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위원 김가윤
[나는 메타버스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음 질문들에는 메타버스, 가상현실, 게임의 개념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이 중 메타버스에 해당하는 설명을 고르세요.
STEP 1. 캐릭터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 (T/F)
STEP 2. 기존에 존재하는 캐릭터 중 선택한다. (T/F)
STEP 3. 현실과 유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T/F)
STEP 4. 실시간으로 상황이 반영된다. (T/F)
STEP 5. 현실 세계에서 소비 분야 위주로 재현된다. (T/F)
STEP 6. 실존하는 존재를 대상으로 한다. (T/F)
>> 정답: F F T T F T
0~2개: Lv. 메타버스 초심자 “메타버스? 들어본 것 같은데….”
3~4개: Lv. 메타버스 경험자 “메타버스? 이거 아니야?”
5~6개: Lv. 메타버스 전문가 “메타버스? 당연히 알고 있지!”
>>> 풀이는 기사 마지막에서 확인하세요. <<<
평범한 피자 배달부이던 나, 어느 날 갑자기 마약 갱단을 잡는 검객이 되었습니다?
삼촌의 피자 가게에서 배달 일을 도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히로 프로타고니스트’. 평범한 피자 배달부에 불과한 그의 명함에는 범상치 않은 직업들이 나열되어 있다. 최고의 검객, 프리랜서 해커, 중앙 정보 회사 요원…. 가상의 공간 ‘메타버스’에서 히로는 현실과 180도 다른 ‘아바타’로 살아간다. 어느 날 그는 가상 공간에서 유통되는 마약 ‘스노크래시’가 현실 공간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약의 실체와 어둠의 세력을 추적하는 히로, 과연 그는 현실에서도 히어로(hero)가 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미국의 소설가 닐 스테픈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크래시(Snowcrash)의 줄거리다. 해당 소설에서 메타버스(Metaverse)와 아바타(Avatar)라는 단어가 최초로 태동했다. 사실 메타버스나 아바타의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다. 플라톤의 이데아[1]나 칼 구스타프 융의 페르소나[2]를 생각해보면 인류는 오랜 시간 메타버스에 대해 고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머리에 뒤집어쓰는 장치(HMD)를 벗으면 종료된다. 반면 메타버스는 프로그램을 벗어나도 어딘가에서 계속 흘러가고 있다. 이는 단어를 뜯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말로 하면 (현실을) 초월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라는 이름에서부터 “내가 주인공”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3]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히로가 주인공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작가는 왜 이름을 통해 한 번 더 강조한 것일까?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라는 공간의 속성을 살펴봐야 한다.
서문에서 제시했던 퀴즈를 다시 보자. 메타버스는 △현실과 유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기존에 있는 캐릭터가 아닌 △존재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다. 즉 메타버스와 현실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세계 최강 검객도, 평범한 피자 배달부도 모두 히로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다시 말해 우리는 메타버스라는 초월의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든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현실의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계의 중심부가 되는 이야기를 그려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잠시 현실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흔히들 미디어를 두고 세상을 보는 창문에 빗댄다. 하지만 서울 YMCA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발간하는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를 보면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은 어느 현실에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2020년 상∙하반기 모니터링 결과를 합산했을 때 예능 및 오락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 비율은 남성 77.4%, 여성 22.6%로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주 진행자 비율은 남성 86.25%, 여성 13.75%로 격차가 더 크다. 성차별적인 내용은 ①젠더 고정관념 강화 ②외모 평가 ③성희롱 및 성폭력 정당화 순으로 많았다. 이분법의 지표에 가려진 다른 젠더들은 실정을 파악할 수도 없다.
그동안 우리는 기존 미디어를 통해 반쪽짜리의, 아니 그보다도 더 작은 세상을 보고 있었다. 가장자리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기에 미디어는 너무 편협했다. 그렇다면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메타버스는 어떨까.[4] 확실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는 것. 메타버스는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길이다. 그 이름 아래 펼쳐진 공간은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무한의 공간이다. 이미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말한다. “이곳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5]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려 한다. 그렇다면 기존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았던 비주류의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까?
