 제3회의 중앙퍼레이드가 필요하다. 중앙대학교 성소수자들은 퀴어의 존재를 지우는 캠퍼스가 아닌, 좀 더 퀴어프렌들리한 캠퍼스를 꿈꾼다. 혐오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떠다니지 않는, 이성애중심적이지 않은, 개인의 성적 지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퀴어프렌들리한 용어를 사용하는 캠퍼스 말이다. 너무 이상적인 얘기일까?

 

대학에서 성소수자의 존재가 항상 지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성신여대에서 레즈비언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웹드라마[각주:2]가 제작되는 등 대학 사회에서도 성소수자들의 가시화가 많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의 미디어 상 긍정적 묘사와 보도 증가, 시민 사회의 지지, 공인과 유명 인사의 지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드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중앙대학교도 이런 요소들을 하나씩 달성해가며 더욱 퀴어프렌들리한 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캠퍼스, 다양성을 존중하는 캠퍼스, 성소수자의 존재가 부정당하지 않는 캠퍼스. 너무 이상적인 얘기만은 아니다. 영국의 평등부(Government Equalities Office)에서는 2018년 LGBT Action Plan을 제시했다. 이는 건강, 교육, 직장 등 여러 부문에서 성소수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 계획이다. 이를 중앙대학교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의 LGBT Action Plan을 세워본다면 모두를 위한 캠퍼스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을 수도 있다. LGBT Action Plan을 참고하여 다음을 중앙대학교의 LGBTQ+ Action Plan의 내용으로 제안해본다.

 

공동체에서 성소수자 당사자의 안전 보장, 안전 느끼게끔 하는 방안 마련

성소수자 차별, 혐오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

성소수자 인권 관련 교육 자료 제공

성소수자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 향상을 위한 지원

성별 이분법을 경계하고 간성등에 대한 교육 시행

중앙대학교 차원에서의 퀴어 행사 참여

 

 중앙대학교가 모두를 위한 캠퍼스가 되었을 때, ‘중앙대학교에서 퀴어로 살아남기’ 게임은 비로소 끝이 난다. 이 게임의 끝을 향해, 우리는 오늘도 나아간다. 중앙대학교의 모습이, 그 향기가 무지갯빛으로 물들 때까지.

 


하느님께서 똑같은 것은 절대로 안 만들지, 하늘의 무지개도 한 가지 색이 아니잖니

무지한 이들은 성급해 쉽게 뱉은 말로 벌 받게 될껄? 쓰레긴 없어~

<베어 더 뮤지컬> God don't make no trash


 

 

 



용어 설명 코너-네이버 지식백과,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다움)의 뜻풀이를 참고하였습니다.

 

1. 퀴어포빅: 퀴어(Queer)’포빅(phobic)’이 합쳐진 말로, 성소수자 혐오를 뜻한다. ‘퀴어이상한, 기이한이라는 뜻으로 원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뜻으로 쓰였지만, 현재는 성소수자 전체를 포괄하는 말로 사용된다. ‘포빅공포증(혐오증)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2. 성소수자: 성별 정체성, 성별, 신체상 성적 특징, 성적 지향 등이 사회에서 주류로 여겨지는 이들과 다른,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를 가리킨다.

3. 성적지향: 이성, 동성, 양성 등에 느끼는 감정적, 성적 끌림. 즉 본인이 어떤 성별을 가진 상대방에게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끌리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4. 성별 정체성: 개인이 자신의 성별을 내면적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정체화하는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태어날 때 신체의 외면적 특성으로 인해 의학적으로 지정되는 지정성별과는 구분된다.

5. 앨라이: 앨라이(Ally) 협력자를 뜻하며,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함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6. 퀴어프렌들리: 퀴어(Queer)’프렌들리(friendly)’가 합쳐진 말로, 성소수자에 친화적이고 수용적인 것을 뜻한다.

7. 지정성별: 지정성별(assigned sex, designated sex)은 출생 시 의학적으로 지정되는 성별을 가리킨다.

8. 이성애중심주의: 동성애의 상반된 개념으로서 자신과 다른 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적 지향성을 당연한 것,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과 태 가리킨다.

9. 커밍아웃: 타인에게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알리는 행위이다.

10. 아웃팅: 아웃팅(Outing)은 제3자가 누군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본인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이다.

 

 

 

 

 
 
 
 

 

 
 
 
 

 

 
 
 

 

 
 
 
 
 

 

 

 

 

 

  1. 여기서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라는 용어는 지정성별남성인 남자친구’, 지정성별 여성인 여자친구를 뜻합니다. [본문으로]
  2.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1mh2lXSQlIE) [웹드라마]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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