팬데믹이라는 정적은 역설적으로 문화의 급물살을 몰고 왔다. 메타버스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대체불가토큰(NFT)[6] 등 실체도 없는 것들이 하루 단위로 생겨나고 소멸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급변하는 흐름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7]증후군이든, 다가오는 변화가 달갑지 않은 혁신저항자[8]든 영광스러운 발자국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어지는 글에서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공간을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써 정의할 수 있을지,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여성 메타버스 창작자들과 대화를 통해 다뤄보려 한다.
먼저 메타버스라는 정체를 낱낱이 파헤쳐보자. 올 3월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의 가입자 수가 3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2022년 국내 인구수가 약 5천만 명이니, 그 6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는 10대 백만장자가 등장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보편화를 이끈 주역, 페이스북은 기업명을 아예 ‘메타(Meta)’로 바꾸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메타버스의 대용량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용 디바이스도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9] 디즈니와 레고 등 우리의 어린 시절과 동심을 책임졌던 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혹은 메타버스가 훅 멀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시 거리를 좁혀 보자. 메타버스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다. ①이제는 제법 익숙한 증강현실[10]이 첫 번째 유형이다. 한때 많은 이들을 땅바닥만 보며 걷게 했던 ‘포켓몬 고’를 생각해볼 수 있다. ②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버린 SNS도 일종의 메타버스다. 이를 라이프로깅이라 하는데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③실제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정보를 확장하는 거울세계도 있다. 온라인에 지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구글 어스’가 대표적이다. ④마지막으로 본지에서 주되게 다룰 가상세계다.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등 3차원의 그래픽으로 새롭게 구축한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알기 전부터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있던 셈이다. 낯선 이름과 거대한 담론이 오히려 장벽이 되어 (메타버스와)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상세계는 우리 곁에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다. 제조업과 의료계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활용 중이다. 가상의 공장에서 신제품을 시험하고 가상의 환자에게 수술을 진행한다. 직장인들은 원격 근무가 더 수월해졌다. 다른 분야나 기업과의 협업도 메타버스 안에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가상 인플루언서[11]를 만들어 사람을 대체한다. 트래비 스콧, 아리아나 그란데와 같은 유명 가수들은 이미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었으며, 작가들은 NFT 작품을 만들어 전시 및 판매를 하고 있다.
물론 해결할 문제들도 산더미다.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이용자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영역 침범과 기물 훼손은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가상자산의 세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보 취약 계층은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어떻게’가 남아 있다. 지금부터 그 해답의 실마리를 들려줄 세 명의 메타버스 창작자들을 소개하겠다.
곡 | 설강 | 꾸쁘 | |
![]() |
![]() |
![]() |
|
소속 | 모꼬단 | X | 몬티스튜디오 |
팔로워 | 11만 명 | 12.6만 명 | 7.7만 명 |
활동 | 2021년 9월 시작 | 2021년 12월 시작 | 2021년 12월 시작 |
분야 | 맵(전통, 자연친화), 아이템 | 맵(현실 공간 기반) | 맵(현실 공간 기반) |
경력 | -제페토 공식 크리에이터(파트너 체결) -‘주목할 크리에이터’ 선정 -제페터 클래스 3기 맵 분야 멘토 담당 및 최우수 팀 선정 -제페토 맵 누적 조회수 총 20만 회 달성 (평균 점수 90점 이상) -유튜브 ‘고담한 곡’ 및 ‘모꼬단과 별자리들’ 운영 -제페토 온라인(유튜브) 및 오프라인 강의 진행 -제페토 강의 VOD 발매 |
-제페토 크리에이터 -‘주목할 크리에이터’ 선정 -제페터 클래스 3기 맵 분야 최우수 팀 선정(멘티) -맵 최고 조회수 약 16만 8천 회 달성 (Paradise Resort) -활동 3개월 만에 팔로워 10만 명 달성 |
-제페터 클래스 3기 맵 분야 최우수 팀 선정(멘티) -유튜브 ‘수석연구원 꾸쁘’ 및 ‘몬티스튜디오’ 운영 -맵 최고 조회수 약 8천 회 달성 (Neon Cafe) |
*숫자는 5월 29일 기준

1. 나에게 메타버스란
곡(이하 곡): 나에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주는 곳.
설강(이하 설): 놀이터 모래사장과 같은 곳. 단순한 공간에서 많은 걸 할 수 있단 점이 닮았다.
꾸쁘(이하 꾸):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곳.
2. 메타버스에 입문한 계기는
설: 어느 날 평소 응원하던 여성 창작자가 메타버스를 설명하더라. (설명을 들어보니) 그동안 내가 해왔던 3D 모바일 게임에 SNS를 합쳐 놓은 것이었다. 막연하고 낯설던 메타버스가 ‘익숙한 것의 집합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곡: 평소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로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제페토를 알게 됐다. 제작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고 자유도도 높았다. 연습도 아주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제작한 월드(맵)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크리에이터(창작자)’를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꾸: 메타버스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이 추천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먼저 활동한 사람들을 믿고 도전했다. 그 사이 메타버스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3. 제페토를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창작자 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했나
곡: 입문했을 때보다 창작자 수가 훨씬 증가했고, 활동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여전히 레드오션은 아니라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창작자가 늘어나며) 시장의 퀄리티도 좋아졌다.
4. 메타버스를 위해 공부한 것이 있다면
설: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이 만든 퀄리티 높은 맵을 직접 방문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맵을 제작하려면 공간을 구성하는 센스가 좋아야 하기 때문. 맵의 컨셉이 무엇인지, 구성물이 어울리는지, 오브젝트의 배치나 밀도는 어떤지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곡: 메타버스 산업은 워낙 범위가 넓어서 특정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3D 모델링 툴을 알아야 한다. ‘블렌더(Blender)’, ‘마야(Maya)’, ‘유니티(Unity)’[12] 등 본인이 선택한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다 다를 것. 나의 경우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 게임 회사들이 기존에 출시했던 게임의 그래픽을 살펴보기도 한다.
꾸: 캐릭터 디자인, 음악, 영상 등 미디어 제작에 대한 종합적인 공부를 한다. 수년간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스토리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제페토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된 것처럼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마인크래프트와 유사하다. 그래서 요즘에도 스토리 구성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곡: 메타버스는 아이디어 싸움이다.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데, 건축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한다. 건축가들이 가진 건축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준다.
5. 메타버스를 통해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은
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패션 아이템이나 굿즈를 판매하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없지만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나만의 무언가를 상품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언젠가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
꾸: 지금까지는 혼자서만 작업을 해왔는데 다른 여성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오프라인의 여성 공간을 메타버스로 구현하는 것. 그 공간을 홍보도 하면서, 메타버스 포트폴리오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사장님들, 연락 주세요. (웃음)
곡: 최우선으로 창작자 모임이나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싶다. 주변에 스토리 콘텐츠 창작자들이 많은데, 메타버스 기반의 콘텐츠 협업도 진행하고 싶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어 아쉽다. (웃음) 가장 큰 목표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서 오래도록 창작 활동을 유지하는 것.

이처럼 메타버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마치 물과 같다. 이용하는 사람이 어떤 그릇을 가졌는지에 따라 담기는 모양새가 달라진다. 지나치게 빨리 흐르는 듯해도 흐름을 잘 잡아타면 물살을 가르고 나아갈 수 있다. 너무 고이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야 한다. 메타버스가 현실 이상(以上)의 이상(理想)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많은 목소리가 건강하고 튼튼한 그릇에 담겨야 한다. 그 그릇은 법이나 제도가 될 수도 있고, 플랫폼 기업의 규제와 감시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이용자들의 양심과 선의가 될 수도 있다. 그릇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메타버스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만은 분명하다.
현실과 메타버스는 어디까지 닮았고, 어디부터 달라질 수 있을까. 다음은 메타버스 내에서 실제로 발생한 성범죄 사건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 VR 게임을 플레이하던 A 씨. 처음 보는 이용자가 다가오더니 그의 아바타를 더듬었다. 게임 내의 접촉이 그대로 전달되는 ‘촉감 수트’를 입고 있던 탓에 마치 현실에서 누군가 손을 댄 것처럼 느껴졌다. 상대가 분사한 체액으로 그의 아바타가 더럽혀졌다. 음성 채팅으로는 욕설과 성희롱이 들려왔다. 저항하니 더 많은 이용자가 몰려왔다. 그들은 A 씨에게 집단 성폭력을 가했다.
#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성년자 B 씨. 한 성인 이용자가 연인 놀이를 하자고 접근해왔다. 상대는 유료 아이템을 주며 다양한 요구를 했다. 아바타의 옷을 벗기고 속옷만 입게 하거나, 아바타끼리 성행위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게 했다. 결혼 서약서를 쓰자며 B 씨의 서명도 받아 갔다. 심지어는 실제 신체 영상을 보내라고 한 뒤 이를 성 착취물로 만들어 판매했다.
비영리 단체 ‘디지털 혐오 대응 센터(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현실 플랫폼 ‘VR챗’에서 7분에 1번씩 가해 행동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센터의 연구팀장 칼럼 후드는 접속 11시간 만에 100개도 넘는 문제를 발견했다. 미성년자의 아바타를 성적 대상화하거나, 이용자들에게 알몸 사진을 노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플랫폼 회사 측에 문제를 보고했지만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아동 보호 모니터링 기업 ‘바크(BARK)’의 최고 경영자 티타니아 조던은 “메타버스에서는 실시간으로 범죄가 일어나지만 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가 범죄 대상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13]

청소년 성범죄 상담센터 ‘탁틴내일’의 정희진 팀장은 ‘메타버스 매개 아동∙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최근 메타버스 성범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메타버스는) 부계정을 만들기 쉽고, 외관 선택이 자유로워 청소년들 사이에서 ‘멤놀(멤버 놀이)’[14]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관계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져 성폭력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15]
그러나 현행법으로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범죄특례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아바타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바타 간 스토킹이나 채팅을 통한 성희롱은 스토킹처벌법 등을 통해 처벌할 길이 존재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내 유사 성행위까지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로 사적 접촉이 이뤄지는 메타버스 공간 특성상 공연성[16]이 성립되지 않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묻기도 까다롭다.[17]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해도 처벌이 쉽지 않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온라인 그루밍[18]도 범죄 구성 요건으로 규정되었지만, 실제 성착취가 일어나기 전에는 본격적인 수사가 어렵다.[19]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 몰랐다고 진술할 경우에는 아동복지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20]
물론 사회 각층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①범죄의 주요 피해자인 미성년 이용자에게 바디캠을 부착하여 메타버스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녹화하는 방법이 있다. ②성범죄자의 계정을 차단하거나 ③특정 키워드를 필터링할 수도 있다. ④다른 나라의 수사 기관과 국제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이 접속하기 때문이다.[21] ⑤현실에 사이버범죄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호주에서 운영되는 온라인안전국처럼 사이버 범죄에 총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독립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⑥메타버스 공간에 경찰이나 사법 서비스를 두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로 메타(구 페이스북)에서는 이용자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 등 13인은 올해 5월 “가상인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작된 공간에서 성적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성범죄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길어지는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장의 여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VR 게임 파퓰레이션 원(Population: One)의 이용자들은 여성 지원 단체를 만들었다.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리 드그라지아 씨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두 번은 성희롱당한다”면서도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게임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을 포함해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때로 힘든 일이 되겠지만 우리는 밀려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여기 메타버스가 현실의 그늘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고심하는 세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다.

6. 일명 ‘훈남 선배’들이 가지는 특성을 본인의 캐릭터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메타버스 내 캐릭터 변형의 자유도가 여성들에게는 미칠 영향은
꾸: 흔히 ‘훈녀’라고 하면 예쁜 외모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훈남’은 따뜻하고, 다정하고, 똑똑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과 분위기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처럼 캐릭터 변형의 자유도가 높으면 사회적 여성상과는 다른 캐릭터들이 생산되고, 그 캐릭터를 접한 세대는 더욱 다양한 여성상을 접한다. 그러면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도 개선되겠다고 생각한다.
7.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구조가 메타버스에서도 재현된다고 느낀 적 있나
→ YES
설: 메타버스도 결국 현실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여성을 향한 사이버 범죄가 더욱 과감하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꾸: 유튜브의 알고리즘처럼 메타버스에서도 이용자에게 아이템과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나의 경우 성별을 여성으로 선택하고 아이템 상점에 들어갔더니 과도한 노출 의상이나 드레스류를 추천해주더라. 메타버스에서 여성을 대하는 (기존 사회의) 시각이 상당 부분 재현된다고 느꼈다.
7-1.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
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마다 아바타 간의 거리를 제한하거나 특정 단어를 금칙어로 지정하는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이 없다면 피해자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 하루빨리 메타버스 내 범죄에 대한 규정이 이뤄져야 하고, 동시에 주 이용층인 청소년들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꾸: 기존의 여성상을 타파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해야 할 것. 나처럼 성별을 여성으로 선택하면서, 짧은 머리와 바지를 장착한 캐릭터 소비가 많아져야 한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기 때문.
→ NO
곡: 메타버스에서는 성별에 따라 정형화된 외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로 내가 제페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때 성별을 묻는 분이 있었다. 아마 내 캐릭터 머리가 짧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자라고 답변하니, 그분이 “여자에게 가슴이 떨린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더라. 이런 사례만 봐도 (메타버스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체할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용하는 연령층이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좋은 기회가 될 것.
8. 메타버스에서 여성 크루가 가지는 의미는
곡(8인 여성 크루 ‘모꼬단’ 소속): 개발 영역에서는 여성들을 찾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현재 가장 뜨거운 메타버스 산업에서 여성들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이 산업도 여성들에게 낯설어질까 걱정했기 때문. 그런 면에서 여성 크루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시화한다. ‘모꼬단’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팬분들도 자연스럽게 메타버스에 입문할 수 있었다. 여성 크루들은 다른 여성들에게 메타버스 산업을 친숙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꾸(3인 여성 크루 ‘몬티스튜디오’ 소속): 여성 크루는 여성의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여성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여성 크루들이 실력을 입증할수록 메타버스 산업에서 여성 창작자들의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
9. 메타버스는 여성 창작자에게 어떤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설: 여성에게 어떤 공간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 메타버스의 큰 매력이다. 캠핑장을 배경으로 라이브를 하는 공연장도, 자기 브랜드의 패션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도 될 수 있다. 뜨개질로 만든 피자를 전시하는 개인 갤러리가 될 수도 있다. 맵을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여성 창작자들이 자신을 세계에 보여주는 좋은 창구가 될 것.
꾸: 슬프게도 현실에서는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남성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메타버스 창작자에게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지, 영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여성 창작자들이 성별로 인한 차별 없이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은 여성 창작자와 소비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곡: 자신의 크레딧을 챙기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메타버스에 입문한 지 반년 만에 많은 걸 이뤘다. 메타버스는 누군가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다. 신상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 여성 창작자들이 이룰 수 있는 성과의 범위는 점점 넓어질 것이고, 메타버스는 이들에게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잃을 게 없다면 꼭 도전해 보길.
고대부터 인간의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은 꾸준히 존재했다. 유토피아는 때로 황금으로 만들어진 섬이었고, 때로는 영원한 삶을 사는 천국이었다. 갈망은 종교를 만들어 내기도,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신의 유토피아는 어떤 곳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유년기의 꿈이 될 수도 있고,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던 청춘의 페이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이런 곳은 어떨까. 유리 천장도, 유리 절벽[22]도, 유리 에스컬레이터[23]도 없는 곳. 세상의 모든 존재를 가시화하는 곳. 무엇이든 읽을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곳. 나이를 이유로 거부당하지 않는 곳. 언어가 달라도 노동의 가치는 같은 곳.
무엇이든 좋다. 무엇이라도 해보면 당신의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바로 저곳,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무명의 땅에서.
[풀이]
1. 메타버스는 퀘스트(미션)를 완수해야 하는 게임과 달리 정해진 목표가 없이, 마치 인생을 살아가듯이 가상의 공간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2. 메타버스는 기존 캐릭터 중에서 고르거나 주어진 설정값을 선택하는 게임과 달리 자신이 만든 옷을 캐릭터에 입힐 수도 있고 나와 닮은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3. 메타버스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게임과 달리 현실과 유사한 특성으로 세계가 구축됩니다.
4. 메타버스는 이미 만들어진 가상현실과 달리 실시간으로 현실 세계를 반영합니다.
5. 메타버스는 ‘현질’이라 불리는 소비문화가 중점적으로 재현된 게임과 달리 사업, 교육, 공연, 커뮤니케이션 등 현실의 다양한 분야가 재현됩니다.
6. 메타버스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는 가상현실과 달리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실존 인물이 주체가 되어 활동합니다.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PDF 판형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wqffZ00KE2isI1yhJtyvT5Vo3LbPuRPW/view?usp=sharing














[1] 모든 사물의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원형을 말한다. 플라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은 이데아의 복제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2] 가면이라는 뜻의 라틴어이자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혹은 자아가 가진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보이는 성격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3] protagonist: (연극・영화・책의) 주인공. 네이버 영어사전
[4] 메타버스와 현실은 세 단계에 걸쳐 융합된다. 혼합세계에서는 서로 분리되어 있던 현실과 가상이 점차 연결된다. 대체세계가 되면 가상세계에 일상의 대부분을 구현하며, 점차 현실을 대체하기 시작한다. 확장 가상세계에서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며 경계가 무너진다. 현실보다 가상에서의 시간이 더 중요해지고, 더 길어진다.
[5] 메타버스의 발전 단계는 도입기, 안정기, 성숙기로 나뉜다. 도입기에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기업과 기존의 IT 기업, 스타트업의 3파전이 로컬 시장 안에서 벌어진다. 안정기에는 플랫폼이 발달하기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한다. 성숙기에는 특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도입기와 안정기 쯤에 걸쳐 있다고 평가한다.( 윤정현,김가은.(2021).메타버스 가상세계 생태계의 진화전망과 혁신전략.STEPI Insight,1-53.)
[6]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고유한 인식 값을 갖는 디지털 파일로,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7]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 흐름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8] 잭디쉬 셰스가 제시한 개념. 현상 유지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변화에 대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혁신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9] 메타버스는 네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먼저 5G 네트워크와 실감형 기기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실감형 콘텐츠를 보여 줄 수 있는 플랫폼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콘텐츠도 필요하다. 브랜드 가치나 독창성을 지닌 지적재산권도 필요하다.(윤정현,김가은.(2021).메타버스 가상세계 생태계의 진화전망과 혁신전략.STEPI Insight,1-53.)
[10] 현실의 배경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결합한 것. 네이버 지식백과
[11] 미디어 기업 ‘로커스’의 자회사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서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오로지’는 20대 여성 캐릭터로, 각종 광고에 출연하며 음원 발매까지 했다.
[12] 3D 작업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사용된다.
[13] 2021.12.31. 뉴욕타임즈(https://www.nytimes.com/2021/12/30/technology/metaverse-harassment-assaults.html?searchResultPosition=10)
[14] 온라인 공간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 좋아하는 연예인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 네이버 지식백과
[15] 2022.01.27.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29143.html)
[16]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네이버 지식백과
[17] 2022.02.06. 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20416560004267?did=NA)
[18] 매체에서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 약점을 잡아 착취하는 범죄. 네이버 지식백과
'지난호보기 > 2022 봄여름, 82호 <공간; 존재가 서는 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우리가 되는 장, 중앙대생을 위한 커뮤니티 <청빠고>를 만나다 (0) | 2022.07.03 |
---|---|
이곳; 중앙대 서울캠의 공간을 다시 생각하다 (1) | 2022.07.03 |
중앙대학교에서 퀴어로 살아남기 -지워진 이들이 서 있는 곳, 우리의 터전 (1) | 2022.07.02 |
이제 어떡할 것인가 - 대선과 지선을 견뎌낸 유권자의 단상 (0) | 2022.07.01 |
반중(反中), 똑바로 바라보기 (1) | 2022.07.01 |
댓글